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는 춤을 추는 무사(舞師)를 보고 애모의 정을 갖게 되는 어느 한 여인의 노래다.《모서(毛序)》에「『간혜(簡兮)』는 현인을 임용하지 않은 위나라 군주를 풍자했다. 위나라의 현인이 하급 무사(舞師) 벼슬을 하고 있었으나 그의 재주와 능력은 왕을 보좌할 수 있는 인재였다.」라고 했다. 《삼가시(三家詩)》역시 《모서》의 설을 따랐다. 그러나 이 시의 전편을 깊이 음미해 보면 오로지 찬미한 말투뿐이고 오히려 풍자하는 의미를 담고 있는 말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다. 이 시의 주제인 만무(萬舞)는 춤 이름으로 문무(文舞)와 무무(武舞)의 총칭이다. 문무는 피리[약(籥)]와 꿩깃[적(翟)]을 잡고 추기 때문에 약무(籥舞) 혹은 적무(翟舞)라고 한다. 그래서 이 시에서 ‘궁궐의 뜰에서 만무를 추는데[公庭萬舞(공정만무)], 왼손에는 피리 쥐고[左手執籥(좌수집약)], 오른 손에는 꿩 깃털 잡았네[右手秉翟(우수병작)]’라고 읊었다. 즉 문무는 왼손에는 피리를 쥐고 오른 손에는 뀡깃털을 잡고 추는 춤이고, 무무(武舞)는 왼손에는 간[干 : 방패]을 오른손에는 척[戚 : 도끼]를 잡고 추는 춤이다. 만무는 종묘의 제사를 지낼 떼 추기도 하는데 『상송(商頌)·나(那)』에서는 성탕(成湯)을 제사 지낼 때 추었고, 『노송(魯頌)·비궁(閟宮)』에서는 주공(周公)의 제사에 추었다. 문일다(聞一多)는 그의 저서《신화여시(神話與詩)》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좌전(左傳)』 은공(隱公) 5년 기사에 ‘중자(仲子)의 궁궐 낙성식에 만무(萬舞)를 추게 하려고 했다.’ 중자는 은공의 조모(祖母)로 그 궁궐의 낙성식에 만무를 추게 하려고 했던 일은 만무(萬舞)와 여인과는 특수한 관계임을 알 수 있다. 그리고《좌전》 장공(莊公) 28년의 기사에 ‘초나라 영윤(令尹) 자원(子元)이 문부인을 유혹하기 위해 궁궐 옆에 공관을 짓고 만무를 추게 했다.’라고 했다. 《패풍(邶風)》『간혜』에 ‘方將萬舞(방장만무)[만무 춤을 추려고 하는도다!, 公庭萬舞(공정만무) [궁정에서 춤을 추네]라고 하고, 또 云誰之思(운수지사)[누구를 그리워 하는가?], 西方美人兮(서방미인혜)[서토의 미인이여!]라는 구절로 보아 남녀가 서로 애모하는 애정시에 속한다. 만무를 보고 생긴 애모의 감정은 상대를 유혹하는데는 춤이 더욱 효과적이라는 사실으 알 수 있다. 」문일다의 고증이 시의에 보다 가깝다고 하겠다.
이 시의 뛰어난 점은 감정의 뜨거움과 솔직함에 있다. 앞의 세 연은 무사의 공연을 객관적으로 묘사하고 있지만, 글의 행간에는 칭찬의 감정이 가득 담겨 있다. 마지막 연에서는 무사에 대한 애정을 숨김없이 드러내고 있으며, 특히 마지막 두 구절은 반복적인 찬가로서 읽는 이로 하여금 ‘감정을 억제할 수 없는 상태’를 강하게 느끼게 한다. 역대의 『시경』 주석가들은 『모서(毛序)』의 “현인을 쓰지 않은 위나라를 풍자함”이라는 해석에 영향을 받아 이 시의 예술적 특징을 왜곡되게 해석해 왔다. 오개생(吳闓生)의 『시의회통(詩義會通)』은 이 시가 “극도로 슬픈 일[극상심사(極傷心事)」를 오히려 “뜻을 얻어 극도로 만족스럽다[極得意語]”라고 표현했고, 방옥윤의 『詩經原始』는 “마지막 장은 ‘의기롭게 멀리 떠올리며[慨然遐想], 세상을 초월한 포부를 지녔다[有高乎一世之志]”라고 해석했다. 이 두 사람의 오류는 『모서(毛序)』의 잘못된 해석을 그대로 답습한 데에 있다.
一
簡兮簡兮(간혜간혜)
씩씩한 저 무사(舞師)여
方將萬舞(방장만무)
만무춤을 추려고 하는도다!
日之方中(일지방중)
해는 떠서 중천인데
在前上處(재전상처)
맨 앞 줄 윗자리에 섰다.
