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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9-07-31 09:05:174439 
사마천과의 인터뷰-현인에게 길을 묻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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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사마천과의 인터뷰 - 최악의 정치는 국민과 싸우는 것

(한경-현인들과의 대화)




주나라 문왕은 갇힌 몸이 되어 '주역'을 지었다. 좌구명은 양쪽 눈이 먼 후에야 '춘추좌씨전'을 썼고 손빈은 다리가 잘리고 나서 병법서를 편찬했다. 발분저서(發憤著書),다시 말해 '가슴에 맺힌 한을 풀 수 없을 때 옛날 일들을 기록하고 미래에 희망을 얻기 위해 글을 남긴' 사례들이다. 사기(史記)의 저자 사마천(司馬遷) 역시 "나도 그들의 마음과 똑같았다"고 토로했다.




사마천은 48세의 나이에 한 개인으로선 고통을 감내하기 어려운 궁형(宮刑)을 받았다. 그는 결연한 죽음 대신 비루한 삶을 선택했다. 그리고 중국 역사상 최고로 평가받는 역사서를 펴냈다.




장구한 세월을 거슬러 기자를 맞이한 사마천은 "하늘이 미리 정해놓은 운명 같은 것은 없다"며 "역사를 바꾸는 인간의 자유의지를 세상에 알리고 싶어서 치욕스런 삶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사마천은 당대의 경제 전문가이기도 했다. 열전의 맨 마지막 부분에 해당하는 화식열전(貨殖列傳)과 평준서(平準書)에서 당시 한나라 경제상황을 꼼꼼히 기록했다. 관료적 경제체제의 문제점에 대해서도 비판의 칼날을 들이댔다. 월왕구천세가 등 사기 곳곳에 대부호들의 얘기를 담기도 했다. 사기가 경제사적 가치를 인정받는 이유이기도 하다.




사마천은 흉노와 싸우다 포로가 된 이릉이란 장수를 옹호하다 황제의 노여움을 샀다. 그래서 생식기능이 제거되는 궁형을 받았다. 바로 '이릉의 화(李陵之禍)'다. 생사를 넘나든 만큼 삶과 죽음을 바라보는 시각도 남다를 수밖에 없다.













▼절친한 벗 임안이 욕된 궁형 대신 차라리 죽음을 선택할 것을 권유했다고 들었습니다만.




"막상 죽음이 눈앞에 오자 이렇게 죽어가면 누가 날 알아주겠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네.억울하게 돌아가신 아버지의 한을 풀어 드리고 구차한 삶에 대해 변명이라도 하고 싶었다네."







▼그래도 고통이 컸을텐데요.




"잠실(蠶室:궁형에 처한 사람을 상처가 회복될 때까지 가둬 두었던 밀실)에 몇 달 동안 누워 있으면서 정말 많이 울었지.하지만 거세된 아픔보다는 세상사람들로부터 '비겁자'라고 손가락질 받는 것이 더 힘들었다네.게다가 난 억울한 누명까지 쓰지 않았는가. "







▼그렇군요. 그럼 사기의 백미(白眉)라고 불리는 열전(列傳) 70편 중 맨앞에 백이숙제(伯夷叔齊)편을 쓰신 것도 선생의 삶과 관계가 있습니까?




"좋은 질문이네.어쩌면 내가 사기를 통해 가장 하고 싶은 말이었는지도 모르지.하늘은 언제나 정의롭다고 얘기하는 사람도 있네.하지만 백이숙제의 죽음은 '과연 그러한가'에 의문을 던지게 만들지.사람들은 모두 자신의 이익만을 생각했지만 백이와 숙제는 항상 올바름을 위해 살았어.그래서 왕위를 사양하고 바른 길을 가려고 했지.그런데 결말은 뭔가. 끝내 굶어죽은 거지.그들의 삶과 죽음은 하늘의 도리가 항상 옳은지에 의문을 던지고 있는 것 아닌가 하네.결국 모든 일은 인간에 달려 있는 게 아닌가…."







▼예나 지금이나 삶이,세상이 한스러워 절망하는 이들도 많지 않습니까.




"(미소를 지으며) 죽는 것 자체가 어려운 일은 아니네.죽음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가 어려운 거지.그래서 죽음을 각오하면 용기가 넘치게 되고 못할 일이 없어지는 게야.죽음보다 더 큰 고통에도 불구하고 삶을 살아가는 게 진짜 용기지."




