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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7-05-09 22:13:433230 
거화봉작(擧火封爵)
운영자
일반

관중에게는 사랑하는 젊은 희첩(姬妾)이 한 명 있었는데 이름을 정(婧)이라 하고 종리(鍾離)1) 출신이었다. 그녀는 글을 잘하고 지혜가 있었다. 제환공은 여자를 좋아하여 매번 출정을 나갈 때마다 반드시 희빈(姬嬪)들을 데리고 다녔다. 그때 관중(管仲)도 역시 애첩 정(婧)을 데리고 출정을 나가려고 하였다. 이윽고 출정할 날이 되자 군사들을 이끌고 남문을 통하여 임치성(臨淄城)을 나갔다.


관중의 행렬이 도성의 남문을 통하여 출병하여 약 30여 리쯤 행군하여 노산(峱山)2)이라는 곳을 지나가다가 산밑에서 소에게 꼴을 먹이고 있는 농부 한 사람을 보았다. 그 농부는 소뿔을 두드리며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관중(管仲)이 수레 안에서 노래 소리를 듣고 그 농부가 범상치 않은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사람을 시켜 술과 음식을 가져가 소치는 일의 노고를 위로하게 했다. 농부가 술과 음식을 다 먹고 나서 말을 했다.


“ 내가 재상 중보(仲父)를 뵙고 드릴 말씀이 있다고 전해 주시요”


사자 “ 상국이 탄 수레는 이미 지나가 멀리 가버렸습니다. ”


농부 “ 그러면 ‘ 호호호백수(浩浩乎白水)’라는 말을 상국에게


전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사자가 관중의 수레를 급히 뒤따라가 농부가 말한 문구(文句)를 전했다. 관중이 그 문구의 뜻을 이해하지 못하고 망연해 하며 그 뜻을 희첩 정(婧)에게 물었다. 정(婧)이 대답했다.


“ 옛날에 읽은 책 중에 <백수(白水)>라는 시가 있었는데 그 중에 다음과 같은 구절이 있습니다.









浩浩白水(호홉백수)


넓고 넓은 백수 중에









鯈鯈之魚(조조지어)


많고 많은 피라미









君來召我(군래소아)


군께서 친히 오셔서 나를 부르시니









我將安居(아장안거)


내가 어디에 몸을 두리오리까?









이 시의 내용으로 봐서 그 사람은 아마도 출사(出仕)를 하고 싶은 것 같습니다. ”


관중이 즉시 수레를 멈추게 하고 사람을 보내 그 농부를 데려오라고 했다. 그 농부가 소를 근처의 농가에 맡겨 놓고 사자의 뒤를 따라 관중 앞에 대령했다. 농부는 관중에게 길게 읍은 올렸지만 엎드려 절은 하지 않았다. 관중은 농부에게 그 성과 이름을 묻자 그가 대답했다.


“ 저는 위(衛)나라 출신으로 들에서 소를 치며 살아가는 농부입니다. 성은 영(寧)이고 이름은 척(戚)입니다. 상국(相國)께서 현인(賢人)들과 사귀기를 즐겨 하시고 선비들을 예로서 대하신다는 소문을 듣고 평소에 사모하는 마음을 갖고 있다가 불원천리 먼길을 마다 않고 이곳까지 오게 되었습니다. 제가 제나라에 들어와서 상국을 뵈올 길이 없어 촌사람들과 같이 소를 기르며 살다가 상국께서 지나가는 때를 기다리고 있다가 오늘에서야 이렇게 뵈옵게 된 것입니다. ”


관중이 영척(寧戚)의 학문을 떠보기 위해 몇 마디 물어 보자 그 대답하는 것이 마치 물 흐르듯 막힘이 없었다. 관중이 감탄하면서 말했다.


