信南山(신남산)

- 우뚝 솟은 남산 -

이 편도 주왕(周王)이 조상에게 제사를 올리며 복을 구하는 시가다. 모서(毛序)에 “ 신남산은 유왕의 실정을 풍자한 시다. 성왕(成王)이 이룩한 공업을 지킬 수도, 주나라 강역을 넓힐 수도, 우왕(禹王)의 공적을 받들 수도 없었음으로 군자가 옛날을 그리워하여 이 시를 지었다.”라고 했다. 그러나 시의 내용은 앞서의 초자(楚茨) 편과 같이 풍자의 뜻이나 옛날을 그리워한다는 아무런 문구도 없다. 모서의 평은 이 시의 주제와는 거리가 멀다. 요제항(姚際恒)은 시경통론(詩經通論)에서 “ 이 신남산 편의 주제는 초자와 거의 비슷하지만 단지 초자 편은 봄제사인 증(烝)과 겨울제사인 상(嘗)에 대해 노래했지만 이 신남산 편은 단지 증(烝)만을 전편에 걸쳐 노래했다.”라고 했다. 즉 초자의 이왕증상(以往烝嘗)의 한 구절과 신남산의 이증이형(以烝以亨)이라는 구절로 보아 초자 편은 주왕이 추제(秋祭)와 동제(冬祭)를 지낼 때 부르는 시가고, 이 신남산 편은 동제(冬祭)를 지낼 때 부르는 노래라고 했다.

一

信彼南山(신피남산)

우뚝 솟은 저 남산

維禹甸之(유우전지)

우임금이 다스리던 곳이다.

畇畇原隰(균균원습)

들판과 습지를 같이 일구니

曾孫田之(증손전지)

증손들이 경작한다.

我疆我理(아강아리)

내 경계 긋고 내 다스리니

南東其畝(남동기무)

남쪽으로 동쪽으로 밭이랑을 내었네

부(賦)다. 남산(南山)은 섬서성 진령산맥(秦嶺山脈) 혹은 진령산백의 주봉 중의 하나인 해발 2600미터의 종남산(終南山)이다. 전(甸)은 다스림이고 균균(畇畇)은 후미진 땅을 개간하여 가지런한 모습이다. 증손(曾孫)은 제사의 주인을 말한다. 증(曾)은 중(重)이니, 증조(曾祖)로부터 무궁(無窮)한 후손을 모두 일컫는 말이다. 강(疆)이란 경계를 크게 짓음이요 리(理)란 도랑과 길을 획정함을 말하낟. 무(畝)는 롱(壟)으로 밭이랑이다. 장락인(長樂人) 유이(劉彛)가 말했다. “ 작은 물도랑이 동쪽으로 흐르면 남무(南畝)이고, 작은 물도랑이 남쪽으로 흐르면 동무(東畝)가 된다.”

이 시의 대체적인 주재는 ｢초자(楚茨)｣와 대략 같으니, 이는 바로 그 수장(首章) 4구의 뜻이다. “이 남산은 본래 우왕께서 다스려 원야나 습지를 개간했음으로 내가 지금 밭을 갈 수 있음이다. 이에 강토로 삼아 그 지세(地勢)와 수세(水勢)의 흐름에 따라 남무도 삼고 동무도 삼았다.”

二

上天同雲상천동운)

구름 덮인 하늘에서

雨雪雰雰(우설분분)

눈비가 펄펄 내리고

益之以霢霂(익지이맥목)

봄이 되어 가랑비 보슬보슬 내려

旣優旣渥(기우기악)

온누리 적셔준다.

旣霑旣足(기점기족)

흠뻑 내려 풍족한 비로

生我百穀(생아백곡)

내 온갖 곡식 자라게 한다.

부(賦)다. 동운(同雲)은 한결 같은 색의 구름이니 장차 눈이 내릴 징후이다. 분분(雰雰)은 눈이 내리는 모습이요, 맥목(霢霂)은 가랑비가 보슬보슬 내리는 모습이다. 우(優)·악(渥)·점족(霑足)은 모두 풍족하게 넘친다는 뜻으로 겨울에 쌓였던 눈이 녹고 또 봄에 보슬비가 내려 대지를 윤택하게 적시니 세상이 요흡(饒洽)하게 된다는 뜻이다.

三

疆場翼翼(강장익익)

가지런히 경계진 밭이랑에

黍稷彧彧(서직욱욱)

메기장 찰기장 무성하게 자라니

曾孫之穡(증손지장)

증손의 농사로다

以爲酒食(이위주식)

그것으로 술 빚고 음식 만들어

畀我尸賓(외아시빈)

시동을 모셔 제사지내고 손님 접대하니

壽考萬年(수고만년)

만수무강 누리소서

부(賦)이다. 장(埸)은 반(畔)으로 밭의 경계다. 익익(翼翼)은 가지런한 모습이고 욱욱(彧彧)은 무성(茂盛)한 모습니다. 외(畀)는 줌이다.

