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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4-05-11 11:47:574114 
제54회. 縱屬亡師(종속망사), 托優悟主(탁우오주)
양승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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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54회. 기원전 597년 晉楚의 필싸움 전개도.jpg  (483.5K)   download : 78
일반

제54회 縱屬亡師 托優悟主(종속망사 탁우오주)

부하장수들을 다스리지 군사를 잃은 당진의 순림보(荀林父)와

연극으로 초장왕을 깨우친 초나라의 배우 우맹(優孟)

1. 有帥不從 邲戰大敗(유수부종 필전대패)

- 대장의 명을 따르지 않은 당진군이 필의 싸움에서 초군에게 대패하다. -

한편 당진의 경공3년은 주정왕(周定王) 10년, 기원전 597년이다.

이 해에 초장왕이 정나라에 대한 정벌군을 이끌고 친히 원정길에 올랐다는 소식을 접한 진경공(晉景公)은 정나라를 구원하기 위해 군사를 일으키고 각 부서에 장수를 임명했다. 총사령관 격인 중군원수에는 순림보를, 그 부수에는 선곡(先穀)을 위시하여, 상군원수와 부수에는 사회와 극극(郤克)을, 하군원수와 부수에는 조삭과 란서(欒西)를 각각 임명하고, 그밖에 조괄(趙括), 조영제(趙嬰齊)는 중군대부에, 공삭(鞏朔), 한천(韓穿)은 상군대부에, 순수(荀首), 조동(趙同)은 하군대부로, 한궐은 중군사마에 임명했다. 그밖에 위기(魏錡), 조전(趙旃), 순앵(荀罃), 봉백(逢伯), 포계(鮑癸)등 10여 명은 부장(部將)으로 종군을 명받았다.①

병거600승의 대군으로 편성된 당진군은 그해 여름 6월에 강주성을 출발하여 황하의 나루에 당도했다. 정나라 정세를 살피고 돌아온 정탐병의 보고에 의하면 오랫동안 초나라의 공격에 시달리던 정나라가 당진의 구원군이 당도하지 않자 이미 초군에 항복해 버리고, 초나라 군사들도 이미 북쪽으로 우회하여 본국으로 돌아가고 있는 중이라고 했다. 순림보가 여러 장수들을 불러 앞으로 계속 진군할 것인지 아니면 군사를 물리쳐 회군할 것인지 그들의 의견을 물었다. 상군원수 사회가 말했다.

「우리가 정나라를 구원하러 왔으나 시간에 대지 못했으니 초나라와 싸울 명분이 없다고 하겠습니다. 차라리 군사를 물리쳐 본국으로 회군하여 다음기회를 기다리면 어떻겠습니까?」

순림보가 사회의 의견을 받아들여 즉시 여러 장수들에게 명하여 군사들의 행군 방향을 돌려 본국으로 회군하라는 군령을 내렸다. 그러나 순림보의 중군 휘하에 속하는 장군 한 사람이 일어나더니 큰 소리로 말했다.

「회군은 절대 불가합니다. 우리 당진이 능히 천하의 제후들을 거느릴 수 있는 이유는 제후국들이 어려움에 처할 때는 도와주고 외침을 당했을 때는 우리가 구원해 주었기 때문입니다. 금일 정나라가 우리의 구원병을 기다리다가 지쳐 부득이 초나라에 항복하였는데 우리가 만약 초나라의 의도를 좌절시킨다면 정나라는 필시 우리편으로 돌아올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가 오늘 정나라를 내버려두고 초나라 군사를 피해 도망친다면 천하의 작은 나라들이 어찌 우리를 믿고 의지하겠습니까? 이후로 우리 당진국은 두 번 다시 제후들을 이끌 수 없을 것입니다. 원수께서 굳이 군사를 물리치려고 한다면 소장들만이라도 본부의 전대를 이끌고 앞으로 나아가 초나라의 군사들을 막겠습니다.」

순림보가 보니 말하는 사람은 자가 체자(彘子)라고 부르는 중군부수 선곡(先穀)이었다. 순림보가 선곡을 향해 말했다.

「초왕이 친히 군사를 이끌고 와서 중군에 있을 뿐만 아니라 초나라의 군사들은 강하고 장수들은 즐비한데 그대가 일부의 군사들만을 끌고 혼자 하수를 건너 초군과 전투를 벌이는 행위는 마치 굶주린 호랑이 아가리로 자청해서 들어가는 어리석은 짓과 같다고 할 수 있다. 그런 무모한 짓이 우리에게 무슨 이득이 된단 말인가?」

선곡이 목소리를 더욱 높여 외쳤다.

「나라도 싸우러 가지 않는다면 세상 사람들은 당당한 당진국에는 한 사람의 용감한 장수도 없다고 말하지 않겠습니까? 어떻게 이런 치욕을 당하고 살 수 있겠습니까? 이번의 출전에서 내가 비록 싸우다가 우리 진영 앞에서 죽는다 할지라도 저는 결코 뜻은 꺾을 수 없습니다.」

선곡이 말을 마치고 곧장 영문 밖으로 뛰쳐나가던 중에 중군과 하군의 대부 직을 맡고 있던 조괄 조동형제들과 마주쳤다. 선곡은 순원수가 군사를 후퇴시키라는 명을 내렸다고 조씨 형제들에게 전하며 말했다.

「원수가 초나라 군사들을 두려워하여 군사를 돌리려고 하고 있어 나 혼자만이라도 황하를 건너 초나라와 일전을 불사하려고 합니다.」

조씨 형제가 말했다.

「대장부라면 마땅히 선곡 부원수와 같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형제도 휘하의 군사를 이끌고 부원수 뒤를 따르겠습니다.」

순림보의 군령을 무시한 세 사람은 아무런 거리낌 없이 휘하의 군사들을 이끌고 황하를 건넜다. 같은 하군대부 직에 있던 순수는 조동이 보이지 않자 군사들에게 그의 행방을 물었다. 군사들이 대답했다.

「초군과 싸움을 하기 위해 선곡장군의 뒤를 따라 갔습니다.」

크게 놀란 순수가 사마 한궐에게 고하자 한궐은 다시 중군으로 달려가 순림보에게 고했다.

「어떻게 하여 원수께서는 체자가 이미 하수를 건넜다는 사실을 모르시고 계십니까? 만약에 그가 거느린 군사들이 초나라 군사들과 만나 교전을 하게 되면 중과부적으로 필시 싸움에서 패할 것입니다. 원수께서는 중군원수의 직에 있어 삼군의 총지휘를 맡고 계십니다. 체자가 싸움에서 패하여 군사를 잃어버리게 되면 그 허물은 원수에게 있게 됩니다. 장차 어찌하시려고 그러십니까?」

한궐의 말에 모골이 송연하게 된 순림보는 어떻게 하면 좋을지 그 대책을 물었다. 한궐이 대답했다.

「일이 기왕지사 이리 되었으니 차라리 삼군을 모두 전진시키십시오. 만약에 싸움에 이기게 되면 원수의 공이 될 것이며 만일 이기지 못하더라도 여섯 사람의 대장들이 그 책임을 나누어 갖기 때문에 패전의 책임을 혼자서 모두 지지 않아도 됩니다.」

순림보가 읍을 하며 말했다.

「그대의 말을 따르리라!. 」

순림보가 즉시 삼군에게 령을 내려 하수를 건너도록 했다. 하수를 도하한 당진군은 하수 남안의 오(敖)와 호(鄗)②) 두 산 사이에 진영을 세웠다. 먼저 하수를 건너 진을 치고 있던 선곡이 기뻐하며 말했다.

「나는 원래 선원수가 내 말을 따르리라고 생각했다.」

2. 좌관성패 택강이사(坐觀成敗 擇强而事)

- 진초의 싸움을 부추겨 승전한 나라를 받드려는 정나라 -

한편 당진의 대군이 황하를 건넜다는 소식을 들은 정양공은, 만일 당진이 초나라와의 싸움에서 이기게 될 경우, 장차 정나라가 초나라에게 항복한 죄를 추궁 당할까 걱정했다. 그는 즉시 군신들을 모이게 한 다음에 그 계책을 물었다. 대부 황수(皇戍)가 말했다.

「신이 주군을 위해 당진의 진영에 사신으로 가서 초나라와 싸움을 벌이도록 권하겠습니다. 당진이 이기면 우리는 당진을 따르면 될 것이고 초나라가 이기면 초나라를 따르면 될 것입니다. 싸움에 이긴 강한 나라를 택하면 그뿐일 텐데 무엇을 걱정하십니까?」

정백은 그 계책이 훌륭하다고 생각하여 즉시 황수를 사자로 삼아 당진의 군중으로 보냈다. 당진군의 진영으로 달려간 황수는 정백의 명이라 하면서 말했다.

「저희 주군께서는 상국의 구원병을 마치 가뭄 끝에 단비를 구하는 마음으로 기다리며 초나라에 저항하였었습니다. 그러나 기다리던 상국의 구원병을 기다리다 못해 더 이상 저항하다가는 사직이 위태롭게 된다고 걱정하여 할 수 없이 초나라에 투항하여 구차하게 사직의 안정을 구했습니다. 잠시 초나라에 항복하여 나라의 패망을 면한 것이지 어찌 감히 우리 정나라가 당진을 배반할 수 있었겠습니까? 지금 초나라가 정나라와의 싸움에서 이긴 관계로 군사들이 교만하게 되었으며 또한 본국에서 떠난 지가 이미 오래되어 군사들은 피로에 지쳐 있습니다. 만약에 당진이 초나라를 공격한다면 우리 정나라도 당진을 위하여 초나라의 후위에서 돕겠습니다.」

정나라 사신의 해명을 들은 당진의 장수들은 황수에게 밖에서 기다리게 한 후에 각기 의견들을 말했다.

