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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4-05-10 20:58:023449 
결초보은(結草報恩)
양승국
일반

진경공(晉景公)은 순림보(荀林父)가 로국(潞國)을 토벌(討伐)하는데 성공하지 못할까 걱정되어 스스로 대군을 끌고 직산(稷山)으로 나가 주둔하며 만약의 사태에 대비했다. 순림보가 부장(副將) 위과(魏顆)를 남겨 적적(赤狄)의 땅을 위무 하라 하고 자신은 본대를 이끌고 경공에게 전과(戰果)를 보고하기 위해 직산으로 행군했다. 적적의 땅을 위무한 위과가 군사를 이끌고 보씨(輔氏) 족이 사는 늪지에 이르렀을 때 갑자기 전방에 먼지가 크게 일어나고 함성소리로 천지를 진동시키면서 누구편인지 알 수 없는 수많은 군대가 다가오고 있었다. 얼마의 시간이 지나 눈앞의 군사들은 대장 두회(枓回)가 이끄는 섬진군이라고 전초병이 달려와 고했다.


당시 섬진(陝秦)에서는 강공(康公)이 주광왕(周匡王) 4년 즉 기원전 598년에 죽고 그의 아들 공공(共公) 도(稻)가 뒤를 이었었다. 몇 년 전에 당진의 장군 조천(趙穿)이 섬진의 속국인 숭국(崇國)을 침략하자 양국간에 틈이 생겨 섬진도 당진의 속국인 초(焦)를 공격하여 보복하려고 했다. 그러나 초국의 완강한 저항에 부딪친 섬진군은 물자만 낭비하고 큰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그래서 진공공은 로국(潞國)의 풍서(灃舒)와 결맹을 궂게 맺고 두 나라가 힘을 합하여 당진(唐晉)에 대항하려고 했다. 진공공이 재위 4년 만에 죽고 그 아들 환공(桓公) 영(榮)이 즉위하였다.


환공이 즉위한지 11년 되는 해인 기원전 593년에 당진(唐晉)이 군사를 일으켜 풍서(灃舒)를 토벌한다는 정보를 듣게 되었다. 환공이 군대를 보내 풍서를 구원하려고 했으나, 그때는 이미 로국의 풍서는 이미 죽고 로국의 군주는 당진에게 사로잡혀간 후였다. 그래서 진환공은 로국의 영토를 당진과 다투기 위하여 두회(杜回)에게 군사를 주어 출정시킨 것이다.


섬진의 장수 두회는 천하에 둘도 없는 유명한 장사였다. 그의 긴 이빨은 무쇠라도 깨물 수 있을 만큼 단단했으며 두 눈은 이글이글한 금빛 광채를 발했고, 주먹을 쥐었을 때는 마치 철추처럼 크고 단단했다. 얼굴은 쇠로 주조한 것처럼 시커멓게 생기고, 머리와 수염은 곱슬에 키는 한 장이 넘고 천근이 넘는 무게를 들 수 있는 장사로 항상 120 근이 나가는 큰 도끼를 지니고 다니면서 무기로 사용했다. 본래는 백적(白翟)사람인데 일찌기 청미산(靑眉山) 밑에서 살다가 하루는 산으로 사냥을 나가서 주먹으로 호랑이 다섯 마리를 때려잡아 모두 가죽을 벗겨 가지고 돌아왔다. 진환공이 두회의 용맹함을 소문으로 듣고 불러 우장군(右將軍)으로 삼았다. 두회는 장군이 되자 3백 명의 군사만을 데리고 아차산(嵯峨山)에 할거하고 있던 산적 만여 명을 잡아들여 그 이름이 섬진의 온 나라 안을 진동시켰다. 그 공으로 두회는 대장군이 되었다.


