열국연의

 

   
 
테마연의
테마연의
고사성어
열국영웅전
· 오늘 :  527 
· 어제 :  693 
· 최대 :  2,389 
· 전체 :  1,225,437 
 
  2012-01-29 09:31:103205 
제4장 5편 건숙출사(蹇叔出仕), 백리해의 천거로 섬진에 출사하는 건숙
운영자
일반

5. 건숙출사(蹇叔出仕)

- 백리해의 천거로 섬진에 출사하는 건숙 -


진목공이 백리해의 재주가 매우 출중하다는 것을 알게 되어 그를 상경의 직에 제수하려고 했으나 백리해가 사양하면서 말했다.

「신의 재주는 신의 의형이 되는 건숙에 비해 그 십분의 일도 못 미칩니다. 군주께서 만약 나라를 다스려 부강하게 만드시고자 하신다면 건숙을 초빙해 상경에 임명하시고 저로 하여금 그를 돕도록 하시기 바랍니다. "

목공이 물었다.

「선생의 재주는 내가 보았으니 알겠으나 건숙의 현명함에 대해서는 아직 들어보지 못했습니다. 」

백리해가 건숙과의 일을 목공에게 고했다.

「건숙의 현명함은 어찌 유독 군주께서만 모르신다고 하겠습니까? 비록 그가 살았었던 제나라나 지금 살고 있는 송나라조차도 역시 그에 대해 알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가 지혜로운 선비라는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은 오로지 저 혼자뿐입니다. 신이 옛날 벼슬을 구하다가 윤락하여 제나라 땅을 떠돌아다니고 있을 때 공손무지(公孫無知)에게 출사하려고 하던 신을 건숙이 불가하다고 말렸습니다. 그래서 건숙의 말을 따라 신은 제나라에 출사하지 않았습니다. 그 결과 후에 무지가 당한 화를 피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얼마 후에 주나라의 왕자퇴를 모시려고 했으나 역시 건숙이 제지하여 출사하지 않고 주나라를 떠났습니다. 결국 후에 왕자퇴는 반란을 일으켜 주혜왕에게 토벌당하여 도주하다가 살해당했습니다. 신은 그때 건숙의 말을 듣고 주나라를 떠났기 때문에 왕자퇴가 당한 화를 피할 수 있었습니다. 주나라를 떠난 신이 우나라로 들어가 출사하려고 하자 건숙이 또다시 말렸습니다. 그러나 그때 신이 너무 빈한한 처지에 있어 건숙의 말을 듣지 않고 작록을 탐하여 우공에게 출사하고 말았습니다. 또한 우나라도 후에 당진국에 의해 망하고 신은 포로가 되어 노예의 신분으로 전락하게 되었습니다. 신이 건숙의 말을 두 번 들어 화를 면했고 한 번 그의 말을 듣지 않아 몸을 망쳐 노예가 되었습니다. 이것은 그의 지혜가 중인들보다 월등히 뛰어나다는 사실을 말합니다. 지금 건숙은 송나라의 명록촌에 숨어 지내고 있습니다. 속히 사람을 보내 데려오시기 바랍니다.」

백리의 천거를 받아들인 목공이 상인으로 분장시킨 공자집에게 많은 폐백을 주어 송나라 경내에 있는 명록촌으로 보내 건숙을 모셔오도록 했다. 백리해는 별도로 편지를 써서 공자집에게 주었다. 행장을 수습한 공자집은 송아지가 끄는 수레 두 대를 몰고 송나라를 향해 출발했다. 이윽고 송나라 땅에 들어선 공자집은 명록촌과 가까운 곳에 이르자 밭고랑 사이에서 밭을 갈다가 쉬던 농부들이 노래를 번갈아 가며 부르고 있는 모습을 보았다.


산은 높은데 도와줄 사람은 없고


길은 험한데 불빛 한 점 없다

서로 함께 밭고랑 사이에 앉아 있음이여


샘물은 달고 땅은 기름지도다!


사지를 부지런히 움직였으니


나에게 오곡이 생겼구나!


하루 삼시 때를 거르지 않고 먹을 수 있으니


진수성찬이 부럽지 않다


이것이 하늘의 뜻이라면


영화도 없지만 욕됨도 없구나


山之高兮无(산지고혜무) 

途之濘兮无燭 (도지영혜무촉)

相將隴 上兮(상장농상혜)

泉甘而土沃(천감이토옥)

勤吾四體兮(근오사체혜)

分吾五谷(분오오곡)

三時不害兮(삼시불해혜)

餐飧足(찬손족)

樂此天命兮(락차천명혜)

无榮辱(무영욕)



수레 안의 공자집은 그 노래 속에 세속의 먼지가 묻지 않았음을 느끼고 수레를 모는 종자를 향해 말했다.

