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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1-01-05 07:04:264008 
4. 氓(맹- 뜨내기 사내에게 속아)
운영자
일반

氓(맹)

-뜨내기 사내에게 속아 -





버림받은 부녀자가 혼인으로 인한 비극을 스스로 호소한 시가다. 시 중의 여주인공은 침통한 마음으로 옛날의 달콤했던 처녀 때의 연애시절과 결혼 후의 남편에게서 학대받고 쫓겨난 처지를 애절한 어조로 노래했다. 그러나 한나라 이후 많은 학자들은 이 시는 바람난 여인이 자신의 잘못을 후회하는 마음에서 지은 것이라고 했다. 송나라 때의 시경학자 주희가 가장 대표적이다. ‘ 바람 난 여인이 소박맞아 자기의 행위를 후회하면서 지은 노래다.’ 그리고 한 걸음 더 나아가 ‘ 입신하려는 선비가 한 번의 잘못으로 만사가 모두 무너지게 되는 것과 이 여인이 정조를 한 번 잃어 후회하는 것과 무엇이 다르겠는가?’라고 했다. 이런 관점은 봉건시대에 통용되었던 예법과 교화에 근거한 것으로써 부녀자를 위시해서 식자들에게 까지 정절과 충절을 강조하기 위해 시의 내용을 견강부회했다. 지금은 주희나 한 대의 시경학자들의 설을 따르지 않고 있다. 단지 ‘ 버림받은 여인이 자신의 처지를 한탄하는 시로써 공작동남비(孔雀東南飛)의 내용과 상통하다.’라고 해설한 청인(淸人) 방옥윤(方玉潤)의 설이 비교적 사실과 가깝다고 하겠다.




氓之蚩蚩 抱布貿絲(맹지치치 포포무사)

어리숙한 남자 돈을 들고 찾아와 실을 사겠다네




匪來貿絲 來卽我謀(비래무사 래즉아모)

실을 사러 온 것이 아니라 와서는 네게 수작을 거네요






送子涉淇 至于頓丘(송자섭기 지우돈구)

그래서 기꺼이 기수(淇水)를 건너

돈구1)까지 배웅했지요






匪我愆期 子無良媒(비아건기 자무량매)

내가 기일을 늦추는 것이 아니라

그대가 좋은 매파를 보내지 않아서지요






將子無怒 秋以爲期(장자무노 추이위기)

그대는 노하지 말고

가을에는 꼭 기약하도록 해요







부(賦)다. 氓(맹)은 일반 백성이고 蚩蚩(치치)는 어리숙하고 무지한 모양이다. 布(포)는 고대에 화폐로 사용했던 천이다. 貿(무)는 산다는 뜻이니, 貿絲(무사)는 즉 실을 사는 행위다. 실을 파고 사는 행위가 일어나는 시기는 아마도 초하(初夏)일 것이다. 頓丘(돈구)는 지명으로 지금의 하남성 청풍현(淸豊縣)이다. 愆(건)은 허물이다.

○ 어디 사는 누군지도 모르는, 언뜻 보기에 고지식하고 어리숙한 사내가 돈을 가지고 실을 사기 위해 초여름에 왔다. 그런데 이 사내는 실을 산다고 하면서 나를 은근히 유혹했다. 나도 모르게 사나이와 친한 사이가 되어 그가 돌아갈 때 기수(淇水)를 건너 돈구(頓丘)까지 배웅했다. 그때 당장 부부가 되자고 하는 사내에게 내가 말했다. “ 혼인의 시기를 늦추려고 하는 것은 아니지만 당신은 혼인을 청하는 좋은 중매인을 보내지 않았잖아요. 그러니까 지금은 아직 부부가 될 수 없어요. 제발 당신은 내 말을 노여워하지 말고 빨리 중매인을 보내 가을에나 혼인할 수 있도록 해요. ”





乘彼垝垣 以望復關(승피궤원 이망복관)

허물어진 담에 올라

하염없이 복관(復關)1)만 바라보다가





不見復關 泣涕漣漣(불견복관 읍체연연)

복관에 그대 모습이 보이지 않아

눈물만 뚝뚝 흘렸지요






旣見復關 載笑載言(기견복관 재소재언)

복관에 그대 모습 나타나니

웃음지으며 이야기 했지요





爾卜爾筮 體無咎言(이복이서 체무구언 )

거북점 치고 시초점 쳐서

점괘에 나쁜 말 없으면






以爾車來 以我賄遷(이이차래 이아회천)

그대 수레 몰고와서

나의 혼수감 가져가세요







賦(부)다. 垝(궤)는 무너뜨림이요, 垣(원)은 담장이다. 復關(복관)은 마을로 들어오는 관문의 이름이다. 卜(복)은 거북등껍질로 치는 점이고 서(筮)는 시초(蓍草)로 치는 점이다. 體(체)는 점괘다.