한편 당진의 장수 위과(魏顆)는 진을 펼치고 두회가 이끄는 섬진군과의 싸움에 대비했다. 두회는 말도 타지 않고 큰 도끼를 손에 들고, 역시 손에 도끼를 든 역전의 용사 3백 명을 거느리고 아무 것도 거칠 것이 없다는 듯이 당진군 진영으로 돌진해 왔다. 두회와 3백 명의 용사들은 밑으로는 말의 다리를 찍고 위로는 장수들을 베는데 마치 그들은 모두 하늘에서 하강한 악귀처럼 보였다. 당진군은 그렇게 생긴 악귀를 그때까지 본적이 없었다. 당진군의 전위부대는 두회와 그 부하들의 용력을 당해내지 못하고 패했다. 위과는 당진군에게 후퇴명령을 내리고 진을 굳게 봉쇄하고 절대 출전하면 안 된다는 명령을 내렸다. 두회가 3백의 도부수를 데리고 당진군의 진영 앞으로 나와 3일 밤낮을 욕설을 하며 싸움을 걸어왔지만 위과는 감히 싸움에 응하지 못했다. 그러고 있던 중 어느 날 갑자기 당진의 본국에서 위과의 동생 위기(魏錡)가 증원군을 끌고 도착했다. 위기(魏錡)가 위과(魏顆)에게 자기가 온 까닭을 보고했다.


" 주공께서 적적(赤狄)의 무리가 섬진과 연합하여 공격해 오지 않을 까 걱정하여 특별히 저를 보내 형님을 도우라고 하셨습니다."


위과가 섬진군의 대장 두회에 대해 이야기하고 용력으로는 당할 자가 없어 마침 본국에 원병을 청할 작정이었다고 말했다. 위기가 믿지 않고 말했다.


" 저 풀잎 같은 도적이 무슨 능력이 그렇게 대단하겠습니까? 내일 제가 출전하여 이겨 보이겠습니다."


다음날도 두회가 당진군의 진채 앞으로 나와 싸움을 걸어왔다. 위기는 위과가 말리는 것을 듣지 않고 출전했다. 위기는 자기가 새로 데려온 군사들에게 명령을 하달하여 전차를 몰아 곧바로 섬진군 진영으로 향했다. 섬진의 군사들이 사방으로 흩어지자 위기는 전차부대를 몇 개의 부대로 나누어 그 뒤를 추격하도록 했다. 당진군이 섬진군의 뒤를 추격하고 있던 중에 홀연히 휘파람소리가 나더니 3백 명의 도부수들과 두회가 혼연일체가 되어 큰칼과 도끼를 휘두르며 밑으로는 말의 다리를 찍고 위로는 장수를 찌르면서 돌격해 왔다. 당진군의 전차에 쫓겨 북쪽으로 달아났던 보졸들도 다시 방향을 바꿔 공격해 오자 당진군의 전차부대는 미처 방향을 바꾸어 적절하게 대응할 수 없었다. 졸지에 앞 뒤에서 협공을 당해 진용이 흐트러진 당진군을 향해 두회와 3백의 도부수들은 도끼로 찍으면서 맹령한 기세로 돌진했다. 위기의 군사들은 싸움에서 크게 꺾이고 바야흐로 복멸될 처지에 놓이게 되었으나 그때 마침 위과가 군사들을 이끌고 와서 위기의 군사들을 구해 당진군의 진영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그날 밤, 위과는 막사에서 앉아서 여러 가지 궁리로 고민을 하였으나 별 뾰쪽한 방법이 없었다. 이윽고 시간이 삼경이 되어 피곤을 못 이기고 몽롱한 상태에서 깜빡 잠든 중에 누군가가 귀에 대고 " 청초파(靑草坡)"라고 말하는 것을 들었다. 위과는 얼떨결에 꿈에서 깨어났으나 그 뜻을 풀 수 없었다. 다시 잠을 청하여 자는데 똑같은 꿈을 꾸게 되었다. 위과는 동생 위기를 불러 자기가 꿈속에서 청초파라는 말을 들었다고 말했다. 위기가 듣고 말했다.


"보씨(輔氏)들이 사는 땅 왼쪽으로 10리를 가면 큰 언덕이 한 개 있는데 그 이름을 청초파(靑草坡)라고 합니다. 혹시 우리가 이곳에서 섬진군을 물리칠지 모르겠습니다. 제가 한 떼의 군마를 끌고 먼저 가서 매복하고 있는 중에 형님께서는 남은 군사를 이끌고 출전하여 두회의 섬진군을 이곳으로 유인하십시오. 우리가 적군을 좌우에서 협공한다면 승리를 취할 수 있을 것입니다."