“ 호걸이 진흙탕 속에 묻혀서 욕을 보고 있는데 꺼내 주는 사람이 없으니 어찌 스스로를 빛낼 수가 있었겠습니까? 우리 군주께서 대군을 이끌고 뒤 따라 와 몇 일이면 이곳을 지나가게 될 것입니다. 내가 편지 한 통을 써서 드리겠으니 선생은 그것을 가지고 있다가 우리 주군께서 당도하시면 보이고 배알을 하시기 바랍니다.”


관중이 즉시 편지 한 통을 써서 주고 영척과 헤어져 행군을 계속했다. 영척은 촌가에 돌아가 맡겨 논 소를 찾아 예전처럼 계속해서 꼴을 먹였다. 제환공이 이끄는 대군의 행렬이 관중이 지나간 지 삼일 후에 당도하였다. 영척이 전 번과 같이 짧은 바지에 홑옷을 입고 머리에는 찢어진 삿갓을 쓰고 맨발로 길가에 서서 대군의 행렬을 전혀 두려워하는 기색도 없이 피하려고도 하지 않았다. 환공이 타고 있던 가마가 가까이 다가오자 영척이 즉시 소뿔을 두드리면서 노래를 하기 시작하였다.









滄浪之水白石爛(창랑지수백석란)


깊고 푸른 물 속의 하얀 돌은 찬란하게 빛나고









中有鯉魚長尺半(중유잉어장척반)


그 물 속에 한 자 반이나 되는 잉어가 놀고 있구나









生不逢堯與舜禪(생불봉요여순선)


요임금이 순임금에게 행한 선양의 일을 아직 살아서 보지 못했다









短褐單衣才至骭(단갈단의재지한)


짧은 바지 홑적삼이 정강이도 가리지 못하는데









從昏飯牛至夜半(종혼반우지야반)


저녁 무렵부터 소를 먹이기 시작하여


어느덧 야밤이 되었네









長夜漫漫何時旦(장야만만하시단)


길고 긴 밤이 언제나 지나고


새벽을 맞이하는 때는 그 언제이겠는가?









환공 이 듣고 기이하게 생각하여 좌우의 시종에게 명하여 어가 앞으로 불러 어디에 사는 누구냐고 물었다. 영척이 사실대로 고하며 자기의 성과 이름을 고했다.


“ 성은 영(寧)이고 이름은 척(戚)입니다. ”


제환공 “ 소를 치는 농부의 주제에 어디서 정사(政事)의 일을


풍자하여 비방하는 노래를 배웠는가?”


영척 “ 신은 소인이온데 어찌 감히 정사의 일을 풍자할 수 있


겠습니까?”


제환공 “ 지금 과인은 위로는 천자를 모시고 아래로는 제후들


을 이끌어 왕실에 조공을 올리게 하였으며, 백성들은 모두 즐거이 생업에 종사하고 초목도 물이 올라 생동하는 봄을 맞이하고 있다. 해와 같은 요임금이나 하늘과 같은 순임금 때도 이와 같지 태평하지 못했을 텐데 네가 노래하기를 ‘ 요순(堯舜)과 같은 시대를 만나지 못했다’라고 하고 또한 말하기를 ‘밤이 길어 새벽이 오지 않는다’라고 했으니 이것은 세상을 풍자한 것이 아니고 무엇이냐?”