○ 계절은 바뀌어 가을이 되니 님이 그리워 저 허물어져 가는 흙담장 위에 올라앉아 복관 마을의 하늘을 바라보며 사내의 모습이 나타는 지를 살폈으나 그 사람이 보이지 않아 슬픈 눈물을 끝없이 흘렸다. 그러다가 복관을 통과한 사내를 다시 만나게 되어 기쁨에 넘쳐 서로 읏으며 말을 주고받았다. 그때 거북등과 시초로 점을 쳐보고 장차 조금도 불길한 일이 없을 것이라고 한 당신의 말을 믿고 심을 챙겨 당신이 끌고 온 수래를 타고 당신에게 시집갔다.





桑之未落 其葉沃若 (상지미락 기엽옥약)

뽕잎 떨어지기 전에는 그 잎이 싱싱하다





于嗟鳩兮 無食桑葚(우차구혜 무식상심)

아, 비둘기들이여 오디를 따먹지 말라






于嗟女兮 無與士耽(우차여혜 무여사탐)

아, 여자들이여 사랑에 빠지지 말라






士之耽兮 猶可說也(사지탐혜 유가설혜)

사내들이 하는 사랑은 변명이나 할 수 있지만






女之耽兮 不可說也(여지탐혜 불가설혜)

여자의 사랑은 변명조차 안 통하네







比(비)이나 興(흥)이다. 沃若(옥약)은 윤택(潤澤)한 모습이다. 鳩(구)는 鶻鳩(골구)이니, 山雀(산작)과 흡사한데 작고 짧은 꼬리에 검은색이요, 소리가 시끄럽다. 葚(심)은 뽕나무열매 오디다. 비둘기가 뽕나무열매를 많이 먹으면 취하게 된다. 耽(탐)은 서로 즐김이다. 說(설)을 설명함이다.

○ 그때부터 차츰 고난이 길을 걷게 되었다. 저 뽕나무 잎이 아직 떨어지지 않았을 때는 그 잎이 싱싱하여 반질반질 윤기가 돌았다. 마치 내가 사내와 막 교제를 시작했을 무렵처럼. 아아 비둘기여, 오디가 맛있다고 마구 따먹지 마라. 그렇게 많이 먹으면 몸에 해로운 법이니. 남녀가 정욕적인 사랑에만 빠지는 것도 이것과 같이 마찬가지다. 꼭 후회할 때가 있다. 아아 세상의 여자들이여! 남자와 도리에 벗어난 즐거움에 빠져서는 안 된다. 남자의 경우라면 이런저런 해명이라고 할 수 있지만 여자가 그렇게 정욕에 빠지는 것은 변명할 여지조차 없기 때문이다. 여자는 정절을 지키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





桑之落矣 其黃而隕(상지락의 기황이운)

뽕잎이 시들어 떨어지니 누렇게 시들었네





自我徂爾 三歲食貧(자아조이 삼세식빈)

그대에게 시집온 후 3년이나 굶주렸네!







淇水湯湯 漸車帷裳(기수탕탕 참거유상)

넘실거리는 기수의 물결, 수레의 휘장을 적시려하네





女也不爽 士貳其行(여야불상 사이기행)

여자는 변하지 않지만 사내들은 그렇지 않네







士也罔極 二三其德(사야망극 이삼기덕)

사내 마음 측량할 길 없어 그 본심 알 수 없네







比(비)이다. 隕(운)은 떨어짐이요, 徂(조)는 감이다. 湯湯(탕탕)은 물이 성하여 넘실대는 모습이다. 漸(점)은 젖음이고 유상(帷裳)은 수레의 장식으로, 童容(동용)이라고도 하는데 부인이 타고 다니는 수레를 치장하는 장식물이다. 爽(상)은 어긋남이요, 極(극)은 지극함이다.

