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사방여기요(讀史方輿紀要)

〈1〉 卷首‚ 130卷‚ 合 64冊‚ 필사본‚ 28×18.2cm 〈2〉 60冊‚ 목판본‚ 24×15.8cm淸代에 저술된 私撰의 歷史地理學 저서이다. 1679(康熙 48)년에 완성되었다.

저자 顧祖禹(1631-1692)의 字는 瑞五‚ 호는 景范이며 先祖의 本籍이 無錫 宛溪(현 江蘇省 無錫市 부근)인 관계로 宛溪先生으로도 존칭된다. 1674년(康熙 13)에 三藩의 亂이 발생했을 당시 福建으로 가서 耿精忠(耿繼茂의 子)의 幕僚가 되어 反淸復明의 이상을 이루고자 했으나 난이 실패한 뒤 고향으로 돌아가 은둔하면서 독서와 歷史地理 관련 저술에만 몰두하였다. 1686년(康熙 25)에 ≪大淸一統志≫를 편찬하라는 칙명이 하달되었을 당시 徐乾學이 그의 명성을 흠모하여 초빙하였다. 1659년(順治 16)부터 본서의 저술에 착수하여 20년 만인 1679년(康熙 18)에 거편을 완성하였다. 이 과정에서 21史를 모두 독파하고 100여종의 地方志와 기타 지리 저작을 두루 섭렵하였으며 여기에 자신의 경험을 첨가하여 중국의 역사지리 연혁을 상세하게 闡述하였다.

본서는 130권으로 되어 있고 卷首에는 저술 동기와 목적이 기술된 저자의 自敍 3편이 실려 있다. 그에 따르면 저자는 歷史와 地理를 상호 보완적이고 불가분의 관계를 지닌 학문들로 인식하면서 歷史學은 歷史地理學에 방향성을 제공하고 역사지리학은 역사학에 形象과 圖籍을 제공해야 하며‚ 그를 위해 역사지리학은 歷史 沿革에 따른 地理 변동만을 탐구할 것이 아니라 歷史自然地理‚ 歷史經濟地理 등도 포괄해야 한다고 강조하였다. 실제로 全書를 통해 저자는 郡邑‚ 河渠‚ 食貨‚ 屯田‚ 馬政‚ 鹽鐵‚ 貢賦‚ 星宿分野 등 자연지리와 경제지리에 관련된 제반 문제들을 망라하였다.

본서는 1679년에 成書된 후 오랫동안 抄本 상태로 流傳되었다가 1812년(嘉慶 17)에야 비로소 四川 成都 敷文閣에서 龍萬育의 주관 하에 全書가 刻印되었고 그 과정에서 卷末에 ≪輿圖要覽≫ 4권이 附錄으로 첨가되었다. 이어 道光-光緖 연간에도 수종의 刻本이 간행되었는데‚ 그 중에서도 1879년(光緖 5)에 彭元瑞가 敷文閣 藏板本을 저본으로 삼아 校正 간행한 蜀南 桐華書室 薛氏家塾 修補校正本과 1899년(光緖 25)에 간행된 新化 鄒代過 三味書室 刻本이 비교적 精審하게 校勘된 것으로 평가된다. 1937년에는 上海 商務印書館에서 龍萬育 敷文閣 刻本을 저본으로 삼아 ≪國學基本叢書≫의 하나로 본서를 影印하였다. 1955년에는 中華書局에서 商務印書館本과 鄒代過 三味書室 刻本을 직접 대조하고 면밀하게 校勘하면서 ≪讀史方輿紀要校記≫를 편집하였는데‚ 이것이 현존하는 가장 우수한 판본이다. 이 외 日本 東京文化學院에서 1933년에 鉛印本으로 간행한 靑山定男 편집의 ≪讀史方輿紀要索引≫도 본서 열람 시 참고할 만하다. 규장각 소장본은 2종이 있는데‚ 판본 〈1〉은 표지 서명이 ≪方輿紀要≫로 되어 있는 64冊의 筆寫本으로 정확한 간행 사항이 불분명하며‚ 第 1-4冊은 1812년 이후에 合編된 ≪輿圖要覽≫ 부분이고 제 5-64책(合 60책)이 본서 부분이다. 특이하게 본서 부분에는 四周의 가선과 行 간의 구분선이 전혀 없는 데 비해‚ ≪輿圖要覽≫의 地圖와 表들에는 적색의 가선‚ 구분선이 되어 있고‚ 地圖 속의 중요 지점을 표시하는 데에도 적색 기호들이 이용되고 있다.