영척 “ 신이 비록 촌에서 소를 치는 농부의 처지이나 오늘 날


왕들이 정치를 잘하였는지는 알고 있지 못합니다. 요순 때에는 열흘마다 바람이 불고 오일마다 비가 내려 백성들이 밭을 갈아먹고 사는데 어려움이 전혀 없었고, 땅을 파면 샘물이 솟아서 누구든지 마실 수가 있어 소위 ‘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임금의 명을 순종하게 되었다’라고 들어 알고 있습니다. 작금에 이르러 왕실의 기강은 떨치지 못하고 왕화(王化)는 행해지지 않고 있는데 순임금 때의 해와 요임금 때의 하늘과 같다고 하니 진실로 소인은 그 뜻을 헤아리지 못하겠습니다. 또 한편으로 들은 바에 의하면 요순의 시대에는 백관이 올바르게 정사에 임하여 모든 제후들이 왕실에 복종하였고 사흉(四凶)3)을 쫓아내어 천하를 안정시켰습니다. 세상의 인심은 굳이 말로 하지 않아도 서로 믿고 따랐고 또한 화를 내지 않아도 위엄을 갖출 수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군후(君侯)께서 한번 손을 들어 제후를 소집하였으나 송나라가 즉시 회맹에서 등을 돌렸습니다. 그리고 두 번 손을 들어 노나라를 협박하여 강제로 회맹을 맺으면서 쉴 틈이 없이 군사들을 동원하여 백성들은 고달프고 생활은 피폐해졌습니다. 그러나 군후께서 말씀하시기를 ‘백성들이 즐거운 마음으로 생업에 종사하고 초목에 물이 올라 봄을 맞이했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이것 또한 소인은 그 까닭을 모르겠습니다. 소인은 또한 요임금께서 그 아들인 단자(丹子)를 버리시고 천하를 순임금에게 선양하려고 하자 순임금은 남하(南河)라는 곳으로 도망쳤습니다. 백성들이 뒤따라가 모셔 와 임금으로 받들자 순임금께서는 어쩔 수 없이 임금의 자리에 오르셨다고 들어 알고 있습니다. 지금 군주께서는 형을 죽이고 나라를 얻은 후 천자의 이름을 빌려 제후를 호령하고자 하시니 소인은 또한 요임금이 순임금에게 무슨 까닭으로 선양(禪讓)을 하셨는지 그 이유를 모르겠습니다.”


환공이 크게 노하여 말했다.


“ 촌에서 소나 치는 필부 주제에 언사가 너무나 불손하구나 ”


제환공은 좌우의 군사들에게 명하여 영척을 끌고 가서 목을 베어 죽이라고 하였다. 군사들이 영척을 결박하고 끌고 나가 형을 집행하려고 하였다. 그러나 영척(寧戚)은 얼굴색 하나 변하지 않고 태연한 자세로 전혀 두려워하지 않으며 하늘을 쳐다보고 탄식하며 말했다.


“ 하나라의 걸왕(桀王)은 현신(賢臣)인 용봉(龍逢)4)을 죽이고 은나라의 주왕(紂王)은 충간(忠諫)하는 비간(比干)5)을 죽였다. 오늘 영척은 그 뒤를 이어 세 번째의 사람이 되고자 한다. ”


습붕(隰朋)이 옆에서 듣고 환공에게 가서 말했다.


“ 이 사람은 권세있는 사람에게 따르지도 않고 위협을 가해도 전혀 두려워하지 않으니 범상한 사람이 아닌 둣 싶습니다. 부디 그 죄를 용서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


제환공이 머리를 돌려 한번 생각하고 노기를 가라앉히더니 즉시 영척의 결박을 풀고 놓아주라고 명하고는 그를 향하여 말했다.


“ 과인이 그대를 한 번 시험하여 살펴보고자 한 것이다. 그대는 진실로 훌륭한 선비로다. ”


영척이 가슴속의 품을 더듬더니 관중이 써 준 목간을 꺼내어 환공에게 바쳤다. 환공이 겉봉을 뜯고 읽었다. 편지의 내용은 대략 다음과 같았다.


“ 신이 주군의 명을 받고 출병하던 중에 노산(峱山)에 이르게 되었는데 그곳에서 위(衛)나라 사람 영척(寧戚)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이 사람은 소를 치는 농부가 아니라 세상에 유용하게 쓰여질 재목이라 할만 합니다. 주군께서는 마땅히 측근에 머무르게 하여 보좌를 받으시도록 하시기 바랍니다. 만약 군께서 취하지 않아 이웃 나라에서 데려다 쓰게 되면 제나라로서는 후회해도 소용이 없을 것입니다.”


