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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9-11-16 14:51:262888 
6. 閥檀(벌단)- 일하지 않는 자는 먹지도 말라!( 詩經•國風•魏風)
운영자
일반

벌단(伐檀)-일하지 않는 자 먹지도 말라!

[백원담의 시와 모택동](3)- 백성들 또한 성현(聖賢)이라







중국의 가장 오래된 시가들은 시삼백(詩三百) 혹은 시경(詩經)에 담겨있다. 시삼백의 시들은 원래 수천 편이었던 것을 공자가 정리했다는 설이 있는데, 대개 유가적 윤리질서를 해치는 것은 제외했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시삼백의 시편들에는 남녀 간의 노골적인 애정사도 그대로 담겨있어서 공자의 산시설(刪詩說)을 믿기는 어렵고, 시삼백의 가장 중요한 특징은 주왕조 때 15개 제후국들의 민가들을 모은 시가총집이라는 데 있다.







곧 당시 통치자들은 민의를 파악하고자 각지에 시를 채집하는 채시관(采詩官)을 보내 그 고장에 유전되는 시편들을 모아 정리했다는 것인데, 그 시가들에는 자연스러운 애정시들도 많았지만, 무엇보다도 두드러진 것은 사회비판적 내용들이었다. 그것은 지금으로부터 치면 대략 3천 년 전에 쓰인 중국의 민중들 간에 유전되는 노래가사들의 모음집이라고 하겠는데, 그 시삼백의 정수라고 할 수 있는 국풍(國風) 부분은 특히 당시 사회에 대한 치열한 문제인식들을 담고 있다는 점에서 중시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중국에서는 예로부터 시삼백의 정수를 자미(刺美), 즉 현실비판의 풍자미학정신으로 집약하고, 이를 시창작의 기본정신으로 삼아왔다. 요컨대 중국에서 시를 짓는다는 것은 현실사회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정신으로, 시 속에 뼈강지, 골기(骨氣)가 없는 것은 진정한 문학으로 여기지를 않았던 것이다. 예컨대 다음의 시는 시삼백의 정신을 가장 선명하게 드러내주는 시라고 하겠다.










박달나무를 베어(伐檀 <詩經·魏風>)







쾅쾅 박달나무 베어 황하가에 놓으니

황하의 물은 맑고도 물결이 잔잔하게 치네

씨 뿌리지도 거두지도 않는데

어찌하여 수백호의 전세(田稅)곡식을 거둬들이며,

짐승 사냥도 하지 않는데,

어찌 너의 뜰엔 걸려 있는 담비가 보이느냐?

저 군자여, 일을 하지 않으니

밥을 먹지 말아야 하는데




坎坎伐檀兮(감감벌단혜)

寘之河之干兮(치지하지간혜)

河水淸且漣猗(하수청차련의)

不稼不穡(불가불장)

胡取禾三百廛(호취화삼백전)

不狩不獵(불수불엽)

胡瞻爾庭有縣貆兮(호첨이정유현훤혜)

彼君子兮(피군자혜)

不素餐兮(불소찬혜)







쾅쾅 바퀴살감 베어 황하가에 놓으니

황하물은 맑고도 곧게 흐르네

씨 뿌리지도 거두지도 않는데

어찌하여 곡식 수억 다발을 거둬들이며,

짐승 사냥도 하지 않는데,

어찌 너의 뜰엔 걸려 있는 큰 짐승이 보이느냐?

저 군자여, 일을 하지 않으면

밥을 먹지 말아야 하는데.




坎坎伐輻兮(감감벌복혜)

寘之河之側兮(치지하지측혜)

河水淸且直猗(하수청차직의)

不稼不穡(불가불장)

胡取禾三百億호취화삼백억)

不狩不獵(불수불엽)

胡瞻爾庭有縣特兮(호첨이정유현특혜)

彼君子兮(피군자혜)

不素食兮(불소식혜)







쾅쾅 바퀴감 베어 황하가에 놓으니

황하물은 맑고도 잔 물결이 이누나

씨뿌리지도 거두지도 않는데

어찌하여 수백 창고의 전세(田稅)곡식을 거둬들이며,

짐승 사냥도 하지 않는데,

어찌 너의 뜰엔 걸려 있는 메추리가 보이느냐?

저 군자여, 일을 하지 않으니

밥을 먹지 않아야 하는데.










坎坎伐輪兮(감감벌단혜),

寘之河之漘兮치지하지순혜)

河水淸且淪(하수청차련의)

不稼不穡(불가불장)

胡取禾三百囷兮(호취화삼백균혜)

不狩不獵(불수불엽)

胡瞻爾庭有縣鶉兮(호첨이정유현순혜)

彼君子兮(피군자혜)

不素飧兮(불소손혜)







매일처럼 죽도록 일만 하고 오늘도 나와 황하 가에서 박달나무 땔감을 마련해도 입에 풀칠하기조차 힘이 든데, 농사도 안 짓고 사냥도 안 하고 빈둥거리기만 하는 지배층 군자의 집에는 어찌 엄청난 곡식과 짐승의 가죽들이 쌓여있으며, 높은 자리에서 이래저래 백성들을 부리기만 하는가? 일하지 않는 자는 당연히 밥도 먹지 말아야 하는데, 이놈의 세상은 어쩌자고 이리 말도 안 되는 일이 지극히 당연하게 행해지는데도 버젓이 유지되고 있는가?