〈2〉의 목판본은 1879년에 간행된 蜀南 桐華書室 薛氏家塾 修補校正本으로‚ 第 1-56冊이 본서 부분이고 57-60책이 ≪輿圖要覽≫이다. 卷首에는 1879년에 桐華書室 主人이 해당 판본을 간행하면서 쓴 序文‚ 1811년(嘉慶 16)에 敷文閣本이 간행될 당시 龍萬育이 쓴 進表와 熊開元‚ 吳興祚‚ 彭士望‚ 衛禧들이 각각 쓴 序文 등이 수록되었다.본서의 내용 구성을 보면‚ 綱目의 체례를 원용하여 天下地理의 大綱을 統述한 다음 各省의 세부 사항들을 分述하고 있다. 우선 권1-9 ＜歷代州域形勢＞에서 唐虞三代부터 春秋戰國‚ 秦‚ 兩漢‚ 三國‚ 晉(十六國 첨부됨)‚ 南北朝‚ 隋‚ 唐‚ 五代(九國 첨부됨)‚ 宋(遼‚ 西夏‚ 金‚ 元 첨부됨)‚ 明‚ 淸 등 各朝代의 統治區劃과 行政地理상의 변화를 통시대적으로 정리하였다. 이 중 軍事地理 방면에 상당한 비중을 두고 역대 관련 사실들을 기록하였으며 필요한 경우 各朝代의 중요 군사 행동을 부연 설명하기도 했다. 이하 권10-123에서는 明代 행정구획에 의거하여 전국 省‚ 府‚ 州‚ 縣의 封域과 行政統轄‚ 地理沿革‚ 山川險要‚ 關隘‚ 城鎭‚ 鄕村‚ 土産 등 세부 사항들을 집록하였고‚ 每 지역마다 앞 부분에 小序 1편을 두어 해당 지역의 山川大勢와 古今征戰 事略을 총괄하였다. 그 중 권10-18은 ＜直隸＞‚ 권19-29는 ＜江南＞‚ 권30-38 ＜山東＞(＜朝鮮等＞ 첨부됨)‚ 권39-45 ＜山西＞(＜蒙古等地＞ 첨부됨)‚ 권46-51 ＜河南＞‚ 권52-65 ＜陝西＞(＜哈密等地＞ 첨부됨)‚ 권66-74 ＜四川＞‚ 권75-82 ＜湖廣＞‚ 권83-88 ＜江西＞‚ 권89-94 ＜浙江＞‚ 권95-99 ＜福建＞‚ 권100-105 ＜廣東＞‚ 권106-112 ＜廣西＞(＜安南等國＞ 첨부됨)‚ 권113-119 ＜雲南＞(＜車里等各羈縻土司＞ 첨부됨)‚ 권120-123 ＜貴州＞ 등으로 되어 있다. 다음으로 권124-129는 黃河‚ 淮河‚ 漢江‚ 長江‚ 北盤江‚ 運河‚ 沿海地區 및 ≪尙書≫ ＜禹貢＞ 중 山川과 유관한 기사들을 특별히 정리한 부분으로 大山大川의 地理 形勢와 전략적 가치‚ 大河의 經略과 水利‚ 漕運의 운용‚ 沿海 지구 통할과 海防‚ 水防‚ 山防 등의 문제를 종합적으로 專論함으로써 타서에서는 보기 힘든 탁월한 地利 經略論을 펼치고 있다. 마지막으로 권130 ＜分野＞에서는 역대 史書에 수록된 각지 星宿分野의 기재들을 요체만을 간추려 摘錄하였다.

