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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4-12-01 11:27:244713 
삼고초려(三顧草廬)와 양보음(梁父吟)
양승국
일반

옛날 삼국지의 주인공인 유비가 여러 지방을 유랑하면서 유력한 세력가들에게 빌붙어 다니다가 당시 양양성 부근의 융중에 은거하던 제갈공명을 삼고초려 끝에 얻어 졸지에 천하의 한 귀퉁이를 얻게 된 일은 삼국연의를 통해 모두가 잘 알고 있는 일이다. 유비는 비록 중국에 새로운 왕조를 창건한 황제의 자리에 오르지는 못했지만 중국역사상 가장 존경받는 위인 중의 한 명이다. 그런 유비에게는 의형제를 맺은 관우와 장비라는 든든한 장수가 있었지만 그들의 도움만으로는 조그만 고을의 수령 노릇 밖에는 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래서 그는 좀 더 전략적으로 사고를 할 줄 아는 그 동안 그가 데리고 다녔던 사람과는 전혀 다른 차원의 인재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유랑생활을 하면서 그런 인재를 계속해서 찾고 있던 중 제갈공명에 대한 이야기를 듣게 된다. 그러나 유비는 새로운 사람을 영입하여 자기 조직의 2인자의 자리를 내주었을 때 오랫동안 전쟁터에서 생사고락을 같이 했던 관운장과 장비라는 존재를 걱정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그때는 20여 년 동안 숱한 전쟁터를 돌아다니면서 세운 공로로 관우와 장비는 이미 천하의 맹장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유명인사가 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일개 무명 서생에다가 나이도 아들 또래 밖에 먹지 않는 제갈공명이 2인자의 위치에서 명령을 내릴 때 두 사람은 결코 그 명령을 받아 들이 지 않을 것이라고 유비는 생각한 것이다. 유비가 26세의 제갈공명을 영입 할 때 그의 나이는 48세, 관운장 47세, 장비 45세 였었다. 그래서 유비가 생각해 낸 것이 그 유명한 삼고초려(三顧草廬)라는 퍼포먼스인 것이다. 삼고초려라는 퍼포먼스로 유비가 노린 것은 관운장과 장비에게 “ 너의 형님 되시는 내가 이렇게 지극히 존경하는 분이니 너희들은 나를 본 받아 비록 새로 영입된 사람이 나이가 어린 일개 서생이라고 해서 함부로 대하지 말라”라는 무언의 암시였었던 것이다.


또한 유비가 자기를 찾고 있다는 소식을 들은 제갈량은 일부러 도망 다니며 만나 주지 않고 한 수의 시를 지어 자기의 뜻을 전했다. 그가 지어 후세에 남긴 유일한 양보음(梁父吟)이라는 제목의 시다. 양보(梁父)라는 말은 양보산을 말한다. 천명을 받은 중국의 황제는 하늘의 신에게는 태산(泰山)에서, 땅의 신에게는 낮은 구릉인 양보산에서 지내는 제사를 봉선(封禪)이라고 했었다. 즉 봉선이란 황제가 태산에서 행하는 의식을 봉(封), 양보산에서 행하는 의식을 선(禪)이라 한데서 나온 말이다. 제갈공명의 양보음 전문은 다음과 같다.


步出齊東門(보출제동문)

제 나라 임치성 동문 밖으로 걸어 나서면


遙望湯陰里(요망탕음리)

탕음리가 저만치 보이는데


里中有三墳(이중유삼분)

그곳에는 무덤이 세 개가 있다


累累正相似(누누정상사)

모두가 같은 모습으로 나란히 늘어져 있다.


問是誰家冢(문시수가총)

지나가던 사람이 누구의 무덤이냐고 묻자


田開古冶子(전개고야자)

전개강(田開疆),고야자(古冶子),공손첩(公孫捷),

삼걸(三傑)의 무덤이로다.


力能排南山 (력능배남산)

힘은 남산을 등에 업을 수 있었고


文能絶地紀(문능절지기)

지략은 능히 지기를 끊어 놓을 만 했는데


▶지기(地紀)/지유(地維)라고도 하며 땅을 지탱하는 밧줄. 이것이 끊어지면 땅이 기울어 뒤집이 진다는 중국의 옛 신화. 하늘을 받드는 기둥과 땅을 지탱하는 밧줄 즉 天柱地維가 있어 세상이 보전된다고 보았음.


一朝中陰謀(일조중음모)

하루아침에 음모에 떨어져


二桃殺三士(이도살삼사)

복숭아 두 개로 삼사가 죽음을 당했다.


誰能爲此者(수능위차자)

누가 능히 삼사를 이렇게 죽일 수 있었는가?