선곡이 먼저 일어나 말했다.

「초나라와의 싸움에서 이기고 정나라를 복속 시킬 수 있는 지의 여부는 이 한 번의 싸움에 달려 있습니다.」

란서가 신중론을 폈다.

「정나라의 마음은 변화가 무상해서 그들의 말을 믿으시면 안 됩니다.」

그러자 조동과 조괄이 한 목소리로 선곡의 말을 거들었다.

「속국이 우리의 싸움을 돕겠다고 하는데 어떻게 우리가 이런 기회를 놓칠 수 있단 말입니까? 체자의 말을 따라야 합니다.」

선곡 등의 세 사람은 즉시 순림보의 의견도 물어보지도 않고 막사 밖으로 나가 기다리고 있던 황수에게 초나라에 대항하여 정나라와 같이 싸우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당진의 진영에서는, 정양공이 별도의 사자를 초나라 진영에 보내어 역시 초나라로 하여금 당진과의 싸움을 부추기고 있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정나라는 양쪽으로 하여금 싸우게 하고, 자기들은 가만히 앉아서 구경한 후에 이기는 쪽에 붙으려고는 계획이었다. 초나라 영윤 손숙오는 당진군의 수가 매우 많음을 걱정하여 장왕에게 말했다.

「당진군이 우리와 결전할 것인지의 여부를 아직 결정하지 않고 있습니다. 지금이라도 그들에게 화전을 청하셔도 아직 늦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우리의 화전 요청을 당진군이 받아들이지 않아 결전에 임하게 된다면 전쟁의 책임은 당진군에 있게 될 것입니다.」

손숙오의 말이 옳다고 생각한 장왕은 채구거(蔡鳩居)를 사자로 당진의 진영으로 보내어 결전을 피하고 화의를 맺자고 요청했다. 순림보가 기뻐하여 말했다.

「화전을 맺음은 두 나라에게 참으로 다행한 일이오!」

그러나 순림보의 곁에 있던 선곡이 갑자기 앞으로 나가더니 채구거를 보고 큰소리로 욕을 해 대었다.

「너희들이 우리의 속국을 빼앗아간 후에 다시 화전을 청하는 수작은 우리의 경계심을 늦추어 보려는 심사가 아닌가? 우리 원수께서는 화전에 동의하겠지만 나 선곡은 절대 동의하지 않는다. 나는 결코 너희들 군사들을 한 사람도 살려 돌려보내지 않을 작정이다. 조만간에 나의 혹독한 수단올 보고 원망한들 아무 소용이 없을 것이다. 빨리 돌아가 너희 왕에게 즉시 도망쳐 목숨을 부지하라는 나의 말을 전해라!」

선곡으로부터 한바탕 수모를 당한 채구거가 머리를 조아리고 당진의 군영에서 빠져 나오다가 다시 조동과 조괄 형제를 만나게 되었다. 조씨 형제들이 칼을 빼어 들고 채구거를 겨누며 말했다.

「빨리 사라지지 않고 무엇하느냐? 또다시 너의 모습이 우리 눈에 띄게 된다면 이 칼이 용서하지 않으리라!」

두 사람에게서 도망치다시피 황급히 발걸음을 빨리 하여 당진군의 진영을 빠져나가려고 하는 순간 이번에는 조전을 만났는데 그 역시 질세라 채구거를 향해 활에 화살을 재고 겨누면서 말했다.

「내 마땅히 너를 이 화살로 쏴 죽여야 마땅하나 조만 간에 너를 사로잡을 것인즉 잠시 놓아주겠다. 너는 빨리 달려가 나의 뜻을 너희 만왕(蠻王)에게 확실히 전해라!」

3. 一箭中鹿 禮退追兵(일전중록 예퇴추병)

- 사슴을 잡아 예물로 바쳐 추격병을 물리친 진초(晉楚) 두 나라의 장수들 -

채구거가 초나라의 본채에 돌아와서 당진의 장수들에게 당한 수모를 장왕에게 고했다. 장왕이 대노하여 여러 장수들에게 물었다.

「누가 나가서 당진의 군사들 진영 앞으로 나가 싸움을 돋우겠는가?」

대장 락백이 큰 소리로 대답하며 앞으로 나왔다.

「원컨대 신이 출전하겠습니다.」

락백이 허백(許伯)을 어자(御者)로 섭숙(攝叔)을 차우(車右)로 삼아 병거에 올라 당진군의 진영을 향해 달려갔다. 그가 탄 병거가 질풍처럼 달려 당도한 당진군의 진영 앞은 생각과는 달리 적막감으로 덮여있어 고요하기만 했다. 좌우를 살핀 락백은 당진군의 동태를 살펴보기 위해 병거를 멈추게 한 후에 허백을 병거에서 내리게 하고 그에게서 말의 고삐를 넘겨받았다. 허백이 말의 장식을 매만져 바로잡고 말과 수레를 연결한 가죽 끈을 다시 단단히 메는 척 했다. 그리고 얼마 후에 락백의 병거 곁을 10여 명의 당진군이 무심코 지나쳐 어디론가 이동하고 있었다.

마침내 적군을 발견한 락백이 병거 위에서 유유자적한 태도로 그들을 향해 화살 한 발을 쏘았다. 이동하던 당진의 군사 한 명이 화살에 맞아 땅에 쓰러졌다. 그 틈을 노린 섭숙이 비호처럼 병거에서 뛰어 내려 맨손으로 군사 한 사람을 생포하여 다시 올라탔다. 갑작스러운 초군의 출현에 남은 당진의 군사들은 놀라 비명을 지르며 모두 흩어져 달아났다. 한바탕 소란이 끝나자 수레에 오른 허백에게 말고삐를 건네 준 락백은 수레를 몰라 당진군 진영 앞으로 좀 더 가까이 다가가도록 했다. 초나라 장수 한명이 싸움을 도발하기 위해 출전하여 그들의 부하 군사를 살해했다는 보고를 받은 당진의 장수들은 세 대의 병거에 나누어 타고 진채의 영문을 통해 락백의 병거를 목표로 삼아 달려 나왔다. 포계(鮑癸)를 중심으로, 그 왼쪽은 봉녕(逢寧)이, 오른쪽은 봉개(逢盖)가 병거를 타고 쏜살같이 자신의 병거를 향해 달려 나오는 한 떼의 초군을 발견한 락백은 허백에게 수레의 방향을 바꾸어 본대로 퇴각하라고 큰 소리로 외치면서 말했다.

「내가 나의 뒤를 쫓아오는 당진군의 왼쪽에는 말을 쏘겠고 오른쪽은 사람을 쏘겠다. 만약 내가 쏜 화살이 명중하지 않는다면 나는 이 싸움에서 졌음을 인정하겠다.」

즉시 조궁(雕弓)에 화살을 재어 잔뜩 잡아당긴 락백이 왼쪽과 오른쪽을 번갈아가며 화살을 날렸다. 락백이 쏜 화살은 손살 같이 날아가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당진군의 말과 병사를 맞추었다. 왼쪽으로 날린 화살은 당진군의 병거를 끌던 서너 마리의 군마에 명중했다. 활을 맞은 말들이 모두 넘어져서 당진군의 병거는 더 이상 움직일 수 없게 되었다. 오른쪽에서 달려오던 봉개(逢盖) 역시 락백이 쏜 화살을 얼굴에 맞아 병거 위에서 넘어졌다. 봉개가 탄 병거의 뒤를 따르던 당진의 보졸들 몇 명도 락백이 계속해서 쏘는 화살에 맞아 부상을 입었다. 좌우 양쪽에서 달려오던 당진군은 락백의 화살에 겁을 먹고 더 이상 그 뒤를 추격할 수 없게 되었다. 그러나 그 사이에 가운데 길을 취하여 뒤따르고 있던 포계(鮑癸)의 병거와 군사들은 락백의 뒤를 바싹 쫓아와서 거의 따라잡을 정도로 접근했다. 그때는 락백의 수중에는 단지 한 개의 화살만이 남아 있었다. 그가 화살을 활에 재어 포계(鮑癸)를 향하여 쏘려고 하다가 마음속으로 생각하였다.

「내가 이 화살로 뒤따라오고 달려들고 있는 저 당진의 장수를 쏘아 맞추지 못한다면 나는 필시 그의 포로가 되고 말 것이다.」

락백이 마음을 정하지 못하고 주저하고 있는 사이에 뒤를 추격해 오고 있던 포계의 전차에 의해 자기 수레가 거의 따라잡히려는 위기에 처하게 되었다. 그런데 갑자기 전방에서 고라니 한 마리가 나타나서 락백의 수레 앞으로 달려 지나갔다. 락백은 포계를 향해 쏘려던 마음을 고쳐먹고 마지막 남은 화살 한 대를 고라니를 향해 쐈다. 화살은 곧바로 날아가 고라니의 가슴을 맞추었다. 수레를 멈춘 그는 즉시 차우 섭숙으로 하여금 수레에서 내려 고라니를 끌고 와 뒤 따라 오던 당진의 장수에게 바치도록 명하고 자기는 소리쳐 말했다.

