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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7-05-09 22:31:303221 
연진참희(演陣斬姬)
운영자
일반

합려가 오원을 쳐다보며 말했다.

“ 이 병법을 보니 손무 선생은 진실로 하늘과 땅의 이치에 통달한 재사(才士)인 것 같습니다. 단지 과인의 나라는 병사들의 수효는 적고 장수는 구하기 힘듭니다. 어찌하면 초나라를 정벌할 수 있겠습니까?”

손무 “ 신의 병법은 대오를 갖춘 병졸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

라 비록 아녀자일지라도 제가 군령으로 다스린다면 역시 군사로 쓸 수 있습니다. ”

합려가 손바닥을 마주치며 웃으면서 말했다.

“ 선생의 말씀은 너무 현실에 맞지 않는 것 같습니다. 천하에 어떻게 아녀자들에게 과(戈)를 들려 훈련을 시켜 싸움에 익숙한 군사로 만들 수 있단 말입니까?”

손무 “ 대왕께서 신의 말을 믿지 못하겠다고 하시니 청컨대 대

왕의 후궁과 시녀들을 저에게 내어 주신다면 제가 한번 시험해 보여 드리겠습니다. 만약에 군령을 내려도 시행이 되지 않게 되면 신이 군주를 기만한 죄로 그 형벌을 달게 받겠습니다.”

합려가 즉시 그의 궁녀 300인을 불러 손무에게 훈련을 시키라고 하였다. 손무가 합려에게 청했다.

“ 대왕께서 사랑하는 총희(寵姬) 두 사람을 내어 주시면 그들을 대장으로 삼아 군령을 내리게 하여 통솔 하고자 하오니 합니다.”

합려가 곁에 두고 우희(右姬)와 좌희(左姬)라고 부르던 총희 두 사람을 오라고 하여 앞에 세우고는 손무를 향해 말했다.

“ 이들은 과인이 사랑하는 여인들인데 대장으로 삼을 만 합니까?”

손무 “ 가능합니다. 군사의 일이란 먼저 령이 엄하게 서야 하

며 그 다음에는 상벌에 달려 있습니다. 비록 적은 군사들의 훈련이지만 이 두 가지를 적용하지 않으면 안될 것입니다. 청컨대 한 사람의 집법관(執法官)과 두 사람의 군리(軍吏)를 세워 그들로 하여금 장수의 명령을 군사들에게 전달하는 일을 맡아 하게 하고 그와는 따로 두 사람을 뽑아 북을 치게 하고 력사 몇 사람을 아장(牙將)으로 삼아 그들로 하여금 장수의 권위를 나타내는 부월(斧鉞)과 극(戟)과 장검을 들고 단상에 도열하게 하여 군진(軍陣)의 위용을 갖추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합려는 손무가 필요로 하는 장수들과 군리들을 오나라의 중군에서 마음대로 골라서 쓰도록 허락했다. 손무는 궁녀들에게 분부하여 좌우 이대로 나누고 우대(右隊)는 우희(右姬)가 좌대(左隊)는 좌희(左姬)가 지휘하도록 하고 각기 군장을 갖추게 한 다음에 군법을 밝혔다.

일, 행과 오가 흩어지면 안 된다

이, 행과 오를 갖추고 행군 중에는 큰 소리로 떠들면 안 된다

삼, 고의로 서로 약속한 바를 어기면 안 된다.

다음날 아침 오고(五鼓)에 궁녀들을 모두 교련장에 모이도록 하여 훈련을 하기로 하고, 합려는 대(臺)에 올라 손무가 여인들을 훈련시키는 것을 구경하기로 하였다.

