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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5-02-02 07:13:038124 
재미있는 홍어 이야기-옮김
양승국
일반

사실 발효된 것들 중에 맛 없는 것 없고 중독성 없는 것 없다. 김치가 그렇고 치즈가 그렇고 결정적으로 술이 그렇다. 발효된 음식을 통해서만 섭취할 수 있는 몇 가지 독특한 화합물을 신체가 꼭 필요로 해서 본능적으로 이를 땡기기 때문이라는 설도 있고 그 중에 중독성분이 있는 화합물이 있기 때문이라는 설도 있다. 어쨋거나 그것들은 땡긴다. 졸라…

그렇다면 발효와 부패는 어떻게 다를까? 부패는 주로 산소를 좋아하는 호기성 미생물이 유기화합물(니 몸뚱아리 말이다)의 구성성분 중 하나인 단백질을 분해하는 것이고 발효는 주로 혐기성 미생물이 무산소적으로 탄수화물을 분해하는 것이다. 단백질은 졸라 구조가 복잡해서 완전 분해되지 않고 따라서 분해결과 황화수소나 아민계열의 골 때리는 독성 물질이 생성되므로 먹으면 뒈지는 수가 있다. 반면 발효는 거의 완전분해 수준으로 분해가 진행되고 그 결과물도 인체에 과히 유익한 것들만 나온다. 엄청 똑똑했던 우리 조상들은 곰이 쑥 먹으면 인간된다고 생각했던 시절부터 이 차이를 알았고 부패는 ‘썩다’라는 단어로 발효는 ‘삭다’라는 단어로 나누어 불렀다.

어쨋거나 발효는 그런 거다. 해서 부패를 막고 발효를 진행시키기 위해서는 부패의 원흉인 호기성 미생물은 죽이고 효모, 유산균, 젓산균과 같은 발효의 일등공신은 살려둘 수 있는 비책이 필요한데, 그게 바로 소금이다. (소금의 멋짐에 대해서는 다음에 따로 한 번 이야기하고 여기서는 그냥 넘어가자) 어쨌든 그래서 김치, 젓갈 같은 거의 모든 발효식품에는 소금이 들어간다.

그런데 홍어는 삭힐 때 소금을 쓰지 않는다. 이건 치즈와 같다. 치즈는 우유 속에 함유된 젓산균이 만들어 내는 산이 호기성 미생물을 죽여버리기 때문에 부패하지 않는다. 홍어도 이와 비슷하다. 원래 바다생물은 바닷물이 워낙 염분농도가 높은 수용액이기 때문에 역삼투압 현상이 발생해서 체내의 수분이 밖으로 빨려나가 죽을 수 있으므로 피부와 바닷물을 차단하는 두꺼운 비늘을 가지고 있고 체내에도 여러 화합물을 농도 높게 녹여서 가지고 있다. (생선이 썩을 때, 육류가 썩을 때 보다 더 골 때리는 냄새가 나는 것은 체내에 훨씬 다양한 화합물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하필… 홍어는 비늘이 없고 그래서 넘들 보다 더 많은 & 더 높은 농도의 화합물을 지니게 되는데, 그 중에 요소와 자가분해효소가 있다.

해서 홍어가 썩기 시작하면 요소가 암모니아성 질소로 분해되면서 체내의 PH가 상승하고 이에 따라 부패의 원흉, 호기성 미생물을 죽인다. 한마디로 미생물들이 똥독 옮아서 죽는거다. 그리고 그 다음에는 자가분해효소에 의해 부패가 아닌 발효가 시작된다. 이것이 육해공군의 모든 선수들 중에서 유일하게 홍어만이 부패하지 않고 발효하는 비밀이다.

아까 말했지만 발효는 단백질을 분해하는 것이 아니라 탄수화물을 분해하는 것이다. 따라서 홍어의 단백질 성분은 발효하더라도 거의 고스란히 남고 탄수화물은 거의 없어진다. (이것도 치즈와 비슷한다. 치즈는 카세인이라는 단백질과 유지방의 덩어리다) 아… 그리고 홍어는 원래 지방이 거의 없다. 결국 발효한 홍어는 거의 단백질 덩어리고 인간은 원래 고단백 식품을 졸라 맛있어 한다. 어쨌든 그래서 홍어는 다른 어떤 발효식품들 보다 맛있을 수 밖에 없다.