이상의 내용을 서술하는 과정에서 본서는 일반 지리 저작과는 뚜렷이 구별되는 몇 가지 중요한 특징들을 보여준다. 우선 全書를 통해 해박한 軍事地理 지식과 경험을 십분 활용하여 地利의 戰略的 운용과 天下 地勢의 효율적 經略‚ 地宜를 극대화한 用兵 策略들을 시종 강조하였다. 저자는 군사행동에서 地利가 차지하는 의미와 비중을 飮食의 인간에 대한‚ 舟車의 遠行에 대한 의미에 종종 비유하면서 역사상의 중요 城鎭‚ 山川‚ 關隘 등이 각 시대별 주요 전투와 군사행동에서 차지했던 작전상의 가치와 영향력을 通時的으로 정리하였다. 특히 그는 江南을 天下 大勢가 상호 衝突 拮抗함으로써 天下 覇權 장악의 관건이 되는 지역으로 강조했으며‚ 이를 春秋戰國-明初의 역대 史實을 인용하여 일일이 증명하였다. 江南 중에서도 江淮 지역은 五方이 輻輳하고 百貨가 雲集하며 田土와 山川이 그 어느 지역보다도 肥沃殷實한 海內의 최선진 지역이기 때문에 國家 創建 내지 保衛를 위해서는 江南‚ 그 중에서도 江淮를 장악하고 보위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역설하였다. 長江‚ 淮河 보존이 王朝의 朝命과 직결되며 따라서 이 지역을 방어하지 못하면 곧바로 國勢를 잃게 된다는 저자의 견해는 明末淸初 淸軍의 南下 전략은 물론 중국 近現代의 戰鬪史를 통해서도 그 정확성이 여실히 증명된 慧眼이라고 평가된다. 이와 함께 저자는 국민 생계와 직결된 鹽鐵‚ 馬政‚ 貢賦‚ 交通‚ 漕運 등의 문제에도 지대한 관심을 보여 관련 자료들을 세심하게 정리하였다. 특히 당대 최고 경제 선진 지역이었던 蘇州府는 長江‚ 太湖와 인접하여 토지가 비옥하고 民戶가 충실하며 각종 物産이 풍부하고 징수된 田賦도 全國 중 수위인 國家 倉庫로서 이곳이 충실하면 天下에 빈곤은 없을 것이라고 하면서 그 경제적 중요성을 거듭 역설하였다. 그래서 五代 이후부터 蘇州‚ 松江‚ 嘉興‚ 杭州‚ 湖州 등 東南 諸府의 穀糧과 財富가 西北에서의 軍雄 투쟁에 물질적 기반을 제공했고‚ 인구 조밀 지대인 西南의 兩湖 지역에도 다량의 糧食을 공급해 주었다고 정리하였는데‚ 이는 현대의 社會經濟學的 관점에서 보아도 매우 정확한 인식이다. 이 밖에 商民이 聚集하고 舟船이 輻輳하는 각지의 대표적인 商工業 市鎭들에 대해서도 사실적으로 묘사하여 중국 近世 商工業史 연구에도 요긴한 자료들을 제공해 준다. 또한 水道와 水利를 중시하는 중국 전근대 지리학의 우수한 전통을 계승‚ 보존하여 전국 각지의 江‚ 河‚ 海‚ 湖 등의 연혁과 변천‚ 利弊 등에 대해 通時的‚ 전국적으로 總觀하였다. 즉 권10-123에서 各省의 水利 사항들을 分述하는 외에 권124-129의 6권을 별도로 할애하여 大江‚ 大河의 水利 성패와 國家 財政‚ 民生과의 관계를 專論하였다. 그 중에서도 黃河의 發源과 流水 經路‚ 河道의 시대별 변천‚ 黃河 治水의 성패로 인한 民生 禍福 등을 전면적으로 通述한 부분과‚ 劉宋 元嘉 연간(424-453)부터 明 萬曆 연간(1573-1619)까지의 太湖의 水利 문제와 관련 論策들을 계통적으로 論斷한 것은 중국 水利史 연구에 큰 도움이 된다. 아울러 長安‚ 洛陽‚ 開封‚ 南京‚ 北京 등 역대 皇都로 이름을 날린 大古都들의 입지 조건을 종합 분석한 후 이들이 定都될 수 있었던 것은 단순히 地理形勝의 문제만이 아니라 交通運輸‚ 糧食 공급‚ 인구 밀도‚ 軍事 戰略 등 제요소들이 복합적으로 작용된 결과라고 결론지었다. 이런 점들은 당대 일반 地理書들의 범위와 한계를 휠씬 뛰어넘는 卓見이자 근현대 이후의 歷史地理學 연구에도 충분히 통용될 수 있는 선구적인 시각이라 할 만하다. 일부 세부적인 내용 오류는 있으나 본서는 經世致用의 근본정신에 입각해 國計民生을 좌우하는 軍事‚ 政治‚ 經濟地理들을 다양하게 분석함으로써 독창적이고 자체 완결적인 歷史地理觀을 정립하였으며 그 중에는 후대의 歷史地理 연구에 지대한 영향을 준 새로운 결론들이 적지 않다. 이처럼 본서는 뚜렷한 자체 특성을 갖춘 地理沿革史의 巨作으로 전통 地理學을 集大成하는 한편 淸代 學術에서 地理學이 3大 絶學으로 자리잡게 되는 초석을 닦았다. 따라서 中國 歷史地理 通史는 물론 明淸 양대의 사회‚ 경제‚ 지리 연구에 절대적으로 유용한 자료가 될 것이다.

서울대규장각연구원 박봉주

참고문헌: ≪中國大書典≫‚ ≪中國學術名著提要(歷史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