鼓鍾(고종)

- 쇠북 울리면 -

모전(毛傳)에 “주유왕(周幽王)이 덕행을 행하지 않고 제후들을 회수 강가에 모이게 한 후에 음탕한 음악을 연주하게 하자 현자가 이를 보고 근심하고 가슴 아파했다.”라고 했다. 또 정전(鄭箋)은 “ 현자가 근심하고 가슴아파한 이유는 궁중의 음악은 야외에서 연주할 수 없고 또 궁중의 코끼리 모양이나 소 모양의 술을 담는 기구들을 궁문 밖으로 내보내는 것은 법도에 어긋나는 행위로써 지금 회수 상에서 선왕들이 작곡한 음악을 연주하는 행위는 예를 심히 훼손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라고 했다. 모전이나 정전의 설은 고문설(古文說)이다. 그러나 금문설(今文說)은 주소왕(周昭王)이 남순(南巡)하기 위해 회수를 경유하여 한수로 들어갈 때 지은 시가라고 했다. 비록 사서에 주소왕의 남순에 대한 기록이 분명히 기록되어 있다고는 하나 형만을 정벌하기 위한 군사적인 행동과 이 시에 언급된 종명(鐘鳴), 정식(鼎食) 등의 구절과는 거리가 있다. 다시 말하면 형만을 정벌하기 위해 출정한 소왕이 회수 강상에서 음악회를 열었다는 설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 따라서 대개의 학자들은 고문설이 신빙성이 조금 더 있다고 여긴다. 또, 죽서기년과 좌전에 “유왕 10년, 유왕이 출행을 나가 태실(太室)에 제후들을 모이게 하여 회맹을 행했으나 다음 해에 제후들이 반기를 들었다.”라고 했다. 유왕 10년은 기원전 771년이고 태실은 숭산(嵩山)의 별칭이다.

一

鼓鍾將將(고종장장)

쇠북 소리 쟁쟁하게 울리고

淮水湯湯(회수상상)

회수는 도도하게 흐르네

憂心且傷(우심차상)

마음속의 근심 가슴 아프네

淑人君子(숙인군자)

정숙한 님이시여

懷允不忘(회윤불망)

정말로 그리워 잊지 못하겠네

부(賦)다. 장장(將將)은 쟁쟁(鎗鎗)의 가차(假借)로 쇠북 소리가 쟁쟁하게 울리는 의성어다. 회수(淮水)는 하남성 신양시(信陽市)의 동백산(桐伯)산에서 발원하여 안휘성(安徽省)과 강소성(江蘇省)을 경유하여 바다로 들어가는 강이다. 상상(湯湯)은 물살이 요동치며 세차게 흘러가는 모습이다. 숙(淑)은 선(善)과 통하니 숙인(淑人)은 악을 지은 군자를 뜻한다. 회(懷)는 그리워이며 윤(允) 진실로 믿음이다.

〇 이 시(詩)의 뜻은 상세하지 않으나 왕안석(王安石)은 “유왕(幽王)이 출행하여 회수(淮水) 가에서 종(鍾)을 연주하게 하여 유련(流連)의 악(樂)을 즐기며 오래도록 돌아갈 것을 잊었는데, 음악을 들었던 자들이 마음 아파하며 옛날 성군들을 그리며 이 시를 지었다.”고 했다.

二

鼓鍾喈喈(고종해해)

쇠북 치는 소리 쟁쟁하게 울리고

淮水湝湝(회수개개)

회수의 물결은 철썩철썩

憂心且悲(우심차비)

마음속의 근심 가슴 아프네

淑人君子(숙인군자)

정숙한 님이시여

其德不回(기덕불회)

그들의 덕행 정당하지 않음이 없도다!

부(賦)다. 개개(喈喈)는 장장(將將)과 같고 개개(湝湝)는 상상(湯湯)과 같다. 회(回)는 부정당함 혹은 사악함이다.

三

鼓鍾伐鼛(고종벌고)

쇠북치고 큰북 치니

淮有三洲(회유삼주)

회수는 삼주를 돌아 흐르고

憂心且妯(우심차축)

마음 속의 근심이 나를 더욱 어지럽히네

淑人君子(숙인군자)

정숙하신 님이시어

其德不猶(기덕불유)

그들의 덕행 당당하지 않음이 없도다!

부(賦)다. 고(鼛)는 대고(大鼓)다. 󰡔주례(周禮)󰡕에는 ‘고(皐)’라 되어 있고, “고고(皐鼓)는 한 길 네 자이다.”라고 했다. 삼주(三洲)는 회수 강심에 있는 세 개의 섬이나 지금은 모두 수몰되어 없다. 소철(蘇轍)은 “처음에 말한 상상(湯湯)은 물살이 세찬 모습을 말하고, 후에 말한 개개(湝湝)는 물이 세차게 흐르는 모습이고, 마지막의 삼주(三洲)는 수위(水位)가 낮아져서 모래섬이 드러난 모습이니 유왕(幽王)이 회수 가에 오래 머물러 있음을 말한다.”라고 했다. 축(妯)는 마음의 움직임이고 유(猶)는 약(若)으로 지금의 황란(荒亂)한 왕과는 같지 않음을 말한다.

四

鼓鍾欽欽(고종흠흠)

쇠북치는 소리 딩딩하게 울리고

鼓瑟鼓琴(고슬고금)

슬과 금을 함께 뜯고

笙磬同音(생경동음)

생황과 경쇠도 가락맞춰 불고 두드려

以雅以南(이아이남)

아(雅)와 남(南)을 연주하고

以籥不僭(이약불참)

피리소리에 맞추어 추는 춤 의젓하구나!

부(賦)이다. 흐흠(欽欽) 또한 쇠북이 울리는 소리이다. 경(磬)은 돌로 이나 옥으로 만든 악기다. 금슬(琴瑟)은 당(堂)에 있고 생황(笙簧)과 경쇠는 당하(堂下)에 있다. 동음(同音)은 소리가 화음을 이루고 있음을 말한다. 아(雅)는 소아와 대아이고 남(南)은 주남과 소남을 말하며 약(籥)은 피리 소리에 맞춰 추는 춤이다. 참(僭)은 어지러움이다.

〇 소철은 “어찌 유왕이 즐기는 음악이 고악(古樂)이 아니어서 부덕했겠는가? 음악은 옳지만 사람이 그르기 때문이 아니겠는가? ”라고 했다.

鼓鐘 四章이니 章 五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