「원컨대 뒤따라오느라 수고가 많은 당진의 장수에게 선물하여 그 노고를 위로하고자 한다.」

그때까지 한 번도 빗나가지 않는 락백의 귀신같은 활 솜씨를 보고 마음속으로 두려워하고 있던 포계는 뜻밖에 적장으로부터 고라니 한 마리를 선물받자 못이기는 척 탄식하며 말했다.

「초나라 장수가 이렇듯 예의가 밝으니 내가 감히 범하지 못하겠노라!」

포계는 락백을 뒤따르다 말고 좌우의 병거를 이끌고 자기 본진으로 돌아갔다. 초나라의 추격병들을 물리친 락백이 수레의 속도를 늦추게 하여 유유히 초나라 진영으로 돌아왔다. 이를 두고 노래한 시가 있다.

단거로 달려와 영웅 호걸들에게 싸움을 청하니

병거소리는 번개와 같았고 말은 용과 같았다.

신전장군(神箭將軍)을 그 누가 두려워하지 않겠는가?

추격군은 목을 움츠리고 바람과 같이 돌아가 버렸다.

單車挑戰聘豪雄(단차도전빙호웅)

車似雷轟馬似龍(차이뇌굉마이용)

神箭將軍誰不怕(신전장군수부파)

追軍縮首去如風(추군축수거여풍)

당진군의 장수 위기(魏錡)는 포계가 락백을 놓아줘 도망치게 만덜었다고 언성을 높여 말했다.

「초나라 장수가 도전해 왔는데 당진의 진영에서는 어찌 초장의 도전에 응할 만한 장수가 한 사람도 없단 말이오? 초나라 사람들의 비웃음을 살까 두렵소! 소장이 역시 단거로 적진으로 가서 초나라 군사들의 강약을 한번 살펴봐야 되겠소.」

장수들 반열에 서있던 조전이 뛰쳐나와 소리쳤다.

「소장도 위장군과 같이 가기를 원합니다.」

순림보가 위기를 보고 말했다.

「초나라가 화전을 청한 후에 다시 싸움을 걸어왔소. 두 장군은 초군 진영에 가거든 처음에 화의를 청한 후에 싸움을 걸기 바라오! 그래야만 우리도 예를 갖추었다고 할 수 있기 때문이오.」

위기가 대답했다.

「소장이 가서 먼저 화전을 청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조전이 초나라 진영으로 가기 위해 수레에 오르고 있던 위기를 향해 말했다.

「장군이 초나라 진영에 사절로 가서 화전을 청하여 초나라의 채구거에 대한 답례를 하시면 저는 락백이 저지른 일에 대한 앙갚음을 하여 각기 일을 분담하도록 하겠습니다.」

한편 조전과 위기 두 장수가 락백이 당진군에 한 짓에 대한 원수를 갚으러 출전한다는 소식을 들은 상군원수 사회는 두 장군의 출전을 막기 위해 중군의 순림보 막사에 당도했으나 그때는 두 장수는 이미 출전하여 영문을 빠져나간 뒤였다. 사회가 순림보에게 넌지시 말했다.

「위기와 조전은 선세들의 공이 높음에도 불구하고 자기들이 중용되지 않고 있다고 항상 마음속에 불만을 품고 다니는 자들입니다. 또한 그들은 아직 혈기가 방장한 자들이라 나아가고 물러서는 때를 모르고 있습니다. 이번의 출전에서 틀림없이 초의 분노를 살 것입니다. 만약에 초나라 군사들이 갑자기 우리 진영을 덮친다면 그 때는 대비하실 계책을 지니고 계십니까?」

그때 사회의 밑에서 상군부수의 직을 맡고 있던 극극도 곁에 있다가 순림보에게 말했다.

「초나라의 전략을 예측하기 어려우니 그에 대한 대책을 세우셔야만 합니다.」

선곡이 옆에 있다가 큰 소리로 외쳤다.

「조금 있으면 적을 무찔러 버릴 수 있는데 무슨 준비가 필요하단 말이오!」

순림보가 결단을 내리지 못하자 사회가 물러 나오면서 극극에게 말했다.

「이제 보니 순원수야 말로 목석과 같이 어리석은 사람이오. 우리가 마땅히 스스로 계책을 세워 대비해야 되겠소!」

사회는 즉시 극극을 시켜 상군대부 공삭과 한천을 불러오게 한 후에 상군의 군사들을 삼대로 나누어 오산(敖山)의 길목에 매복하게 했다. 당진군이 싸움에서 질 경우를 대비하여 중군대부 조영제에게도 역시 황하 나루에 배를 모아 놓고 기다리라고 했다.

한편 당진의 장수 위기는 평소에 중군원수를 찾이한 순림보를 못마땅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그는 비록 순림보의 면전에서는 당진군의 사자로 초나라 진영으로 들어가 강화를 먼저 청하겠다고 했지만, 순림보가 내세운 명분을 욕보이기 위해서 다짜고짜로 두 진영 간의 싸움을 도발했다. 초장 반당(潘唐)은 채구거가 당진의 군영에 화전의 사절로 갔을 때 당진의 장수들로부터 심한 모욕을 당한 사실을 알고 있었다. 금일 당진의 사자로 온 위기를 보고 원수를 갚을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 반당은 황급히 중군 막사로 달려왔으나 그때 위기는 이미 초군 진영의 영문을 벗어난 후였다. 반당이 전차를 타고 영문을 열고 나가 자기 진영으로 돌아가고 있던 위기의 뒤를 추격했다. 반당은 큰 늪지 가까운 곳에 이르렀을 때야 비로소 위기의 병거 뒤를 바짝 따라 붙을 수 있었다. 위기가 앞으로 달려가다 말고 수레의 방향을 바꾸어 반당을 맞이하여 한바탕 싸우려고 했다. 그때 갑자기 늪 가운데에서 고라니 여섯 마리가 위기의 병거 앞으로 뛰어 나왔다. 지난번에 초나라 장수가 고라니를 잡아서 당진의 장수 포계에게 선물했던 이야기를 기억해낸 위기는 즉시 활을 꺼내 화살에 재어 쏘아 고라니 한 마리를 쓰러뜨렸다. 어자에게 수레를 멈추라고 명한 그는 죽은 고라니를 반당에게 가져가 바치면서 자기의 말을 전하게 했다.

「지난번 귀국의 락백 장군이 우리의 포계 장군에게 헌상한 선물에 대한 보답입니다.」

반당이 웃으면서 말했다.

「그대들이 얼마 전에 우리 락백장군이 한 행위를 흉내 내는구나! 내가 만약 계속 너희들을 추격한다면 우리 초나라 사람들이 무례하다고 할 텐데 내가 차마 계속 너의 뒤를 추격할 수 없겠다.」

말을 마친 반당은 수레를 돌려 자기 진영으로 돌아가 버렸다. 위기가 당진의 진영으로 돌아와 꾸며대어 보고하였다.

「초왕이 우리의 화전요청에 응하지 않고 바로 일전을 벌려 승부를 내자고 했습니다.」

순림보가 물었다.

「조전은 어디에 있는가?」

「내가 앞서가고 그는 뒤에 따라 왔는데 그 후로는 아직까지 만나지 못했습니다.」

「초나라가 이미 우리의 강화 요청을 거부하였으니 조전은 필시 낭패를 당하고 있을 것이다.」

순림보는 즉시 순앵(荀罃)에게 돈거(軘車)③ 20승과 보졸 1500명을 주어 초나라 진영 쪽으로 나가 조전을 구해 오라고 명했다.

4. 종속망사(縱屬亡師)

- 부하장수들을 통제하지 못해 초군에게 대패하다. -

한편 초나라 진영에 가까이 접근한 조전은 아무도 보이지 않는 곳에 숨어 수레 안에 숨겨두었던 술병을 꺼내 땅 바닥에 앉은 채로 날이 어둑해 질 때까지 마셨다. 이윽고 날이 어두워지자 수하 군사들 중에 초나라 말을 할 줄 아는 병졸 20여 명을 선발하여 사방을 순찰하는 척하며 초군의 군호를 알아내게 한 후에 초군 진영 안으로 잠입시켜 적군을 혼란에 빠드리려고 했다. 그러나 초군은 조전의 부하들의 변장을 눈치채고 그들을 포위한 후에 검문했다. 검문에 불응한 당진군이 칼을 뽑아 초군에 대항하자 초나라 진영은 발칵 뒤집혔다. 초군 진영은 비상이 걸려 군사들마다 횃불을 들고 침입자들을 수색했다. 20여 명의 당진군들 중에 십여 명은 사로잡히고 나머지는 초나라 진영을 도망쳐 나와 자기편이 숨어 있는 곳으로 돌아왔다. 그러나 조전은 그때까지 땅 바닥에 앉아서 술을 마시고 있었다. 술에 취한 조전을 부축하여 수레에 태운 군사들이 어자를 찾았으나, 그 어자는 초나라 진영으로 잠입한 군사들에게 속했다가 검문을 당해 빠져 나오지 못고 포로가 되었음을 동료들을 통해 알 수 있었다. 어느덧 시간은 흘러 새벽이 되어 하늘이 밝아 오자 술에서 깨어난 조전이 스스로 말의 고삐를 잡고 병거를 직접 몰아 당진군 진영으로 돌아가려고 했다. 그러나 조전의 병거를 끌던 말들은 밤사이에 아무 것도 먹지 못했기 때문에 빨리 달릴 수 없었다. 초장왕은 자기 진영 안에 적군이 잠입하였다가 빠져나가 숨어 버렸다는 보고를 받고 친히융거에 오르더니 군사들에게 동원령을 내려 조전의 일행 뒤를 추격하도록 했다. 장왕이 모는 전차의 속도는 대단히 빨랐다. 이윽고 조전과 그 군사들은 초나라 추격군에게 사로잡히려는 위급한 순간에 처하게 되었다. 조전은 할 수 없이 수레를 버리고 소나무가 우거진 숲 속으로 들어가 숨었다. 그러나 숲속으로 달아나는 조전을 발견한 초장 굴탕(屈蕩)이 그 역시 수레에서 내려 조전의 뒤를 쫓았다. 조전은 자기의 갑옷과 투구를 벗어 소나무 가지에 걸어 놓고 몸을 가볍게 한 후에 재빠른 걸음으로 도망쳐 굴탕의 추격권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굴탕은 조전이 버리고 간 갑옷과 투구 및 병거를 거두어 가지고 돌아와 장왕에게 바쳤다. 장왕이 군사를 거두어 초나라 진영으로 돌아가려고 하는데 멀리서 자기 쪽으로 바람처럼 빨리 달려오는 병거 한 대를 보았다. 잠시 후 가까이 다가온 수레에는 초나라 장수 반당이 타고 있었다. 반당은 그의 뒤에 수레가 달리면서 일으키는 먼지를 향하여 손가락으로 북쪽을 가리키며 초왕에게 말했다.

