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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지 백번보다 사마천 한번 읽는 게 낫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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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지 백번보다 사마천 한번 읽는 게 낫다

[오마이뉴스 오승주 기자]




사마천과의 만남이 무척 운명적이었듯, 김영수 선생과의 만남 역시 갑작스러웠다. 이미 EBS에서 <사기와 21세기>라는 프로그램을 오랫동안 진행했던 터라 소문을 들었을 만도 한데 나는 사마천의 국내 전공자가 없다는 사실에 무척 목이 말라 있었다.










"삼국지를 10번은 읽어야 세상사를 논할 수 있다"는 저잣거리의 수사를 품에 안고 살기를 20여년 '사마천'이라는 생전 들어보지도 못한 사람의 역사서 <사기열전>으로 한문공부를 시작했다. 충격적인 인물을 여태 모르고 있었다니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당장 삼국지 따위를 버리고 사마천에 빠져들었다. 특히 지금도 흉노열전과 화식열전, 골계열전은 무척 현대적이며 세련미가 있다. 2000년도 전의 인물인데 말이다.










이런 매력적인 인물에 미친 사람이 이렇게 없을까. 사마천 연구자가 우리나라만큼 빈약한 곳이 또 있을까. 국내의 사마천 책은 번역서가 대부분이다. 김영수 선생에 의하면 그것도 사기열전에만 편중돼 있어서 사마천이 제대로 소개되지 않았다고 한다.










김영수 선생의 책 <난세에 답하다>를 보면서 평소 즐겨 읽던 사마천의 새로운 관점들을 알 수 있어서 무척 즐거웠는데, 오마이뉴스 스튜디오에서 생중계로 진행한 김영수 작가와의 대화에서는 책에서 읽지 못한 사마천의 심도 있는 해석방법과 현대에 영감을 얻을 수 있는 것들을 마구 얻어갔다. 좋은 작가와 만나면 좀처럼 자리를 뜨지 않는 성미에다가 출판사와의 남다른 친분(?) 때문에 김영수 작가와 밤늦게까지 사마천에 관한 이야기를 할 기회를 얻어서 무척 즐거웠다.










김영수 선생은 현장 찬미가이다. 박사 과정을 포기하고 중국에 들어갈 결심을 하고부터 지금까지 100여 차례 중국을 돌며 사마천의 흔적을 취재했다. 그의 정성이 얼마나 깊었던지 사마천의 고향인 중국 섬서성 한성시 서촌은 선생을 명예촌민이자 한성시홍보대사로 위촉할 정도였다.










사마천이 사기를 저술하면서 한나라 당대사 이전의 역사, 특히 춘추와 전국시대의 역사는 <전국책>과 <국어>의 내용을 원용했지만, 시민기자로서 내가 그를 가장 존경하는 부분은 그의 취재정신이다. 영웅의 후손을 만나보거나 고향으로 직접 찾아가 마을 사람들에게 물어서 역사에 기록하는 등 <사기>에는 사마천의 취재기가 곳곳에 배어 있다.










김영수 선생은 중국을 직접 오가며 취재를 하고 나면 사마천의 문장들이 더욱 깊게 다가오며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난세에 답하다>에는 김영수 선생이 직접 보고 들은 취재기가 많이 수록돼 있는데 창의적인 역사의 서술은 면밀한 자료조사와 현장 취재에서 나온다는 것을 나는 사마천과 김영수 선생을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사기>에 최초로 아로새긴 비밀

김영수 선생의 남다른 독법에 감탄을 자아낸 부분이 있었다. 그야말로 들으면서 무릎을 탁 쳤다. 지금 사기 본기와 세가, 열전을 펼쳐보며 확인작업을 하고 있는데 세 편명의 첫머리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사기본기의 첫머리는 <오제본기>, 세가는 <오태백세가>, 사기열전은 <백이숙제열전>이다. 모두 다른 사람에게 왕위를 양보한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중국사의 성군 요왕은 아들이 아니라 신하인 순왕에게 왕위를 물려주는 이른바 '선양'을 하게 되는데, 선양은 중국사에서 매우 고귀한 가치이다. 선양과 세습은 성인이 바라보면 매한가지이지만 범인의 관점에서는 하늘과 땅의 차이다. <오태백세가>는 동생에게 왕위를 물려주고 오랑캐 나라로 도망간 오태백의 이야기를 다룬다. <백이숙제열전>은 동생에게 왕위를 양보해 수양산에서 굶어죽은 고죽국의 왕족 백이와 숙제의 이야기다.