〇 가지런하게 정리된 밭이랑에서 무성하게 자란 곡식을 증손이 모두 거두니 술과 밥을 지어서 시동(尸童)과 빈객(賓客)에게 올렸다. 음양(陰陽)이 화(和)하고 만물(萬物)이 이루어져서 인심(人心)이 환열(歡悅)하여 종묘(宗廟)에 받들면 신령이 복을 내린다. 이로써 만수무강함이다.

四

中田有廬(중전유려)

밭 가운데 농막 짓고

疆場有瓜(강장유과)

밭이랑엔 오이 열렸네

是剝是菹(시박시저)

껍질 벗겨 김치담가

獻之皇祖(헌지황조)

조상의 제사에 바치니

曾孫壽考(증손수고)

증손께서는 만수무강하시고

受天之祜(수천지호)

하늘의 큰 복 받으시라

부(賦)다. 중전(中田)은 밭 가운데다. 저(菹)는 작채(酢菜)이니 채소를 절여 보관함이다. 호(祜)는 복(福)이다.

〇 일정(一井)의 밭 가운데 부분의 백무(百畝)를 세금으로 바칠 공전(公田)으로 삼고 주위의 땅을 각기 20무 씩 여덟 집이 나누고 밭일을 편리하기 위해 그곳에 농막을 짓는다. 그리고 두둑 위에 오이를 심어서 한 치의 땅도 놀리지 않고 그 효율성을 높였다. 오이가 자라면 껍질을 벗겨 소금에 절여 짠지를 만들어 황조(皇祖)께 올리니, 사시(四時)의 이물(異物)을 귀하게 여기고 효성스러운 마음으로 순종한다.

五

祭以淸酒(제이청주)

맑은 술 땅에 붓고

從以騂牡(종이성모)

붉은 소 희생으로 잡아

享于祖考(형우조고)

조상님 신령께 바치니

執其鸞刀(집기란도)

방울 달린 칼 손에 들고

以啓其毛(이계기모)

귓털 뽑아 그 털색 고하고

取其血膋(취기혈요)

피 뽑고 기름 받아내네

부(賦)다. 청주(淸酒)는 청결(淸潔)한 술로 일명 울창주(鬱鬯酒)라고 한다. 상(騂)은 붉은 색의 말로 주나라가 숭상했다. 제례(祭禮)에 먼저 울창주를 땅에 부어 신령을 음지에서 구한 후에 희생(犧牲)을 맞는다. 집(執)은 주인(主人)이 몸소 희생을 잡는 행위다. 란도(鸞刀)는 방울 달린 칼이다. 요(膋)는 발기름으로 뱃살 가운데 낀 기름덩어리다. ‘계기모(啓其毛)’는 희생의 털이 순수함을 고함이고, ‘취기혈(取其血)’은 희생을 죽여 그 피를 받았음을 고함이며, ‘취기요(取其膋)’는 희생의 발기름을 취했음을 알림이다. 서(黍)와 직(稷)을 합하여 대쑥인 소(蕭)에 담아 태워서 신령을 양(陽)에서 구한다. ｢예기(禮記)｣에 “주나라 사람들은 향취(香臭)를 숭상하여 울창주를 땅에 뿌리고 울금초(鬱金草)와 검은 기장을 합하여 냄새가 속으로 스며들게 한다. 규장(圭璋)으로 강신(降神)함은 옥의 기운을 씀이요, 이미 강신한 후에 희생을 맞음은 음기(陰氣)를 높이기 위해서다. 소(蕭)에 서직(黍稷)을 합치면 그 냄새가 담장 밖으로까지 풍기는 까닭에 이미 술잔을 올린 후에, 쑥에 양기름과 쇠기름을 합하여 태운다. 혼기(魂氣)는 하늘로 돌아가고 형백(形魄)은 땅으로 돌아간다. 제사를 음과 양에서 동시에 구하기 때문이다.

六

是烝是享(시증시형)

이렇듯 삼가 제사 지내니

苾苾芬芬(필필분분)

향기는 그윽하게 피어오르고

祀事孔明(사사공명)

제사는 법도에 맞추어졌으니

先祖是皇(선조시황)

거룩한 임금님이신 선조께서

報以介福(보이개복)

우리 증손께 큰 복을 내려 주시고

萬壽無疆(만수무강)

만수무강 하게 하소서

부(賦)다. 증(烝)은 겨울제사를 의마하나 혹자는 진(進)으로 해석한다.

信南山 六章이니 章 六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