인도(人道)를 중시한 사마천의 역사관은 인간을 경제적 동물로 규정하고 경제적 이윤을 인간이 추구하는 본질적 욕망으로 봤다. 고결한 정신을 추구한 인물인 백이숙제편을 열전 맨앞에 쓰고 화식열전을 마지막에 써놓은 사마천의 뜻은 무엇일까. 결국 인간의 삶이 윤리와 먹고사는 문제 사이에서 모두 이뤄진다는 철학이 담겨 있다고 볼 수 있을 듯하다.







▼전 세계가 요즘 경제위기로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어떻게 보십니까.




"옛날에도 6년에 한 번씩 풍년이 들고 6년마다 한 번씩 가물며 12년마다 한 차례 흉년이 들었네.경제는 그렇게 돌고 돌아.지금 벌어지는 경제위기도 순환하는 과정에서 벌어진 것이며 때가 되면 다시 제자리로 돌아가게 될 것이야.다만 가뭄과 수재처럼 예기치 않게 찾아오는 위기에 미리 대비하는 자세가 필요하지."







▼경제위기에 각국 정부가 나서서 경기를 부양하겠다고 요란합니다.




"한 무제 때 상홍양이란 사람이 있었지.그는 피폐된 경제를 부흥시키겠다고 술과 철 등의 전매제를 실시하고 유통기구를 만들고 화폐를 통일했지.그래서 큰 권력도 얻었어.후세 사람들은 이를 보고 잘한 정책이라고 하기도 하는데 당시 복식이란 사람이 한 말이 생각이 나네.가뭄을 해결하기 위해 기우제를 지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자 그가 말했네."조세만으로 경비를 충당해야 하는데 상홍양이 관리를 시장에 내보내 이권을 추구하고 있다. 상홍양을 삶아 죽이면 하늘이 비를 내릴 것"이라고 말이야.국가가 위기에 나서는 것은 당연한 일일세.하지만 무리하게 민간의 영역까지 침범해서는 안 되네.국가가 할 일은 돈과 재화가 물 흐르듯 원활하게 해주면 되는 것일 뿐이야."







▼요즘 사람들이 돈을 최고의 가치로 보는 현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돈이 최고의 가치라고는 할 수 없네.하지만 사람은 각자 자신의 능력에 맞춰 있는 힘껏 노력해야 된다고 봐.경제적 풍요를 추구하는 것은 사람의 본능이라고 봐야지.탓할 일은 아니지.그뿐인가. 부는 사회 안정에도 중요하네.창고가 꽉 차야 예절을 알고 옷과 음식이 넉넉해야 존귀함을 생각한다는 말이 있어.그래서 예(禮)라는 것은 물질이 있는 데서 생겨나고 없는 데서 없어지곤 하지.무릇 보통사람들은 다른 사람이 자기보다 열 배 부자이면 그를 헐뜯고 백 배가 되면 그를 두려워하며 천 배가 되면 그의 일을 해주고 만 배가 되면 그의 하인이 되니 이것은 사물의 이치로 받아들여야 하네."







▼그렇다면 선생께서 생각하는 부자가 되는 비결은 무엇입니까.




"물건이 남아도는지 부족한지를 연구하면 값이 오를지 내릴지를 알 수 있네.또 물가가 오르면 언젠가 떨어지고 바닥까지 내려갈 정도로 싸지면 다시 비싸지게 되는 원리를 알아야지.그때 필요한 것이 선택과 결정이지.기회를 잡았을 때는 사나운 짐승이나 새가 먹이를 보고 행동하듯 민첩해야 하네.결단할 용기가 없으면 확실히 버리는 것도 방법이지."







▼마지막으로 정치 얘기를 좀 할까 합니다. 요즘 한국 정치권이 계속 소란스럽습니다.




"정치는 있는 듯 없는 듯 해야 돼.그래야 국가가 자연스럽게 굴러가거든.그말은 최고의 정치는 정부가 할일이 별로 없는 것이란 얘기도 되지.정치는 또 국민을 풍요롭게 만들어 줘야 해.그보다 낮은 수준의 정치가 백성들이 깨닫도록 가르치는 것이고 그것도 안되는 정치인은 백성들을 바로잡으려고 애쓰는 사람이지.가장 못하는 정치가 뭔줄 아는가? 백성들과 다투는 정치지.요즘 한국 정치의 수준이 어떤지는 더 잘 알 수 있는 것 아닌가. "




김용준 기자 juny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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