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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4-06-25 15:03:047831 
새로 출간된 <이산 열국지>
양승국
일반

새로 출간된 <이산 열국지>

[한겨레]

"중국을 알려면 열국지를 보시라" 한학자 최이산(68)씨가 인터뷰 도중에 꺼낸 원서에는 수백, 수천번씩 들춰보고 찾아본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었다. 책 중간중간에는 형광색 선명한 책갈피들이 수없이 끼워져 있어 책 두께가 늘어나 보일 정도였다. 대만 삼민서국에서 나온 <동주 열국지>였다. 지난 4년 동안 그는 이 두툼한 책 한 권을 우리말로 옮기는 데 온 힘을 다 바쳤다. 지난 40년 동안 한학을 공부하고 중국 고전을 읽은 ‘내공’을 일생 최초의 번역인 이번 <열국지> 번역작업에 모두 쏟아부었다. 최근 나온 <이산 열국지>(전 12권·신서원 펴냄·각권 1만원)은 그가 고희를 바라보는 나이에 새로 얻은 자식과도 같은 책이다.

<열국지>는 중국 춘추전국 시대 550년 동안 수많은 국가들의 흥망성쇠를 담은 역사책이다. <삼국지>가 후한 말기의 수십년 동안의 역사를 배경으로하는 ‘소설’인데 비해 <열국지>는 그 배경 시기가 훨씬 길고 등장인물이 훨씬 더 많은 ’소설같은 역사’ 이야기다. 물론 이 오랜 고전의 우리말본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시중에 나와있는 <열국지> 책들을 보면서 정말 많이 놀랐습니다. 한문을 제대로 배웠다면 하지 않았을 실수나 오류가 수두룩한 겁니다. 다른 책도 아니고 동양문화권 최고 고전 가운데 하나를 이렇게 번역하는 출판 현실이 충격적이었습니다.” 그동안 늘 염두에 뒀던 열국지 번역을 비로소 시작하게 된 계기였다.

남의 작업에 대해 비판하기가 우리 현실에서 쉽지 않은 일이지만, 그는 번역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확인시키기 위해서라도 먼저 나왔던 열국지들의 오역과 오류에 대해 과감히 지적을 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런만큼 자신의 번역에 대해서도 활발한 지적이 이어지길 원한다고 밝혔다. 스스로 “감히 ‘이산’ 열국지라고 이름 붙였다”고 하는 데에는 그만큼 번역에 공을 들였다는 자부심과 해석의 충실도에 대한 자신감이 깔려있기도 하다.

그의 <이산 열국지>는 일단 옮긴이의 친절한 배려면에서도 돋보인다. 요즘 세대들이 조금이라도 어려워할만한 한자 어휘나 개념에 대해 일일이 해례를 달았다. 가령 ‘공화’라는 단어가 나오면 이 개념이 중국에서 언제 처음 쓰였으며, 당시 의미는 어떠했는지까지 알려주는 식이다. 중국 춘추전국시대는 중국 문화사의 주요 개념과 고사성어들이 대부분 만들어진 시기여서 특히나 이런 보충설명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열국지>는 재미에서도 그리고 책을 읽어야할 필요성에서 모두 삼국지 이상입니다. 치열한 경쟁을 펼쳤던 수많은 국가들과 인물 군상들의 이야기 속에는 바로 요즘의 국가경영과 기업경영은 물론 개인의 처세와 경쟁에까지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중국인과 중국문화를 이해하는데 <열국지>만한 지름길은 없습니다.”

글 구본준 기자


(서울=연합뉴스) 김태식 기자 = "거의 지난 4년을 두문불출하다시피 들어앉아 힘든 작업을 마무리했습니다. 춘추좌전」(春秋左傳)을 공부한 사람으로서 그동안 익힌 지식의 온축(蘊蓄)을 바탕으로 심혈을 기울여 원문 전체를 완역했습니다".

지난 40년을 한학 연구에 매진해온 최이산(崔移山.69)씨가 「삼국지연의」(三國志演義)와 함께 우리에게 가장 익숙한 중국 역사대하소설 중 하나인 「열국지」(列國志)를 총 12권으로 완역했다.

도서출판 신서원에서 최근 「이산 열국지」라는 이름으로 선보인 이번 번역본에서 역자(본명 최창학)는 "원전에 충실한 옮김"에 역점을 두었다고 말했다.

「열국지」는 이미 국내에도 여러 종의 번역이 선보였으며, 현재는 김구용씨가 옮긴 「동주열국지」(솔출판사 간)와 유재주씨가 풀어쓴 「평설 열국지」(김영사 간)의 두 종이 널리 읽히고 있다.

하지만 이들 두 판본을 「열국지」 원전과 대조한 결과 역자는 적지 않은 곳에서 오류를 발견했다고 말했다.

"김구용본에서는 잘못된 번역이 80군데 이상 발견됩니다. 인명과 지명을 혼동하는 곳이 있었으며, 난해한 문장이나 구절 혹은 용어는 아예 번역에서 빼버리거나 얼버무리고 있습니다".

예컨대 '幹父之蠱'(간부지고)라는 표현의 경우, 원래는 「주역」(周易)이 말하는 여러 괘(卦) 중 산풍고(山風蠱) 괘에 나오는 말로서, '아들이 아버지의 잘못을 바로잡는다'는 뜻.

하지만 이 구절을 김구용본은 "선왕(先王)이 남긴 해독이여"라고 옮기고 있다. 이를 「이산 열국지」는 "부왕의 잘못을 바로잡아 중흥의 깃발을 세웠구나"라고 번역했다.

원전에 충실하기 위해 최이산씨는 대만의 삼민서국(三民書局)에서 '중국고전명저' 시리즈의 하나로 간행된 「동주열국지」(東周列國志)를 저본으로 삼되 청말 선통(宣統) 원년(1909)에 간행된 중국 상하이의 금장도서국(錦章圖書局)의 「회도동주열국지」(繪圖東周列國志)를 참조했다고 말했다.

"대만의 「동주열국지」는 기존 판본에서 발견된 오류를 바로잡은 선본(善本)으로 알려져 있으나, 원전을 검토하는 과정에서 이 판본이 인명과 지명의 오류 및 오자(誤字)는 단 한 글자로 고치지 않았음을 확인했습니다".

명말 문호인 풍몽룡(馮夢龍) 저술인 「열국지」는 주(周)나라가 서쪽 오랑캐에 쫓겨 도읍을 현재의 시안(西安) 부근에 있던 호경(鎬京)에서 동쪽의 낙양(洛陽)으로 옮기는 사건에서 시작해 진 시황의 중국을 통일하는 시점까지 춘추전국시대 550년간의 중국역사를 소재로 삼은 대하실록소설이다. 각 권 1만원 <사진있음>

taeshi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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