東門之枌(동문지분)

-동문의 느릅나무-

여러 남녀가 교외ㅐ에 몰려나가 춤추고 노래하며 즐긴다. 그 중에 한 여인이 특히 눈에 뜨인다. 얼굴을 보니 마치 금규화같이 예쁘다. 보기만 해도 총각의 마음은 울렁거린다. 그녀와 한 번 사위어보고 싶은데 그녀가 내 마음을 알아줄까? 그런데 웬일인가? 그녀가 올 때 따온 산초 열매를 나에게 한 줌 주지 않는가? 이렇게 기쁠 수가!(시경강설)

一

東門之枌(동문지분)

동문의 느릅나무

宛丘之栩(완구지허)

완구의 상수리나무

子仲之子(자중지자)

자중의 딸이여

婆娑其下(파사기하)

그 밑에서 춤을 추네

부(賦)다. 분(枌)은 백유(白楡)이니 느릅나무로 먼저 잎이 나고 틈에 꼬투리가 나며 껍질은 흰빛이다. 자중지자(子仲之子)는 자중씨(子仲氏)의 딸이다. 파사(婆娑)는 춤추는 모양이다.

이것은 남녀가 모여서 가무(歌舞)하고 그 일을 읊어서 서로 즐김이다.

二

穀旦于差(곡단우차)

좋은 아침 택하여

南方之原(남방지원)

남방의 언덕으로 향하네

不績其麻(부적기마)

그 삼은 길쌈하지 않고

市也婆娑(시야파사)

저자거리에서 춤을 추네

부(賦)다. 곡(轂)은 선함이요, 차(差)는 택(擇)함이다.

이미 좋은 아침을 택하여 남방의 동산에 모였다. 이에 그 일을 버리고 저자에 나가 춤추며 가서 모였다.

三

穀旦于逝(곡단우서)

좋은 아침 골라서

越以鬷邁(월이종매)

떼지어 찾아드네

視爾如荍(시이여교)

그대 보기를 꽃같이 하네

貽我握椒(이아악초)

내게 산초 한 줌을 주네

부(賦)다. 서(逝)는 감이고 월(越)은 어(於)이다. 종(鬷)은 많음이고 매(邁)는 감이다. 교(荍)는 당아욱으로 비부(芘芣) 혹은 금형규(金荊葵)라 이름하기도 하는데, 자주빛이다. 초(椒)는 분방(芬芳)하는 물건이다.

또 좋은 아침에 가니, 이에 그 무리로 가서 남녀가 서로 그 모열(慕悅)하는 말을 일러서 말하기를 “내 너의 기쁜 얼굴 보기를 비부(芘芣) 꽃 보듯이 한다. 이 때문에 나에게 한 웅큼의 산초를 주어 서로 정(情)을 좋게 한다.”라 말한 것이다.

東門之枌 三章이니, 章 四句이다.

‘자중지자(子仲之子)’의 주(註)에 “자중씨(子仲氏)의 딸이다.” 하였다. 자중씨는 진(陳)나라 의 귀족인가? 귀족이면서 무풍(巫風)을 숭상하였기 때문에 더욱 기롱한 것일 텐데, 참으로 그런지 모르겠다.

[김달순이 대답하였다.]

씨(氏)와 성(姓)을 든 것은 귀족인 것을 밝히려고 해서입니다. 귀족이면서 자주 길에 모여드는 것은 더욱 풍자할 만합니다.

‘악초(握椒)’에 대하여 《집전》에서는 “초(椒)는 향기 나는 식물이다.” 하였다. 초는 과연 어떤 식물인가? 지금의 호초(胡椒)와 같은 종류인가?

[김달순이 대답하였다.]

초의 종류는 매우 많으니, 촉초(蜀椒), 진초(秦椒), 단초(丹椒), 대초(大椒), 호초(胡椒) 같은 것들이 있습니다. 요컨대 모두 매운 성질과 향기로운 맛이 나 여자의 덕(德)에 비할 수 있습니다.

[이상은 진풍 동문지분편(東門之枌篇)에 대한 문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