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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6-05-03 17:44:505591 
제자백가의 전쟁론
양승국
일반
 

   춘추전국시대의 처참하고 지리했던 ‘전쟁’은 당대를 호흡한 지식인들의 주된 관심사였고 대부분의 제자백가들이 그같은 ‘객관적인 전쟁현실’에 대해 강렬한 문제의식을 갖고서 그 해결에 앞장을 섰었다. 초기에는 부국강병을 이루기 위한 방법이나 전쟁기술 등이 주된 관심이었으나 전국시대 중기 이후로 접어들면서 천하 통일의 방법으로서의 ‘전쟁’에 대한 다양한 입장들이 맞서게 된다. 이를 필자는 지식인들의 자주적인 문화의식의 대결로 본다. 이들의 관심은 크게 나누어, ‘전쟁’을 현실적으로 불가피한 정치적 해결수단으로 인정하여 효율적인 전쟁수행을 모색하여 능동적으로 대처하려했던 주전론(主戰論)의 부류와, 전쟁의 역기능인 파괴와 살상, 민생파탄 등에 주목하여 전쟁과 군비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지녔던 ‘반전’(非戰)론의 부류로 나눌 수 있다.


  법가와 병가가 주전론의 입장을 대표하였고 유가가 제한된 범위 내에서 전쟁을 인정하고 있음을 보았다. 법가의 경우 국가자원(인적, 물적)의 조직적인 활용을 중시하여 일찍부터 변법을 통한 효율적인 전시 관리체제를 확립하여 군사력을 앞세운 통일을 추진함으로써 당대 사상가들 중에서 보기 드물게 정치적․군사적 진보성을 보여주었다면, 또한 그들은 국가공리주의의 관철을 획일적으로 도입시키려는 과정에서 다양한 관심을 가진 지식인들의 문화적 자율성을 크게 제한하는 반동성을 극복하지 못한 한계점을 지니고 있다고 하겠다.


  대표적인 반전론을 제시한 묵가의 ‘침략반대’(非攻)론은 전쟁의 구렁텅이 속에서 고난 받는 민중의 시각에서 형성된 반전․평화론의 사상이다. 사회생산의 확대와 보호를 위한 ‘만민박애’(兼愛)와 ‘상호 이익의 증진’(交相利)의 실현을 위하여 묵가집단이 보여준 이타정신에서 우리는 -- 인류 역사상 그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 이성적 도덕주의의 이상과 실천이 통일된 위대한 모습을 볼 수가 있다. 유가의   의전론(義戰論)이나 도가의 반전론은 지식인들의 자율성과 책임에 근거하는 당대의 전쟁현실에 대한 또 다른 인문주의의 표현이라고 본다. 그러나 이들 모두에게는 -- 전쟁 자체의 본질에 대한 -- 부정적 이해 때문에, 당대의 현실적인 문제의 해결에는 별로 큰 도움을 주지 못했다고 판단된다.   


   그러나 역사는 이와 같은 제자백가들의 다양한 전쟁론을 뒤로 한 채 전쟁에 의해 통일되어 ‘진한’(秦漢)이래 관료적 중앙집권국가의 등장과 함께 ‘춘주전국시대’(기원전 770-221)라는 긴 전쟁의 시대는 일단 종식된다. 통일국가가 들어서고 전쟁이 종식되면서 ‘전쟁’이라는 역사현실로부터 실제적 ‘수요’를 요청받았던 법가의 주전론과 묵가의 반전론은 자연히 각각 소멸과 좌절의 길을 걷게 되었다. 그 대신 유가의 ‘의전론’이 체제유지를 목표로 한 현실적 수요에 의해 독존하게 되었으며 도가의 ‘전쟁부정’(非戰)론, 또는 ‘전쟁무위’론은 하나의 유토피아로 남게 되었다.


  전쟁은 개개인의 의지와 무관하게 발생한다. 현대에도 국가경영을 위탁받은 소수권력자들의 의지에 따라 결정되고 있으며 지금 이 시각에도 지구촌에는 -- 그것이 국지전이든, 전면전이든 -- 계속되고 있다. 전쟁의 양상이 고대의 그것과 차이가 있다면 그것은 파괴강도와 살상능력에 있어서의 효율성의 차이에 있을 뿐이다. 그러나 동기와 목적은 유사하다. 개인이 속한 공동체가 일단 전쟁의 상황에 놓이게 되었을 때 개인이 동의하지 않은 전쟁이라고 해서 ‘전쟁상황’으로부터 도피할 수 없는 것이 전쟁이 변함없이 인간에게 부여하는 고통의 현실이다. 금세기 우리가 겪은 한국전쟁이 그러했고 60년대 대리전으로 치른 월남전이 그렇다. 가깝게는 90년대 초반 이래의 이라크를 상대로 하는 미국의 전쟁 또한 그러한 것이다. 전쟁이 지속되는 동안은 무고한 양민들이 계속 희생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우리는 전쟁당사국이 아니면서도 연일 계속되는 현지 전황보도에 우리의 눈과 귀를 매어두어야 했다. 만일 전쟁을 눈앞에 두었을 때 현대국가체제처럼 정보통치와 대중조작이 발달한 사회에서 과연 지식인들의 ‘반전’ 공간은 확보될 수 있을까? 대답은 비관적이다. 방대한 전산관리시스템은 이미 개개인을 언제라도 동원가능하게 대기시켜 놓고 있고, 게다가 다양한 조작매체는 개인의 주체적인 판단을 체계적으로 흐려놓는다. 어쩌면 몸으로는 눈부시게 발전한 과학문명의 혜택을 누리면서도, 상업주의적인 이윤추구 때문에, 개개인의 전인적인 ‘정신적 자유’, 또는 건전한 ‘생활세계’(Lebenswelt)는 우리가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소외․조작되어 가고 있는 것이 오늘을 사는 우리의 모습일 것이다. 그러나 우리들의 주체적 판단과 실천의 공간은 어디에 있는가? 적어도 고대 중국의 반전론자들의 ‘이상과 용기’에 비한다면 오늘날 지식인들의 입지는 상당히 부정적일 수밖에 없다.

 

송영배-서울대 철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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