홍어를 가장 맛있게 먹는 방법은 찜으로 먹는 거다. 홍어회니 삼합이니 다 시시하다. 열을 가해 쪄야 아직 분해되지 않은 요소와 암모니아가 날라가면서 그 특유의 향내가 더욱 짙어진다. 그 향내가 싫다는 사람은 홍어 먹으면 안 된다. 그런 인간들은 고상 떨지 말고, 홍어 욕보이지 말고 제발 고등어조림이나 먹어라.

또 하나 찜이 더 맛있는 이유가 있다. 아까 말했지만 발효된 홍어는 거의 단백질 덩어리다. 그런데 사실 지방이 적당히 있어야 목구멍에 넘어가기도 좋고 맛도 더 감칠난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이 난제를 돼지비계를 함께 먹으면서 해결해 보고자 한다. 하지만 이러다 보니 또 다른 문제가 생긴다. 돼지비계가 지나치게 맛이 강하고 느끼한 거다. 그래서 이왕 시작한 거 신김치까지 곁들인다. 이렇게 해서 홍어회가 홍어삼합이 된다. 이걸 두고 세가지 맛의 절묘한 조화라고 지랄을 떨지만 내 보기엔 이건 홍어를 두 번 죽이는 짓이다. 조화되기엔 각각의 음식이 너무 강하고 조화시키기엔 홍어 자체의 맛이 너무 아깝다.

반면 찜에서는 이 문제를 콩나물을 통해 해결한다. 식물 중에서 가장 지방함양이 높은 콩나물을 홍어 위에 얹고 찐다. 찌는 과정에서 콩나물의 지방이 추출되어 홍어의 살결 하나하나 사이로 질질 스며든다. 이렇게 해서 홍어는 더욱 부드럽고 더욱 담백해진다. 간혹 콩나물을 따로 쪄서 주거나 무쳐서 주는 미친 집들이 있다. 이런 집들은 지가 만들고 있는 음식이 뭔지도 모르고 만드는 바보들이다. 바보들이 돈 벌면 그 돈도 바보처럼 쓰기 마련이다. 한나라당에 갖다 바친다든가 하는… 어쨌든 바보들은 돈을 못 벌게 해야 한다.

‘흑산도홍어집’은 매우 뛰어나지는 않지만 홍어를 제대로 삭인다. 적어도 냉장고에서 삭이는 미친 짓도 안 하고 콩나물을 무쳐주는 바보짓도 안 한다. 정확하고 제대로 한다. 그렇다고 이 집 홍어가 흑산도 홍어일 것이라고 기대하지는 마라. 대한민국에서 흑산도 홍어 먹을 수 있는 사람은 손가락 안에 꼽는다. 그래도 칠레 산은 아니고 멀리 중국 근처나 제주도 한 참 아래쯤에서 잡아온 국산이기는 한 듯 싶다. 시중에서 홍어라고 파는 것들의 80%는 사실 가오리고 20%의 홍어 중에서 또 80%는 칠레산이다. 그만큼 홍어 자체가 귀하다. 진짜 흑산도 앞바다에서 잡히는 홍어는 아마 일년에 한 대여섯마리 될까… 이와 관련한 일화 하나 소개하면서 글을 마친다.

<94,5년인가 김응룡 감독이 흑산도에 가서 홍어를 달라고 했단다. 주인은 당연히 김감독을 알아봤고 진짜 홍어인지 몇 번이나 확인하는 김감독에게 “감독님은 우리 호남의 자랑이신데, 어떻게 가짜를 팔겠냐”는 말까지 하더란다. 김감독 믿고 구입하면서 한 마디 한다. “박스에 얼음 많이 넣어서 꼼꼼하게 잘 넣어라. 영국까지 비행기 타고 갈 물건이니까…” 홍어를 들고 나오던 주인 버럭 화를 내며 소리친다. “아니… 이 양반이 선생님 드실 물건이면 진작에 말해야지!” 그리곤 다시 들어가서 진짜 홍어를 가져오며 한 마디. “석달 만에 하나 잡혔는데, 선생님 드시라고 그랬나 보다” 그렇다. 진짜 흑산도 홍어는 김응룡도 못 먹는다. 적어도 DJ선생 정도는 되야 먹을 수 있다. 그러니… 진짜 홍어 먹을 생각은 일찌감치 집어치워라.>

 

출처 : 남프라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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