위기는 형과 상의한 작전을 쫓아 청초파에 매복시키기 위해 먼저 출발하게 하고 위과 자신은 남은 본대의 군사들을 향해 명령을 내렸다.


" 진채를 거두어 모두 여성(黎城)으로 돌아간다 "


위과가 후퇴를 한다고 군대를 물리치자 과연 두회가 그 뒤를 추격 해 왔다. 위과(魏顆)는 두회와 몇 합을 겨루다가 못 이기는 척하며 전차를 돌려 도주하여 두회를 청초파까지 유인했다. 그러자 두회의 뒤쪽에서 갑자기 큰소리가 나며 위기(魏錡)의 복병이 쏟아져 나와 두회의 군사를 공격해 왔다. 위과도 도망치다가 몸을 돌려 위기와 함께 두회를 양쪽에서 포위하여 공격하였으나 정작 두회는 전혀 두려워하지 않고 120근짜리 도끼를 상하좌우로 힘껏 마구 휘둘러 수많은 섬진군의 장졸이 두회의 도끼에 죽어 나갔다. 위과 형제가 두회의 도부수들을 포위 공격한 결과 어느 정도 피해를 입히기는 했으나 전세를 결정적으로 뒤집지는 못했다. 위과 형제는 군사를 독려하여 두회와 도부수들과의 싸움에서 끝까지 한 발자국도 물러서지 않았다. 청초파 언덕에서 섬진군의 진영으로 달려오던 두회가 갑자기 헛발을 내딛고 앞으로 넘어졌다. 두회는 마치 신발 밑창에 기름을 바르고 빙판 위에 걷다가 미끄러지는 것처럼 두 다리로 버티고 서 있을 수가 없었다. 당진군이 지르는 함성을 듣고 위과가 두 눈을 크게 뜨고 섬진군 쪽을 자세히 살펴보니 도포를 걸치고 짚신을 신은 것이 마치 농부의 모습을 한 노인이 멀리서 보였다. 그 노인은 파란 풀들을 한 가닥으로 묶어 두회의 발목을 붙들고 있었다. 위과와 위기의 전차 두 대가 두회에게 다가가서 둘이 동시에 창을 겨눠 땅바닥에 쓰러트린 다음 군사를 시켜 생포하여 결박하도록 했다. 두회가 거느렸던 살수들은 사방으로 흩어져 도망가다가 그 뒤를 추격하던 당진군에 의해 거의 다 죽고 도망갈 수 있었던 사람은 사오십 명에 불과 했다. 위과가 사로잡힌 두회에게 물었다.


"너는 스스로 영웅행세를 해 왔는데 어찌하여 포로가 되었는가?"


두회 " 나의 두 발이 마치 무슨 덫에 걸리는 것 같아 도저히 움직일 수 없었다. 이것은 하늘의 뜻이라 내 힘으로는 안 되는 일이었다."


위과가 속으로 참으로 기이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위기가 두회의 처리 문제에 대해서 의견을 말했다.


" 두회는 힘이 무쌍한 사람이라 군중에 그대로 놔두면 큰 변이 일어나지 않을까 근심됩니다."


위과 " 나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중이다 "


위과는 즉시 두회를 참수토록 하고 직산에 주둔하고 있던 경공에게 전과를 보고했다. 그날 밤이 되어 위과가 막 잠이 들자 꿈속에서 한 노인이 읍을 하면서 다가와 말을 했다.


노인 " 장군은 두회가 어떻게 해서 잡힌 줄 아십니까? 그것은 이 노구가 결초하여 두회로 하여금 발이 걸려 넘어지도록 해서 잡힌 것입니다. "


위과가 놀래어 꿈속에서 노인에게 말하였다.


