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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0-02-14 06:40:12551 
19. 홍문지연鴻門之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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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홍문지연鴻門之宴)
- 홍문의 연회에서 구사일생하는 패공 -

한편 패상(霸上 : 지금의 섬서성 백록원(白鹿原) 북쪽으로 서안(西安)의 동쪽으로 흐르는 패수(霸水)에 기인한 지명이다. 파상(灞上)이라고도 한다.)에 주둔하고 있던 패공에게 어떤 사람이 말했다.
「진나라 땅의 부(富)는 다른 지역에 비해 10배나 많습니다. 또한 지형은 견고하여 능히 지킬 수 있습니다. 지금 제가 들으니 항우는 항복한 진나라 장수 장함을 옹왕(雍王)에 임명하고 관중을 다스리게 했다고 합니다. 머지않아 그들이 오면 공께서는 이 땅을 내놓아야 하지 않을까 걱정됩니다. 급히 함곡관에 군사를 보내 지키게 하여 제후군들을 들어오지 못하게 막으십시오. 그 사이에 점차적으로 관중의 장정들을 징집하여 군사를 보강한다면 그들을 막을 수 있을 겁니다.」
패공이 좋은 계책이라고 생각하여 따랐다.
한편 신안(新安)에서 진나라의 항졸 20만을 갱살한 항우는 제후군을 이끌고 진나라 땅을 점령해 가면서 함양성을 향해 서쪽으로 진군을 계속했다. 이윽고 제후군이 함곡관(函谷關)에 당도했으나 진군이 견고하게 지켜 관중으로 진입할 수 없었다. 그리고 얼마 후에 패공 유방이 진나라에 들어가 함양성을 점령하고 있었지만 함곡관은 여전히 열리지 않았다. 항우가 경포를 시켜 함곡관을 파하고 관중에 들어가 희서(戱西 : 희수(戱水)의 서쪽을 말한다. 여산의 동록에서 발원한 희수는 위수(渭水)의 지류로 지금의 섬서성 임동현(臨潼縣) 동쪽으로 흘렀다.)에 주둔했다. 패상(霸上)에 주둔하고 있던 패공은 감히 항우를 접견하지 못했다. 패공의 휘하에서 좌사마(左司馬) 직에 있던 조무상(曹無傷)이 몰래 항우에게 사람을 보내 고했다.
「패공이 관중의 왕이 되기 위해, 진왕(秦王) 자영(子嬰)을 상국으로 삼고, 성안의 있던 보물들을 모두 취했습니다.」
항우가 크게 화를 내며 말했다.
「내일 새벽에 군사들을 배불리 먹이라! 패공의 군사들을 공격할 것이다.」
당시 항우의 40만 군사는 신풍(新豊 : 지금의 섬서성 임동현(臨潼縣) 동북)의 홍문(鴻門 : 산구릉 이름으로 지금의 임동현 동쪽으로 항왕영(項王營)으로 부르고 있다)에, 패공의 10만 군사는 패상에 주둔하고 있었다. 범증(范增)이 항우에게 말했다.
「패공이 산동(山東)에 있을 때는 재물과 여색을 탐했었지만, 오늘 관중으로 들어가더니 재물도 취하지 않고 여인들도 멀리 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그의 뜻이 적지 않다는 사실을 말합니다. 제가 사람을 시켜 그의 기품을 살펴보게 했는데, 모두가 용호(龍虎)의 기상이 있고 오채(五彩)의 상서로운 기운이 서려 있었습니다. 이것은 곧 천자의 기상입니다. 한시라도 빨리 공격하여 좋은 기회를 놓치지 마십시오.」
초나라의 좌윤(左尹)이며 항우의 큰아버지 항백(項伯)은 평소에 유후(留侯) 장량과 친교가 있었다. 장량은 그때 패공과 함께 패상에 있었다. 항백이 즉시 밤새 달려 패공의 군영으로 달려가 장량을 비밀리에 만나 항우가 다음날 새벽에 공격할 예정이라고 하면서 자기와 같이 패공의 진영을 떠나자고 하면서 말했다.
「이곳에 머물다가 같이 죽을 필요가 있겠소?」
장량이 대답했다.
「이 사람은 한왕(韓王)을 위해 패공에 보내진 사람입니다. 패공이 지금 위급하게 되었는데, 그를 놔두고 도망치는 행위는 의가 아닙니다. 나는 이 일을 패공에게 말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장량이 즉시 패공에게 달려가 항백이 전한 말을 고했다. 패공이 크게 놀랐다.