「옛날 말에 조그만 고을에도 군자가 있어 세상의 비속한 풍습을 바르게 한다고 했다. 오늘 건숙이 사는 동네에 이르니 밭을 가는 농부조차도 모두가 덕이 높은 처사의 풍도가 있으니 과연 그가 어진 사람이라는 것을 알 수 있겠구나.」

공자집이 수레에서 내려 밭가는 농부들에게 길을 물었다.

「혹시 건숙이 사는 집이 어디인지 아십니까?」

농부 중 한 사람이 나와 응대했다.

「무슨 일로 찾으십니까?」

「건숙선생의 옛날 친구 백리해의 편지를 전하기 위해서입니다.」

그 농부가 손가락으로 먼 곳을 가리키면서 말했다.

「앞으로 계속 길을 따라 가시면 대나무가 빽빽이 우거진 숲이 나오고 왼쪽에는 우물이 있고 오른쪽에는 큰 바위가 있는 중간에 초가집이 한 채 있을 것입니다. 그곳이 건선생이 사시는 곳입니다.」

공자집이 두 손을 높이 올려 인사를 올린 후에 다시 수레에 올라타고 길을 반 리쯤 가니 농부가 말한 곳에 당도하게 되었다. 눈을 들어 살펴보니 풍경이 과연 깊숙하고 아늑했다. 초가집 담장 밖에 수레를 멈춘 공자집이 종자에게 분부하여 사립문 앞으로 가서 주인을 부르게 했다. 조그만 동자 아이 하나가 집안에서 나오더니 물었다.

「어디서 오신 손님이십니까?」

공자집이 대답했다.

「건숙선생을 만나러 왔네.」

「주인님께서는 지금 집에 계시지 않습니다.」

「선생님은 지금 어디에 계시는가?」

「이웃의 노인 분들과 함께 석량(石梁)의 샘물을 구경나가셨습니다. 조금 있으면 돌아오실 시간입니다.」

공자집이 건숙의 집에 감히 들어가지 못하고 집 앞의 바위 위에 앉아서 기다렸다. 동자는 사립문을 반쯤 열어 놓고 집안으로 들어갔다. 얼마 후에 짙은 눈썹에 고리 모양처럼 동그랗게 생긴 눈에, 네모난 얼굴의 체구가 장대한 거한이 등 뒤에 사슴 넓적다리 두 개를 지고 밭이랑 서쪽으로 난 길로 다가오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거한의 용모가 범상치 않다고 생각한 공자집이 자리에서 일어나 예를 취했다. 그 거한도 즉시 사슴 다리를 땅에 내려놓으면서 공자집에게 예를 올렸다. 공자집이 그에게 성과 이름을 묻자 거한이 대답했다.

「성은 건(蹇)이고 이름은 병(丙)입니다. 자는 백을(白乙)이라고 합니다.」

「건숙이라는 분과 귀하는 어떤 사이입니까?」

「저의 부친이 되십니다.」

공자집이 건병(蹇丙)에게 다시 한 번 예를 올리면서 말했다.

「오랫동안 뵙기를 앙모하여 왔습니다.」

「귀하는 어떤 분이시기에 친히 이곳까지 왕림하셨습니까?」

「백리해라는 분이 지금 저희 섬진에서 벼슬을 살고 있는데 저에게 편지를 주어 부친에게 전해달라는 부탁을 받고 오게 되었습니다.」

「선생께서는 집안으로 들어가셔서 잠시 쉬고 계시면 저희 부친께서는 조만 간에 돌아오실 것입니다.」

건병이 사슴다리를 땅에 내려놓고 사립문을 밀쳐 열어 공자집을 방안으로 청한 후에 다시 밖으로 나와 사슴다리를 등에 지고 집안으로 옮겼다. 동자가 나와서 건병에게서 사슴다리를 받아들고 부엌으로 날랐다. 건병이 방안으로 들어와 공자집에게 예를 올리고 손님과 주인의 격식을 따져 자리에 앉았다. 공자집과 건병이 농사와 누에치는 일에 대해서 담론을 시작하여 무예와 병사의 일에 대해 논하게 되었다. 건병의 강론은 순서가 심히 정연하여 공자집이 마음속으로 칭찬하면서 생각했다.