「당진의 대군이 몰려오고 있습니다.」

그러나 먼지를 일으키며 달려오고 있던 당진의 병거들은 곧 순림보가 순앵을 시켜 조전을 구하기 위해 보낸20승의 돈거(軘車)와 그 뒤를 따르는 군사들이었다. 단지 반당이 멀리서 보았기 때문에 대군으로 잘못 오인하고는 아무 것도 아닌 가벼운 일을 큰일이라고 보고를 올린 경우가 되었다. 장왕이 깜짝 놀라 얼굴색이 흙빛으로 변했다. 갑자기 남쪽에서 하늘을 진동시키는 북과 뿔나팔 소리가 들리더니 맨 앞에 한 사람의 대장이 한 떼의 군마를 이끌고 장왕이 있는 곳으로 바람처럼 달려왔다. 그 대신은 다른 사람이 아니고 영윤 손숙오였다. 장왕이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며 손숙오에게 물었다.

「영윤께서는 어떻게 당진의 군사들이 진격해 오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나를 구하려 오시게 되었습니까?」

「신이 알고 달려온 것이 아니라 단지 대왕께서 너무 경솔하게 앞으로 전진하여 잘못하여 당진 군사들의 함정에 빠지게 되지나 않을까 걱정하여 신이 스스로 판단하여 어가를 구하기 위해서입니다. 조금 있으면 우리의 삼군이 모두 뒤를 이어 당도할 것입니다.」

장왕이 북쪽을 다시 쳐다보고 그 먼지가 그다지 높게 일고 있지 않음을 알고 말했다.

「저기 달려오는 적군은 대군이 아니다.」

손숙오가 말했다.

「병법에 말하기를‘아군이 적군을 쫓을지언정 적군으로 하여금 우리를 쫓게 만들지 마라’고 했습니다. 우리 초나라의 모든 장수들이 이미 이곳에 당도하였으니 대왕께서는 령을 내려 앞으로만 전진하라고 하시기 바랍니다. 만약에 적의 중군을 무너뜨릴 수만 있다면 나머지 상하 2군은 더 이상 버티지 못할 것입니다.」

손숙오의 말을 쫓아 장왕이 령을 내려 공자영제에게는 부장 채구거와 함께 좌군을 이끌고 당진의 상군을, 공자측에게는 부장 공윤과 함께 우군을 이끌고 당진군의 하군을 각각 공격하도록 하고 자신은 중군과 양광의 군사를 이끌고 곧바로 순림보가 이끄는 당진의 중군을 덮치려고 했다. 장왕이 친히 북채를 잡고 북을 쳤다. 이어 중군의 모든 고수들도 일제히 북을 치기 시작하자 마치 천둥소리와 같은 북소리가 온 천지를 진동시켰다. 초나라의 병거가 번개처럼 앞으로 내 달리자 보졸들이 그 뒤를 바람처럼 따랐다. 그때 당진의 군사들은 초군의 갑작스러운 공격에 대해 전연 대비가 되어있지 않았다. 갑자기 들이닥친 초나라 대군의 진영 쪽에서 북소리를 듣고서야 비로소 순림보는 사람을 보내 적정을 알아보려고 하였다. 그러나 그때는 이미 초군은 당진군 진영 앞의 들과 산에 새까맣게 퍼져 포진한 다음이었다. 이것이야말로 당진군의 의표를 찌른 뜻밖의 상황이었다. 순림보는 황망하게 되어 아무런 대책도 세우지 못하고 힘을 다하여 싸우라는 령을 전할 수 있을 뿐이었다. 초나라 병사들은 저마다 무용을 뽐내고 위세를 떨치며 마치 바다의 성난 파도가 몰려오고, 산이 무너지듯, 하늘이 내려앉고 땅이 꺼지는 듯한 기세로 당진군 진영을 향해 진격해 왔다. 그러나 당진군은 마치 오랫동안의 꿈속에서 갓 깨어나거나, 술에 대취한 상태에서 방금 깨어나서, 몽롱한 정신이 되어 도무지 동서남북을 구별하지 못했다. 그것은 마치 싸울 마음이 없는 군사가 투지에 불타는 군사를 만난 상황이라서 당진군은 도저히 초군을 대적할 수 없었다. 과연 당진의 군사들은 삽시간에 달아나는 고기 떼나 흩어지는 새 떼가 되어 도망치기에 급급한 나머지 초나라 병사들에 의해 오이나 채소가 토막 나듯이 살해당했다. 초군이 한번 휩쓸고 지나가니 당진군은 사분오열되고 십중 칠팔이 꺾이고 말았다. 와중에 조전을 구원하기 위해 돈거를 이끌고 초나라 진영으로 진격했던 순앵은 조전을 구하기는커녕 오히려 초나라 장수 웅부기(熊負羈)를 만나게 되어 위험에 빠졌다. 두 사람이 몇 합을 겨루기도 전에 초나라의 대군이 물밀듯이 공격해 오자 순앵을 뒤따르던 보졸들은 중과부족으로 모두 흩어져 도망가 버리고 말았다. 할 수 없이 병거에서 떼어 낸 말을 타고 도망치던 순앵은 날아오는 화살에 맞고 땅에 넘어져 웅부기에 의해 사로잡히고 말았다.

한편 당진의 장군 봉백(逢伯)은 그때 그의 두 아들 봉녕(逢寧)과 봉개(逢蓋)와 함께 병거를 몰아 도망치고 있었다. 그때 마침 봉씨 세 부자가 초군의 추격을 뿌리치며 도망치고 있던 조전과 만났다. 두 발바닥이 모두 찢어져 처참한 몰골의 조전은 자기 앞으로 달려가고 있는 봉씨 세 부자의 병거를 향하여 큰 소리로 외쳤다.

「병거 안에는 누가 타고 있는가? 나를 태워 구하라!」

봉백은 큰 소리로 구원을 청하는 사람이 조전임을 알고 곁에 있던 두 아들에게 당부했다.

「뒤돌아보지 말고 앞만 보고 빨리 달려라!」

두 아들이 자기 부친이 한 말의 뜻을 못 알아듣고 고개를 돌려 큰 소리로 구원을 청하는 조전을 쳐다봤다. 조전이 봉백의 두 아들을 보고 말했다.

「봉씨 형제들은 빨리 나를 구하지 않고 무엇을 하고 있는가?」

두 봉씨 형제들이 자기 부친을 쳐다보며 말했다.

「조전장군이 뒤에서 우리를 부르고 있습니다.」

봉백이 화를 벌컥 내며 두 아들을 꾸짖었다.

「조전 장군을 이미 봤으면서도 어찌 빨리 너희들 자리를 내어 드리지 않느냐?」

봉백은 두 아들을 꾸짖어 수레에 내리게 하고 그 고삐를 조전에게 건넸다. 조전을 태운 수레는 봉씨 형제들을 뒤에 남겨 놓고 앞으로 달려가 시야에서 사라져 버렸다. 봉녕과 봉개는 수레에서 내려 보졸들에 섞여 후퇴하다가 란군 중에 죽었다.

한편 순림보는 한궐과 같이 병거를 타고 패잔병들을 수습하여 본부 진영의 후문을 나와 산의 오른쪽 길을 택하여 도망쳐 하수 강안에 당도했다. 당진군이 버리고 간 거마와 병장기는 이루 헤아릴 수 없이 많았다. 순림보의 뒤를 따르다가 얼굴에 화살을 맞아 선혈이 낭자하게 된 선곡은 자기의 전포를 뒤집어 피를 닦아 내고 있었다. 순림보가 선곡을 향하여 말했다.

「싸우자고 주장하던 자의 모습이 어찌 이렇게 되었는가?」

순림보 일행의 뒤를 쫓아 조괄도 그 일행과 함께 하수 나루터에 도착했다. 조괄이 그의 형 조영제가 준비해 둔 배를 타고 먼저 하수를 건너 가 버렸다고 호소하면서 말했다.

