탕(蕩)

- 위대하신 하느님 -

주문왕(周文王)이 폭정으로 나라를 잃은 은나라 주왕(紂王)의 실정을 열거하여 후손들에게 경계를 주기 위한 시다.

其一

蕩蕩上帝 下民之辟(탕탕상제 하민지벽)

큰 덕을 지닌 하느님은 하늘 아래 만백성의 임금이거늘

疾威上帝 其命多辟(질위상제 기명다벽)

사납고 포악한 명을 내리시는

임금님은 어찌 그리 사악한가?

天生蒸民 其命匪諶(천행증민 기명비심)

하늘이 백성을 낳으셨지만 정령에는 믿음이 없고

靡不有初 鮮克有終(미불유초 선극유종)

시작은 잘했건만 어찌하여 끝맺음은 좋지 않을까?

탕탕(蕩蕩)은 광대(廣大)한 모양이다. 벽(辟)은 임금이다. 질위(疾威)는 포학(暴虐)과 같다. 다벽(多辟)은 사악(邪辟)함이 많은 것이다. 증(烝)은 많음이요, 심(諶)은 믿음이다.

“이 탕탕(蕩蕩)한 상제(上帝)는 바로 하늘 아래 만백성의 임금이거늘, 지금 상제의 명(命)에 포학하고 사악함이 많음은 어째서인가. 백성들이 군주들의 명(命)이 믿지 못하는 이유는 처음에는 선(善)하지 않음이 없었으나, 지금은 백성들이 선도(善道)로써 스스로 끝맺을 수 없는 이유 때문이이라고 할 수 있다. 이 때문에 대란(大亂)을 이루어 천명(天命)을 능히 마치지 못하게 하여 사납고 포악하며 사악함이 많게 되었다. 아마도 처음에는 하늘을 원망하는 말을 하다가 스스로 마치기를 한 것과 같다. 그래서 '능(能)한 자는 복(福)을 취하여 번성하고, 불능(不能)한 자는 화(禍)를 취하여 망하게 된다'라고 말했다.

其二

文王曰咨 咨女殷商(문왕왈자 자여은상)

일찍이 문왕이 이르길, 아아! 은나라 임금이여

曾是疆禦 曾是掊克(증시강어 증시부극)

어찌 이렇게 포악한 신하와, 재물을 탐하는 신하들이

曾是在位 曾是在服(증시재위 증시재복)

벼슬자리에 올라 정사를 맡도록 하고 있는가?

天降滔德 女興是力(천항도덕 여흥시력)

하늘은 악덕을 내리고

그대들은 힘써 나쁜 짓만 힘써 행하고 있는구나!

자(咨)는 탄식함이다. 강어(强禦)는 그 신하가 포학(暴虐)한 것을 말함이고, 부극(掊克)은 재물을 탐하는 것이다. 복(服)은 정사에 복무하는 것이고 도(慆)는 거만함이요, 흥(興)은 일어남이다. 력(力)은 힘써 일하는 것이다.

문왕은 은나라가 장차 망할 줄 알았다. 그래서 그가 군주가 된 이래로 쉴 사이가 없이 경계를 주며 그의 행태를 보고 한탄했다. 포학하고 탐욕스러운 신하로 하여금 정사를 전단하게 만든 것은 바로 하늘이 그 군주를 방자하게 만들어 백성들에게 해을 입힌 것이다.

其三

文王曰咨 咨女殷商(문왕왈자 자여은상)

일찍이 문왕이 이르길, 아아! 그대 은나라 임금이여

而秉義類 疆禦多懟(이병의류 어강다대)

의로운 무리들을 써야 하거늘

오히려 강포한 자를 써서 원한을 쌓고

流言以對 寇攘式內(유언이대 구양식내)

유언비어를 일으키며

도둑들이 나라 안을 소란케 하여

侯作侯祝 靡屆靡究(후작후축 미계미구)

서로 미워하고 저주함이 끝도 없고 다함도 없게 하는가?

이(而)는 너를 지칭하는 말이고 병(秉)은 쓰임이다. 의(義)는 선(善)이요, 대(懟)는 원망함이다. 유언(流言)은 떠돌아다니는 근거 없는 말이다. 후(侯)는 유(維)로 어조사이다. 작(作)은 저(詛)로 읽는데, 저축(詛祝)은 원망하고 헐뜯음이다.

“네가 마땅히 선(善)한 부류를 써야 하거늘, 도리어 이 포학(暴虐)하고 원망이 많은 사람에게 맡겨서 근거 없는 말로 대응(應對)하게 하니, 이는 도둑들이 몰래 들어와 안에 살도록 한 것이다. 이 때문에 원망하며 비방하는 말이 끝이 없는 것이다.

