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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3-04-23 17:24:462283 
5. 白華(백화) - 왕골 -
운영자
일반

白華(백화)

- 왕골 -


가을이 되었다. 언덕에 억새꽃이 하얗게 피고 하얀 띠 꽃은 다발로 피었다. 하얗게 된 가을 언덕을 보니 왠지 마음이 쓸쓸해진다. 이 외롭고 쓸쓸한 계절이 되니 님을 보내고 홀로 있는 나는 더욱 외롭다.

두둥실 흘러가는 흰 구름도 때로는 비가 되어 논밭을 적셔주는데, 멀리 떠난 님은 돌아올 기미기 없다. 언제나 나를 적셔주실까? 생각할수록 야속하다. 못에 저장한 물도 흘러서 논으로 들어가는데, 내 가슴이 얼어붙어도 떠난 님은 돌아오지 않는다. “빨리 돌아와 얼어붙은 내 가슴을 녹여주세요.”

님 생각을 떨칠 수 없어 님 만났던 뽕 밭으로 땔나무 한다 핑계대고 찾아가지만 님을 만날 길은 여전히 없다. 그래서 돌아와 애꿎은 땔나무만 화덕에 넣고 있다. 님은 내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집 안에서 울리는 풍악소리는 집 밖에까지 들리게 마련이다. 그러나 속을 태우는 내 마음을 님은 조금도 알아주지 않는다. 야속한 님이다.

물새들은 어살에서 물고기를 잡아먹으면서 즐겁게 살아가지만 학들은 숲속에서 굶주리며 살고 있다. 님은 불새처럼 잘도 살아가지만 님 그리는 나는 학처럼 고달프게 살아간다. 원앵새는 왼쪽 날개를 드리우고 쌍쌍이 즐겁게 노닐고 있지만 님은 마음이 자주 변해서 함께 어울려주질 않는다. 원앙새를 보아도 여인은 마음이 아프다. 얼마나 짓밟혔으면 저 단단한 돌이 이렇게 납작하게 되어버렸을까? 납작해진 돌을 보는 여인이 마음은 마치 자기 신세 같아 연민을 느낀다. 님에게 이렇게 짓밟히다가 납작해진 나의 신세여....(시경강설)


한편 모서에서는 이 시를 포사를 총애하게 된 주유왕이 신후(申后)를 멀리한 일과 관계가 있다고 해석했고, 주자 또한 이 설에 동의했다. 그러나 모서는 주나라 사람이 유왕을 비방하면서 지은 시라고 한데 비하여 주자는 신후가 한탄하여 몸소 지은 시라고 한 점에서 차이가 있다.

이 시가 과연 유왕과 신후가 관계가 있는 것인지 아닌지는 알 수 없지만 총애를 잃은 부인의 서러움(후대의 분무(噴霧)나 추궁원(秋宮怨)과 같은 시)를 노래한 것임에는 틀림없다.



白華菅兮(백화관혜)

왕골은 물에 담구었다 쓰고



白茅束兮(백모속혜)

흰띠풀은 묶어서 쓰네



之子之遠(지자지원)

님은 멀리 떠나서



俾我獨兮(비아독혜)

나 홀로 있게 버려두시네


비다. 백화(白華)는 야관(野菅)으로 왕골이다. 이미 물에 담궈 겉을 벗겨낸 대를 관(菅)이라 한다. 지자(之子)는 유왕을 폄하한 호칭이다. 비(俾)는 사(使)다. 아(我)는 신후(申后) 자신을 말한다.

○ 유왕이 신후(申侯)의 딸을 취하여 왕비로 삼았으나 후에 포사(褒姒)를 얻자 신후(申后)를 내쳤다. 이에 신후가 “왕골을 물에 적셔 껍질을 벗겨내고 흰 띠풀로 묶으니, 두 물건은 지극히 미미하지만 반드시 서로 기다려서 쓰임을 받거늘, 어찌하여 그대는 나를 멀리하여 나로 하여금 혼자 지내게 하는가?.”라고 노래했다.



英英白雲(영영백운)

두둥실 떠 있는 흰구름



露彼菅茅(로피관모)

이슬되어 왕골 띠풀 적시는데



天步艱難(천보간난)

세상 돌아감에 고뇌가 많거늘



之子不猶(지자불유)

님께서는 냉정하기만 하네


비다. 영영(英英)은 가볍고 밝은 모양이다. 백운(白雲)은 가볍과 맑은 수토(水土) 기운인데 저녁이 되면 이로 인하여 하늘로 올라가고 동시에 로(露)는 바로 흩어지면서 땅으로 내려온다. 보(步)는 행(行)이니, 천보(天步)는 시운(時運)이란 말과 같다. 유(猶)는 도모(圖謀)함이다. 혹자는 “유(猶)는 여전하다는 뜻이다.”라고도 했다.

○ 구름이 사물을 윤택하게 함이 미미하다고 해서 미치지 않은 바가 없거늘 지금 시운이 간난(艱難)한데도 그대는 도모하지 않으니 백운(白雲)의 관모(管茅)에게 이슬을 내려줌만도 못함이다.



