澤陂(택피)

-연못 둑 -




모서(毛序)』는 “《택피(澤陂)》는 진영공(陳靈公)을 풍자하는 자시(刺詩)로 신하들과 작당하여 하희(夏姬) 한 여인과 혼음을 즐긴 진영공의 무도한 행위를 근심하고 슬퍼한 시다.”라고 했으나 견강부회한 설이다. 이 시는 남녀가 서로 사랑하고 그리워하는 노래다. 주희는 《시집전(詩集傳)》에서 “이 시의 시의(詩意)는 《진풍(陳風)𐩑월출(月出)》과 유사하다.”고 했다. 그리워하고 바라볼 수는 있어도 가까이할 수 없어 안타깝고 괴로운 심정이 절절하게 표현했다.


一
彼澤之陂(피택지피)
저 연못의 둑 위의

有蒲與荷(유포여하)
부들과 연꽃

有美一人(상여지하)
아름다운 님이시여!

傷如之何(상여지하)
마음이 아픈들 어찌하리!

寤寐無爲(오매무위)
자나깨나 하염없이

涕泗滂沱(제사방타)
눈물 콧물 따 쏟아내네


흥(興)이다. 피(陂)는 택장(澤障)으로 못을 막는 둑이다. 포(蒲)는 수초이니, 자리를 짤 수 있는 부들이다. 하(荷)는 연꽃이다. 눈으로부터 흘러내리는 모습을 체(涕)라 하고 코부터 내리는 모습을 사(泗)라 한다. 이 시의 주제는 월출(月出)과 같다. “저 연못의 둑에는 창포와 연꽃이 있고 미인 한 명이 있으나 볼 수 없으니 비록 우상(憂傷)해 한들 어찌하랴?. 오매(寤寐)하며 흘리는 눈물에 얼굴이 부을 뿐이다.”라 했다.



二
彼澤之陂(피택지피)
저 연못 언덕 위의

有蒲與蕑(유포여간)
부들과 난초

有美一人(유미일인)
아름다운 님이시여!

碩大且卷(석대차권)
늘씬하고 어여쁘도다

寤寐無爲(오매무위)
자나깨나 하릴 없이

中心悁悁(중심연연)
마음이 편찮도다!


흥(興)이다. 란(蕑)은 난초다. 권(卷)은 권(婘)으로 아름답다는 뜻이다. 연연(悁悁)은 읍읍(悒悒)과 같으니 근심하는 모습이다.



三
彼澤之陂(피택지피)
저 연못 언덕 위의

有蒲菡萏(유포함담)
부들과 연꽃

有美一人(유미일인)
아름다운 님이시여

碩大且儼(석대차엄)
훤칠하고도 엄숙하도다!

寤寐無爲(오매무위)
자나 깨나 하염없이

輾轉伏枕(전전복침)
엎치락 뒤치락 베개에 엎드렸네


흥(興)이다. 함담(菡萏)은 봉오리진 연꽃이다. 엄(儼)은 씩씩한 모습이다. 전전(輾轉伏枕)은 누워도 잠들지 못하고 몸만 뒤척이는 모습이니 생각이 깊고 오래도록 함이다.


澤陂 三章이니, 章 六句이다.
陳國은 十篇에 二十六章이요, 一百二十四句이다.


동래여씨(東萊呂氏)가 말했다. “ 변풍(變風)이 진영공(陳靈公)에서 끝나니 그 사이에 남녀와 부부의 시가 어찌하여 한 결 같이 많은가. 천지가 있은 뒤에 만물이 있고 만물이 있은 뒤에 남녀가 있다. 남녀가 있은 뒤에 부부가 있고 부부가 있은 뒤에 부자가 있으며. 부자가 있은 뒤에 군신이 있고 군신이 있은 뒤에 상하가 있다. 또한 상하가 있은 뒤에 예의(禮義)를 둘 곳이 있으니, 남녀라는 것은 삼강(三綱)의 근본이요, 만사의 우선이다. 정풍(正風)이 정(正)이 되는 이유는 바른 일을 들어서 권면케 하기 때문이요, 변풍이 변(變)이 되는 이유는 부정(不正)한 일을 들어서 경계하기 때문이다. 도(道)의 승강(升降)과 시(時)의 치란(治亂)과 풍속의 오륭(汚隆)과 백성의 생사가 이에 있으니, 기록의 번슬(繁悉)함과 편(篇)의 중복을 또한 어찌 의심하리요.

【택피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