「우리들에게 알리지도 않고 자기만 혼자 하수를 건너 가 버리는 행위는 도대체 무슨 도리입니까?」

순림보가 조괄을 힐난했다.

「지금 죽느냐 사느냐 하는 판에 어찌 그와 같은 한가한 소리만 늘어놓고 있는가?」

순림보의 질책에도 분한 마음을 이기지 못한 조괄이 조영제를 원망했다. 이때부터 조괄과 조영제는 틈이 벌어지게 되었다. 순림보가 다시 말했다.

「이와 같은 중구난방의 자세로는 초나라 군사들에 대항해서 다시 싸울 수 없다. 하수를 건너가 시간을 버는 방법이 최선이다.」

순림보는 즉시 선곡에게 명하여 하수의 하류 쪽으로 가서 배들을 끌고 오게 명했다. 그러나 배들은 여기저기 분산시켜 정박해 놓아서 한꺼번에 끌고 올 수 없었다. 선곡이 배를 모으느라 소란을 떨고 있는 사이에 하수 강안의 나루터에는 군사들과 거마들이 계속해서 몰려들었다. 순림보가 보니 그들은 하군원수 조삭과 부수 란서가 초군의 좌군을 이끌고 있던 공자영제(公子嬰齊)에게 패한 하군의 잔병들을 이끌고 당도한 패잔병이었다. 당진의 중하(中下) 양군이 한꺼번에 강안에 당도하자, 일군도 건네기가 부족했던 배의 수효는 더욱 턱없이 부족하게 되었다. 잠시 후 남쪽 방면에서 다시 일기 시작하는 먼지가 보이자 순림보는 혹시나 승세를 타고 추격하는 초나라 병사들인 줄로 알고 걱정한 끝에 북을 쳐서 령을 내렸다.

「하수를 먼저 건너는 자에게는 상을 내리리라!」

당진의 중하 양군의 군사들은 저마다 배를 빼앗기 위해 서로 싸워 죽였다. 이어서 배 위는 사람들로 가득 차게 되었고 또한 계속해서 군사들이 달려들어 서로 타려고 다투었기 때문에 뒤집어진 배들은 무려 30여 척에 달하게 되었다. 선곡이 배 안에서 소리쳐 령을 내렸다.

「뱃머리에 기어올라 삿대를 잡아당기는 자들은 그 손을 칼로 베어라.」

다른 배에 타고 있든 모든 군사들에게도 선곡의 내린 명령이 전달되어 배에 올라타려는 군사들의 손과 손가락이 칼에 절단되어 배 안에 마치 꽃잎이 바람에 날리듯 떨어졌다. 배 안에 있던 군사들이 수없이 많이 떨어진 손과 손가락들을 주어 모두 황하의 강 가운데로 던져 버렸다. 배를 타지 못한 당진의 군사들의 통곡소리가 천지에 가득하여 산과 계곡도 따라 울었다. 하늘은 어둡게 변하고 땅은 처참하게 되어 태양도 빛을 잃었다. 사관이 이를 두고 시를 지었다.

연이은 큰 물결은 배를 뒤집고 돛은 넘어뜨리는데

파도에 휩쓸린 군사들의 흘린 피가 강물을 이루었다.

가련하다! 태항산 서쪽에서 온 수만의 군졸들이여!

그 중 반이 황하를 건너다 수중고혼이 되었구나

舟翻巨浪連帆倒(주번거랑연범도)

人逐洪波帶血流(인축홍파대혈류)

可怜數萬山西卒(가령수만산서졸)

半喪黃河作水囚(반상황하작수수)

그러나 당진군의 후방에서는 곧 순수(荀首), 조동(趙同), 위기(魏錡), 봉백(逢伯), 포계(鮑癸) 등 여러 패장들이 계속해서 먼지를 일으키며 도망쳐 와 속속 당도했다. 당진군의 후속부대도 전열을 가다듬어 하수를 건널 채비를 했다. 그때 하군대부 순수는 이미 배에 올라탔었으나, 그의 아들 순앵이 보이지 않자 수하 사람을 시켜 강 언덕으로 올라가 순앵의 이름을 불러 찾게 했다. 순앵이 초나라 장수에게 사로잡힌 사실을 알고 있던 나이 어린 군졸하나가 순수에게 알렸다. 자기 아들이 적군의 포로가 되었다는 사실을 안 순수가 말했다.

「내가 자식을 잃고서 어찌 빈손으로 돌아 갈 수 있겠는가?」

그는 즉시 배를 되돌려 강안에 대고 땅에 내려 초나라 진영으로 달려가기 위해 수하에게 병거를 정비시켰다. 순림보가 순수의 앞을 가로막으며 말했다.

「순앵은 이미 초나라의 손아귀에 떨어 졌으니 지금 다시 찾아간들 무슨 이득이 되겠소?」

「내가 초나라 장수나 그들의 아들 중에 누구든지 한 명 잡아와 후에 내 아들과 교환하기 위해서입니다.」

평소에 순앵과 사이가 친했던 위기가 같이 가겠다고 자원했다. 순수가 듣고 매우 기뻐했다. 순수가 순씨들의 가병들을 한 곳에 모이게 하니 그 수효가 수백 명이 되었다. 또한 순수는 평소에 백성들을 잘 보살피고 선비들을 사랑하여 인심을 크게 얻고 있었다. 순수 휘하의 아직 배를 타지 못하고 황하의 강안에 기다리고 있던 하군의 군사들은 모두가 기까운 마음으로 따라 나섰다. 더욱이 이미 배를 타고 있던 군사들도 하군대부 순수가 그의 아들 순앵을 구하러 초나라 진영으로 쳐들어간다는 사실을 알고 그들 역시 모두 배를 강안에 대고 순수의 뒤를 따라가 사력을 다하여 돕고자 했다. 이것은 한줄기의 날카로운 기세를 당진군 사이에 일으키게 하여, 전군이 처음에 필(邲)땅에 당도하여 진채를 세울 때의 기세로 돌아가 어느 사이에 당진군의 사기가 다시 왕성하게 되었다. 순수는 원래 당진에서도 일 이등을 다투는 명궁이었다. 순수는 수십 개의 좋은 화살을 등에 메고 군사들의 맨 앞장에 서서 초나라 진영을 향해 달려갔다. 그때 마침 당진군의 뒤를 추격하면서 당진군이 버리고 간 거마와 병장기를 수습하고 있던 초나라 장수 윤양로(尹襄老)를 마주치게 되었다. 윤양로는 갑자기 당진의 군사들이 몰려들자 미처 진영을 정비하지 못하고 있다가 순수가 쏜 화살에 그의 뺨이 꿰뚫려 수레 위로 넘어져 숨이 끊어졌다. 윤양로가 자신의 눈 앞에서 화살에 맞아 넘어지는 모습을 본 초왕의 아들 공자곡신(公子穀臣)이그를 구하기 위해 수레를 몰고 달려 나왔다. 위기가 달려가 공자곡신의 앞을 가로막고 싸웠다. 순수가 다시 활을 쏴서 공자곡신의 오른쪽 팔을 맞추었다. 곡신이 아픔을 못 이기고 팔에 꽂힌 활을 뽑는 사이 승세를 탄 위기가 달려들어 곡신을 사로잡았다. 위기는 곡신을 포승줄에 묶어 윤양로의 시신을 실은 수레에 같이 태웠다. 순수가 위기를 향해 말했다.

「이 두 건이면 내 아들과 바꿀 수 있겠다. 초나라 군사들의 세력이 매우 강성하여 그들의 본대가 당도하면 우리는 도저히 당해 낼 수 없다.」

순수는 즉시 수레의 방향을 돌리게 하여 전속력을 다해 황하의 나루터를 향해 달렸다. 초나라 군사들이 알고 그 뒤를 추격하려고 했을 때는 이미 순수 일행은 멀리 가버려 그 뒤를 쫓을 수 없었다.

한편 초나라의 좌군을 이끌던 초장 공자영제는 당진의 상군을 공격했으나, 당진의 상군원수 사회는 이미 초군의 공격에 대비하고 있었다. 그는 일찍이 초군의 정세를 탐지하여 먼저 진채를 굳게 연결한 후에 지키고 있다가 초나라의 대군이 몰려오자 한편으로는 싸우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후퇴했다. 공자영제가 이끌던 초나라의 좌군이 당진의 상군 뒤를 쫓아 오산(敖山)의 어귀에 당도하자 갑자기 포소리가 천지를 진동시키더니 한 떼의 군마들이 뛰어나와 초군을 향해 공격해 왔다. 당진군의 대장인 듯한 사람이 병거에 타고 앞으로 나와 소리 높여 초나라 진영을 향해 외쳤다.

