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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0-02-14 06:56:59563 
22. 과하지욕(胯下之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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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22. 과하지욕(胯下之辱)
- 동네 불량배 가랑이 밑을 기는 치욕을 당하다. -

한편 항우에게서 구사일생으로 몸을 빼낸 한왕이 잔도를 통해 자신의 도읍지인 남정(南鄭)으로 행군하는 중에 수많은 장수들과 군사들이 도망친 사실을 알았다. 사졸들은 모두 동쪽의 고향으로 돌아갈 생각으로 노래를 부르곤 했다. 이때 항우의 집극랑(執戟郞)으로 있었던 한신(韓信)이 초군 진영을 탈출하여 남정의 한나라 진영으로 들어왔으나 아무도 그를 알아보지 못했다.
한나라의 몰락한 귀족 출신인 한신은 회음(淮陰 : 지금의 강소성 회음시(淮陰市)) 사람이다. 처음에 평민의 신분으로 있을 때 집안이 가난했던 그는 품행이 올바르지 못했다. 그래서 주위 사람들의 천거를 얻지 못해 관리도 못 되었고, 또한 물건을 사고 파는 장사꾼도 못 되어 항상 다른 사람에게 빌붙어 음식을 해결하곤 했다. 사람들은 그런 한신을 모두 싫어했다. 옛날 회음현 관하 하향(下鄕 : 회음현(淮陰縣) 감라성(甘羅城))의 남창촌(南昌村) 정장(亭長)의 집에서 몇 달 동안 기식(寄食)을 한 적이 있었다. 한신을 싫어한 남창의 정장 아내가 어느 날 일찍 아침을 지어 밥을 들고 자기 침실로 가서 먹었다. 이윽고 조반 시간이 되자 평소처럼 한신이 왔으나 그의 아내는 아침밥을 준비하지 못했다고 하면서 밥을 주지 않았다. 한신 역시 정장 부부가 자기에게 밥을 주지 않기 위해서 꾸민 수작이라는 사실을 알았다. 분개한 한신은 그 집을 떠나 다시는 왕래하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한신이 성 밑에서 낚시질을 하는데 그 곁에서 아낙네들 몇 사람이 빨래를 하고 있었다. 그 중 한 아낙네가 굶주려 허기에 찬 한신을 보더니 그녀가 가져온 밥을 주어 먹게 했다. 그렇게 하기를 10여 일이 지나자 이윽고 아낙네들이 빨래를 다 끝마치게 되었다. 그 동안 밥을 얻어먹을 수 있었던 한신이 마음속으로 매우 기뻐하며 그 아낙네를 향해 말했다.
「내가 후일에 반드시 부인들이 베풀어준 은덕에 보답하리라!」
그 아낙네가 화를 내며 말했다.
「사내 주제에 자기가 먹을 끼니 하나 해결하지 못하면서 무슨 보답 운운하는가? 앞길이 창창한 젊은 사람이 밥을 굶고 있어 불쌍히 여겨 밥을 먹도록 해 주었거늘, 어찌 내가 보답을 바라겠는가?」
한신이 회음현 성중에 살 때 성안의 젊은이들이 한신을 모욕하면서 말했다.
「너는 멀 대처럼 큰 키에 허리에 칼을 차고 거리를 다니고 있으나 사실은 너는 일개 겁 많은 아이일 뿐이다.」
다시 그 무리 중의 청년 한 명이 여러 사람들 앞에서 한신에게 말했다.
「네가 죽음을 겁내지 않는다면 그 칼로 나를 찌르고 이 길을 지나가고, 만일 죽음이 두렵다면 내 가랑이 밑으로 기어 지나가라!」
이에 한신이 그 청년의 얼굴을 뚫어지게 쳐다보며 생각하더니 허리를 굽혀 그의 가랑이 밑으로 기어 지나갔다. 길거리를 가득 메우고 구경하던 사람들이 모두 한신을 비웃으며 그가 겁이 많은 사람으로 여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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