相國齊晏子(상국제안자)

제나라의 상국 안자(晏子) 이었더라!

제갈공명이 위의 양보음을 통해서 유비에게 말하려고 했던 것은 자기를 불러서 천하를 경영할 생각이 있다면 당신과 함께 20여 년간을 싸움터를 누비고 다니며 생사고락을 같이 했던 당신 의형제에 대한 조치를 먼저 해야 할 것이 아니냐는 신호인 것이다.


양보음에 나타나는 안자(晏子)라는 사람은 제나라 경공(景公 :재위 기원전 547-490년) 때 재상을 지낸 사람으로 공자보다 한 세대 먼저 사람이다. 사기의 저자 사마천이 안자가 타고 다니는 수레를 몰아 봤으면 죽어도 여한이 없겠다’라고 한탄한 적이 있었을 정도로 존경을 했던 사람이다. 지금 시대로 말하면 사마천이라는 사람이 ‘안자의 승용차 운전기사가 되어 그를 모시고 다녀 봤으면 참으로 영광스러운 일이 되겠다’라는 말이다. 안자는 경공을 보좌하여 춘추시대 때 패자가 되어 황제를 등에 업고 패권을 휘둘렀던 제환공의 영광을 제나라에 되살린 사람이다. 그는 당시 제나라를 외적의 침입으로부터 지키기 위한 대장 감으로 일찍부터 사마양저(司馬穰苴)라는 사람을 마음속에 두고 있었다.


그때 제나라의 조정에서는 조그만 공적으로 경공의 총애를 받았고 있었던 안하무인의 고야자, 공손첩, 전개강이라는 세 장사가 있었다. 안자는 그 세 사람을 그대로 둔 채로 사마양저를 대장으로 발탁했다가는 사마양저가 그 능력을 발휘하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하여 그 세 사람의 장사를 제거할 기회만을 노리고 있던 중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제나라를 방문한 노나라의 군주를 위해서 열린 연회장에서 안자는 두 나라 군주와 그 재상들이 먹고 남은 천도복숭아 두 개를 내 놓고 자기가 세운 공이 높다고 생각한 사람은 스스로 그 공을 자랑하면 자기가 판단해서 먹을 수 있게끔 판결을 내리겠다고 말했다. 세 사람이 공을 서로 다투다가 복숭아를 먹지 못하게 된 전개강이 분노하여 그 치욕을 견딜 수 없다고 하면서 자결해버리자 나머지 두 사람이 뒤를 따라 죽어 버린다. 이것이 제갈량이 지은 양보음의 이도살삼사(二桃三殺士)라는 말이다. 즉 복숭아 두 개로 세 사람의 장사를 죽인 것이다. 세 사람이 죽자 안자는 곧바로 시골에 은거하며 농사를 짓고 살던 사마양저를 불러와 제나라의 군권을 맡겼다.


한편 시골의 농사짓던 촌부가 갑자기 대장군에 임명되어 제나라의 군권을 담당하게 된 사마양저의 행동도 매우 시사적인 면이 있다. 그는 안자의 천거로 대장군에 임명되어 제나라를 침략해 온 외적을 막기 위해 출전하면서, 경공에게 자기는 시골의 농사짓던 촌부의 신분에서 갑자기 대장군이 된 사람이라 군사들이 자기의 명령을 듣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면서 경공이 신임하는 사람 중에 한 사람을 군감(軍監)으로 붙여 주면 군사들을 지휘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청했다. 경공은 사마양저의 말에 일리가 있다고 생각하여 자기가 총애하는 공족 출신의 장가(庄賈)라는 사람을 군감으로 임명하여 사마양저를 따라 종군하도록 명령했다. 사마양저와 장가 두 사람은 다음 날 정오에 군영에서 만나서 같이 출전하기로 약속하고 헤어졌다. 이윽고 다음 날 약속 시간이 되었으나 장가는 집안에서 마련해 준 전별연에서 마신 술 때문에 약속시간에 나올 수 없었다. 사마양저는 경공이 총애하는 귀족임에도 불구하고 장가를 군법에 따라 처형해 버렸다. 사마양저는 군주가 총애하는 공족출신의 귀족을 처형함으로 해서 제나라 군대의 지휘권을 완전히 장악한 것이다. 사마양저는 사마병법의 저자이기도 하다.


양보음이 말하고자 하는 내용은 임용권자는 새로 등용한 사람이 마음 놓고 자기의 뜻한 바를 펼칠 수 있도록 자기의 가신이나 생사고락을 같이 해 온 부하들을 단속함으로서 사전준비를 해주고, 그 자리에 앉게 된 새로 발탁된 사람은 임용권자의 눈치를 살피지 않고 자기의 뜻한 바를 펼쳐야 한다는 메시지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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