「당진의 상군대부 공삭(鞏朔)이 여기서 너희들을 기다린 지 오래다!」

갑작스러운 당진군의 반격에 공자영제가 깜짝 놀라 어쩔 줄 몰라 했다. 공삭이 영제의 앞을 막아서며 20여 합을 겨루었으나 감히 계속 싸우지 못하고 사회를 보호하며 서서히 군사를 뒤로 물리쳤다. 영제가 포기하지 않고 다시 당진의 상군 뒤를 추격했다. 이윽고 전면에 다시 포성이 울리더니 이 번에는 한천(韓穿)이 군사를 거느리고 달려나와 초군의 앞을 막아섰다. 초나라의 좌군 부장 채구거가 병거를 몰고 앞으로 나가 한천을 상대하려는 순간, 또다시 오산의 움퍽 파인 곳에서 포성이 진동하면서 기치(旗幟)가 마치 구름처럼 일어났다. 당진의 상군부수 극극(郤克)이 한 떼의 군마를 이끌고 깊은 산 속에 매복하고 있다가 영제가 이끄는 초나라 군사들이 나타나 일제히 일어나 앞을 가로막은 것이다. 영제는 매복해 있는 당진군의 수효가 매우 많음을 보고 혹시나 그들의 계략에 떨어지지나 않을까 걱정하여 징을 울려 군사들을 거두어 들였다. 초나라 군사들이 물러나자 군사들을 점고한 사회는 자기 휘하의 상군 병력은 한 명의 군사들도 상하지 않았음을 알았다. 그는 즉시 오산의 험한 지세를 의지하여 7개의 작은 진채를 세우도록 한 다음 각 진채를 연결하여 마치 북두칠성이 연결된 것처럼 굳게 지키자 초나라 병사들은 감히 당진군의 진영을 넘보지 못했다. 초나라 군사들은 할 수 없이 모두 뒤로 물러갔다. 당진의 상군에 속한 군사들은 한 사람의 낙오 없이 곧바로 깃발을 정비하여 당진의 본국으로 귀환할 수 있었다. 이것은 나중의 일이다.

한편 순수가 휘하의 군사를 돌려 하수의 나루터로 되돌아 왔을 때에도 순림보의 대군은 그때까지 하수를 건너지 못하고 있었다. 마침내 하수를 건너 그 북안에 도착한 조영제가 다시 빈 배를 남쪽으로 돌려보내자 순림보는 매우 기뻐하였다. 이윽고 날이 저물어 사방이 어두워지기 시작하자, 초나라의 대군은 필성(邲城)④에 당도했다. 오삼이 장왕에게 당진의 군사들의 뒤를 속히 추격하여 궤멸시켜야 한다고 청하자 장왕이 말했다.

「우리 초나라가 성복의 싸움에서 패한 이래로 사직에 치욕을 남겼었다. 그러나 이번 한 번의 싸움으로 옛날의 수치를 씻었다. 당진과 초나라를 결국에 가서는 강화를 맺어야 할텐데 하필이면 그렇게 많은 사람을 죽일 필요가 있겠는가?」

장왕이 즉시 령을 내려 군사들로 하여금 행군을 멈추게 한 후에 영채를 세워 휴식을 취하게 했다.

한편 당진군 진영은 밤새도록 황하를 건너는 군사들로 인하여 대단히 소란스러웠다. 이윽고 날이 밝아 오기 시작할 무렵이 되어서야 당진군은 간신히 모두 도하를 끝낼 수 있었다. 그때서야 비로소 당진군의 소란은 가라앉았다.

사관이 논하기를 순림보는 지혜가 모자라 적을 막지도 못했을 뿐만 아니라 자기 휘하의 장수들도 통제하지 못했고, 또한 앞으로 나아가지도 뒤로 후퇴도 못하고 우유부단하여 싸움 끝에 패전에 이르게 하여, 중원의 패권은 모두 초나라로 돌아가게 만들었다고 했다. 참으로 애석한 일이라고 하면서 이를 시로 지어 한탄했다.

왕궁 밖에서의 원수는 천지간에 가장 고귀한 직분인데

어찌하여 한낱 비장이 고귀한 원수의 권한을 어지럽혀

배 안에 가득 싸인 손가락들은 진실로 가슴 아픈 일이로다!

황하를 건너가기는 했지만 정말로 부끄럽기 한이없구나!

閫外元戎无無天(곤외원융무지천)

如何裨將敢撓權(여하비장감요권)

舟中掬指眞堪痛(주중국지진감통)

縱渡黃河也靦然(종도황하야전연)

한편 정나라 양공은 초나라가 당진과의 전투에서 크게 이겼다는 소식을 듣고 친히 필성으로 찾아와 초나라 군사들을 위문했다. 정양공이 다시 초왕을 형옹(衡雍)⑤의 왕궁으로 맞이하여 거하게 하고 잔치를 크게 벌려 필에서의 승전을 축하했다. 당시 형옹에는 주나라 천자를 위한 이궁이 있었다. 초나라 장수 반당이 당진군의 시신을 수습하여 경관(京觀)을 높이 쌓아 초나라가 필에서의 싸움에 승리한 무공을 만세에 빛낼 것을 청하였다. 경관이란 승전을 과시하기 위해 적군의 시신으로 쌓아 만든 탑을 말한다. 장왕이 대답했다.

「당진이 토벌당한 이유는 죄가 있어서가 아니라 순전히 우리에게 행운이 따라서였다. 그런데 그런 행운으로 승전한 일을 가지고 우리가 무공을 세웠다고 자랑할 수 있겠는가? 군사들에게 명하여 유골들을 수습하여 매장해 주고 제사를 준비하여 제문을 써서 하수의 신에게 고해 죽은 군사들의 넋을 위로하도록 하라!」

장왕은 하수 강안에서 당진군의 원혼을 달래는 제사를 지낸 후에 군사를 이끌고 개선가를 부르며 초나라 도성으로 돌아왔다.

영도로 개선한 장왕이 논공행상를 하면서, 오삼이 세운 계책 덕분에 싸움에서 이겼다고 생각하여 일약 그를 대부의 직에 임명했다. 오거(伍擧)는 오삼의 아들이며 오사(伍奢)는 오거의 아들이다. 또한 후의 당공(棠公) 오상(伍尙)과 자서(子胥) 오원(伍員) 형제는 오사의 아들들이다. 영윤 손숙오가 한탄하며 말했다.

「당진과 싸워 이김으로써 세운 큰공을 한낱 비천한 출신의 총신에게 빼앗기다니, 참으로 부끄러워 내가 이 세상을 더 이상 살 수 없음이라!」

손숙오는 이어서 울화병이 들어 자리에 눕게 되었다.

한편 순림보가 패잔병을 이끌고 당진으로 돌아와 경공을 알현했다. 경공이 노하여 순림보를 참수하려고 했으나 여러 신하들이 한사코 말리면서 말했다.

「순림보는 선조 때부터 큰공을 세운 대신의 후예입니다. 비록 많은 군사를 잃은 죄를 지었으나 그것은 모두가 선곡이란 자가 군령을 위반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선곡을 참하시어 장수들에게 경계를 주시면 그것으로 족하다 하겠습니다. 옛날 초나라가 성복의 싸움에서 지자 그 대장이었던 성득신을 패전의 죄를 물어 죽였습니다. 이에 우리 선군이신 문공께서 앓던 이가 빠졌다는 듯이 대단히 기뻐하셨고, 양공께서는 섬진의 목공이 우리와 효산에서 싸워 패한 맹명시를 죽이지 않는 것을 보시고 두려워 하셨습니다. 원컨대 주공께서는 순림보의 죄를 용서하시어 후에 공을 세우도록 하시기 바랍니다.」

경공이 그 말을 따라 즉시 선곡을 참수형에 처하고 다시 순림보를 중군원수의 직에 복직시킨 후에 육경에게 명하여 군사들을 훈련시켜 후일 초나라에 원수를 갚도록 했다.

이때가 주정왕10년 기원전 596년의 일이었다.

5. 우맹의관 탁우오주(優孟衣冠 托優悟主)

- 우맹이 손숙오의 의관을 입고 연극으로 군주를 깨닫게 하다. -

주정왕12년 기원전 594년 봄 3월에, 초나라 영윤 손숙오가 병이 위독하게 되자 그 아들 손안(孫安)을 불러 유언과 함께 당부하였다.

「내가 너에게 대왕에게 바치는 표문 한 통을 주겠다. 내가 죽거든 대왕에게 가져가서 바치도록 하라. 초왕이 만약 너에게 관작을 내리려고 하거든 너는 절대 받으면 안 된다. 너는 위인이 평범하여 국사에 참여할 만한 인재가 못되니 외람되이 벼슬을 탐하지 말아라. 또한 대왕께서 너를 큰 읍에 봉하시려고 하거든 너는 마땅히 고사해야 한다. 네가 한사코 고사함에도 불구하고 부득이 봉지를 받아야할 처지에 놓이게 되면 침구(寢邱)⑥의 땅을 청하도록 하라. 침구의 땅은 척박하여 다른 사람들이 욕심을 내지 않을 곳이라 후세에 이르기까지 오래도록 록으로 삼을 수 있을 것이다.」

손숙오가 유언을 마치고 죽었다. 손안이 손숙오의 유서를 바치자 장왕이 겉봉을 뜯고 읽었다. 유서의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신은 죄를 짓고 숨어살던 사람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대왕께서는 죄인을 끌어내어 재상의 자리에 앉게 해주는 은혜를 입었으나 아무런 공도 세우지 못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재상으로서의 중임도 다하지 못하여 다만 부끄러울 따름입니다. 대왕의 보살핌을 입어 집안에 편안히 앉아 죽음을 맞이할 수 있으니 이것은 신으로써 크나큰 다행이라 하겠습니다. 신은 단지 아들을 하나 두었으나 변변치 못하여 벼슬을 탐낼 만 한 위인이 못되옵니다. 신의 조카 원빙(薳凭)은 제법 재능이 있어 한 자리를 맡길 만만 인재입니다. 우리의 숙적 당진은 대대로 패주의 자리를 유지해 오다가 이번에는 어찌 하다가 우리와의 싸움에서 지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결코 당진을 가볍게 보시지 마십시오. 백성들은 이미 싸움에 오랫동안 고생을 많이 하여 지쳐 있는 상태이오니, 앞으로는 싸움을 지양하고 군사들을 쉬게 하여 백성들의 생활을 편안하게 보살피는 일을 제일로 삼으십시오.‘ 사람이 죽음에 닥치게 되면 하는 말은 착하게 된다.’고 하니 바라옵건대 대왕께서는 부디 살피십시오.」

장왕이 읽기를 마치자 한탄하면서 말했다.