이윽고 다음날 오고(五鼓)가 되자 궁녀들이 이대로 나뉘어 교장(敎場)에 모두 모였다. 궁녀들은 모두가 갑옷을 입고 군장을 갖추고 머리에는 투구를 쓰고 오른 손에는 칼을 들고 왼 손에는 방패를 들고 나왔다. 좌우 이희(二姬)가 머리에 투구를 쓰고 몸에는 갑옷을 두른 다음 대장(隊長)이 되어 대오의 양쪽 편에 서서 손무가 장막 위로 오르기를 기다렸다. 손무가 장막위로 나타나더니 다시 하단하여 친히 먹줄로 진형을 표시한 다음 전유관(傳諭官)을 시켜 노란색 깃발 두 개를 이희(二姬)에게 각각 한 개씩 나누어주고는 그 깃발을 손에 들고 각대의 전면에 서도록 했다. 여러 궁녀들이 좌우 이희(二姬)의 뒤에 따라 섰다. 다섯 사람을 오(伍)라 하고 열 사람을 총(總)으로 하여 각기 그 뒤를 따라 행군하다가 북소리에 따라 진퇴와 선회를 하고 행군 중의 대오는 한 발자국도 흩으러 지면 안 된다고 전유관(傳諭官)이 령을 전했다. 전유(傳諭)의 일을 끝내자 다시 좌우 이대(二隊)에 명하여 모두 땅에 엎드려 군령을 받들도록 했다. 잠시 후에 손무가 군령을 내렸다.

“ 북소리가 한 번 울리면 양대는 일제히 일어난다. 다시 북소리가 두 번 울리면 좌대는 오른 쪽으로 돌고 우대는 왼쪽으로 돈다. 북소리가 세 번 울리면 각 병사들은 칼을 들고 전투태세를 갖춘다. 징소리가 들리면 칼을 내리고 원래의 위치로 돌아간다.”

궁녀들은 모두가 손으로 입을 막고 시시덕거렸다. 북을 치는 병사가 손무에게 아뢰고 북을 한번 울렸다. 궁녀들이 혹자는 일어서고 혹자는 앉아 있으면서 서로 기대거나 비스듬히 서서 그 웃음소리가 여전하였다. 손무가 즉시 두 팔을 걷어 부치고 나서서 친히 북채를 잡고 북을 치면서 다시 앞서의 명령을 알렸다. 이희(二姬)와 궁녀들은 하나 같이 웃지 않은 사람들이 없었다. 손무가 대노하여 두 눈을 갑자기 크게 치켜 뜨더니 머리에 쓰고 있던 관을 벗어 던지며 급히 소리쳤다.

“ 집법관은 어디에 있는가?”

집법관이 앞으로 나와 무릎을 꿇자 손무가 말했다.

“ 약속을 불분명하게 하여 군령을 따르지 않는다면 이것은 장수의 책임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미 약속을 세 번이나 했음에도 군사들이 명을 따르지 않은 것은 이것은 사졸들의 죄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럴 때 그 죄에 대한 군법은 어떠한가?”

집법관 “ 참수형에 해당합니다.”

손무 “ 사졸들을 모조리 죽일 수는 없는 일이라 그 죄는 그 부

대를 이끌고 있는 대장(隊長)에 있다 할 것이다. ”

손무가 좌우를 둘러보며 소리쳤다.

“ 좌우의 이대를 지휘하는 대장을 참수하여 그 수급을 사졸들에게 보이라!”

좌우에 있던 력사(力士)들이 손무가 크게 노한 것을 보고 감히 령을 거역할 수 없어 앞으로 나아가 이희(二姬)를 붙잡아 포승줄에 묶었다. 합려가 궁궐의 높은 대(臺)에서 손무가 훈련하는 광경을 구경하다가 갑자기 이희가 무사들에게 포박당하는 것을 보게 되자 급히 백비를 시켜 왕의 절부를 들고 가게 하여 왕의 명령을 전하게 했다.

“ 과인이 이미 장군의 용병하는 능력을 알았도다! 단지 이 이희(二姬)는 과인의 침식과 의관을 오랫동안 수발하여 과인의 의중을 잘 헤아리고 있어 만일 이 이희(二姬)가 없다면 음식을 먹어도 그 맛을 느낄 수가 없게 될 것이니 청컨대 장군은 부디 나를 봐서 용서를 해 주기 바라오!”

