陳風(진풍)

진(陳)은 나라이름으로, 태호(太皥) 복희씨(伏羲氏)가 머문 땅이다. 우공(禹貢) 예주(豫州)의 동쪽에 있었다. 땅이
넓고 평평하여 명산대천(名山大川)이 없어서 서쪽으로는 외방산(外方山)을 바라보고 동쪽으로는 맹제(孟諸)에 미치지 못한다. 호공(胡公) 만(滿)은 우순(虞舜)의 자손이다. 예전에
순이 평민의 신분이었을 때 요임금이 그의 두 딸을 처로 주어 규예(嬀汭)라는 곳에서 살게 했기 때문에 그 후손들은 규(嬀)를 성씨로 삼았다. 순임금이 죽자 천하는 우(禹)에게 넘어가 순의 아들 상균(商均)은 제후에 봉해졌다. 하왕조 때 상균의 나라는 없어지기도 했다가 다시
일어나기도 해서 은(殷)왕조 때에 이르게 되었다. 은의 주왕(紂王)을 토벌한
주무왕(周武王)이 순의 후손 중 규만(嬀滿)이라는 사람을 찾아 진(陳)에 봉하고 순의 제사를 받들도록 했다. 진나라의 봉지는 지금의 하남성
주구시(周口市) 동북(東北) 20키로의 회양시(淮陽市)다. 후에 진나라의 공자 경중(敬仲)이
제나라로 망명하여 제환공에 의해 전(田)에 봉해져 성씨를
전으로 삼았다가 그 후손들이 강씨를 대신하여 제나라를 차지했다.

춘추전국 시대 때 진(陳)나라는 진(晉)나라와 초(楚)나라 세력
사이에 끼어 위성국으로 전전하다가 기원전 479년 초나라에 의해 멸망당하고 그 땅은 초나라 땅에
병탄되었다. 전국시대 말기에 이르러 진나라의 침략을 받아 영도를 빼앗긴 초나라는 수도를 이곳으로 옮겼다.

宛丘(완구)

완구는 가운데가 움푹 파인 언덕이다. 이 시는 무녀(舞女)가
되어 춤을 추는 무당의 모습을 묘사했다. 『설문해자(說文解字)』에 “ 무(巫)는 축(祝)으로 여자는 능히 무형의 것을 받들어 모실 수 있음으로 춤을 추어
신을 강림하게 만들 수 있다.”라고 했다. 시의 자(子)는 무녀(巫女)를 지칭한다. 정현(鄭玄)의 『시보(詩譜)』에 “
자식을 갖지 못했던 태희(太姬)가 귀신을 불러오기 위해 무격(巫覡)을 시켜 노래를부르고 춤을 추게 하여 굿판을 즐겼다. 그래서 태희의 행위가 백성들 사이에 습속이 되어 전해지게 되었다.”라고
했다. 즉 진(陳)나라
백성들 사이에 춤을 추어 무당굿을 하는 풍속이 성행하게 되어 계절이 춥거나 덥거나를 막론하고 길거리에서 축도(祝禱)와 춤을 추며 굿판을 벌렸다. 『모서(毛序)』에 “완구는 황음무도한 진유공(陳幽公)을 풍자한 시”라고 했으나 근거 없는 설이다. 주희는 『시집전(詩集傳)』에서
“ 늘상 완구에 올라 유탕(遊蕩)하는 시중사람들 행태를 풍자했다. 진실된 언어로 정사에 믿음이 있어 능히 즐길 수 있었다.”라고 했다.

一

子之湯兮(자지탕혜)

그대의 방탕함이여!

宛丘之上兮(완구지상혜)

완구에서 노니는도다!

洵有情兮(순유정혜)

진실로 정에 이끌려 하는 짓이겠지만

而無望兮(이무망혜)

위의를 잃어 무망한 일이로다!

부(賦)다. 자(子)는 유탕(遊蕩)하는 사람이다. 탕(湯)은 방탕함이다. 주위가 높은 언덕으로 둘러싸이고 가운데가 낮은 곳을 완구(宛丘)라 한다. 순(洵)은 진실된 마음이고, 망(望)은 사람들이 첨망(瞻望)하는
모습이다.

항시 완구(宛丘) 위에서 유탕(遊蕩)하는 이 사람을 보고 국인들이 풍자한 노래다. 비록 정사(情思)가 있어서 즐길 수 있음직 하지만 위의(威儀)를 첨망(瞻望)할 수 없음을 말했다.

청대의 시경학자 마서진(馬瑞辰)은 그의 저서『모시전잔통석(毛詩傳箋通釋)』에서 망(望)은 망제(望祭)라고 했다. 망제는
멀리서 바라보고 지내는 제사라는 뜻이다. 망제는 교제(郊祭)와 함께 지내는 제사인데 교제는 하늘에, 망제는 희생동물과 기장을
제물로 바쳐 산천(山川)과 일월성신(日月星辰)에 지내는 제사다.

二

坎其擊鼓(감기격고)

둥둥 북을 치도다!

宛丘之下(완구지하)

완구 밑에서

無冬無夏(무종무하)

겨울도 없이, 여름도 없이

値其鷺羽(치기로우)

황새 깃 꽂고서

부(賦)다. 치(値)는 식(植)으로 꽂는 행위다. 로(鷺)는 용서(舂鉏)로, 지금의 로사(鷺鷥)다.
즉 흰 몸통에 긴 털이 머리 위에 수십 개가 있는 해오라기다. 우(羽)는 해오라기 깃으로 만든 일산(日傘)이니, 춤추는 사람이 잡고 지휘하는데 사용한다. 무시로 나가 놀아 여기에서 북치고 춤추는 행위를 말한다.

三

坎其擊缶(감기격부)

또닥 또닥 질장구 치도다!

宛丘之道(완구지도)

완구로 가는 길에서

無冬無夏(무종무하)

겨울도 없이 여름도 없이

値其鷺翿(치기로도)

깃일산을 땅에 꽂고 놀도다!

부(賦)다. 부(缶)는 질그릇으로, 음악을 연주할 수 있는 악기로도 쓰인다. 도(翿)는 새 깃으로 만든 일산이다.

宛丘 三章이니, 章 四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