「손숙오가 죽으면서까지 나라에 대한 걱정이 이렇듯 간절하니 이는 진실로 충신이로다! 과인이 복이 없어 하늘이 나에게 충신을 빼앗아 가는구나!」

즉시 어가를 준비하여 손숙오의 집으로 달려간 장왕은 그의 유해가 들어 있는 관을 어루만지면서 통곡했다. 장왕을 따라 나섰던 측근들도 모두 눈물을 흘리며 슬퍼했다. 다음 날이 되자 장왕은 공자영제를 영윤으로 올려 손숙오의 뒤를 잇게 하고 원빙을 불러 잠윤(箴尹)으로 삼았다. 이 사람이 초나라 원씨(薳氏)의 시조가 되는 사람이다. 장왕이 손안을 공정(工正)⑦에 임명하고자 했으나 그는 죽은 부친의 명이라고 하면서 한사코 사양하더니 촌으로 돌아가 초야에 묻혀 살았다.

초장왕에게는 평소에 맹주유(孟侏儒)라는 이름의 사랑하는 배우가 한 명 있었다. 사람들은 그를 우맹(優孟)이라고 불렀다. 우맹은 키가 불과 5척에 불과 했으나 평소에 익살을 부림으로 해서 주위 사람들로 하여금 웃음을 자아내게 하여 여러 사람들로부터 사랑을 받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성 밖의 교외에 나가게 된 우맹은 손안이 나무를 해와 장작을 패고 있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 우맹이 손안을 알아보고 물었다.

「공께서는 어찌하여 장작을 몸소 힘들여 패고 계십니까?」

「부친께서 수년간 초나라의 재상을 지내셨다 하나 사사로운 돈을 집안에 들이시지 않으셨음으로 해서 부친이 돌아가신 후에는 집안에 한 푼의 돈도 남아 있지 않게 되었습니다. 어쩔 수 없이 제가 장작을 패서 시장에 내다 팔아 그것으로 호구를 이으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우맹이 한탄하며 말했다.

「공께서는 잠시 참고 애쓰시기 바랍니다. 장차 대왕께서 부르실 것입니다.」

우맹은 즉시 손안에게 손숙오의 의관, 칼, 신발 등 일체의 신변잡구들을 달라고 하여 집으로 가져와서, 손숙오의 생전에 행한 언동을 따라 3일 동안을 꼬빡 연습한 결과 우맹의 언동은 손숙오의 것과 하나도 틀리지 않게 되어 마치 살아서 돌아온 손숙오처럼 연기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장왕이 궁중에서 연회를 열고 여러 명의 배우들을 불러 연극을 공연시켜 백관들과 즐겁게 놀고자 하였다. 우맹은 먼저 다른 사람에게 장왕으로 분장하게 하여 손숙오를 사모하는 역할을 맡긴 후에, 자기는 손숙오로 분장하고 무대에 등장하였다. 장왕은 손숙오로 분장한 우맹의 모습을 보자 크게 놀라며 자기도 모르게 말했다.

「손숙은 그 동안 무양하셨습니까? 과인은 그 동안 경을 절실하게 사모하고 있었습니다. 예전처럼 영윤의 자리에 앉아 나를 도와 줄 수 있습니까?」

우맹이 대답했다.

「신은 손숙오가 아니라 단지 손숙오로 분장한 배우일뿐입니다.」

「과인이 그 동안 숙오를 그리워했으나 다시 볼 수 없어 애통해 했는데 이제 숙오를 닮은 사람이라도 보게 되었으니 이 역시 과인에게는 조금이나마 위안이 되도다! 경은 사양하지 말고 영윤의 자리에 앉아 나의 옆에 있으라!」

「대왕께서 과연 신을 쓰시고자 하신다면 신도 매우 원하는 바이나 단지 집에 늙은 처가 있는데 제법 세상 물정에 통하고 있습니다. 저로 하여금 집에 가서 저의 처에게 한번 상의하도록 해 주신다면 금방 돌아와서 왕명을 받들겠습니다.」

우맹이 즉시 무대에서 내려가더니 잠시 후에 다시 올라와서 장왕에게 말했다.

「신이 집에 가서 저의 늙은 처와 상의를 해 봤는데 저의 처가 신에게 벼슬자리에 나가지 말라고 했습니다.」

「무슨 이유에서인가?」

「저의 처가 촌에서 유행하고 있던 노래를 불러 저에게 벼슬을 살지 말라고 권하였는데 청컨대 제가 한번 불러 보겠습니다.」

우맹이 즉시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탐관들은 하면 안 되는 일만을 골라서 행하고

청백리는 해야 할 일 외는 행하지 않네!

탐관들이 하는 일이란 더럽고 비열한 일들이고

하는 짓들이란

자손들을 튼튼한 수레에 태우고

살찐 말을 채찍질하며 다니는 일이다.

청백리가 하는 일들은 모두가 고결한 일뿐이니

하는 일이라고는

자손들의 의복을 남루하게 하고

밥을 거르게 하는 일 뿐이다.

貪吏不可爲而可爲(탐리불가위가위)

廉吏可爲而不可爲(염리가위이불가위)

貪吏不可爲者汚且卑(탐리불가위자오차비)

而可爲者(이가위자)

子孫乘堅而策肥(자손승견이책비)

廉吏可爲者高且洁(염리가위자고차길)

而不可爲者(이불가위자)

子孫衣單而食缺(자손의단이식결)

그대들은 보았지 않은가?

초나라의 영윤 손숙오가

생전에 집안을 위해 재산을

한 푼도 남겨 두지 않더니

하루아침에 그가 죽으니 집안이 망하여

그 자손은 걸식하며 들판에서 자는 모습을!

그대들에게 권하노니,

절대 손숙오를 본받지 말지어다!

군왕은 옛 신하의 공로를

전혀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君子見(군자견)

楚之令尹孫叔敖(초지영윤손숙오)

生前私殖无分毫(생전사식무분호)

一朝身沒家凌替(일조신몰가능체)

子孫丐食栖蓬蒿(자손개식서봉고)

勸君勿學孫叔敖(권군물학손숙오)

君王不念前功勞(군왕불념전공로)

장왕이 자리에 앉아서 말을 나누며 우맹을 살펴보았는데 과연 그의 행동거지는 완연히 숙숙오와 같았다. 이윽고 장왕의 마음속에는 처연한 생각이 들게 되었다. 우맹이 노래를 끝내자 장왕은 자기도 모르게 눈물을 두 눈에서 줄줄 흘리며 말했다.

「숙오의 공을 과인이 어찌 잊을 수 있단 말인가?」

장왕은 즉시 우맹에게 명하여 손안을 불러오게 하였다. 손안이 다 찢어진 허름한 옷을 걸치고 풀로 엮어 만든 신발을 신고 와서 장왕에게 절을 올렸다. 장왕이 보고 말했다.

「어찌 그대가 이와 같이 곤궁하게 되었단 말인가?」

우맹이 손안의 옆에 있다가 장왕에게 말했다.

「손안의 곤궁함은 영윤이 생전에 청렴했기 때문입니다.」

「손안이 전에 내가 내린 벼슬을 받지 않았던 일을 내가 기억하고 있노라! 내가 마땅히 손안을 만호의 대읍에 봉하겠노라!」

손안이 결코 받지 않겠다고 고사하자 장왕이 다시 말했다.

「과인의 뜻은 이미 정해졌으니 경은 절대 물리치지 말라!」

손안이 할 수 없이 손숙오가 죽을 때 유언으로 당부한 땅을 청했다.

「군왕께서는 아직 저의 선부가 세운 조그만 한 공을 잊지 못하시어 신에게 옷과 음식을 내리시려 하시니 그 은혜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원컨대 침구(寢邱)의 땅이라면 제가 감사히 받을 수 있겠습니다.」

「침구의 땅은 척박하여 경에게 아무런 도움이 안 될 것인데 어찌하여 구태여 그 땅을 달라 하는가?」

「선친께서 유언으로 명을 내리셨습니다. 그 땅이 아니면 절대 받지말라고 하셨습니다.」

장왕은 할 수 없이 손안의 뜻에 따랐다. 후에 침구는 좋은 땅이 아니라 아무도 차지하기 위해 엿보지 않아 손씨 후손들이 오랫동안 지킬 수 있었다. 이것은 곧 손숙오의 선경지명이었다. 사관이 우맹의 일을 말했다.

청백리가 어찌 자식들의 가난을 신경 쓸 틈이 있겠는가?

죽게 되면 자손들의 식록은 모두 군주의 마음일뿐!

맹주유가 능히 그 일을 풍자하여 간하지 안 했다면

장왕이 어찌 죽은 신하의 자손들까지 챙겼겠는가?