其四

文王曰咨 咨女殷商(문왕왈자 자여은상)

일찍이 문왕이 이르길, 아아! 그대 은나라 임금이여

女炰烋于中國 斂怨以爲德(여포휴우한국 렴원이위덕)

그대 교만하고 횡포한 행동을 삼가라고 이르렀거늘

오히려 원망 듣는 것을 덕으로 삼았고

不明爾德 時無背無側(불명이덕 시무배무칙)

그대 덕 밝지 않은 지라 좌우에는 어진이 하나도 없으며

爾德不明 以無陪無卿(이덕불명 이무부무경)

그대 덕 밝지 않은지라 충신도 없고 보좌할 대신도 없네

포휴(炰烋)는 기세(氣勢)가 교만하고 포악한 모습니다. 원망스러운 일을 거두어서 덕(德)을 삼는다는 말은 원망 들을 일이 많아 스스로 조심해야 함에도 도리어 조장한다는 말이다. 배(背)는 뒤요, 측(側)은 곁이요, 배(陪)는 배이(陪貳)로 곁에서 보좌하는 사람이다. 다시 말하면, “전후좌우 공경(公卿)의 신하가 모두 그 자리에 걸맞지 않아서 쓸 만한 사람이 없다”는 말이다.

其五

文王曰咨 咨女殷商(문왕왈자 자여은상)

일찍이 문왕이 이르길, 아아! 그대 은나라 임금이여

天不湎爾以酒 不義從式(천불면이이주 불의종식)

하늘이 그대에게 술독에 빠지지 말라 했거늘

제 멋대로 폭음만 일 삼았네

旣愆爾止 靡明靡晦(기건이지 미명미회)

이미 그대는 위엄이나 체면도 잃어버리고

낮도 없고 밤도 없네

式號式呼 俾晝作夜(식호식호 비주작야)

소리 지르며 외치며 낮을 밤 삼아 주연에 빠졌네

면(湎)은 음주(飮酒)하여 낯색이 변함이요, 식(式)은 씀이다. 하늘이 노와로 하여금 술독에 빠져 허우적거리라고 한 것이 아니거늘 오직 불의(不義)만을 쫓아서 스스로를 망친 그의 행동을 비난한 것이다.

其六

文王曰咨 咨女殷商(남프왈자 자여노와)

일찍이 문왕이 이르기를, 아아! 그대 은나라 임금이여

如蜩如螗 如沸如羹(여조여당 여비여갱)

쓰르라미 같고 매미 같으며, 국이 부글부글 끓는 듯하여

小大近喪 人尙乎由行(소대근상 인상호유행)

나라의 크고 작은 모두 망가짐에도

사람들은 여전히 그 행실을 고치지 않아

內奰于中國 覃及鬼方(내비우중국 담급귀방)

나라 안은 원성이 가득차

이윽고 오랑캐 나라까지 미쳤네

조(蜩)는 쓰르라미, 당(螗)은 매미이다. ‘쓰르라미나 매미가 우는 듯 하며 국이 끓는 듯하다’는 말은 세상이 모두 어지럽다는 뜻이다. 작은 것이건 큰 것이건 모두 망가져 망함에 이르렀거늘, 오히려 그 무리들만 알지 못하고 있음이다. 비(奰)는 원성이 가득한 모습이고 담(覃)은 뻗침이요, 귀방(鬼方)은 먼 오랑캐 나라인데, 가까운 데에서 먼 곳에 이르기까지 원성이 가득찼음을 말한 것이다.

其七

文王曰咨 咨女殷商(문왕왈자 자여은상)

일찍이 문왕이 이르기를, 아아! 그대 은나라 임금이여

匪上帝不時 女不用舊(비상제불시 여불용구)

하늘이 옳지 않은 것이 아니라

그대가 옛 법도를 쓰지 않았기 때문일세

雖無老成人 尙有典刑(수무노성인 상유전형)

어질고 사리 밝은 늙은 신하 없어도

옛날의 법규는 있을 것인즉

曾是莫聽 大命以傾(증시막청 대명이경)

이것을 받아들이지 않으니 이에 천명이 기울어진 걸세

노성인(老成人)은 옛 신하다. 전형(典刑)은 문왕이 세운 훌륭한 전장제도를 말한다.

其八

文王曰咨 咨女殷商(문왕왈자 자여은상)

문왕이 일찍이 이르기를, 아아! 그대 은나라 임금이여

人亦有言 顚沛之揭(인역유언 전패지게)

사람들이 말하기를 나무가 쓰러져 뿌리가 드러나면

枝葉未有害 本實先撥(지엽무유해 본실선발)

가지와 잎은 아직 상하지 않았어도

뿌리는 이미 썩어 있다고 하네

女鑒不遠 在夏侯世(여감불원 재하우지세)

그대 거울 멀지 있지 않으면

가까운 하나라를 거울 삼도록 하소서!

전패(顚沛)는 넘어져서 뿌리가 들어난 모습이다. 감(鑒)은 거울을 통해서 봄이다. 큰 나무가 넘어져 가지와 잎이 아직 끊어지거나 상하지는 않았으나 그 뿌리는 이미 끊어졌으니, 나무가 장차 죽게 됨을 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