卷阿(권아)

- 굽은 큰 언덕 -

모서(毛序)는 이 시 역시 소강공(召康公)이 성왕(成王)에게 경계를 주기 위해 부른 노래라고 했고 주희도 또한 소강공이 성왕을 호종하여 큰 언덕으로 나가 놀면서 이 시를 지어 경계한 시라고 했다. 그러나 이 시의 내용에는 왕을 경계한 뜻이 없고 오히려 왕이 놀이할 때 부르는 경사스러운 노래다.

其一

有卷者阿(유권자아)

굽은 큰 언덕 위로

飄風自南(표풍자남)

남쪽에서 불어오는 회오리바람

豈弟君子(기제군자)

즐겁고 편안하신 군자님

來游來歌(래유래가)

와서 노시고 와서 노래 부르시니

以矢其音(이시기음)

나도 이 노래를 지어 군자님께 바치네

부다. 권(卷)은 굽어 있는 모습이고 아(阿)는 큰 언덕이다. 군자(君子)는 왕을 지칭한다. 시(矢)는 펼침이다.

其二

伴奐爾游矣(반환이유의)

군자님께서 태평하게 노시고

優游爾休矣(우유이휴의)

한가하게 쉬시네

豈弟君子(기제군자)

즐겁고 편안하신 군자님

俾爾彌爾性(비이미이성)

오래도록 장수하시어

似先公遒矣(사선공주의)

조상의 사업 더욱 이으시라!

부다. 반환(伴奐), 우유(優游)는 모두 한가하다는 뜻이다. 이(爾)도 역시 군자와 함께 왕을 지칭하는 말이다. 미(彌)는 종(終)으로 마침이다. 성(性)은 명(命)과 같다. 주(遒)는 노시에 추(酋)로 되어 있고 종(終) 혹은 완성(完成) 함이다.

○“네가 이미 반환(伴奐)하고 우유(優游)한다.”라 말하고, 또 불러서 고하기를 “너로 하여금 수명(壽命)을 마쳐서 선군의 사업을 모두 훌륭하게 이어 받아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 장부터 4장 까지는 모두 소명과 복록이 성함을 말하여 마음을 넓혀 감동하도록 했고 5장 이후부터는 수명과 복록을 이루게 된 연유를 고했다.

其三

爾土宇昄章(이토우판장)

군자님 다스리는 나라의 토지와 인구는

亦孔之厚矣(역공지후의)

광대하고 또한 많네

豈弟君子(기제군자)

즐겁고 편안하신 군자님

俾爾彌爾性(비이미이성)

오래도록 장수하시어

百神爾主矣(백신이주의)

온갖 신령이 군주님을 주인으로 삼으리

부다. 토우(土宇)는 강토(疆土)이고 판장(昄章) 인구를 기록한 호적이다.

○“너의 강토는 넓고 인구는 많아 너로 하여금 종신토록 항상 천지(天地)·산천(山川)·귀신(鬼神)의 주인이 되게 하셨다.”

其四

爾受命長矣(이수명장의)

누리시는 수명 길고 길어

茀祿爾康矣(불록이강의)

복록 또한 모두 모이리

豈弟君子(기제군자)

즐겁고 편안하신 군자님

俾爾彌爾性(비이미이성)

오래도록 장수하시어

純嘏爾常矣(순하이상의)

큰 복을 항상 누리시리

부다. 불(茀)·하(蝦)는 모두 복록(福祿)이다. 상(常)은 항상 흠향(歆饗)함이다.

其五

有馮有翼(유풍유익)

의지하고 보좌하고

有孝有德(유효유덕)

효도하고 덕이 있어

以引以翼(이인이익)

인도하고 도와드리면

豈弟君子(기제군자)

즐겁고 편안하신 군자님

四方爲則(사방위칙)

천하가 본보기로 삼으리!

부다. 풍(馮)은 의탁할 수 있음을 말하고 익(翼)은 보좌할 수 있음을 말한다. 효(孝)는 양친을 모시는 일에 능함을 말하고 덕(德)은 자기에게서 얻은 바를 이름이다. 인(引)은 그 앞에서 인도함이고, 익(翼)은 그 좌우에서 돕는 것이다. 동래인 여조겸이 말했다.

“현자(賢者)의 행실은 반드시 효와 함께 덕을 지니고 있다. 남의 군주가 된 사람이 상항 자상(慈祥)하고 독실한 사람과 함께 지내면 좋은 단서는 흥기(興起)하고 덕성을 함양시켜 조급한 성질을 진정시키고 그 사특한 마음을 녹여서 날로 고치고 다달이 변화시키는 일은 언어(言語)의 사이에만 있지는 않을 것이다.”