○ 뽕잎이 질 무렵에는 차츰 노랗게 변하면서 시들게 마련이다. 마치 여자가 용모가 쇠하여 사내에게 버림받게 되는 것과 유사하다. 내가 당신 곁에 간지 3년이나 되었지만, 그 동안 줄곧 나는 제대로 대접도 받지 못하고 괴로움만 겪어왔다. 그 결과 버림받고 또다시 기수를 건너 되돌아오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기수의 물결이 넘실거리며 강을 건너는 내 수레의 수렴을 흠뻑 적시네. 옛날에는 이 물을 건너왔지만 지금은 다시 건너가고 있다. 생각하건대 여자란 지켜야 할 도리를 지키며 어긋남이 없는 법이지만, 사내란 그 행실이 한결같지 못하고 변하게 마련이다. 사내의 마음을 걷잡을 수 없음은 오직 그 행실이 두 갈레, 세 갈래로 엇갈려 어디에 본심이 있는지를 모르기 때문이다. 나를 유혹한 사나이가 바로 그랬다.





三歲爲婦 靡室勞矣(삼세위부 미실노의)

삼년 동안 부인되어 쉬지 않고 고생하고





夙興夜寐 靡有朝矣(숙흥야매 미유조의)

새벽에 일어나 저녁 늦게 일하면서도 아침밥도 걸르고





言旣遂矣 至于暴矣(언기수의 지우폭의)

시키는 대로 했더니 더욱 난폭하게 대했지





兄弟不知 咥其笑矣(형제부지 희기소의)

속 모르는 시댁 식구들은 나를 보고 비웃기만 하고





靜言思之 躬自悼矣(정언사지 궁자도의)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나 자신이 서럽기만 하네




賦(부)다. 靡(미)는 아닌 것이고 숙, 夙(숙)은 새벽이고, 興(흥)은 일어남이니 새벽부터 밤늦게 까지 허리가 부러지도록 열심히 일하는 모습이다. 咥(희)는 비웃는 모양이다.

○ 나는 사내의 처가 된 후 3년 동안 고생을 고생으로 여기지 않고 아침엔 일찍 일어나고 저녁에는 늦게 자면서도 밥을 굶기까지 했다. 하루도 그렇게 하지 않은 날이 없었다. 그런데 부부가 되기로 언약을 한 후부터 사내는 난폭하게 변하여 나를 박대했다. 속 모르는 시댁 식구들은 희죽거리며 웃기만 한다. 이런 내 처지를 곰곰이 생각해 보니 나 자신이 가엾어서 슬퍼진다.



及爾偕老 老使我怨(급이해로 누사아원)

백년해로 기약했지만 늙으니 원망하는 마음만 들게 하네







淇則有岸 隰則有泮(기즉유안 습즉유반)

기수에는 언덕이 있고 늪지에는 둔덕도 있지







總角之宴 言笑晏晏(총각지연 언소안안)

즐거웠던 처녀시절 다정했던 님이었건만







信誓旦旦 不思其反(신서단단 불사기반)

굳게 맺은 맹세 변할 줄 몰랐네







反是不思 亦已焉哉(반시불사 역이언재)

변할 줄 몰랐으니 이제 와서 어쩌겠소.





賦(부)이나 興(흥)이다. 及(급)은 더불어 같이 감이다. 泮(반)은 물가이니, 높고 낮음이 구별되는 곳이다. 시집가지 않은 처녀가 비녀를 꽂지 않고 다만 머리를 묶어서 치장하는 것을 總角(총각)이라고 한다. 晏晏(안안)은 和柔(화유)함이요, 旦旦(단단)은 굳고 견고한 것이다.

○ 나는 당신과 함께 해로하려고 생각했지만 늙으니 오히려 나로 하여금 당신을 원망하도록 만드는 군요. 기수에도 언덕이 있고 늪지에도 둔덕이 있는 법이지. 그런데도 당신의 마음은 측량할 길이 없으니 기슭이나 둔덕이 없는 것과 같구려. 옛날 내가 아직 처녀였을 무렵에는 세상이 어떤 것인지 몰라 마음이 편했고 당신도 말과 웃음이 부드럽고 상냥하기만 했었죠. 두 사람이 믿음으로 언약했을 때 친절하고 정싱이 깃들여 있어 당신의 마음이 이렇게 변하리라고는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오. 하지만 이제 와서 후회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소?




