丰(봉)

- 잘생긴 그 사나이 -

이 시는 사랑하는 사람과 혼인을 이루지 못한 여인이 후회하며 슬퍼하며 부른 노래다. 그래서 그녀는 지금이라도 애인이 수레를 몰고 와서 자신을 데려가 결혼을 했으면 하고 마음속으로 바라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고대의 시경학자들은 이 시의 본뜻과는 전혀 다른 관점으로 해석했다. 모서(毛序)는 “ 이 시는 음란한 여인을 비난하기 위해 지은 것이다. 혼인하는 예를 갖추지 않고, 양(陽)이 선창하나 음(陰)이 화합하지 못한다. 즉 남자는 길을 가고자 하나 여인은 뒤따르지 않는 형상이다.”라고 했으며 시집전(詩集傳)은 “ 부인이 만나기로 한 남자를 마을 어귀에서 기다리던 중 마음이 변하여 따라가지 않았다가 후에 다시 남자를 쫓아가지 않은 것을 후회하여 이 시를 지어 노래했다.” 라고 했다. 대표적인 두 해석을 포함하여 고대의 도학군자들은 이 시는 음녀(淫女)가 부른 노래라고 정의했다. 그들은 시의 뜻을 잘못 파악하거나 유가적인 사상에 기인한 편견을 견지하여 시가 표현하고자 하는 정확한 뜻을 애써 외면했다.

一

子之丰兮(여지보혜)

잘 생긴 그 사나이

俟我乎巷兮(사아호항혜)

마을 어귀에서 나를 기다렸는데

悔予不送兮(회여불송혜)

따라가지 않은 것이 후회스럽구나!

賦(부)다. 丰(봉)은 풍체가 당당하고 얼굴에 윤기가 나는 젊은 사람의 모습을 가리키는 말이고 俟(사)는 기다림이다. 巷(항)은 문밖의 골목길이다.

○ 여인의 기약한 바의 남자가 이미 문밖에서 기다리더니, 여인이 다른 뜻을 두어 쫓지 않다가 이윽고 뉘우쳐서 이 詩(시)를 지었다.

二

子之昌兮(자지창혜)

잘 생긴 그 사나이

俟使我乎堂兮(의사아호당혜)

집 앞에서 기다렸는데

悔予不將兮(회여불장혜)

쫓아가지 않은 것이 후회스럽구나!

부(賦)다. 昌(창)은 盛壯(성장)한 모습으로 젊은 나이의 혈기가 왕성한 남자의 모습을 말하고 將(장) 同行(동행)으로 같이 떠남이다.

三

衣錦褧衣(의금경의)

비단 저고리, 비단 덧저고리

裳錦褧裳(상금경상)

비단 치마, 비단 덧치마

叔兮伯兮(숙혜백혜)

누구든지 수레를 타고 오면

駕予與行(가여흥행)

따라가리라!

賦(부)다. 褧(경)은 생사나 마사(麻絲)로 짠 홑옷을 안의 비단옷이 먼지나 떼가 타지 않도록 겉에 걸치는 의류이다. 叔·伯(숙‧백)은 사람을 부르는 인칭대명사다.

○ 전송하지 않아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여인이 뉘우치면서 말했다. “ 내가 이미 화려한 복식을 차려 입고 떠날 준비를 갖추고 있는데 그대는 어찌하여 수레를 몰고 와서 나를 태우고 함께 데려가지 않는가? ”

四

裳錦褧裳(상금경상)

비단치마, 비단 덧치마

衣錦褧衣(의금경의)

비단 저고리, 비단 덧저고리

叔兮伯兮(숙혜백혜)

누구든지 수레를 타고 오면

駕予與歸(가여여귀)

쫓아가리라!

賦(부)다. 귀(歸)는 出稼(출가)로 여인이 시집가는 것을 말한다.

丰 四章이니, 二章은 章 三句요, 二章은 章 四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