小明(소명)

- 밝은 하늘 -

이 시는 오랫동안 군역에 나간 대부가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어 친구를 그리워하며 부른 노래다. 모서(毛序)는 ‘ 대부가 난세에 출사한 자신의 행위를 후회한 시’라고 했다. 시의 제목을 소명(小明)이라고 지은 이유를 정전(鄭箋)은 ‘주유왕(周幽王)이 날로 암매해져[日小其明], 정사를 그르치게 되어[損其政事], 결국 나라에 난리가 났다[以至於亂]라는 구절에서 유래했다’고 했고 소철(蘇轍)은 ‘대아(大雅)의 대명(大明)과 대응시키기 위해 이름지었다.’라고 했으나 모두 확실한 것은 아니다.

이 시의 작자는 원래 귀족 출신으로 군역에 동원되어 황량한 변경을 떠돌아다니는 생활에 갖은 고초를 겪으며 이 시를 지었다. 시의 행간에 군역에 종사하는 시인의 수시로 변하는 복작한 심경을 읽을 수 있다. 장기간의 군역으로 인해 받은 심신의 고통, 과중한 정사에 대한 걱정, 격무로 누적된 피로감, 그리고 변방생활로 참기 어려운 고통을 받고 있으나 현실적으로는 별다른 뾰죽한 방법이 없어,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단지 마음속으로 걱정만 할 뿐이다. 그래서 고향으로 돌아갈 생각이 간절하나 그것 또한 그의 군주로부터 받을 죄고(罪罟), 견노(譴怒), 반복(反覆) 등이 두렵기만 하여 참고 머물 수밖에 없었음으로 고향에 편안히 거처하고 있는 친구들을 생각하고 「눈물이 비오 듯이 쏟아지고[涕零如雨」, 하염없이 고향을 그리워하고[睠睠懷顧] 한밤중에 일어나 밖에 나가 서성인다[興言出宿]」이라고 했다. 그러나 이것도 또한 생각만이고 고향의 친구들과 함께 지낼 수 있는 별다른 방법도 찾을 수 없어 단지 그들에게 처세의 도리를 말할 수 있을 뿐이다.

상기 세 가지 측면의 심리적 상태는 불평불만으로 가득 찼으나 지나치게 소심하여 매사에 조심하는 전형적인 관리들의 모습이다. 특히 끝의 두 장의 구절들은 구사한 단어들이 무미건조한 것이 마치 관리들의 말투를 닮았다고 할 수 있다. 이 시는 후세의 시가와 같이 취급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소아(小雅)의 『채미(采薇)』와 같은 여러 시가에 견주어도 결코 손색이 없다고 말할 수 있다.

一

明明上天 照臨下土(명명상천 조림하토)

밝고 밝은 저 하늘, 언제나 이 땅을 밝게 비추네

我征徂西 至于艽野(아정조서 지우구야)

나는 서쪽으로 군역 나와, 거친 변방 끝에 이르렀네

二月初吉 載離寒署(이월초길 재리한서)

이월 초하루 길일에 집떠나 추위 더위 다 겪었네

心之憂矣 其毒大苦(심지우의 기독대고)

마음의 시름이여, 그 고생이 너무나 심하구나!

念彼共人 涕零如雨(염피공인 제영여우)

저 고향 벗을 생각하니 눈물이 비 오듯이 흐르네

豈不懷歸 畏此罪罟(기불회귀 외차죄고)

어찌 돌아갈 마음 없겠는가마는 형벌이 두려워서네

부(賦)다. 정(征)은 행역(行役)으로 군역을 행함이고, 조(徂)는 왕(往)으로 감이다. 구야(艽野)는 모서(毛序)의 ‘원황지지(遠荒之地)’로 호경(鎬京)의 먼 서쪽 황량한 지역이다. 2월은 주력(周曆)으로 하력(夏曆)의 12월이다. 그래서 ‘載離寒暑(재리한서)’라는 시구로 보아 이 시는 해가 바뀌는 세모에 지어졌음을 알 수 있다. 초길(初吉)은 매달 상순의 길일을 뜻하고 죄고(罪罟)는 망라(網羅)로 형벌을 의미한다. 공(共)은 공(恭)과 통하니 공인(共人)은 겸손하고 공근(恭勤)한 사람으로 시인의 고향에 남아있는 친구들이다. 4장과 5장의 군자(君子)와 같다.

〇 대부(大夫)가 2월에 서쪽으로 군역을 나가 세모(歲暮)가 되어도 돌아올 수 없었다. 그래서 하늘에 호소하며, 고향에서 편히 거처하는 친구들을 생각하고 돌아가고 싶으나, 한편으로는 군역에서 이탈하게 되면 죄를 받을까 두려워하여 돌아갈 수 없다고 했다.

二

昔我往矣 日月方除(석아왕의 일월방제)

옛날 내가 집을 떠날 때는 계절이 바뀌는 봄이었는데

曷云其還 歲聿云莫(갈운기환 세율운막)

언제나 돌아갈지 이 해도 다 저물었네

念我獨兮 我事孔庶(염아독혜 아사공서)

생각하니 외로운 이몸, 내 일이 너무나 많구나

心之憂矣 憚我不暇(심지우의 선아불가)

마음의 시름이여, 시달림에 쉴 겨를이 없구나!