「그 아버지에 그 아들이니 정백이 천거한 것도 도리가 있는 일이었구나!」

건병은 차를 가지고 방안으로 들어언 동자에게 문 앞에 나가서 기다리다가 부친이 오면 알리게 했다. 얼마 있지 않아 동자가 달려와 방문을 열면서 말했다.

「선생님께서 돌아오십니다.」

이웃에 사는 노인 두 명과 함께 어깨를 나란히 하고 집 앞에 이른 건숙이 문 밖에 수레 두 대가 서있는 것을 보고 놀라서 말했다.

「 우리 마을 같은 벽촌에 무슨 연고로 이와 같은 수레가 와있는가?」

건병이 집밖으로 나와서 그 연고를 먼저 이야기했다. 건숙과 이웃의 노인 두 명이 같이 방으로 들어가 공자집과 상면했다. 상견례를 마친 건숙이 자리에 좌정하면서 공자집에게 말했다.

「제 자식놈을 통해서 귀하께서 저의 아우 정백의 편지를 전하기 위하여 오신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가져오신 편지를 보여주시기 바랍니다.」

백리해의 서신을 공자집에게서 전해 받은 건숙이 봉함을 뜯고 읽었다.

「이 해(奚)가 형의 충고를 듣지 않아 우나라에서 재난을 당했으나 다행히 현사를 좋아하시는 섬진의 군주가 말을 기르는 노예의 신분에 있던 저를 속죄 시켜 섬진국의 정사를 맡겼습니다. 이 해가 스스로 헤아려 본 바 재주와 지혜가 형에게 미치지 못함을 알고 섬진의 군주를 같이 모시기 위해 형을 천거했습니다. 섬진의 군주가 형을 경모하기를 마치 목마른 자가 물을 찾는 것 같이 하시어 대부 공자집에게 폐백을 내려 형을 모셔오라고 하였습니다. 바라옵건대 빨리 출산하여 아직까지 펴지 못한 뜻을 행하여 세상에 베풀기 바랍니다. 만약 형이 산림에 연연하여 세상으로 나오지 않으신다면 이 해도 섬진의 군주로부터 받은 작록을 버리고 명록촌으로 가서 형과 함께 살겠습니다.」

건숙이 편지를 다 읽고 물었다.

「정백이 어떻게 해서 섬진의 군주를 만나게 되었습니까?」

공자집은 백희(伯姬)의 몸종 신분으로 섬진으로 보내졌다가 중도에서 초나라로 도망친 백리해가 어인(圉人)이 되어 말을 기르게 된 사연과 패업에 뜻을 두고 있는 섬진의 목공이 백리해가 현사라는 것을 알고 양가죽 다섯 장을 초나라에 주고 백리해를 속죄시켜 섬진으로 데려와 상경으로 삼으려고 한 일의 전후사정을 상세하게 이야기했다. 공자집이 계속해서 말했다.

「정백은 저희 군주께서 내린 상경의 벼슬을 한사코 고사하고 자기는 건숙선생에게 못 미치기 때문에 반드시 건선생을 섬진으로 모셔와야만 비로소 정사를 맡겠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저희 군주께서는 저에게 명하여 예물을 가지고가서 건선생을 모셔오라고 하셨습니다.」

공자집이 종자들에게 명하여 수레의 짐칸에 있던 예물들을 꺼내어 품명을 적은 장부와 맞추게 한 다음 건숙의 초가집 마당에 늘어놓게 했다. 이웃에 사는 노인들은 모두 산야에 사는 농부들이라 이와 같은 성대한 예물을 본적이 없어 서로 얼굴만을 쳐다보고 놀라워하며 공자집을 향해 말했다.

「우리는 귀인이 여기에 온 것과는 상관이 없는 듯합니다. 이만 집으로 돌아가겠습니다.」

공자집이 만류하며 말했다.

「두 분 노인께서는 무슨 말씀을 그렇게 하십니까? 우리 군주께서 건숙선생을 모시고 싶은 마음은 마치 한 줄기의 비를 기다리고 있는 말라비틀어진 묘목과 같으십니다. 번거롭겠지만 두 분 노인께서는 한 말씀을 올려 저를 도와주신다면 그 고마움은 이루 말할 수 없겠습니다」

건숙이 얼마동안 숨을 죽이고 나더니 탄식하면서 말했다.