세 편을 뒤적거리며 '양보'라는 가치가 빛을 드러낸다. 김영수 선생은 이밖에도 사마천의 사기는 무척 신비스러운 안배가 숨어 있다고 한다.







꿈보다 해몽이 더 마음에 드는 경우도 있었다. 김영수 선생은 골계열전을 사기 중에서도 가장 아름다운 편명 중에 하나로 꼽는데, 그것은 바로 '유머'의 가치를 알기 때문이다. 노벨상 수상자들과 하버드 학생들의 공통점은 유머를 구사할 줄 안다는 데 있다. 창조적 정신과 드높은 교양은 유머를 통해서 나오는데, 유머가 없는 사람일수록 진취적이지 못하다.




몇 년 전 블레어 영국 총리가 '부시의 푸들'이라는 별명으로 곤욕을 치르던 시기에 공교롭게 부시와 블레어가 공동 기자회견을 하게 되었다. 짓궂은 기자가 부시에게 "블레어가 당신의 푸들이라고 하는 말을 알고 있습니까?"라고 물었다. 블레어가 옆에서 끼어들며 "Yes라고 말하지 말아 주세요. 그렇게 된다면..." 기자들이 웃었다. 부시는 정색하며 "블레어 총리는 나의 소중한 친구이지 절대로 푸들이 아니다"라고 대답했다. 기자회견장은 순간 멍한 분위기가 되었다.




국가 지도자가 무능한 것은 그런 대로 참을 만한 일이지만, 국가 지도자가 유머가 없다는 것은 도저히 참을 수 없는 일이다. 우리나라 대통령이 <개그콘서트>라도 보면서 억지 유머라도 키웠으면 얼마나 좋을까. 골계열전에서 사마천은 두 번이나 찬평을 하는데 시경이나 서경 등의 육예뿐만 아니라 골계미 넘치는 은밀한 말 속에도 이치에 맞는 것이 있어 이것으로 얽힌 것을 풀 수 있으니 위대하지 않느냐고 말했다. 김영수 선생은 이를 이렇게 해석했다.




세상사가 예의범절만으로 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다른 무언가가 필요한데 그것이 바로 유머다.




김영수 선생이 극찬을 아끼지 않은 편명은 열전의 맨 마지막 편인 <화식열전>이다. 사마천이 넣을까 말까 고민한 흔적이 역력한 배치다. 아니나 다를까 <화식열전>으로 인해 사마천은 후대 사가들에게 엄청난 비난을 받아야 했는데, 그 중 가장 심하게 평가한 사람은 <한서>를 엮은 반고다. 사리사욕의 문제를 역사책에 다뤘다고 '탐욕'이라는 글자까지 써서 비난했다는 것이다.










김영수 선생은 <화식열전>이 지금까지 살아남은 것은 거의 기적에 가깝다고 혀를 내둘렀다. <화식열전>은 경제와 사람의 함수관계를 가장 정확히 지적했다는 것이 김영수 선생의 평가다. 그것은 화식열전의 한 구절을 꺼내봐도 알 수 있다.




"천금을 가진 부잣집 자식은 저잣거리에서 죽지 않는다."(화식열전, 중국속담)




현 정부, 국민, 재벌 CEO에 대한 따끔한 지적들




▲ <난세에 답하다>는 현대사회가 새겨들어둘 만한 키워드만을 뽑아 사마천의 사기를 풀어쓴 이야기책이다. 사마천에 대해서 좀 더 심도 있는 담론을 원하는 욕심 많은 독자라면 김영수 작가의 <역사의 등불 사마천, 피로 쓴 사기>(창해)를 권한다.