念彼共人 睠睠懷顧(염피공인 권권회고)

저 고향 친구를 생각하니 하염없이 그리움만 더하네

豈不懷歸 畏此譴怒(기불회귀 외차견노)

어찌 돌아갈 생각이 없겠는가마는, 질책이 두려워서네.!

부(賦)다. 제(除)는 옛것이 사라지고 새것이 나옴이니 『당풍(唐風)·실‘솔(蟋蟀)』의 ‘일월방제(日月方除)의 제(除)와 같은 뜻이다. 갈(曷)은 하시(何時)이고 율(聿)은 왈(曰)과 같다. 공서(孔庶)의 공(孔)은 흔(很)이고, 서(庶)는 다(多)다. 선(憚)은 단(癉)으로 피로로 생긴 병이다. 권권(睠睠)은 권권(眷眷)으로 하염없음이다. 견노(譴怒)는 군주의 질책을 받음이다.

〇 “옛날 이 때에 고향을 떠났는데 지금은 돌아갈 날도 모르는 채로이미 해가 저물었다.”라고 한 말은 아마도 몸은 혼자인데 일은 많은 까닭에 쉴 겨를이 없어 몸이 피로에 지쳤음을 말함이다.

三

昔我往矣 日月方奧(석아왕의 일월방오)

옛날 내가 집을 떠날 때는 세월이 따뜻했는데

曷云其還 政事愈蹙(갈운기환 정사유축)

언제나 돌아갈 지, 나라 일은 더욱 급해지네

歲律云莫 采蕭穫菽(세율운막 채소획숙)

이 해도 저물어 가는데, 다북쑥도 캐고 콩도 거둬들어야겠네

心之憂矣 自詒伊戚(심지우의 자이이척)

마음속의 시름이여, 스스로 책망하고 탓하네

念彼共人 興言出宿(염피공인 흥언출숙)

저 고향친구를 생각하니 자리에서 일어나 이 밤을 지세우네

豈不懷歸 畏此反覆(기불회귀 외차반복)

어찌 돌아가고 싶지 않겠는가마는 억울한 누명쓸까 두려워서네

부(賦)다. 오(奧)은 난(暖)으로 따뜻함이요, 척(蹙)은 급(急)함이다. 이(詒) 이(貽)로 머뭄이고, 척(戚)은 우상(憂傷)으로 근심함이니 군역의 일이 즐겁지 않음을 뜻한다. 흥언(興言)의 흥은 기(起)로 잠자리에 일어남이고 언(言)은 어조사다. 출숙(出宿)은 잠을 못 이루어 밖으로 나가 서성이며 밤을 지새운다는 말이다. 반복(反覆)은 죄를 정당하게 받는 것이 아니라 반복무상(反覆無常)하게 받는 것을 말한다.

〇 정사(政事)가 더욱 급해졌다. 이 때문에 해가 다 가고 세모(歲暮)에 이르렀으나 돌아갈 수 있는 기약도 없어 밤에 잠을 못 이루고 자리에서 일어나 밖에서 서성이다가 날을 세웠다고 말했다.

四

嗟爾君子(차이군자)

아아 그대 친구들이여!

無恒安處(무항안처)

항상 편안히 쉬려고만 하지 말라!

靖共爾位(정공이위)

그대 직책 소중히 여기고

正直是與(정치시여)

정직한 사람과 함께 하면

神之聽之(신지청지)

신령께서도 이를 알아

式穀以女(식곡이녀)

그대에게 좋은 복을 주시리니

부(賦)다. 군자(君子)는 앞서의 공인(共人)과 같은 말로 고향의 친구들을 지칭한다. 항(恒)은 항상이고 정(靖)은 정(靜)이니 공경하는 태도를 말하고 여(與)는 조(助)와 같다. 곡(穀)은 록(祿)으로 즉 복록(福祿)이다.

〇 앞장에서 이미 자책한 시인이 이 장에서는 자신의 친구들에게 경계하며 말했다.

「아! 너희 친구들은 항상 편안히 거처하려고 꾀하지 말아라.”라고 말하였으니, 이는 “수고로울 날이 있을 것이니, 편안함만을 생각하지 말라. 마땅히 네 지위를 조용히 하고 공손히 하여 오직 정직한 이를 돕는다면 신령이 듣고서 네게 복록을 줄 것이다.”라고 뜻이다.

五

嗟爾君子(차이군자)

아아, 그대 친구들이여!

無恒安息(무항안식)

항상 편안히 쉬려고만 하지 말라!

靖共爾位(정공이위)

그대 직책 소중히 여기고

好是正直(호시정직)

정직한 사람 좋아하면

神之聽之(신지청지)

신령께서도 아시고

介爾景福(개이경복)

그대에게 큰 복을 내리실 것이니

부(賦)다. 식(息)은 처(處)이니 안거(安居)하며 휴식(休息)을 취한다는 뜻이다. ‘호시정직(好是正直)’은 정직한 사람을 좋아한다는 말이다. 개(介)는 조(助) 혹은 급여(給予)이고 경(景)으로 크다는 뜻이다.

小明 五章이니, 三章은 章 十二句요, 二章은 章 六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