「내가 어찌해야 하겠소?」
「도대체 어떤 자가 대왕에게 함곡관을 지키라는 계책을 냈습니까?」
「한 소인배의 계책이오. 함곡관을 지켜 제후군의 입관을 막는다면 진나라 땅은 모두 나의 차지가 되어 이곳의 왕이 될 수 있다고 해서 내가 그의 말을 들었소.」
「그렇다면 대왕의 군사들이 항왕의 군사들을 당할 수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패공이 잠시 동안 말이 없다가 이윽고 입을 열어 말했다.
「이왕 잘못되었으니 왈가왈부할 필요 없이 앞으로 어찌했으면 좋겠소?」
「우선 항백을 불러, 패공께서 결코 항왕을 배반할 뜻이 없었다고 말하십시오.」
「경은 어떻게 항백과 친교를 맺게 되었소?」
「옛날 진나라 치하에서 그와 친교를 맺고 같이 지내다가 항백이 살인하여 죄를 짓자 제가 손을 써서 그의 목숨을 구해준 적이 있었습니다. 지금 사태가 이미 위급하게 되어 그가 달려와 나에게 알려준 이유는 그때의 일에 대해 은혜를 갚으려는 생각에서입니다.」
「두 사람 중 누가 연장자입니까?」
「그가 연장입니다.」
「선생은 그를 내 앞으로 데려오십시오. 내가 그를 큰형님으로 모셔야 되겠습니다.」
장량이 물러 나와 패공이 뵙기를 청한다고 항백에게 말했다. 항백이 즉시 패공의 처소로 가서 접견했다. 패공이 술잔을 받들어 항백을 위해 축수를 기원하고 두 사람의 자녀들을 혼인시켜 우의를 영원히 하자고 하면서 말했다.
「제가 관중에 들어온 이래 추호도 이 땅을 탐낸 적이 없었습니다. 그랬기 때문에 진나라의 관리들과 백성들의 호적을 정리하고 부고를 봉하여 대장군께서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제가 장수들을 보내 함곡관을 지키도록 한 일은 다른 도적들의 출입을 방비하기 위해서였습니다. 그런데 뜻밖에 일이 이렇게 되어 대장군의 오해를 사게 되었습니다. 밤낮으로 대장군이 오기만을 학수고대하고 있었는데 어찌 제가 감히 반심을 품을 수 있겠습니까? 원컨대 장군께서 추호도 배반할 뜻이 없다는 이 사람의 뜻을 대장군에게 말씀드려주십시오.」
항백이 허락하고 패공을 향해 말했다.
「새벽에 일찍이 항왕의 처소를 찾아가 사죄의 말을 올리십시오. 시기를 놓치면 목숨를 부지하지 못할 겁니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항백이 밤중에 다시 패공의 진영을 떠나 항우의 진영에 당도해서 패공이 한 말을 항우에게 전하며 말했다.
「패공이 먼저 관중에 들어가 함양성을 점령하지 않았다면 어찌 네가 이곳에 들어올 수 있었겠느냐? 오늘 대공(大功)을 이룬 사람을 공격하려고 하는 너의 행위는 의로운 일이 아니다. 내일 아침 그가 찾아오면 좋은 뜻으로 맞이해라.」
항왕이 허락했다. 패공이 다음날 새벽 백여 기(騎)의 군사들만을 거느리고 홍문(鴻門)에 당도하여 항우를 접견하고 사죄의 말을 올렸다.
「신과 장군은 온 힘을 기우려 진나라와 싸웠습니다. 장군은 하북(河北)에서 싸웠고, 신은 하남에서 싸웠습니다. 그러나 본의 아니게 무관(武關)을 통과하여 관중에 먼저 들어오게 되어 다행히 장군을 이곳에서 뵙게 되었습니다. 오늘 소인배 한 사람의 말 때문에 장군과 신 사이에 틈이 벌어지게 되었습니다. 」
항우가 대답했다.
