大田(대전)

- 넓은 밭 -

서주왕조의 봉건제사회를 지탱했던 여러 가지 제도 중 토지제도의 골격은 공전과 사전이다. 이 시는 전편의 『보전(甫田)』과 같은 부분이 많다. 첫째 전답의 면적이 대규모인 점, 둘째 농사를 관리하는 권농관인 전준(田畯)이라는 관리의 존재, 셋째는 두 시 모두 풍년을 바라는 기년제(祈年祭)와 농사를 짓는 농민들의 생산활동을 서술했고, 넷째는 수확 후 여러 신과 전조(田祖) 즉 농사의 일을 관장하는 농신(農神)에게 제사 지내는 모습을 그렸다.

그리고 이 시는 고대 중국사회의 토지제도, 농업생산, 농민과 귀족과의 상호관계, 공전과 사전, 증손과 농민, 생산된 수확물의 분배문제를 연구하는데 중요한 사료(史料)로써 가치가 있다. 소아(小雅) 중 『초자(楚茨)』, 『신남산(信南山)』, 『보전(甫田)』, 『대전(大田)』 등의 시는 제사를 지낼 때 부르는 악가이나 그 내용은 농업활동이기 때문에 후인들은 주송(周頌)의 『재삼(載芟)』과 『양사(良耜)』와 함께 농사시(農事詩)로 분류하여 부르고 있다.

一

大田多嫁 旣種旣戒(대전다가 기종기계)

넓은 밭에 씨 뿌리려니 씨앗 뿌리고 농구 찾아내어

旣備乃事 以我覃耜(기비내사 이아염사)

농사일 준비하고 날카로운 보습 들고 들에 나가

俶載南畝 播厥百穀(숙제남무 파궐백곡)

남쪽 고랑에서 농사일 시작하여 백곡을 파종하니

旣庭且碩 曾孫是若(기정차석 증손시약)

싹은 곧고 크게 자라 증손은 이에 만족하네

부(賦)다. 종(種)은 파종할 종자(種子)를 선택하는 일이고, 계(戒)는 농기구를 다스리는 일이다. 염(覃)은 염(剡)으로 날카로움이고, 숙(俶)은 시(始)로 비로소 이고, 재(載)는 사(事)요, 정(庭) 직(直)이며, 석(碩)은 대(大) 약(若)은 순(順)함이다.

〇 소철(蘇轍)이 말했다. “전지(田地)가 지극히 넓고 종자(種子)가 많은 까닭에 지난 겨울에 종자와 예리한 보습을 준비하여 남무(南畝)에의 밭을 갈아서 파종했다. 이윽고 싹이 난 것마다 모두 곧고 커서 증손(曾孫)의 마음을 만족 시켰다. 농부 말을 빌려 윗사람을 칭송하고 찬미한 이 시는 전편 보전의 내용에 답했다.”

二

旣方旣皁 旣堅旣好(기방기조 기견기호)

이삭 패니 열매 달려 단단하게 잘 여물었네

不稂不莠 去其螟螣(불랑불수 거기명등)

강아지풀도 없고 잡초도 없고, 명충과 황충은 모두 잡고

及其蟊賊 無害我田穉(급기모적 무해아전치)

뿌리와 마디 먹는 해충 잡아야 우리 밭 어린싹 해가 없나니

田祖有神 秉畀炎火(전조유신 병외염화)

밭의 일을 주관하시는 신농씨와 우리를 지키는 신령께서는

불길 속으로 저 벌레들을 던져주소서

부(賦)다. 방(方)은 방(房)으로 곡식에 부갑(孚甲) 즉 외피가 처음 생기기 시작해서 아직 여물지 않은 상태다. 곡식이 단단하게 여물지 않은 상태를 부(皁)라 한다. 낭(稂)은 강아지풀이고 수(莠)는 잡초로 모두 농작물의 어린 묘에 해를 끼치는 풀이다. 농작물의 속을 파먹는 해충을 명(螟), 잎을 갉아먹는 해충은 등(螣), 뿌리를 갉아먹는 해충은 모(蟊), 마디를 좀먹는 해충은 적(賊)이라 하니, 모두가 농작물의 어린 싹을 해치는 해충이다. 치(穉)는 어린 벼이다.