제환공 “ 그대는 이미 중부가 써준 편지를 갖고 있으면서 어찌


하여 미리 나에게 보여주지 않았는가?”


영척 “ 신은 듣기에 ‘ 어진 임금은 그 신하를 가려 뽑고 어진


신하는 또한 그 군주를 가려 모신다’6)라고 했습니다. 군주께서 직언을 싫어하시고 아첨을 좋아하여 오로지 노기로써 신을 대하셨다면 영척은 죽을지언정 결단코 상국의 편지를 내놓지 않았을 것입니다. ”


제환공이 크게 기뻐하여 좌우에게 명하여 영척을 수레에 태워 자기의 어가를 뒤따르게 하였다. 이어서 날이 어둑해지자 군사들에게 영채를 세우게 하고 휴식을 취하게 하였다. 제환공은 불을 피워 주위를 밝게 하고 의관을 가져오라고 좌우에게 명하였다. 사인(寺人) 수초(竪貂)가 말했다.


“ 군께서 의관을 찾으시는 연유는 혹시 영척에게 주고자 함이 아니십니까?”


제환공 “ 그렇다 ”


수초 “ 위(衛)나라는 제(齊)나라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지 않습


니다. 위(衛)나라에 사람을 보내어 영척이 과연 현인(賢人)인지 알아보신 연후에 작위(爵位)을 내려도 늦지 않을 것입니다. ”


제환공 “ 영척이란 사람은 그릇이 큰 사람이다. 조그만 예절에


구애를 받지 않는 사람이다. 그가 위나라에 있을 때 혹시 조그만 과오를 범한 것을 내가 사람을 보내 그 사실을 알아냈다고 하여 그에게 작위를 아낀다면 내가 내린 작위는 빛을 잃게 될 것이며, 또한 그렇게 함으로서 그를 얻지 못하기로 한다면 매우 후회막급한 일이 될 것이다. ”


제환공이 즉시 등불 밑에서 영척에게 대부의 벼슬을 내리고 관중과 함께 국정을 같이 맡아보게 하였다. 영척이 의관을 바꾸어 입고 감사의 말을 올린 후에 밖으로 나갔다. 염옹(髥翁)이 시를 지어 이 일을 노래했다.









短褐單衣牧竪窮(단갈단의목수궁)


짧은 바지에 홑적삼을 입은


목부(牧夫)의 모습이 궁색하구나









不逢堯舜遇桓公(불봉요순우환공)


요순은 만나지 못했으나 환공은 만났구나









自從叩角歌聲歇(자종고각가성헐)


쇠뿔을 두드리며 부르던 노래를 그치고 환공의 뒤를 따랐으니









无復飛熊入夢中(무복비웅입몽중)


곰이 날라 와서 꿈속으로 들어오니


이것은 주문왕이 강태공을 만남이더라!
















1)종리(鍾離)/지금의 안휘성 방부시(蚌埠市) 동쪽 약 30키로의 임회관(臨淮關)을 말함. 회수(淮水) 강안(江岸)의 고을이다.






2) 노산(峱山)/지금의 산동성 임치현(臨淄縣) 남쪽에 있었던 산.






3)사흉(四凶)/ 전설상의 사람들로서 요(堯) 임금 때 네 사람의 흉악한 도적. 즉 혼돈(渾敦), 궁기(窮奇), 도올(檮杌), 도찬(饕餐). 나중에 순임금이 정벌하여 쫓아냄.






4)용봉(龍逢)/하나라의 마지막 임금 걸왕(桀王) 때의 충신.






5)비간(比干)/은나라 마지막 왕 주왕(紂王)의 숙부로서 주왕의 폭정을 여러 차례 간하다가 주왕이 노하여 성인(聖人)의 심장은 어떻게 생겼는지 본다고 비간을 죽여 그 시체를 갈라 간을 꺼내도록 했다.






6)賢君擇人爲佐, 賢臣亦擇主而輔





(연의 18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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