「패공의 좌사마 조무상이 일러주어 내가 오해하게 되었소. 그의 말이 없었다면 내가 어찌 이곳에 있겠소?」
항왕이 패공을 자기 진영에 머물도록 하고 즉시 좌우에게 명하여 음주를 즐기기 위해 연회를 준비하라고 했다. 항왕과 항백은 동쪽을 향해 앉았고, 아부(亞父) 범증(范增)은 남쪽을 향해 앉았다. 패공은 북쪽을, 장량은 서쪽을 향해 앉았다. 범증이 여러 번에 걸쳐 항왕에게 눈짓을 하다가, 다시 패옥(佩玉)을 들어 보이며 세 번이나 유방을 죽이라는 신호를 보냈으나 항우는 결코 그 뜻을 따르지 않았다. 범증이 자리에 일어나 밖으로 나온 다음 항장(項莊)을 불러 말했다.
「대장군의 마음이 모질지 못하니 그대가 연회장에 들어가 축수를 드린 후에 검무를 추겠다고 청하시오. 춤을 추다가 유방의 자리와 가까워졌을 때 칼을 내리쳐 죽이시오. 그렇게 하지 않는다면 우리 모두는 앞으로 머지않아 그의 포로가 되고 말 것이오.」
항장이 범증을 말을 듣고 연회장에 들어가 칼을 뽑아 검무를 추기 시작했다. 그러자 항우의 곁에 앉아있던 항백이 일어나 칼을 뽑아 검무를 추어 항장을 상대하면서 패공을 보호했다. 항장은 항백 때문에 패공을 찌를 수 없었다. 그때 장량이 연회장을 빠져 나와 군문 밖에 있던 번쾌를 불렀다. 번쾌가 장량을 보고 말했다.
「무슨 일로 부르셨습니까?」
「일이 매우 급하게 되었소. 지금 검무를 추고 있는 항장이 패공을 찔러 죽이기 위해 기회를 엿보고 있소.」
「그렇다면 패공의 목숨이 경각지간에 달려 있다는 말씀이 아닙니까? 신이 청하여 연회장에 들어가 목숨을 걸고 패공을 지키도록 하겠습니다.」
번쾌가 즉시 칼을 허리에 찬 채로 방패를 들고 군문으로 들어갔다. 극을 든 호위무사들이 연회장으로 들어가려는 번쾌의 앞을 막았다. 번쾌가 방패를 휘두르자 무사들이 땅에 쓰러졌다. 번쾌가 연회장으로 들어가 장막을 거두고 서쪽을 향해 서서 항왕을 노려보았다. 그의 머리털은 모두 꼿꼿이 서서 위로 향하고 부릅뜬 눈의 눈꼬리가 찢어지는 듯했다. 항왕이 번쾌의 모습을 보더니 칼을 집어 들고 자리에 일어설 자세를 취하며 물었다.
「그대는 무엇을 하는 자인가?」
장량이 끼어들며 말했다.
「패공의 참승(驂乘) 번쾌라는 자입니다.」
「참으로 장사로다. 그에게 한 말 들이 잔에 술을 따라주도록 하라!」
번쾌가 감사의 절을 올리고 일어나 꼿꼿이 서서 술을 받아 단숨에 마셨다. 항우가 다시 말하여 안주로 돼지 앞다리를 주도록 했다. 번쾌에게 주어진 안주는 익히지 않은 돼지 앞다리였다. 번쾌가 방패를 땅에 엎어놓고 칼을 뽑아 허벅지부분부터 잘라먹기 시작했다. 항왕이 보고 말했다.
「장사는 더 마실 수 있는가?」
「신은 죽음도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인데 술 한 말 정도야 마다할 리 있겠습니까? 무릇 호랑이와 승냥이와 같은 진왕(秦王)이 사람을 아무리 많이 죽여도 다 죽이지 못할까 걱정하고, 아무리 중한 죄를 주어 죄인들을 처벌해도 그 벌이 무겁지 않을까 걱정하는 바람에 천하가 모두 반기를 들게 되었습니다. 옛날 회왕(懷王)과 여러 장수들이 모두 약속하기를 ‘진나라 군대를 파하고 먼저 함양에 들어간 자를 그곳의 왕으로 삼는다’라고 했었습니다. 오늘 패공이 먼저 진나라를 파하고 함양에 먼저 들어가서도 추호도 감히 재물을 탐내지 않고, 궁실과 부고를 모두 봉한 다음 물러나 패상(霸上)에 주둔하며 대왕이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장수 몇 사람을 함곡관에 보내 도적들의 출입을 방비하는 과정에서 예상치 않은 뜻밖의 일이 벌어져 사태가 이렇게 되었습니다. 온갖 고생 끝에 이룬 큰공이 이와 같음에도 아직까지 후작에 봉하여 상을 내리지 않고 있으면서, 오히려 소인배들의 말에 귀를 기우려 공이 있는 사람을 죽이려 고 하십니다. 망한 진나라의 행위와 하나도 다르지 않으니 대왕께서는 삼가 그들의 전철을 밟지 마십시오.」
항왕이 미처 번쾌의 말에 응대하지 못하다가 이내 소리쳐 자리에 앉으라고 명했다. 번쾌가 장량 곁에 앉아 좌정하고 얼마간의 시간이 지나자 패공이 변소에 간다며 자리에 일어나면서 번쾌를 불러 같이 밖으로 나갔다.