〇 “들판의 묘(苗)가 풍성(豊盛)하지만, 반드시 네 가지 해충을 제거해야만 들판 가운데의 어린 농작물이 해를 입지 않는다. 그러나 인력이 미치지 못함으로 전조(田祖)의 신령(神靈)이 우리를 위하여 해충들을 잡아서 염화(炎火) 속으로 던져주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〇 당조 개원(開元) 때 산동(山東)에서 황화(蝗禍)가 발생했을 때 백관들은 모두 하늘이 내린 천재라고 주장하며 방재할 수 없다고 주장했으나 요숭(姚崇)만은 이 시를 인용하여 조정의 명으로 사자를 보내 황충(蝗蟲)을 잡을 때 밤중에 불을 피워 태워 죽이고, 구덩이를 파서 묻어 죽였던 일은 아마도 이 시를 증거로 삼은 듯하다.

三

有渰萋萋 興雨祁祁(유엄처처 흥우기기)

하늘에 뭉게구름 피어 비 촉촉이 내리니

雨我公田 遂及我私(유아공전 수급아사)

우리 공전 포근히 적셔주고 내 사전에도 내려주네

彼有不穫穉 此有不斂穧(피유부확치 차유부렴재)

저 베지 않은 익지 않은 이삭, 이 거두지 않은 볏단

彼有遺秉 此有滯穗(피유유병 차유체수)

저 남겨놓은 볏단, 이 버려진 이삭

伊寡婦之利(이과부지리)

저 불쌍한 과부의 몫이로다!

부(賦)다. 엄(渰)은 구름이 일어나는 모습이고, 처처(萋萋)는 성(盛)한 모양이다. 기기(祁祁)는 느림이다. 구름이 크게 일어나 성하니 많은 비가 내릴 것이고, 비가 천천히 내리면 땅을 적시게 된다. 대전(大田)은 사방 일 리가 일 정(井)으로 9백 무의 밭이다. 가운 데 백 무는 공전이고 나머지는 여덟 집이 모두 백 무씩 사전으로 삼아서 공전과 함께 농사짓는다. 재(穧)는 묶음이고, 병(秉)은 볏단이다. 체(滯)는 유기(遺棄) 즉 버려둔다는 뜻이다.

〇 농부의 마음은 공을 우선하고 사를 뒤로 하는 까닭에 하늘의 비구름을 바라보며 말했다. “하늘은 비를 공전에 먼저 내리게 하고 후에 나의 사전에 미쳤으면 합니다.” 군주의 덕을 믿고 그 남은 은혜를 입기를 바라며 이윽고 추수기가 되자 이곳저곳에 수확하지 못한 어린 벼를 거두지 않고 또 버려둔 볏단과 벼 이삭이 있음은 혼자 사는 과부로 하여금 취하여 식량을 삼도록 하기 위해서다.

四

曾孫來止 以其婦子(증손래지 이기부자)

증손자 나왔네, 부녀자들과 함께

饁彼南畝 田畯至喜(엽피남무 전준지희)

저 남쪽 이랑에서 들밥 먹는데 권농관도 기뻐하네

來方禋祀 以其騂黑(래방인사 이기성흑)

사방의 신에게 정성껏 제사드리기 위해 검은 소 붉은 소 잡고

與其黍稷 以享以祀(여기서직 이형이사)

메기장 찰기장으로 밥지어 제사 상에 올리니

以介景福(이개경복)

신령께서는 크나큰 복을 내려주시리

부(賦)다. 마음과 몸을 정결히 하여 올리는 제사를 인(禋)이라 한다.

〇 농부가 서로 고했다.