손무가 백비를 통해 합려의 령을 받고 자기의 말을 전하게 했다.

“ 궁중에게는 희언(戱言)이 없습니다. 신은 대왕의 명을 받들어 장군의 자리에 앉았습니다. 장군이 군중에 있을 때에는 비록 군주의 명이라 할지라도 받들면 안 되는 법입니다. 만약에 군주의 명을 따라 죄 있는 자를 풀어 준다면 어떻게 여러 군사들을 복종시킬 수가 있겠습니까?”

손무가 좌우의 무사들에게 소리쳤다.

“ 빨리 저 이희(二姬)를 참수하지 않고 무엇을 그리 꾸물대고 있느냐?”

무사들이 손무의 호령에 따라 이희(二姬)를 참수하고 그 수급을 교련장 앞에 효수(梟首)하게 하였다. 그러자 이대(二隊)로 나뉘어 교장에 서 있던 궁녀들은 모두 부들부들 떨며 대경실색하며 감히 이희(二姬)의 수급을 똑바로 쳐다보지 못했다. 손무가 다시 대오 중에서 두 궁녀를 취하여 좌우대의 대장으로 삼고 다시 령을 밝히고 북소리를 울리게 하였다. 북소리 한 번에 모두 일어서고 두 번에 돌아서고 세 번에 전투태세를 갖추고 다시 징소리를 울리니 원래 있던 자리로 돌아갔다. 앞으로 나가고 뒤로 물러나며 좌우로 돌며 행군을 하는데 모두가 손무가 그어 논 먹줄 안에서 이루어지게 되어 추호도 어긋남이 없게 되었고 처음부터 끝까지 소리를 내는 궁녀는 한 명도 없었다. 손무가 이어서 집법관을 합려에게 보내 보고를 하게 하였다.

“ 병사들이 이미 일사불란하게 움직이게 되었으니 원컨대 왕께서 한번 보시기를 청합니다. 왕께서 원하시어 명령만 내리신다면 비록 펄펄 끓는 물이나 활활 타고 있는 불 속이라도 감히 후퇴하거나 피하지 않고 뛰어들 것입니다. ”

염옹이 시를 지어 손무가 궁녀들을 조련하여 씩씩한 군사로 만든 일에 시를 지어 노래했다.




强兵爭霸業(강병쟁패업)

강병을 키우는 것은 패업을 다투고자 하는 것인데




試武耀軍容(시무요군용)

군사의 일을 시험하여 군용을 세웠다.




盡出嬌娥輩(진출교아배)

나온 군사들은 모두 교태를 뽐내던 궁녀들이었으나




猶如戰鬪雄(유여전투웅)

씩씩한 군사들과 다름이 없었다.




戈揮羅袖券(과휘나수권)

휘날리는 비단 소매, 과를 휘두르니




甲映粉顔紅(갑영분안홍)

분 바른 어여쁜 얼굴 갑옷에 비추이더라




掩笑分旗下(엄소분기하)

웃음을 참으며 군기 아래 나뉘어 모이고




含羞立隊中 (함수립대중)

수줍음을 참으면서 대열을 이루고




聞聲趨必肅(문성추필숙)

북소리가 들리자 날쌔나 엄숙하게 움직여




違令法難通(위령법난통)

령을 위반하면 군법을 어기지 못했다.




已借妖姬首(이차요희수)

이미 요염한 두 총희의 목을 베니




方知上將風(방지상장풍)

비로소 장수의 위세를 알게 되었다.




驅馳赴湯火(구치부탕화)

끓은 물 속이건 타오르는 불길 속이건

가리지 않고 달려 들 수 있게 되었으니




百戰保成功(백전보성공)

백전을 한다 한들 이기지 못할 이유가 있겠는가?




합려는 이희(二姬)가 죽은 것을 애통히 여겨 즉시 횡산(橫山)1)에 장사를 지내 주고 사당을 지어 제사를 지내게 하였다. 사당의 이름을 애희사(愛姬祠)라고 불렀다.




연의 75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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