시경강설- 이기동역해

실을 파는 아가씨에게 어수룩한 남자가 나타났다. 그는 포목을 들고 와서 포목을 준테니까 실을 팔라고 한다. 그러나 그는 실을 사는데 목족이 있었던 것이 아니다. 그 아가씨를 꾀러 온 것이다. 한창 사춘기에 접어든 아가씨도 그것을 눈치 챘지만 싫지 않았다. 은근히 사내가 그리웠고 사랑을 하고 있었던 터였다. 그래서 못 이기는 척 그 사내와 연애를 했다. 그가 집으로 돌아갈 때 아가씨는 그를 전송하러 강 건너에까지 갔다. 그랬더니 그는 함께 자기 집에 가자고 졸라댄다. 사내는 원래 그렇게 성급하게 구는 존재다. 연애를 하기 시작하면 곧바로 동침을 하자고 치근거리는 존재다. 앞뒤도 생각 않고 서두른다. 그것은 여자를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성적 욕구가 발동해서이다. 그러나 아가씨는 사나이가 성급하게 구는 까닭을 알 수가 없다. 다만 꿈같은 사랑을 하고 싶을 뿐이다. 동침을 하는 것은 꿈같은 사랑을 속삭이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오히려 사랑을 더럽히는 것으로 생각되기도 한다. 그래서 총각의 유혹을 뿌리친다. 그러자 총각은 아가씨에게 화를 낸다. “ 나를 사랑하지 않느냐?” 고 다그친다. 아가씨는 그렇지 않다고 설명한다. 매파를 앞세워 모두에게 인정받는 결혼식을 올린 뒤로 미루자고 달랜다. 그렇게 타이르고는 사나이를 떠나보낸다.




그런데 한 번 떠나간 사나이는 돌아오지 않는다. 아가씨는 반쯤 무너진 허름한 담벼락에 올라가서 혹시라도 사나이가 오지 않나 바라본다. 아가씨에게는 그 사나이가 첫사랑이다. 첫사랑은 그만큼 아가씨의 가슴을 울린다. 아가씨는 외롭고 슬픈 나머지 눈물이 줄줄 흐른다. 그때 사나이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아서 그만 화가 난 것일까? 그때 그의 부탁을 들어줄 것ㄹ 후회도 해본다. 그러다가 그만 지치고 말았다. 이젠 찾아와도 모른 체하고 말리라고 체념하기도 한다. 그런데 막상 사나이가 나나타자 생각과는 전혀 다른 반응을 하고 만다. 사랑은 머릿속에서 생각하는 것과는 전혀 다른 것. 그것은 가슴속에서 솟아나는 것, 그래서 사랑에는 이유가 없는 것, 저절로 웃음이 나오고 반갑게 환영을 한다. “ 그간에 무슨 일이라도 있었어요? 얼마나 기다렸는데 왜 이제야 왔어오?“ 즐거움에 겨워 이야기에 빠져든다. 사나이와 처음 만났을 때와는 사랑의 내용이 다르다. 처음 만났을 때는 가슴이 설레기도 했지만 남남끼리 만난 것이므로 두렵기도 했다. 그러나 기다리던 님을 만났을 땐 이제 남남이 아니다. 오래 전에부터 알던 사람처럼 친숙하다. 아가씨는 이제 사내에게 두려움 같은 것을 느끼지 않게 되었다. 사나이가 떠났을 때의 외로움을 경험했기 때문에 더 이상 사나이를 떠나보내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전처럼 완강하게 뿌리치지도 않았고 뿌리칠 수도 없었다. 점괘라도 뽑아보고 나쁘지 않다면 그냥 사나이를 따라 나설 용기가 생겼다. 그래서 뽕잎이 싱싱하게 달려 있을 때 비둘기 떼들이 찾이오지만, 알고 보니 비둘기 때들은 뽕잎을 먹으러 온 것이 아니라 오디를 따먹으러 온 것이다. 오디를 다 따먹고 나면 뽕잎은 거들떠보지도 않는다. 사나이들이 아가씨들에게 접근하는 것도 많은 부분은 그 아가씨의 너그러운 마음씨에 쏠린 것이 아니다. 그 아가씨의 성적 매력에 쏠린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런 사나이들은 성적인 목적은 다 달성하고 나면 오디를 따먹은 비둘기가 뽕나무를 쳐다보지 않는 것처럼 아가씨를 쳐다보지도 않고 떠나버리기 일쑤다. 아가씨들은 여전히 아름답고 마음씨 너그럽지만 떠나간 사나이들들 때문에 상처받는다. 사내들은 성적인 문제가 발생해도 적당히 핑계를 대고 넘어가지만 아가씨들에게 성적인 문제가 발생하면 치명적인 상처를 받고 만다. 사나이를 따라서 동거하러 간 우리의 주인공 아가씨도 돌이길 수 없는 상처를 받고 흐느끼곤 한다.