" 나는 본래 노인장과는 일면식도 없는 처지인데 이렇게 큰 도움을 얻었으니 어떻게 은혜를 갚아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


노인 " 나는 곧 조희(祖姬)의 아버지 되는 사람입니다. 장군께서 부친의 치명(致命)을 받들어 부친이 돌아가신 후에 내 딸을 좋은 배필을 골라 개가시켜 주셨습니다. 그래서 비록 노구가 구천지하에 있는 몸임에도 불구하고, 딸의 목숨을 구해준 것에 대해 감사하는 마음을 갖고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이번 차제에 미력한 힘이나마 사용하여 장군으로 하여금 군공을 이룩하도록 했습니다. 장군께서는 이후에도 부단히 공덕을 쌓기를 노력하시면 후세에 이르러 영화롭게 되어 존귀한 왕후의 열에 서게 될 것입니다. 부디 이 말을 잊지 마시기 바랍니다. "


원래 위과의 부친 위주(魏犨)에게는 조희(祖姬)라는 애첩이 있었다. 당진국의 이름 난 장군이었던 위주가 매번 전쟁터에 나갈 때 마다 위과에게 당부하여 말하곤 했었다.


" 내가 만일 전쟁터에서 죽게 된다면 너는 반듯이 조희(祖姬)를 좋은 배필을 구하여 개가시켜 주도록 해라. 반드시 이 말을 이행하여 내가 이승에서 편안한 마음으로 지낼 수 있도록 하라. "


그러다가 위주가 병이 들어 임종할 때 위과에게 평상시 한 말과는 다른 유언을 하고 죽었다.


" 조희는 내가 사랑하는 여자이다. 내가 죽거든 나와 함께 순장을 해서 내가 구천을 가는데 동행을 하도록 하라. "


위과는 그 부친을 장사를 지내면서 조희는 순장을 하지 않아 그 부친의 유명을 따르지 않았다. 동생 위기가 말했다.


" 형님은 아버님께서 유언하신 말을 잊으셨습니까?"


위과가 대답했다.


" 아버님께서 평일에는 조희를 개가시키라고 하시고는 임종하실 때는 평소와는 달리 순장을 하라고 하셨다. 효자는 평상시의 맑은 정신으로 하신 치명(致命)을 따라야지 임종시의 정신이 어지러운 때에 하신 란명(亂命)을 따르면 안 되는 법이다. "


위과는 위주에 대한 장례의 모든 절차를 끝내고 조희를 좋은 배필을 찾아서 개가를 시켰다. 이러한 음덕을 쌓았던 관계로 구천에 있던 노인이 지상세계로 나와서 결초하여 은혜에 보답한 것이다. 위과가 꿈에서 깨어나서 동생 위기에게 말했다.


"나는 당시 부친이 평시에 하신 말씀대로 조희를 순장시키지 않고 개가 시켰던 것뿐인데 뜻밖에 그녀의 부친이 지하에서 올라와 이렇게 은혜를 갚으리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


위과의 말을 들은 위기는 탄식하기를 그치지 않았다. 염선(髥仙)이 시를 지어 칭송했다.


結草何人亢枓回(결초하인항두희)

누가 결초하여 두회를 잡게 했는가?


夢中明說報恩來(몽중명설보은래)

꿈속에서 노인이 나타나서 은혜를 갚기 위해서 왔다고 했다.


勸人廣積陰功事(권인광적음공사)

사람들에게 음덕을 널리 쌓으라고 권하노라


理順心安福自該(리순심안복자해)

마음을 순리에 맞추어 편안히 하면 스스로 복 받지 않겠는가?


두회와 3백의 도부수들을 잃은 섬진군은 싸움에서 크게 패하고 옹주(雍州)로 철수했다. 두회가 전사했다는 것을 안 섬진(陝秦)의 군주와 신하들은 사기가 크게 꺾여 이후로는 당진을 다시 넘보지 않게 되었다. 위과가 세운 공을 매우 장하다고 생각한 당진긔 경공은 그를 영호(令狐)의 땅에 봉하고 다시 큰 종을 만들어 이 종 표면에 모년모일 섬진의 장군 두회와 싸워 이겼다는 사적을 새겨 써넣게 하였다. 후세 사람은 당진의 경공이 만들었다는 이유로 경종(景鍾)이라고 불렀다. 경공은 다시 사회에게 군사를 주어 적적(赤狄)의 땅에 남아 있던 삼국을 공격하여 멸망시켰다. 그때 멸망된 삼국은 갑씨(甲氏), 유우(留吁), 그리고 유우의 속국 탁진(鐸辰)도 역시 당진의 영토로 복속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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