○“현인을 얻어서 스스로 보필함이 이와 같다면 그의 덕은 날로 닦아져 천하의 법도가 될 것이다. 이 상 이하는 바로 앞장의 복록이 생긴 이유를 설명한 것이다. ”

其六

顒顒卬卬(옹옹앙앙)

존엄하고 위엄하시니

如圭如璋(여규여장)

규(圭)와 장(璋)처럼 아름답구나 !

令聞令望(영문영망)

어진 소문, 높은 덕망 자자하니

豈弟君子(기제군자)

즐겁고 편안하신 군자님

四方爲綱(사방위강)

천하의 법도 되시리!

부다. 옹옹앙앙(顒顒卬卬)은 존엄한 모습이고 여규여장(如圭如璋)은 순결(純潔)한 모습이다. 영문(令聞)은 훌륭한 평판이고 영망(令望)은 법도로 삼을만한 위의(威儀)다.

○ 앞장을 이어서 효덕(孝德)스러운 사람의 도움을 얻어 의지하고 보필을 받는다면 그 위의는 천하의 강령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其七

鳳凰于飛(봉황우비)

봉황새 높이 날며

翽翽其羽(홰홰기우)

그 날개 펄럭펄럭 퍼덕이다가

亦集爰止(역집원지)

여기저기 나뭇가지에 앉아 쉬네

藹藹王多吉士(애애왕다길시)

수 없이 많은 군자님의 어진 신하들,

維君子使(유군자사)

군자님의 부림을 받으니

媚于天子(미우천자)

군자님을 사랑하네

흥이다. 봉황(鳳凰)은 영험스러운 새로 수컷을 봉(鳳)이라 하고 암컷을 황(凰)이라 한다. 홰홰(翽翽)는 새가 푸덕푸덕 날개치는 소리다. 정초(鄭樵)의 “당시에 봉황이 나타나 이를 비유로 삼은 것이다.”라고 한 말은 그 때 나타난 봉황으로 인하여 비유를 삼았음이다. 애애(藹藹)는 수효가 많음이다. 미(媚)는 순하고 사랑하는 행위다.

○봉황이 난다면 그 날개를 홰홰(翽翽)하여 그쳐야 한 곳에 모이고, 왕의 주변에 애애(藹藹)하게 어진 선비가 많다면, 이들이 모두 왕의 부리는 바가 되어 모두다 순하고 사랑하게 됨이다. 이미 군자(君子)라 말하고 또 천자라고 말했으니 “왕우출정(王于出征) 이좌천자(以佐天子)”라고 말한 이치와 같다.

其八

鳳凰于飛(봉황우비)

봉황새 높이 날며

翽翽其羽(홰홰기우)

그 날개 펄럭펄럭 퍼덕이다가

亦傅于天(역부우천)

하늘 높이 날아가네

藹藹王多吉士(애애왕다길사)

수 없이 많은 군자님의 어진 신하들,

維君子命(유군자명)

군자님의 명을 받으니

媚于庶人(미우서인)

백성들을 사랑함이네

흥이다. 미우서인(媚于庶人)은 백성에게 순애(順愛)함이다.

其九

鳳凰鳴矣(봉황명의)

봉황새가 우네

于彼高岡(우피고강)

저 높은 언덕에서 우네

梧桐生矣(오도생의)

오동나무 자라나는 곳

于彼朝陽(우피조양)

저 양지녁이네

菶菶萋萋(봉봉처처)

오동잎 싱싱하게 우거진 곳에서

雝雝喈喈(옹옹개개)

봉황새의 화락한 울음소리 들여오네

비다. 산의 동쪽을 조양(朝陽)이라 한다. 봉황(鳳凰)의 성질은 오동나무가 아니면 깃들지 않고 대나무 열매가 아니면 먹지 않는다. 봉봉처처(菶菶萋萋)는 오동나무가 무성하게 자란 숲의 모습이고 , 옹옹개개(雝雝喈喈)는 봉황새 오는 소리가 화락함이다.

其十

君子之車(군자지거)

군자님이 거느린 수레

旣庶且多(기서차대)

참으로 많기도 하네

君子之馬(군자지마)

군자님을 따르는 말

旣閑且馳(기한차치)

가는 길 익숙하여 잘도 달리네

矢詩不多(시시부다)

지은 시 얼마 되지 않으나

維以遂歌(유이수가)

마침내 노래를 이어 부르네

부다. 오동나무 숲이 봉봉처처(菶菶萋萋)하면 봉황새의 울움소리가 옹옹개개(雝雝喈喈)하다. 군자의 거마는 이미 많고 잘 길들여졌다고 한 뜻은 “이 또한 천하의 현자를 높이 받들만 하니 그 수효가 많다고 싫어하지 말라!”라고 말하는 것과 같다. 수가(遂歌)는 왕(王)의 노래를 받아 신하가 계속 이어 부르는 서경(書經)의 갱재가(賡載歌)’와 같은 말이다.

卷阿 十章이니, 六章은 章 五句요 四章은 章 六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