"우리 스스로가 왕조를 극복해내지 못하면서 어떻게 현대사의 비극을 운위할 수 있을까요?"




김영수 선생이 뭇 사람들에게 내리는 정직한 진단이다. 역사 민주화에 한해서 우리는 중국만도 못하다고 비판했다. 중국은 당태종이라는 왕호를 버리고 이세민이라는 실명을 쓴 지 오래 되었다. 하지만 우리는 아직도 세종대왕을 '이도'라고 부르지 못하고, 정조 대왕을 '이산'이라고 부르지 못한다. 그나마 '이산'이라고 부를 수 있는 것은 드라마 때문일 것이다.




김영수 선생은 간신에 관한 책을 두 권이나 출간했지만, 정작 우리나라 간신에 관한 책을 내려고 했을 때 선뜻 나서는 출판사가 없었다고 술회했다. 그것은 우리가 역사에 대한 민주화를 이루지 못했기 때문이다. 한국학 중앙연구원에서 실제로 있었던 일인데, 조선시대의 인물계보에 관한 역사를 추적하던 한 학자가 괴한에게 린치를 당했다. 감히 자신의 조상의 뒷조사를 한다는 게 이유였다. 그는 이것이 우리나라의 현주소라고 씁쓸하게 말문을 이어갔다.




그는 정직이 학문의 전부라고까지 말했다. 대통령 선거에서 특정 후보에게 몰표를 주고, 뉴타운 총선에서 특정 정당에게 몰표를 주면서도 자신이 뽑은 사람들을 욕하는 모순과 이중성이 어떤 무게 있는 비판을 만들어낼 수 있는가 하고 토로했다. 그는 한국인들이 못된 이중심리를 가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리더의 자질을 기대하면서도 정작 자신은 리더를 보필하고자 하는 생각이 없고, 리더의 리더십에만 편승하려는 무척 이기적인 사고방식이 현재 한국인들의 정서에 깔려 있다는 것이다.







사마천의 사기열전이 리더십의 경전이 될 수 있었던 까닭은 리더십과 동시에 펠로우십(fellowship)을 꺼내들고 있기 때문이다. 펠로우십의 가장 전형적인 인물은 '포숙아'다. 관중을 처형하려는 제환공의 마음을 바꾸어 재상으로 기용하게 하여 제나라를 반석 위에 올려 놓은 것은 관중의 리더십이 아니라 포숙아의 펠로우십이 조화를 이루었기에 가능했다.







현 정부의 정직하지 못함도 아울러 꺼내들었다. 정치인을 내각에 임명하지 않을 것이라고 언명해놓고 이달곤 국회의원을 행안부 장관으로 내정한 것은 상상치도 못할 거짓이라고 경악했다. 청와대와 여권의 해명은 더욱 말문이 막힌다. 국회의원을 했지만 평생 연구자로 있었기 때문에 이달곤 국회의원을 정치인으로 볼 수 없다는 것이다. 김영수 선생은 더 말을 잇지 않았다.




이어진 술자리에서 말과 언로에 대한 진귀한 답변을 들은 것은 빼놓을 수 없는 진국이다. 말이 통하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말의 격을 세우는 것이 아니냐는 질문에 대해서 CEO들의 학습 태도를 지적하며 말의 저급화를 지적했다. CEO들을 상대로 강연을 하고 나면 꼭 마지막에 '요약'을 해달라는 게 그들의 습관이라는 것이다. 파워포인트 같은 단순명쾌한 요약자료에 익숙해진 그들은 오의(奧義)라는 말과는 너무나 떨어져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찌 CEO들뿐이랴. 솔직히 나는 <난세에 답하다>가 너무 대중적이고 쉽게 쓰여진 것에 불만을 토로했는데, 책에 대한 리뷰를 분석한 편집자에 의하면 "책이 너무 어려운데 좀더 쉬운 개설서를 써달라"는 문의가 끊이지 않고 있다고 한다. 우리 자신의 허물은 생각하지도 않으면서 누군가 나서주기를 바라고 뭔가 좋게 바뀌기를 바라기만 하는 무책임함이 대한민국을 유령처럼 떠다니고 있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을 때의 비감함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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