“증손(曾孫)이 왔으므로, 부녀자들이 남무(南畝)에서 수확하는 자에게 들밥을 내가니 권농관인 전준(田畯)도 역시 보고 기뻐한다. 증손(曾孫)이 당도했음으로 사방신에게 몸을 정결히 하고 제사를 올리고 사방(四方)의 신령께 몸을 정갈히 한 후에 살풀이와 축도한다. ”

사방의 각 방위에는 특유의 색깔에 따라 희생을 사용하는데 이 시에서는 상흑(騂黑)만을 말한 것은 남방과 북방으로 나머지를 나타낸 것이다.

大田 四章이니 二章은 章이 八句요 二章은 章이 九句이다.

****[요숭멸황(姚崇滅蝗)] ****

당나라 개원(開元) 연간 당현종이 예종으로부터 선양을 받아 정사에 힘써 나라를 번성시키기 힘쓰고 있을 때 산동과 하남 일대에서 전례 없는 충해가 발생했다. 광활한 중원 대지를 메뚜기 떼가 새까맣게 뒤덮었고, 그들이 지나간 곳의 농작물들은 남김없이 다 뜯어 먹혔다. 시간이 갈수록 황충으로 인해 농사를 망친 지역들이 점점 늘어나자 심각한 충해를 보고하는 지방 관리들의 급보가 도성 장안에 빗발처럼 날아들었다. 이에 요숭은 현종에게 다음과 같은 상주서를 올렸다.

“황충은 곡식을 해치는 벌레에 불과함으로 없앨 수 있는 방법이 틀림없이 있습니다. 전국의 관리들과 백성들이 한마음 한뜻으로 메뚜기 떼들을 없애는 조치를 취한다면 충분히 없앨 수 있습니다.”

현종에게서 자신의 상주서를 비준 받은 요숭은 그 즉시 명령을 내려 밤마다 밭머리에 모닥불을 피우게 하여 불빛을 보고 날아든 황충들을 태워 죽이도록 했다. 타죽은 황충들은 밭머리에 파놓은 큰 구덩이에 쓸어 넣고 다시 태워 흔적을 없애도록 했다. 전국의 관리들과 백성들이 요숭이 시키는 대로 했더니 매우 효율적이었으며, 변주(汴州)만 해도 황충 14만 단(担)을 죽였다. 이렇게 해서 황충으로 인한 피해가 감소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조정의 일부 대신들은, 요숭이 황충을 죽이는 그런 방법은 자고로 보지 못한 방법인데 그렇게 함부로 온 나라에 보급시켰다가는 무슨 변이 일어날지 모른다고 말이 많았다.

요숭을 비난하는 사람들이 많아지자 현종도 동요하기 시작했다. 그는 요숭을 불러 자신의 우려를 말했다. 그러자 요숭은 침착하게 이렇게 말했다. “옛 법만 따라서 되는 일이 아닙니다. 어떤 방법이든 문제를 해결하는데 적절하면 됩니다. 옛 법에 없어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라면 써야 합니다. 이전 역사를 보면 황충의 피해가 막심한 해가 여러 번 있었는데 그것은 황충들을 없애는 효과적인 방법들을 강구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지금 하남과 하북에는 비축된 양식들이 얼마 없습니다. 만일 금년 황충의 피해로 곡식을 거두어들이지 못한다면 장차 백성들은 굶주리게 되어 집을 떠나 유랑민이 되어 걸식하게 됩니다. 그러면 그 사태가 아주 위험하게 됩니다.”

황충을 없애지 않으면 나라의 안전이 큰 위협을 받게 된다는 요숭의 말에 현종이 물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면 좋겠소?”

요숭이 대답했다.

“신의 방법을 대신들도 반대하고 폐하께서도 우려가 많으신데, 그렇다면 이 일은 신에게 온전히 맡겨주십시오. 일이 잘못되면 신이 모든 책임을 지고 삭직 처분을 달갑게 받겠습니다.”

요숭은 자신의 안위는 돌보지 않고 오로지 나라의 안전과 백성의 생계만을 걱정하면서 굳건히 자신의 방법을 밀고 나갔다. 그래서 결국 전국의 황충을 없애고 그 피해를 막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