전설적인 시조인 황제(黃帝)의 적통을 이으며 중원천지를 이루어 온 주나라는 이전의 상(商 : 殷)나라와 달리 실질적인 농경사회를 이루고 그에 걸맞는 사회질서인 예(禮)로서 군군신신부부자자(君君臣臣父父子子)의 봉건통치질서를 갖추어간 고대왕조라고 할 수 있다. 그 주대의 종법사회는 이후 공자의 유가적 이상사회로 수천 년 동안 봉건중국의 국가모델과 사회모델이 된다. 그러나 대다수 백성들에게는 이러한 가족국가적 지배질서가 도무지 말이 안 되는 흉악무도한 착취체계에 다름이 아니다.




시삼백에는 이런 분노에 찬 백성들의 울분의 시들이 여기저기 펼쳐져 있는데, 그러나 그것은 그저 울부짖는 것이 아니라 당시 대다수 민중들의 삶의 고락 속에서 갈고 닦여 구성지면서도 맵찬 노랫가락에 실려 빼어난 미의식을 빚어내고 있다. 위 시 역시 맨 앞부분에 반복되는 ‘흥(興)’의 작법을 사용하고 있는데, 우선은 흥을 돋구어놓고 이어서 가장 첨예한 문제를 비수를 들이대듯 제기하는 방식은 과연 집체적 미학의 절정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대학시절 처음 이 시를 대하고 이것이 과연 3천 년 전에 불리어진 노래란 말인가, 두 눈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는데, 더욱 놀라운 것은 시를 읽고 난 뒤면 어김없이 귓전을 울리는 쾅쾅 도끼를 내리치는 소리, 맑은 황하의 물이 흐르는 강가에서 그 강물의 빛나고 소용치는 흐름을 하나도 놓치지 않으면서 세상을 향해 도끼질을 해대는 어느 벌목공의 땀에 절은 뒷잔등이 문득문득 가슴을 치는 그 생생한 감동의 여운이었다.




모택동은 이 시를 비롯한 시삼백의 시편들을 아주 높게 평가했다. 그는 사마천(司馬遷)이 한무제(漢武帝)까지의 역사를 분노의 격정과 칼끝으로 써내려간 사기(史記)에서 시삼백을 높이 평가하며 한 말을 인용하여 시삼백을 이야기한 바 있다. 사마천은 이 시삼백의 시들이 모두 옛 성현들의 분노를 일으켜 지은 것이라 갈파하였다. 그것을 기억해낸 모택동은 특히 국풍의 시편들은 대부분이 백성들의 민가인데, 사마천이 옛 성현들이 분함을 일으켜 지은 것이라 했으니, 그 옛 성현이란 다름 아닌 백성들인 것, 백성들 또한 성현임을 분명히 하는 것이다. 사마천의 <사기 史記> 또한 ‘발분지작(發憤之作)’이니 모택동은 그 발분의 주체가 다름 아닌 당시 숱한 백성들임을 정확하게 지적한 것이라 하겠다.







“ 가슴 속에 기가 없다면, 시가 써졌겠는가? ‘ 씨를 뿌리지도 거두지도 않는데 어찌하여 곡식 수억 다발을 거둬들이며, 짐승 사냥도 하지 않는데, 어찌 너의 뜰엔 걸려 있는 큰 짐승이 보이느냐? 저 군자여, 일을 하지 않으면 밥을 먹지 말아야지.’ ‘시위소찬(尸位素餐, 벼슬아치가 직책을 다하지 않으며, 자리만 차지하고 국록을 받아먹다)’이란 바로 여기에서 나온 것이다. 이것은 하늘에 대한 원망(怨天)이며, 통치자에 반대하는 시이다. 공자 또한 상당히 민주적인 사람이라, 남녀연애의 시도 남겼다면 이런 사회시들도 시삼백의 편장에 넣어둔 것이다.”







시경을 읽은 모택동은 그에 눈에 들어온 시삼백의 시편들은 그처럼 대다수 중국 인민의 수천 년의 신음과 분노의 소리라고 생각한 것이다. 그 소리로 인하여 그는 중국대륙의 인민들을 일으켰고, 그들과 더불어 저 거대한 산악같은 봉건중국을 마침내 무너뜨렸다.







그러나 어인 일로 그 삼천 년 전, 삼천 년간의 민중 현실은 오늘 다시 엄연해서, 지금 6억 중국 농민들은 중국식 발전주의의 음영으로, 42도가 넘는 한여름에도 공사장에서 땅을 파야 하고, 한밤중에도 일을 해야만 연명을 하는 지경이다. 모택동도 사회주의 중국도 한때는 그 치열한 혁명과 건설로 진짜 노나메기 새 세상을 향해 저어갔건만, 그 감격과 기운생동의 세월은 가고, 오늘의 중국은 자본의 깊은 수렁에 스스로 빠져 헤어날 줄을 모르는 터, 그리하여 시삼백의 도끼소리는 여전히 쾅, 쾅, 세상을 내리찍으며, 그 치열한 시적 긴장력을 결코 늦출 수가 없는 것이다. 만백성이 곧 성현이라.




[출처] [백원담의 시와 모택동]- 백성들 또한 성현(聖賢)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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