「정백이 가슴에 품고 있던 뜻을 아직까지 펴보지 못하고 70 평생을 유랑하다가 이제야 다행히 명군을 만났는데 나로 인하여 그 뜻을 못 이룬다면 내가 어찌 참을 수 있겠는가? 정백을 위하여 한 번 가보지 않을 수 없겠으나 머지않아 다시 돌아와 농사를 짓고 살리라.」

그때 동자가 들어와 말했다.

「사슴다리가 이미 익었습니다.」

건숙이 동자에게 침상 머리맡에 있는 새로 빚은 술통을 가져오게 하고, 공자집을 서쪽의 상석으로 모시고 이웃의 두 노인과 서로 마주보게 했다. 토기 술잔에 술을 가득 따라 서로 권하고 사슴다리 고기를 안주로 삼아 즐기는 가운데 모두가 흔연히 취하게 되었다. 해는 어느덧 기울어 바깥에 어둠이 깔리기 시작하자 주연을 끝내고 잠자리를 마련해 공자집을 초가집에 재웠다. 다음날 아침 두 노인이 건숙의 노자에 보태 쓰라고 조그만 술병 안에다 얼마간의 돈을 넣어 가지고 와서 어제 앉았던 자리에 순서대로 앉아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리고 얼마 후에 공자집이 들어와 건병의 재주를 칭찬하면서 건병도 역시 같이 동행하고 싶다고 말했다. 건숙이 허락했다. 건숙은 공자집이 가져온 예물 중 일부를 갈라 두 노인에게 나누어주고 자기가 없을 때 자기집을 살펴달라고 부탁했다.

「이번의 행차는 오래 걸리지 않을 것이니 조만 간에 다시 만날 수 있을 것이오.」

건숙이 다시 집안사람들을 불러 당부했다.

「농사를 힘써지어 결코 논밭을 황폐하게 만들지 말라!」

이윽고 수레가 출발하자 두 노인이 건숙에게 몸을 잘 보중하라며 작별인사를 했다.

목록
811
[공지] 전자책『열국영웅전』(전 2권) 출간 안내 운영자 14-10-01
[일반] 제4장 7편 가오양피(歌五羊皮), 오양피 노래를 불러40여년만에 남편 백리해와 상봉하…

7. 가오양피(歌五羊皮) - 오양피 노래를 불러40여년만에 남편과 상봉하는 두씨.- 한편, 백리해의 처 두(杜)씨는 그의 지아비가 길을 떠난
운영자 12-01-29
[일반] 제4장 6편 패자지도(覇者之道), 패자의 길

6. 패자지도(覇者之道) - 패자의 길 - 건숙이 수레에 타고 건병이 마부가 되어 앞에서 몰았다. 공자집은 남은 한 대의 수레에 타고 뒤를 따
운영자 12-01-29
[일반] 제4장 5편 건숙출사(蹇叔出仕), 백리해의 천거로 섬진에 출사하는 건숙

5. 건숙출사(蹇叔出仕) - 백리해의 천거로 섬진에 출사하는 건숙 - 진목공이 백리해의 재주가 매우 출중하다는 것을 알게 되어 그를 상경의 직
운영자 12-01-29
[일반] 제4장 대기만성 백리해 제1편. 구사윤락(求仕淪落) 의형건숙( 義兄蹇叔)

제4장 대기만성(大器晩成) 백리해(百里奚) 1. 구사윤락(求仕淪落) 의형건숙(義兄騫叔) - 벼슬을 구하러 길을 나섰다가 거지로 전락한 백리해가
운영자 12-01-29
[일반] 제3장 25. 병탑계흉(病榻戒兇)

25. 병탑계흉(病榻戒兇) - 병상에서 삼흉(三兇)에 대한 경계를 유언하는 관중 - 이윽고 관중이 노환으로 병이 나서 자리에 눕자 제환공이 친
운영자 11-11-01
[일반] 제3장 24편. 封禪不成 僭越天子(봉선불성 참월천자)

24. 封禪不成 僭越天子(봉선불성 참월천자) - 봉선을 행하지 못하자 천자의 의례를 범한 제환공 - 이윽고 회맹의 의식을 끝낸 제환공이 갑
운영자 11-11-01
[일반] 제3장 23편. 일광천하 구합제후(一匡天下 九合諸侯)

23. 일광천하 구합제후(一匡天下 九合諸侯) - 천하를 한 번 바르게 세우고, 제후들과 아홉 번 회맹을 행했다 - 주혜왕 22년 기원전 651년 겨
운영자 11-11-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