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세충(韓世忠)(1088~1151), 자는 양신(良臣)으로 연안(延安)사람이다. 남송 때 활약한 사람으로, 금에 대항한 명장의 한 명으로 꼽힌다. 한세충은 악비(岳飛)와 유기(劉錡) 등과 함께 금군의 침입을 막아 송조(宋朝)의 명맥을 유지하고 없어진 영토를 회복하려고 힘쓴 무장이다.

그는 어렸을 때부터 마술(馬術)에 뛰어났고 완력이 강하여 무예에 통달하였다고 한다. 종군 하고 나서는 공훈을 거듭하여 장군 왕연(王淵)에 인정받아 ‘혼자서 만인에 필적한다’고 평가 되었다. “송사(宋史)”에 ‘의(義)를 익히고 재물을 경시하였으며 군을 지키는 것 엄중하였고 사졸들과 고락을 같이하였다’라고 한 것처럼 그는 군사를 아꼈으며 군대의 규율은 엄중했다. 민중으로부터의 지지도 두터웠다고 한다.

당시 송에서는 ‘방랍(方臘)의 난’이 일어나자 한세충은 이 진압에서 분투하였고 본거지를 함락 시키는 등 공적을 세워 승절랑(承節朗)으로 승진했다. 또, 묘부(苗溥), 유정언(劉正彦) 등이 반란을 일으켜 왕연(王淵)과 환관을 주살하고 동시에 고종 황제에 퇴위를 강요한 ‘명수(明受)의 난’ 때는 수도 항주(杭州) 임안부(臨安府)를 반란군으로부터 해방시키고 황제를 구출하는 무훈을 세운다. 이로부터 한세충의 무명(武名)은 천하에 울려 퍼지게 된다.

북방에서는 여진족(女眞族) 완안씨(完顔氏)가 통치하는 금나라가 번성하였고, 남쪽으로 옮긴 송나라는 금을 몰아내고 빼앗긴 국토를 회복하기를 염원하였다. 한세충의 17년에 걸친 금군과의 사투가 시작된 것이다. 그 싸움을 통해 그는 수많은 공을 세우지만, 그 중에 가장 뛰어난 공적은 황천탕(黄天蕩) 전투이다.

완안 아골타(完顔 阿骨打)의 4남인 완안종필(完顔宗弼)이 이끄는 금군은 각지에서 송군을 격파하면서 남하하여 결국 장강을 건너 임안부를 공격했다. 고종(高宗)은 해상으로 피하고 ‘약탈이 끝나서 금군이 떠난 후에 임안부로 돌아오겠다’고 한 상태였다. 금군은 보기 드문 전과를 내어 의기양양하게 북쪽으로 되돌아갔다. 그 귀로를 저지하고자 기다린 것이 한세충 인솔한 ‘한가군(韓家軍)’ 8천이었다.

우선은 금군을 수송하고자 장강(長江) 남안에 기다리고 있던 선단을 공격, 패주시킨다. 그 때문에 금군은 장강을 따라서 서쪽으로 나아갔다. 거기서 매복한 한가군은 금군을 대패시켰고 종필은 패잔병을 잘 모아 한층 더 서쪽으로 이동한다. 한세충은 그들을 따라 같이 서쪽으로 나아갔다. 다시금 공방이 있은 후 결국 금군을 추적해 평강에서 포위하는데 성공하였다.

그러나 그들의 병력이 절대 수에서 적었던 것은 어찌 할 수 없어, 종필의 탈출을 허락해 버리고 만다. 사지를 벗어난 금군은 탈토(脫兎)와 같이 북쪽으로 향하였고 도중에 악비의 군과 만나서 큰 타격을 받는다. 악비는 부근의 성시(城市)의 치안 회복을 최우선으로 하여 감히 추격하지 않았지만 한가군은 홀로 추격을 계속한다.

그리고 한세충의 예측대로 금군은 황천탕(黄天蕩)으로 들어갔다. 거기서 도강하고자 한 것이다. 강 위에서 한세충은 이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부하들을 시켜 물 속에 많은 쇠사슬을 두르게 했다. 금나라 병사가 탄 배는 차례차례 쇠사슬에 의해 침몰해 나갔다. 거기에 한가군이 덮쳤던 것이다. 승패는 분명하였다. 종필은 한세충한테 화해를 청하는 것도 거부당하였다. 결국 그는 결사의 탈출을 도모한다.

그는 바람이 없는 날을 선택해 불화살로 한가 군의 배를 공격했다. 무풍에서는 범선이 움직임이 없다는 것을 예측한 것이다. 그 기회를 타고 포위망으로부터 빠져 나가려는 종필을 한세충은 필사적으로 추격해 나간다. 그의 부하와 장병들도 힘써 싸웠고 금군에서 도망간 자는 주장(主將) 종필을 비롯해 얼마 안 되는 사람뿐이었다. 이 싸움에 대해 아깝게도 종필은 놓쳤지만 한세충의 무명(武名)은 부동(不動)의 것이었다.

이 후도 한세충은 금군과의 싸움을 거듭해 많은 공적을 세워 마침내는 추밀사(樞密使), 함안군왕(咸安郡王), 진남절도사(鎭南節度使), 무안절도사(武安節度使), 영국절도사(寧國節度使)를 겸하기에 이르렀고 송 군대의 기둥으로서 없어서는 안 되는 존재가 되었다. 그러나 전우 악비가 재상 진회(秦檜)에 의해 처형되자 진회에게 격렬하게 항의한 후에는 모든 관직에 물러나 은둔하였다. 그 후 한 번도 군사에 대해 말한 적은 없었다고 한다.

“나는 가난한 서민으로서 태어나 백전(百戰)을 거쳐 왕후의 지위를 얻었다. 전장에서 목이 달아나지 않고 내 집에서 죽을 수 있다. 이 정도로 행복한 죽음은 없는데, 너희들은 무엇을 슬퍼하는 것인가?” 그의 최후의 말이다. 향년 63세 보기드믄 명장의 온화한 죽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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