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림(株林)

진영공(陳靈公)이 하징서(夏徵舒)의 모친 하희(夏姬)와 음락을 즐기기 위해 매일 주림(株林)으로 행차하는 모습을 보고 백성들이 말했다. “ 임금이 어찌하여 주림으로 행차하는가? 하남(夏南)을 따라온 것이다. 그렇다면 주림을 방문한 것이 아니라 단지 하남을 따랐을 뿐이다.”라고 말해 감히 임금의 음란한 행위를 직접 말하지 못하고 그 아들을 쫓았을 뿐이라고 한 것은 지은의 충성스럽고 두터운 마음을 알 수 있다. 춘추전(春秋傳)에 하희는 정목공(鄭穆公)의 딸로써 진(陳)나라 대부 하어숙(夏御叔)에게 시집왔으나 하어숙은 젊은 나이에 죽고 말았다. 이에 진영공은 대부 공녕(孔寧)과 의행보(儀行父)와 함께 한 한 여자와 혼음했다. 대부 설야(泄冶)가 보고 간했지만 영공은 오히려 설야를 죽이고 혼음을 계속했다. 후에 진영공은 하징서에게 시해 당하고 하징서는 초장왕에게 토벌 당하여 살해되었다.

一

胡爲乎株林 從夏南(호위호주림 종하남)

주림에는 왜 가는가? 하남을 만나러 간다네

匪適株林 從夏南(비적주림 종하남)

주림에 가는 것이 아니라 하남을 만나러 간다고 하네

부(賦)다. 주림(株林)은 진나라의 대부 하씨(夏氏)의 읍(邑)이다. 하 주(株)는 지금의 하남성 화현(華縣) 서남의 하정진(夏亭鎭)이다. 림(林)은 야(野)의 바깥 쪽으로 원시림이다. 중국 고대에 귀족들은 성(城)에 살아 국인(國人)이라고 했고 성밖에 성곽(城郭)을 쌓아 그 사이를 교(郊)라 하고 농민들이 농사를 짓고 살았고 성곽 밖을 야(野), 그리고 야의 밖을 림(林)이라고 했다. 하남(夏南)은 징서(徵舒)의 자(字)다.

○ 영공(靈公)이 하징서(夏徵舒)의 어머니에게 음탕하여 조석으로 하씨(夏氏)의 읍(邑)에 갔다. 그래서 백성들이 말하기를 “임금이 어찌하여 주림에 오는가?” “하남(夏南)을 쫓아 간 것이다.” “그렇다면 주림(株林)에 가는 것이 아니요 하남(夏南)을 따라갔을 뿐이다.”라고 했다. 아마도 하희(夏姬)와 간음한 일을 말할 수 없었던 영공이 그녀의 아들을 보러 왔다고 말했다고 한 것은 시인의 성정이 충후하다는 것을 말한다.

二

駕我乘馬 說于株野(가아승마 승아승구)

나도 네 필 말이 끄는 수레를 타고 가서 주림의 들에 묵으리라

乘我乘駒 朝食于株(세우주야 조식우주)

나도 네 필 망아지가 끄는 수레를 타고 가서 주림에서 아침을 먹으리라.

부(賦)다. 열(說)은 머무름이다. 크기가 6尺 이하의 말을 구(駒)라 한다.

󰡔춘추전(春秋傳)󰡕에 “하희(夏姬)는 정목공(鄭穆公)의 딸이다. 진나라 대부 하어숙(夏御叔)에게 시집갔는데, 하어숙이 일찍 죽자 진영공이 대부 공녕(孔寧)과 의행보(儀行父)와 함께 혼음했다. 설야(洩冶)가 간했으나 듣지 않고 죽였다. 후에 진영공은 마침내 하희의 아들 징서(徵舒)에게 시해 당하였고 징서는 다시 초장왕에게 토벌당해 살해되었다.

株林 二章이니, 章 四句이다.

하희(夏姬)

정목공(鄭穆公)의 딸 하희는 아름다운 미모에 행실이 음란했다. 진(陳)나라의 대부 하어숙(夏御叔)과 결혼하여 징서(徵舒)를 낳았다. 진영공(陳靈公) 14년 기원전 600년, 그녀는 진영공 및 진나라의 대부들인 공녕(孔寧)과 의행보(儀行父) 등의 3인과 혼음을 하며 하징서에게 치욕을 안겨주었다. 하징서가 노하여 영공을 살해하고 스스로 진나라 군주의 자리에 올랐다. 초장왕이 토벌군을 일으켜 하징서를 붙잡아 죽이고 하희를 초나라로 데려가 연윤(連尹) 양노(襄老)에게 주었다. 노년의 양노가 죽자 친정인 정나라로 돌아가 살던 하희를 사자로 갔던 무신(巫臣)이 취하여 부인으로 삼았다. 하희로 인해 초왕의 분노를 사지나 않을까 두려워한 무신은 하희를 데리고 당진국으로 달아났다. 초왕은 무신의 종족을 멸족시켰다. 이에 원한을 품게 된 무신은 당진국에 초나라의 배후에 오나라의 존재가 있음을 알리고 오나라와 연합하여 초나라를 공격하라고 건의했다. 무신의 활약으로 중원의 선진 문물을 받아들여 국세가 신장된 오나라가 결국은 오자서와 손무를 등용하여 초나라를 파멸 일보직전까지 몰고 간 것은 하희로 일어난 일이다. 열녀전에 ‘3명의 군주, 7명의 대부와 살았고, 제후와 대부들이 그녀를 서로 차지하기 위해 다투었으며, 그녀를 보면 넋이 빠져 미혹되지 않은 사람이 없었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