淸官遑計子孫貧(청관황계자손빈)

身死褒崇賴主君(신사포숭뢰주군)

不是侏儒能諷諫(부시주유능풍간)

庄王安肯念先臣(장왕안긍염선신)

각설하고 당진의 순림보는 손숙오가 죽었다는 소식을 듣고 초나라는 당분간 자기 나라 밖으로 출병할 수 없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필 땅의 싸움에서 초나라에 당한 패전은 정나라의 배신 때문이라고 생각한 순림보는 즉시 경공에게 청하여 허락을 받아 군사들을 일으켜 정나라로 쳐들어가 그 교외를 크게 노략질했다. 병사들의 사기를 드높인 것만으로 만족한 그는 군사를 물리쳐 강도로 돌아가려고 했다. 여러 장수들이 군사들을 진격시켜 정성을 공격해야 한다고 주장하자 순림보가 응하지 않으면서 말했다.

「비록 정성을 포위한다 하더라도 성을 파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오. 만일 초나라의 구원병이 갑자기 들이닥친다면 이것은 양쪽에서 적을 맞이하게 되는 상황이 되어 우리는 진퇴양난에 빠지게 되오. 잠시 정나라 사람들을 놀라게 하여 앞으로 어느 쪽을 섬겨야 할지를 스스로 생각하도록 만든 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해야 하오.」

순림보가 제장들의 반대를 물리치고 군사를 물리쳐 당진으로 돌아가자 당진을 크게 두려워하게 된 정양공이 과연 사자를 초나라에 보내 대책을 강구했다. 또 한편으로 양공은 동생 공자장(公子張)을 사자와 함께 초나라에 보내 인질로 남게 하고 공자거질을 귀국시켜 달라고 장왕에게 청했다. 장왕이 듣고 말했다.

「정나라가 신의로써 우리 초나라를 대하고 있는데 어찌 인질이 필요하겠는가?」

장왕은 즉시 공자장과 공자거질을 함께 정나라로 돌려보낸 후에 당진의 공격으로부터 정나라를 지키기 위해 백관들을 불러 상의했다.

《제55회로 계속》

주석

①기원전597년 진경공(晉景公) 3년 당진(唐晉)과 초나라가 필(邲)에서 싸우기 직전에 개편한 당진의 군제표

군 별

원수

부수

대부

기타(其他)

삼군

三軍

중군

中軍

순림보

荀林父

선곡

先穀

조괄(趙括)

조영(趙嬰)

중군사마(中軍司馬): 한궐(韓厥), 부장(部將): 위기(魏錡), 조전(趙旃),순앵(荀罃), 봉백(逢伯), 포계(鮑癸)

상군

上軍

사회

士會

극극

郤克

공삭(鞏朔)

한천(韓穿)

하군

下軍

조삭

趙朔

란서

欒西

순수(荀首)

조동(趙同)

②오(敖)와 호(鄗) : 현 하남성 정주시 북쪽 약 20키로 에 위치해 있는 고영진(古榮鎭)부근에 있었던 옛 산의 이름.

③돈거(軘車) : 전투를 할 때 진지를 구축할 목적으로 만든 병거의 일종

④필성(邲城) : 현 하남성 정주시(鄭州市) 북쪽 약 30키로 지점의 고영진(古榮鎭)으로 황하 남안에 있었던 춘추 때 정나라 영토였다.

⑤형옹(衡雍) : 지금의 하남성 정주시(鄭州市)에서 황하를 건너 신향시(新鄕市)로 가는 황하 북쪽의 사채향(師寨鄕) 부근의 고을이다. 그러나 춘추시대 당시 황하는 지금과는 달리 형옹의 북쪽을 흐르고 있었다.

⑥침구(寢邱) : 지금의 안휘성 임천현(臨泉縣) 경내. 안휘성 부양시(阜陽市) 서쪽의 하남성과의 경계지역에 있다.

⑦공정(工正) ; 초나라 관제의 하나. 토목이나 건축을 담당했던 부서의 장

[평설]

진경공이 군사를 일으켜 정나라를 구원하려고 결정한 이유는 당진국이 여전히 패권을 유지하기 위해서 취한 당연한 방책이었다. 그리나 곧이어 순림보가 부하들을 통제하지 못한 결과 싸움에서 대패함으로써 당진국의 기대는 물거품이 되었을 뿐만 아니라고 당진의 군사력은 심대한 타격을 입게 되어 중원의 패권은 모두 초나라에 돌아갔다. 힘이 다한 당진국은 앉아서 속수무책으로 중원의 제후국들이 초나라를 종주국으로 받드는 사태를 앉아서 바라봐야만 했다.

기원전597년 초나라가 정나라를 포위하자, 당진이 구원병을 보내 지금의 하남성 개봉시 북쪽인 필(邲)에서 조우했다. 그 필의 싸움에서 당진군이 참패한 주요 원인은 다음의 두 가지를 들 수 있다.

첫째, 당진국은 그들의 출병에 대한 결정을 내리는데 너무 지체했다. 초군이 정나라 수도를 포위공격을 시작하여 3개월이 넘는 시간 동안 회유와 강압 양면 작전을 구사하여 정나라의 항복을 이미 받아 그 사기가 왕성한 시점에서, 당진국은 그때서야 비로소 정나라를 구원하기로 결정하여 그 군대를 출동시킴으로써 마치 사후약방문 격이 되었다.

둘째, 적군의 능력을 헤아리지도, 휘하의 부하 장수들을 통제할 수도 없었던 당진국의 대장 순림보의 무능 때문이다. 그는 우유부단하여, 정나라가 이미 초나라에 항복한 사실을 알았음에도, 초군을 추격하다가, 다시 군사를 되돌려 후퇴함으로 해서 자기의 주관을 세우지 못하고 좌우의 부하장수들 생각에 휘둘려 정확하고 일사분란한 작전을 전개하지 못했다. 대장이 전군을 통제하지 못한 상황에서, 선곡은 지휘부의 방침을 무시하고 자기 멋대로 결정하여 황하를 도하하여 자기 임의대로 초군의 뒤를 추격했다. 원래 초군은 사자를 보내 강화를 원했으나, 선곡이 제 멋대로 강화회담을 파괴하고 지휘부의 통제를 받지 않았다. 다른 장수들도 역시 정확한 정세를 파악할 수 있는 분석능력을 갖추지 못했다. 원래 정나라는 당진과 초 두 나라 사이에 있으면서 초나라에게는 진나라와 싸우라고 부추기고, 당진에게는 초나라를 공격하라고 부추기며 자기들은 앉아서 성패를 보고 있다가 싸움에서 이긴 나라를 택해 그 세력권으로 들어가려는 정채긍ㄹ 세워놓고 있었다. 그러나 당진군의 수뇌부는 정나라의 그러한 속내를 눈치 채지 못했다. 순림보는 또한 초군에 대한 전투준비나 경계도 게을리 했으며, 선곡의 터무니없는 행동을 제지하지도 못했다. 순림보와 같은 무능한 대장이 이끌던 당진군은 마침내 초군과 회전에 들어가자 출기불의의 기습을 받자 아무 대책이나 군령도 세우지 못하고 순식간에 궤멸해 버렸다. 그러나 초장왕의 초군은 전투에 임하기 전에 주도면밀한 작전을 세우고, 그 지휘하는 방법은 빈틈없이 정연한 자세를 유지했다.

원래 초장왕은 황하의 남안까지 진출하여 그 군마에 물을 먹이면서 당진군과의 싸움을 회피하려는 방침을 세웠다. 그러나 그의 참모가 ‘당진군의 병력이 비록 많다고 하나, 지휘관들이 서로 반목하고 있기 때문에 쉽게 승리를 할 수 있다’라고 말하자 즉시 싸우기로 방향을 선회했다. 그러나 정작 초장왕은 결전에 들어가기 전에 당진의 군진에 강화회담 제안한다고 하며 사자를 보내 당진군의 정세를 살펴 전쟁의 주도권을 쥐었다. 이윽고 두 나라 군사들이 회전에 들어가자 초군은 먼저 당진군의 중군을 공격하여 그 지휘부로 돌격해 들어가 상대방으로 하여금 출기불의의 타격을 가했다. 승리가 확정된 후에도 초장왕은 초군이 운이 따라 다행히 승리했다고 말하며 경관(京觀)의 의식을 행하라는 참모들의 건의를 거절했다. 경관이란 적군의 시체를 한 곳에 모아 높이 만든 봉분으로 전쟁에서의 승리자가 자기의 공을 세상에 과시하는 의식이다.

한편 정양공(鄭襄公)이 행한 ‘ 좌관성패(坐觀成敗)’란 책략은 다시 한 번 음미해 볼만한 가치가 있다. 초나라에게 이미 항복한 상태에서 다시 당진의 구원군을 맞이하게 된 정나라는 두 나라 군대 사이에 끼어 ‘좌관성패(坐觀成敗)’라는 계책을 채택하여 싸움에서 이기는 측에 붙음으로써 멸망의 기로에서 그 화를 피할 수 있었다. 정나라의 항복을 받고 원래는 퇴각하려고 했던 초군은 정나라의 계책에 말려든 결과 당진군과 교전을 벌려 승전을 하게 된 것이다. 초나라가 승리하고 당진이 패한 결과 정나라는 승자를 택해 따랐다.

필의 싸움에서 패한 당진국은 제후국들에 대한 영향력을 모두 상실했다. 필의 싸움은 장수의 자질이 전쟁을 이길 수 있는 가장 중요한 관건이라는 원리를 다시 증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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