부(賦)이다. 간(簡)은 간이(簡易)하여 불공(不恭)하다는 뜻이다. 만무(萬無)란 모든 춤을 총칭하니 무무(武舞)에는 방패와 도끼를 쓰고 문무(文舞)에는 깃과 피리를 쓴다. 「일지방중(日之方中) 재전상처(在前上處)」는 밝게 드러나는 곳에 있음을 말한다.
○ 현자(賢者)가 뜻을 얻지 못하여 천한 악공이 되어 세상을 가볍게 여기고 마음 한구석에 방자한 면이 있었다. 그래서 말은 스스로 칭찬한 것 같으나 실제로는 자신의 낮은 처지를 한탄하며 스스로를 조롱했다.
二
碩人俁俁(석인우우)
늠늠한 저 대장부
公庭萬舞(공정만무)
궁정에서 춤을 추네
有力如虎(유력여호)
범같이 힘찬 몸에
執轡如組(집자여조)
실 잡듯 고삐 잡네
부(賦)다. 석(碩)은 머리가 큰 것이고 俣俣(우우)는 신체가 장대한 모양이다. 자(轡)는 강(韁)으로 말고삐다. 조(組)는 실을 짜서 만든 노끈으로 부드럽다는 뜻이니 말을 잘 모는 어자(御者)가 고삐를 다루는데 노끈 다루듯이 부드럽게 함이다.
○ 또 스스로 만무를 추는데 갖추지 않은 바가 없음을 자랑하니 앞 장이 뜻하는 것과 같다.
三
左手執籥(좌수집약)
왼손에는 피리 쥐고
右手秉翟(우수병작)
오른 손에는 꿩 깃털
赫如渥赭(혁여악자)
타는 듯 붉은 얼굴
公言錫爵(공언사작)
공께서 술잔을 내리셨네
부(賦)다. 약(籥)과 적(翟)을 잡고 추는 춤은 문무(文舞)다. 약(籥)은 퉁소와 같은데 구멍이 여섯 개이나, 혹자는 세 개라고도 했다. 적(翟)은 꿩의 꼬리이다. 혁(赫)은 붉은 모양이다. 악(渥)은 두텁게 담금이다. 자(赭)는 붉은색이니 그 안색(顔色)이 충만함을 말한다. 「공언석작(公言錫爵)」은 의례(儀禮)에 따라 연음(燕飮)할 때 악공에게 술잔을 내려주는 절차다.
○ 석인(碩人) 신분의 이 악공이 만무에서 예를 얻었다 함은 욕된 일이다. 그러나 오히려 공께서 친히 술잔을 하사하심을 영화로 생각하여 흡족한 마음이 되어 자랑하고 아름답게 여기니 이것 또한 공손하지 못하고 세상을 조롱하는 행위다.
四
山有榛(산유진)
산에는 개암나무
隰有苓(습유령)
늪에는 감초풀
云誰之思(운수지사)
누구를 그리워 하는가?
西方美人兮(서방미인혜)
서토의 미인이여
彼美人兮(피미인혜)
저 미인이여
西方之人兮(서방지인혜)
서토의 사람이로다.
흥(興)이다. 진(榛)은 밤나무와 흡사하나 열매가 작은 개암나무다. 하습(下濕)한 것을 습(隰)이라 한다. 령(苓)은 일명 대고(大苦)인데, 잎이 지황(地黃)과 비슷하니 지금의 감초(甘草)다. 「서방미인(西方美人)」은 가탁(假托)하여 하는 말로 주나라의 훌륭한 왕을 가리킨다. 『離騷(이소)』에서도 임금을 미인(美人)으로 지칭했다. 「서방지인(西方之人)」은 너무 멀리 있는 서토를 볼 수 없어 탄식한 말이다.
○ 현자(賢者)가 쇠락한 세상의 제후국에서 뜻을 얻지 못하자 융성한 주나라의 훌륭한 임금을 생각했으니 지니고 있는 뜻이 원대하다는 뜻이다.
簡兮 四章이니, 三章은 章 四句요 一章은 章 六句이다.
북송의 학인 장재(張載)가 말하기를 “녹 먹는 벼슬을 위해 관문을 지키고 딱따기를 친다면 오히려 그 직분에 공손하려니와 령관(伶官)이 되면 난장이와 광대의 사이에 섞여 공손하지 못함이 심할 것이다. 현자라고 칭할 수 있는 사람이 비록 그 행적이 이와 같으나, 그의 심중은 진실로 일반 사람보다 뛰어남이 있기 때문이요, 또 이것을 거두어 품에 감출 수 있었으니, 이 또한 현자이기 때문이다. 東方朔이 이와 비슷하다.”라고 했다.
2011-05-11 16:2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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