패공이 연회장을 빠져나가 한참이 지나도 들어오지 않자 항왕이 도위(都尉) 진평(陳平)을 시켜 자리에 돌아오도록 시켰다. 한편 막사 밖의 패공이 번쾌를 향해 말했다.
「지금 대장군에게 작별인사도 못하고 연회장을 떠나니 후에 후환이 있지 않겠는가?」
「크게 행하는 일은 세세한 몸가짐은 신경 쓰지 않으며, 큰 예절은 조그만 비난은 감수하는 법입니다. 지금 사람이 바야흐로 도마 위에 놓여져 어육이 되려고 하는 마당인데 어찌 인사드리지 못할 일을 걱정하십니까?」
이에 패공이 자기 진영으로 도창치려고 하면서 장량에게 자기 대신 항왕에게 인사를 올려달라고 말했다. 장량이 물었다.
「대왕께서는 이곳에 오실 때 어떤 예물을 들고 오셨습니까?」
「항왕을 위해서는 백벽 한 쌍을, 아부를 위해서는 옥으로 만든 주기(酒器) 한 쌍을 가져 왔으나 그들이 노하는 바람에 감히 바치지 못했소. 공은 나를 대신하여 그것들을 바치시오.」
「삼가 명을 받들겠습니다.」
당시 항왕의 군진은 홍문(鴻門)에 있었고, 패공의 군진은 패상(霸上)에 있어 서로 40여 리 떨어져 있었다. 패공은 항우에게서 몸을 빼내어 수레에서 떼어낸 말을 타고 자기 군진으로 달아났다. 번쾌(樊噲), 하후영(夏侯嬰), 근강(靳强), 기신(紀信) 등 4명의 장수들은 칼과 방패를 들고 말을 탄 패공의 뒤를 도보로 따랐다. 패공의 일행은 이윽고 여산(驪山)을 돌아 지양(芷陽 : 지금의 섬서성 서안(西安)의 동쪽이다. 패상으로 가는 소로가 시작되는 곳이다.)에 당도했다. 패공이 지양까지 따라온 장량에게 말했다.
「여기서부터 우리 진영이 있는 곳까지는 불과 20여 리에 불과합니다. 우리가 진영에 무사히 당도했을 때쯤에서 선생은 항왕의 군중에 들어가 고하십시오.」
패공은 소로를 이용하여 패상의 군진으로 돌아가고, 장량은 다시 홍문의 연회장으로 들어가 항우를 접견하며 말했다.
「패공께서는 취기를 이기지 못해 삼가 신에게 백벽 한 쌍을 주어 대왕께 바치고, 다시 옥으로 만든 술잔 한 쌍은 범증 대장군 족하께 바치라고 하셨습니다. 」
항왕이 물었다.
「지금 패공은 어디에 있소?」
「대왕께서 지나치게 자신을 책할 것이라는 소문을 들은 패공은 두려워한 마음이 되어 혼자 몸으로 이미 자기 군중으로 돌아갔습니다.」
항왕이 장량에게서 벽백을 받아 상좌에 놓았다. 아부(亞父)가 옥잔을 받아 땅에 놓고는 칼을 빼어 쳐 깨뜨리며 말했다.
「참으로 애통하구나! 어린아이와 함께 일을 도모했으니 일이 이루어 질 수 있겠는가? 항왕으로부터 천하를 뺏어갈 자는 필시 패공이리라! 그때가 되면 여기 있는 우리들은 모두 그의 포로가 될 것이다.」
패공은 자기 진영에 돌아가 조무상을 잡아서 죽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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