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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5-09-20 15:20:147074 
고우영식 풍자로 돌아보는 중국 역사
양승국
일반

고우영식 풍자로 돌아보는 중국 역사
[서평] 거장 고우영의 '삼국지'에서 '십팔사략'까지
이준목(seaoflee) 기자
국내에서 제법 이름을 알린 중견 문인들 중에서 한번쯤 중국의 고전에 시선을 돌리지 않은 사람들을 찾기 힘들다. <삼국지>와 <수호지> <초한지> 등은 그 흥미로운 역사와 캐릭터, 드라마틱한 대결구도 등으로 오랫동안 각종 문화 장르를 통해 소구되는 불멸의 텍스트들이다.

▲ 고우영 삼국지
ⓒ2005 애니북스
그러나 이미 시중에 넘쳐나고 현재도 계속 발간되고 있는 무수한 텍스트들 가운데서도 고우영 화백의 책만큼 완성도 높고 강렬한 개성을 보여주는 이야기도 없다. <임꺽정> <일지매> <수레바퀴>처럼 한국의 토속적인 정서를 담아내는 솜씨도 남다르지만, 중국의 역사와 고전을 해석하는데 있어서도 특유의 독특한 해학과 풍자 정신을 보여주는 솜씨는 가히 명불허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국내에서 내로라 하는 작가들이 편역해 낸 중국 고전들이 부분적인 문체와 해석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큰 맥락에는 눈에 띄는 차별화를 찾기 어렵고 중국 역사에 대한 거시적인 이해나 일목요연한 정리 등은 찾기 어려웠던 것과 비교해볼 때, 고우영 화백의 만화는 21세기인 현대의 시선으로 보아도 파격적인 해석과 고찰면에서 남다른 관점을 보여준다.

'고우영 전집'(애니북스)으로 대표되는 고우영판 중국 고전들을 모으면, 그 자체로 하나의 훌륭한 중국 역사 모음이 된다. <십팔사략>으로 중국의 기원에서 북송-남송 시대에 이르는 고대 중국의 역사를 개괄하고, <초한지> <삼국지> <수호지>를 파고 들어가면, 중국 역사의 뿌리를 마스터할 수 있다.

여기서 고우영 화백의 만화가 주는 매력은, 이야기 본연의 재미를 잃어버리지 않으면서도 역사의 수레바퀴를 현대적으로 재조명하는 탁월한 분석력을 보여준다는 데 있다. 고우영 화백의 작품은, 만화라는 매체가 지닌 특성을 십분 살려서 강렬한 캐릭터의 매력으로 시선을 끈다.

텍스트로만 존재하는 소설과 달리, 글과 그림이 공존하는 만화에서는 고우영이 재해석해낸 캐릭터의 모습이 입체적으로 재현되어 있다. 고우영 화백의 작품 속에서 가장 명쾌하고 단순한 대결구도를 보여주는 <초한지>는 이런 개성이 가장 선명하게 드러난다.

항우는 남자답고 용맹한 쾌남아이지만, 시대를 잘못만나서 좌절하고 마는 비운의 영웅으로 잘 묘사되어 있고, 유방은 겁쟁이인 데다가 기회주의적이지만 처세에 능하여 역사의 흐름을 따를 줄 아는 캐릭터로 그려진다. 한신은 탁월한 두뇌와 비범한 군사적 재능에도 명분에 집착하여 시대의 대세를 읽지 못하여 버림받는 캐릭터로 그려진다.

고우영 화백은 중국 고전의 대표격이라 할만한 <삼국지>에서 악역 이미지의 조조를 '사나이'로 규정하고, 유비를 '쪼다'로 평가하는 등 지금보다 20여 년이나 전에 이미 시대를 앞서간 고정관념을 무시하는 파격적인 해석을 보여준바 있다. 특히 개인적인 재능도 신의도 없지만, 유연한 처세와 용인술만으로 한 시대를 풍미한 것으로 그려지는 인물 유비의 모습을 자신의 얼굴로 표현해내는 익살은, 고우영 화백 특유의 풍자적인 유머감각을 잘 보여준다.

또한 고우영 화백은 <삼국지>나 <초한지> 같은 중국 고전 속에서 흔히 빠지기 쉬운 감상적인 영웅주의에 매몰되지 않고, 날선 유머 속에서 비판적인 시각을 유지한다. 특히 고대와 중세로 이어지는 중국 역사를 개괄하는 <십팔사략>에서는 끊임없는 전란과 권력투쟁으로 일관해온 중국(크게는 전근대의 동아시아)의 정치사에 대한 환멸의 시선이 담겨져 있다.

권좌에 눈이 먼 아들이 아버지를 살해하고, 신하는 임금을 해하며, 어제의 친구가 오늘의 적이 되는 등. 신용과 의리는 권력의 단맛 뒤로 헌신짝처럼 버려지고 위정자들의 추악한 권력투쟁 속에서 고통 받는 것은 언제나 힘없는 민초들뿐이다. 춘추전국시대, 삼국시대, 오호십육국 시대, 오대 십국시대 등 한 왕조가 채 5년을 넘기지 못하고, 분열과 대립을 반복하는 혼란의 역사 속에서 인간으로선 상상하기 힘든 범죄가 태연하게 자행된다.

고우영 화백은 이런 혼란의 중국사를 단순한 영웅담 위주로 평면적으로 다루지 않고, 당대의 지식인과 선구자들, 그리고 민초들의 삶의 모습을 가까이 들이댐으로서 입체적으로 재조명해낸다.

물론 작품 전체의 연결성으로 봤을 때에는 단점도 있다. 이야기의 전체적인 균형 면에서 용두사미인 경우가 많아서 작가 스스로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 후반부의 챕터로 갈수록 이야기가 과도하게 생략되거나, 대충대충 마무리 지은 부분이 많아서 대단원이 허무한 경우가 많다는 점이 아쉽다. 유비의 죽음 이후로 중국사가 거의 생략되다시피한 <삼국지>나 <수호지> 같은 경우가 이런 케이스에 해당할 것이다.

그러나 이런 단점에도 불구하고 고우영 화백이 여전히 우리 시대 최고의 이야기꾼으로 꼽히는 데는 무리가 없을 것이다. 시대를 앞서가는 탁월한 그만의 작품 해석력, 그리고 한국적인 정서를 잃지 않는 걸출한 이야기꾼으로서 고우영 화백은 단순한 만화가가 아닌 지난 20세기를 대표하는 한국 문화사의 거장 중 한 사람으로 꼽는데 무리가 없을 것이다.

(오마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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