滮池北流(퓨지북류)

못물이 북쪽으로 흐르고 흘러



浸彼稻田(침피도전)

저 논들을 모두 적시는데



嘯歌傷懷(소가상회)

휘파람 불고 탄식하며



念彼碩人(염피석인)

위대하신 님만을 생각하네


비다. 퓨(滮)는 강이름으로 지금의 섬서성 서안시 서북을 흐르는데 주나라 때는 풍(豊)·호(鎬)의 사이를 흘렀다. 석인(碩人)은 존대(尊大)하는 호칭인데 유왕을 가리킨다.

○ 미미하게 흐르는 실개천도 능히 주위의 땅을 적셔주거늘, 그대는 존대한 신분임에도 오히려 총애와 은택을 통하게 하지 않으니, 나로 하여금 마음 상하게 하니 휘파람 불며 노래하며 그대를 그리워하며 생각나게 함이다.



樵彼桑薪(초피상신)

뽕나가 가지 잘라다가



卬烘于煁(앙홍우심)

화덕에 불을 지피네



維彼碩人(유피석인)

아아 훌륭하신 님이시여



實勞我心(실로아심)

참으로 내 마음 괴롭히시네


비다. 초(樵)는 땔나무를 베는 행위다. 상신(桑薪)은 뽕나무가지 섶이다. 앙(卬)은 여인이 스스를 칭하는 말이고 홍(烘)은 불태움이다. 심(煁)은 솥을 거는 화덕으로, 불을 땔 수는 있지만 솥이 없어 음식을 익힐 수 없음이다.

○ 뽕나무가지 섶을 때서 음식을 익힐 수 있는데도 단지 불만 땔 수 있으니 존대한 정비(正妃)가 오히려 비천한 대우를 받고 있음을 비유했다.



鼓鍾于宮(고종우궁)

대궐에서 울리는 쇠북소리



聲聞于外(성문우외)

성밖까지 들리네



念子懆懆(염자조조)

님만을 생각하며 시름에 젖어도



視我邁邁(시아매매)

님께서는 날 돌아보지 않네


비다. 조조(懆懆)는 참참(慘慘)으로 근심하는 모습이고, 매매(邁邁)는 한노(狠怒)로 매우 화가나서 돌아보지도 않음이다.

○ 쇠북을 궁궐서 친다면 종소리가 밖에까지 들리는데, 그대를 근심어린 마음으로 그리워함에도 오히려 매매(邁邁)히 나를 대하는 이유는 무었때문인가?



有鶖在梁(유추재량)

무수리는 어살에 포식하지만



有鶴在林(유학재림)

두루미는 숲속에서 굶주리네



維彼碩人(유피석인)

훌륭하신 내 님이시여



實勞我心(실로아심)

참으로 내 마음 괴롭히네


비다. 추(鶖)는 독추(禿鶖)로 무수리다. 생김새는 학과 같지만 크고 짙푸른 색이며, 날개를 펼치면 너비가 애여석 자이고, 고개를 들면 높이가 예닐곱 자이며, 목은 길고 눈은 붉으며 머리와 목에는 모두 털이 없다. 부리는 짙은 노란색이고 납작하며 곧은데 길이는 한 자 남짓이다. 량(梁)은 어량(魚梁)으로 고기를 잡기 위해 설치하는 물막이다. 정전(鄭箋)에 “ 무수리와 학은 모두 물고기를 잡아먹고 사는 새다. 그러나 성질이 탐욕스러운 무수리는 어살에 있으면서 배불리 먹고, 성질이 고결한 학은 숲에 있으며 굶주리고 있으니 이는 왕이 포사를 사랑하고 신후 자신을 내치는 일은 악을 가까이 하고 선을 멀리하고 있다고 비유했다.”라고 했다.

○ 송인 소철(蘇轍)이 말했다.

“추(鶖)와 학(鶴)은 모두 물고기를 먹는다. 그러나 학과 추는 청탁으로 구분할 수 있는데 지금 추는 어량에 있고 학은 숲속에 있으니 추는 배부르고 학은 굶주리고 있음이다. 유왕이 포사를 나아가게 하고 신후를 내치니 이는 추를 기르고 학을 버리는 일과 같다.”




鴛鴦在梁(원앙재량)

원앙새가 어량에 있으니



戢其左翼(즙기좌익)

그 왼쪽 날개를 거두었다.



之子無良(지자무량)

무정한 나의 님이시어



二三其德(이삼기덕)

어찌 그 마음을 이리저리 옮기시는가?


비다. 원앙새가 왼쪽 날개를 접는 이유는 떳떳함을 잃지 않기 위해서다. 량(良)은 선(善)이다. 이삼기덕(二三其德)은 원앙새만도 못함을 말한다.



有扁斯石(유편기석)

지체 낮은 돌이지만


履之卑兮(이지비혜)

짖궂게도 짓밟아버리네


之子之遠(지자지원)

님께서 멀리하시니


俾我疧兮(비아지원)

내 마음 아프지 않겠는가?


비다. 편(扁)은 고대에 수레를 탈 때 이용하는 디딤돌이다. 비(俾)는 사(使)로 시킴이요, 저(疷)는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이다.

○ 보잘 것 없는 디딤돌을 짓밟는 자 또한 그 행동 낮으니, 첩이 낮다면 총애하는 자도 또한 비천하다. 이 때문에 지가(之子)가 멀어져 나로 하여금 고통스럽게 함이다.


- 백화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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