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계제(上計制)

상계제는 중국 고대왕조에서 시행했던 지방정부의 업무보고 제도다. 자기 관할 내의 회계연도에 발생한 정적(政績)을 문서로 작성하여 상급기관에서 바쳤다. 상급기관은 상계문서를 심사하여 지방정부의 업무의 진행사항을 파악하고 동시에 감독했다. 이 제도의 시작은 상고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가나 진한시대에 더욱 발전하여 완비되었다고 할 수 있다. 하나라의 우임금이 지금의 절강성 소흥시(紹興市)에서 천하의 제후들을 불러 회계보고를 받았음으로 그곳의 지명을 회계(會稽)로 명명했다는 전설이 상계제의 시발이다. 계(稽)는 계(計)와 통하는 말이다.

1. 전국시대의 상계제

전국시대 부세제도에 대해 이행해야 할 의무와 부담에 대해 지방정부에 대해 중앙정부가 실행한 재정의 감독과 정적의 고과을 위한 제도다. 지방장관들은 매년 목간에 정적을 기록한 장부를 두 책으로 만들어 한 편은 중앙조정에 바치고 한 편은 자신이 가지고 있다가 연말에 조정에 바치면 조정은 장부에 기준하여 고과를 행하여 상벌을 결정했다.

전국시대 말기에 진나라 소양왕(昭襄王)이 범수(范睢)를 천거한 왕계(王稽)의 공로를 포상하기 위해 하동태수로 임명하면서 3년 동안 상계를 하지 않아도 되는 특전을 부여했다는 기록이 있다.

2. 한나라 때의 상계제

한나라 때는 상계제도는 이미 발전을 이루어 완비된 상태였을 뿐만 아니라 동시에 전국적으로 일관되게 시행되던 일반적인 제도였다. 군현제에 의한 구분이 드러난 한나라 때 상계제도는 현에서 군으로 올리는 경우와 군에서 중앙조정에 올리는 경우의 두 등급으로 나뉘어 시행이 되는 제도로 확정되었었는데 군에서 중앙정부에 올리는 경우의 상계를 군상계(郡上計)라고 칭했다. 사서에 상계라는 간칭은 모두 군상계를 의미한다.

전국의 각 군국은 매년 말에 자기 군국 내의 정적에 관한 기록을 계부(計簿)를 작성하여 상계리(上計吏)에게 주어 중앙정부에 들어가 종합적으로 보고하는 업무를 수행하게 했다. 동시에 상계리는 군국에서 의무적으로 조정에 바치게 되어 있는 공물을 지참해야 했다. 봄철에 이르러 조정은 승상, 사도, 혹은 황제가 직접 계부를 접수하고 각 군국의 보고업무를 주재했다.

3. 계부(計簿)

집부(集簿)라고도 한다. 해당연도에 수행한 정적에 대해 하급관청이 작성한 한 보고서를 말한다. 통계와 계수로 이루어진 이 문서의 내용은 해당 연도의 9월에 끝났는데 그것을 계단(計斷)이라고 했다.

계부에 포함된 내용

- 관할지역의 기본적인 정황. 즉 관할지역의 명칭과 면적 및 관청의 기구, 인원과 명단

- 농업의 발전 상황. 관할내의 각종 전답과 원유(園囿)에 대한 증감 내용

- 해당연도의 재정수지. 곡물과 현금이 각각 절반이 되는 시기. 곡물과 현금의 수지에 대한 계부는 별도로 분리해서 작성

- 관할 내의 호구에 대한 통계. 남녀의 비례와 증감 사항. 빈곤한 인구의 숫자. 곡식의 대여와 구휼의 상황. 노인의 숫자와 대우에 관한 내용

- 삼로(三老)、효제(孝悌)、농작물의 수확량

- 관할 내에서 일어나는 형사사건에 대한 기록

- 관리의 공적과 고과사항 및 사찰기록

- 군국 내에 거주하고 있는 종실 명부

4. 상계리(上計吏)

매년 말 군국은 상계리를 중앙조정에 파견하여 지방관청과 관리들의 정적을 보고하게 했다. 상시직이 아니고 임시직으로 유사시에 선발했으며 주로 군승이나 장리(長吏)가 맡았다. 계리(計吏)는 군국의 계부와 여계해(與計偕)에 포함되는 인적 혹은 물적 대상물을 수도로 호송하는 책임을 맡았으며 또한 군수를 대리하여 조정에서 거행하는 신년하례식이나 중앙정부에서 행하는 제사나 의식 및 기타 활동에 참여했다. 회계보고를 받는 중앙의 상급자가 단독으로 계리를 접견하고 군군의 당면한 문제에 대해 심문할 때 계리가 답변을 능숙하게 할 경우의 중앙정부의 장관에 의해 인정을 받아 중앙정부에 발탁되는 경우도 있었다.

서한 한무제 때 회계군(會稽郡)의 계리를 수행하여 장안에 들어간 잡부 출신의 주매신(朱買臣)이란 인물이 우연한 기회에 한무제의 수행비서 엄조(嚴助)와 친분을 쌓게 되고 이어서 엄조의 천거로 한무제에 의해 잡부의 신분에서 일약 중대부로 발탁되었다가 계속해서 회계태수 및 승상부 장사를 지낸 고사가 대표적이다. 땔나무를 해서 팔아 생계를 유지하면서도 독서를 열심히 해서 입신양명했다는 뜻의 부신독서(負薪讀書)는 주매신이 주인공이다.

5. 여계해(與計偕)

옛날 고대에는 지방정부는 중앙 조정에 그 지방의 특산물을 공물로 바쳐야 하는 의무가 있었다. 그 공물은 지방의 계리가 재정상황을 보고하기 위해 수도로 올라갈 때 함께 가지고 가야했음으로 공물을 또한 계해물(計偕物)이라고도 칭했다. 그밖에 중앙의 조정이 인적 혹은 물적인 요구 사항을 회계장부와 함께 수도로 올려 보냈기 때문에 통상적으로 여계해라고 호칭했다. 여개혜에는 조정에서 조명으로 천거하라고 시달한 현량이나 문학 등의 인재도 포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