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谷有蓷(중곡유퇴)

- 골짜기의 익모초 -

범씨(范氏)가 말했다. “ 세상이 잘 다스려져서 백성들이 서로 보살피며 평안하게 살 수 있음은 윗사람이 정치를 잘하기 때문이요, 세상이 어지러워져 백성들이 서로 버리는 것은 윗사람이 폭정을 행하고 무능하기 때문이다. 부리는 것을 부지런히 하고 취하는 데만 혈안이 되면 부부가 날로 각박해져 흉년에는 이산을 면치 못하게 된다. 또 이윤(伊尹)이 말했다. “ 필부필부(匹夫匹婦)가 스스로 정성을 다해 서로 돕지 못하면 백성의 주인은 공을 이룰 수 없다.” 그래서 시(詩)를 읽는 자는 까닭 없이 잃어버린 물건이 비록 한 가지더라도 그로 인해 왕정의 잘못을 알아차리고, 한 여자라도 버려지는 사건에서 백성들의 노곤함을 알 수 있으니 주나라의 정사가 황폐하고 백성들이 흩어져서 장차가 망하게 될 것이라는 사실을 여기에서 볼 수 있다.

一

中谷有蓷 暵其乾矣(중곡유퇴 한기간의)

골짜기 가운데 익모초 시들어 말라버렸네

有女仳離 嘅其嘆矣(유녀비리 기기탄의)

쫓겨난 여인 있어 깊은 시름에 한숨짓네

嘅其嘆矣 遇人之艱難矣(기기탄의 우인지간난의)

깊은 시름에 한숨짓는 것은

흉년과 기근으로 고난을 당한 때문이네

흥(興)이다. 퇴(蓷) 잎이 퇴(萑)와 같고 네모진 줄기 마디 사이에서 흰 꽃이 나오니 지금의 익모초이다. 한(暵)은 마름이요, 비(仳)는 이별이다. 기(嘅) 탄식하는 소리다. 간난은 궁액(艱難)은 궁액(窮厄)이다.

○ 흉년에 버림받은 부인이 슬퍼 탄식하기를 “ 잘 다스려진 세상에는 집안이 서로 보전하고 어지러운 세상에는 가족들이 서로 버린다. 이런 까닭에 골짜기 가운데 있는 익모초가 가뭄을 만나니 건조한데 난 것부터 마른다. 여자가 남편을 쫓다가 버림을 받는 변을 만났으니 그 개탄함을 어찌 또한 말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그러나 개탄하게 된 사람이 덕에 해롭거나 은혜가 적어서 짐짓 한 일이 아니라 불행히도 재앙을 만났으니 만일 핍박이 아니라면 버림을 받는 지경에까지 이르게 되었겠는가? ”라고 했다. .

二

中谷有蓷 暵其脩矣(중곡유퇴 한기수의)

골짜기 가운데 익모초 긴 것도 말라버렸네

有女仳離 條其肅欠矣(유녀비리 조기소의)

쫓겨난 여인 있어 휘파람 불어대네

條其肅欠矣 遇人之不淑矣(조기소의 우인지불숙의)

휘파팜 불어대며 안 좋은 사람 만났네.

흥(興)이다. 수(脩) 긺이다. 혹은 건조함이니 말린 고기를 뜻하는 포(脯)를 수(脩)라고 부르는 것과 같다고 했다. 조(條)는 휘파람부는 모양이다. 휘파람은 입을 오므려서 내는 소리이니 슬프고 한스러운 마음이 깊어 탄식으로만 그치는 행위가 아니다. 숙(淑)은 선(善)함이다. 옛적에 사람의 죽음이나 상(喪) 및 기근을 모두 불숙(不淑)이라 한 것은, 아마도 기쁜 일이나 경사스러운 일은 선사(善事)라 하고 흉화(凶禍)는 불선사(不善事)라 하였으니 비록 요즘 사람의 말이라도 오히려 그러하다.

○ 증씨(曾氏)가 말했다. “ 흉년에는 갑자기 버리고 외면하니 가족 간에 각박함이 너무 심한 일이라고 생각한 시인이 ‘ 내가 간난(艱難)을 만났다’라 하고 ‘ 내가 불숙(不淑)함을 만났다’라고 하여 지나치게 심한 말로 원망하지 않는 것을 보면 시인의 덕이 두텁고 심성이 지극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三

中谷有蓷 暵其濕矣(중곡유퇴 한기습의)

골짜기 가운데 익모초, 습한 곳도 말랐네

有女仳離 啜其泣矣(유녀비리 철기읍의)

쫓겨난 여인 있어, 슬피 울어대네

啜其泣矣 何嗟及矣(철기읍의 하차급의)

구슬피 울어대니 어찌 슬픔 다할까?

흥(興)이다. 한(暵)·흡(濕)이라는 말은 가뭄이 심하면 습지에서 사는 풀도 그 해를 면할 수 없다. 철(啜)은 우는 모양이다. 하차급의(何嗟及矣)는 일이 이미 심한 지경에까지 이르러 어쩔 수 없음이니 궁(窮) 매우 심한 것이다.

中谷有蓷 三章이니, 章 六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