丘中有麻(구중유마)

-언덕 위의 삼밭 -

시경에는 원래부터 해석이 분분한 시가 매우 많다. 특시 사고방식이나 지식 등이 고루하고 진부한 유학자들은 시가에 반영된 인민대중들의 순박하고 진실된 감정을 직시하지 못하고 남녀간의 수많은 애정시들을 사회정치적인 문제나 정치투쟁의 오염시키거나 변질시켜 해석해왔다. 그 중 가장 대표적것은 모시서의 해석으로 ‘우매한 주장왕(周莊王: 재위 전696-682년)이 현인들을 나라 밖으로 추방하자 국인들이 이 시를 지어 안타까운 마음을 노래했다.’라고 한 것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주희(朱熹)는 기존의 유학자들과는 달리 시의 내용을 비교적 정확하게 해석했다. 그는 그의 저서 시집전(詩集傳)에서 기존의 해설들을 모두 배제하고 당시의 인민대중들의 애정생활을 노래한 것이라고 당시로써는 획기적인 의견을 내놓았다. 이에 현대의 대표적인 시경학자 문일다(聞一多)는 한 걸음 더 나아가 ‘ 이 시는 성행위를 하고 난 후에 남자가 그 징표로 패옥(佩玉)을 주는 행위로써 당시 중국사회에 남아있던 원시모계사회의 전통을 반영하고 있다.’라고 했다. 즉 이 시는 그 사회에 남아있었던 모권제 사회의 일처다부(一妻多夫) 풍속을 반영하고 있는 시가라고 평했다.

一

丘中有麻(구중유마)

언덕 한 가운데의 삼밭

彼留子嗟(피유자차)

저 유씨댁 자차님을 기다리네

彼留子嗟(피유자차)

저 유씨댁 자차님이시여!

將其來施施(장기래시시)

원하시거든 기쁜 마음으로 달려오소서

부(賦)다. 마(麻)는 삼으로, 씨앗은 먹을 수 있고 껍질을 길쌈해서 베를 만들 수 있다. 고대에 유(留)는 유(劉)와 통했다. 자차(子嗟)는 남자의 자(字)이다. 장(將)은 원함이고 시시(施施) 기뻐하는 모습이다.

○ 바람난 부인이 정인을 기다렸으나 오지 않았다. 그래서 언덕 가운데 있는 삼밭으로 나아가서 그와 만나 정을 나누려고 기다렸으나 정인은 오지 않는다.

二

丘中有麥(구중유맥)

언덕 한 가운데 보리밭에서

彼留子國(피유자국)

저 유씨댁 자국님을 기다리네

彼留子國(피유자국)

저 유씨댁 자국님이여

將其來食(장기래식)

원하시거던 야연(野宴)을 즐기러 오소서

부(賦)다. 자국(子國)은 다른 남자의 자다. 래식(來食)은 ‘나에게 와서 먹는다.’는 뜻이나 남녀 간의 성행위를 의미한다.

三

丘中有李(구중유리)

언덕 한 가운데 오얏나무 아래에서

彼留之子(피유지자)

유씨댁 아들을 기다리네

彼留之子(피유지자)

저 유씨댁 아드님이여

貽我佩玖(이아패구)

나에게 패옥을 주시네

부(賦)다. 지자(之子)는 유씨네 마을의 남자들을 아울러서 가리킨다. 이아패구(貽我佩玖)는 정을 나눈 후에 남자가 여자에게 징표로 주는 패옥이다.

丘中有麻三章이니, 章 四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