뽕잎은 이윽고 단풍이 들어 떨어진다. 뽕잎이 떨어지고 나면 더더욱 볼품이 없다. 이처럼 아가씨도 나이가 들어 얼굴에 세월의 흔적이 보이면 그나마 매력도 없어지고 만다. 그녀는 점점 초조해진다. 믿었던 사나이는 자꾸 다른 여자를 쫓아다니는데 제대로 먹지도 못하고 삼 년을 보내고 나니 얼굴도 많이 늙어 보인다. 이제 사내를 붙들 자신도 없어진다. 차라리 기수(淇水)를 건너 친정으로 돌아가고 싶어도 부모님의 말씀을 뿌리치고 도망치듯 시집온 자신을 부모님이 용서해줄 것 같지도 않다. 또 불행한 몸으로 친정에 가자니 용기가 나지 않는다. 그래서 그녀는 공연히 기수의 물결에 핑계를 댄다. 기수의 물결이 너무 세차고 거칠어 수레가 잠겨버리겠다고. 그래서 사나이의 마음을 돌이켜 다시 살아보려 노력을 한다. 그러나 아무리 그녀가 노력해도 한 번 변한 사나이의 마음은 돌아오지 않는다. 이랬다저랬다 변화무쌍하여 도무지 헤아릴 길이 없다.




그녀는 삼 년이라는 세월 동안 모진 고생을 다하고 살았다. 새벽에 일어나서 밤늦게 까지 일했다. 아침밥을 거는 것을 다반사였다. 그러나 사나이가 그녀에게 상냥하게 대한 것은 원하던 일이 사나이의 뜻대로 되지 않을 때뿐이었다.

사나이의 뜻대로 되고 난 뒤부터는 사나이는 난폭해지기 시작했다. 그녀에게 폭언을 하디고 하고 함부로 대하기도 했다. 그녀는 그런 모욕을 참고 견디느라 여력이 없는데, 시집의 시숙들과 시동생들은 그런 그녀의 속도 모르고 그저 히죽이죽 웃고만 있다. 아마 그들에게는 그녀가 사나이의 외도 눈치채지 못하고 바보처럼 고생만 하는 것으로 보인 모양이다. 그녀는 가만히 자신을 돌아본다. 누구에게 하소연도 할 수 없는 자신의 처지가 너무 서러워 눈물만 삼킨다.




그녀가 시집올 때는 죽을 띠까지 해로하리라 작정했다. 그러나 그녀가 나이를 먹으니까 사나이는 젊은 여인을 찾아 또 돌아다닌다. 기수가 넓어도 물가에 언덕이 있고, 늪지대가 질펀해도 찾아보면 둔덕이 있어 쉴 곳이 있듯이 나이든 여인에게도 여전히 매력이 있으련만, 사나이는 그런 그녀를 아랑곳하지 않는다. 사나이가 그녀에게 다정하게 대해 주었던 것은 오직 머리를 땋고 있었던 처녀시절 뿐이었다. 그때는 사나이의 마음이 영원히 변치 않을 것으로 믿었다. 그래서 평생을 함께 하자고 단단히 언약을 하고 시집을 왔건만 이제 와서 사나이가 완전히 바뀔 줄은 미처 몰았다. 사나이가 돌아오리라는 소망은 아예 글렀고, 친정으로 돌아갈 마음은 더더욱 없다. 처녀 때는 꿈 많던 소녀였는데 하나도 이루어진 것이 없다. 인생이 이렇게 끝나고 마는가? 품었던 행복을 다 어찌하고 이대로 끝나고 마는 것인가? 그러나 어쩔 수 없다. 그녀는 이제 체념을 한다. 기구한 여자의 인생이다.




이 시는 함부로 사랑에 빠지는 아가씨들에게 경종을 울린다. 냉정하게 예법을 갖추고 양가 부모와 일가친척이 보는 앞에서 정식으로 결혼식을 올리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도 깨우쳐주고 있다. 또한 이 시는 많은 남성들을 반성하게 만들기도 한다.







1)돈구(頓丘) : 지금 하북성 청풍현(淸豊縣) 서남 쪽 15km 지점이 있음. 모전(毛傳)에는「언덕이 하나로 된 것이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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