女曰鷄鳴(여왈계명)

- 닭이 웁니다. -

본 편은 부부생활의 즐거움을 묘사한 시가다. 대화체 형식으로 된 이 시는. 일찍 일어나서, 주살로 사냥을 하고, 부부가 함께 음식을 앞에 두고 대작하며, 해로하기를 약속하면서 그 징표로 패옥을 선물하여 부부애를 즐긴다는 노래다. 모서(毛序)에는 ‘ 덕을 좋아하지 않음을 풍자한 시로써 옛날의 의로움만을 말하고 지금은 덕을 좋아하지 않고 색만을 밝힌 것을 풍자한 것이다.’라고 했으나 유가들의 도덕관념에 사로잡힌 나머지 지나치게 확대해석한 것이다. 주희의 시집전(詩集傳)에는 ‘ 시인이 서로 경계하는 어진 부부의 생활을 노래한 것이다.’라고 했다.

一

女曰鷄鳴 士曰昧旦(여왈계명 사왈매단)

여보, 닭이 웁니다.

아니오, 아직 날이 밝지 않았소

子興視夜 明星有爛(자여시야 명성유란)

당신이 일어나 밖을 살펴보시오.

샛별이 밝게 빛나고 있소.

將翶將翔 弋鳧與鴈(장고장상 익부여안)

날이 이미 밝았으니 힘껏 뛰쳐나가

청둥오리와 기러기랑 잡아오세요.

○賦(부)다. 昧(매)는 晦(회)로 어둡다는 말이고, 旦(단)은 날이 밝으려고 하는 새벽녘이다. 즉 昧旦(매단)은 아침이 되기 전의 하늘이 어두워서 사물을 분별하지 못하는 시간이다. 明星(명성)은 啓明星(계명성)으로 해보다 먼저 새벽에 나오는 별이다. 弋(익)은 화살에 명주실을 매어 쏘아 새를 사냥하는 것을 말한다. 鳧(부)는 등 뒤에 청색의 무늬가 있는 청둥오리다.

○ 본 편은 시인이 어진 부부가 서로 경계하면서도 즐거워하고 친밀하게 사는 모습을 노래한 시다. 부인이 ‘닭이 운다.’고 하면서 남편을 깨우자 남편은 ‘ 아직 날이 밝아오지 않았소’라고 대답했다. 그러자 부인이 ‘당신은 당장 일어나 밖을 살펴보시오. 아마도 계명성(啓明星)이 이미 나와서 찬란하게 빛나라고 있을 것이오. 당장 나는 듯이 뛰어나가 청둥오리와 기러기를 주살로 잡아 돌아오시오.’라고 했다.

二

弋言加之 與子宜之(익언가지 여자의지)

주살로 오리나 기러기를 잡아오시면

당신을 위해 맛있게 요리해 드릴께요.

宜言飮酒 與子偕老(의언음주 여자해로)

좋은 음식 안주 삼아 같이 술을 마시며

검은 머리 파뿌리 될 때까지 영원히 사랑해요

琴瑟在御 莫不靜好(금슬재어 막불정호)

거문고와 비파를 타면서

우리 행복하고 화목하게 살아요.

○부(賦)다. 加(가)는 맞춤이다. 사기 초세가 경양왕 18년 조에 ‘ 초나라 사람이 가벼운 활에 가느다란 실로 연결한 화살을 재어 쏘아 북쪽으로 날아가는 기러기를 쏘아 맞추었다. 경양왕(頃襄王)이 듣고 그 사람을 불러서 물었다.’라는 기사가 있다. 이른바 약한 활로써 주살하여 오리와 기러기를 맞힌다(以弱弓微缴加诸凫雁之上)‘라는 기사가 바로 그것이다. 宜(의)는 肴(효)와 통하니 烹調菜肴(팽조채효)로, 즉 맛있는 나물과 안주를 요리함이다.

○ 활을 쏘는 것은 남자의 일이고, 중궤(中饋) 즉 요리를 하는 일은 부인의 직책이다. 부인이 이르기를 ‘당신이 오리와 기러기를 잡아서 돌아오면 저는 마땅히 당신을 위해 맛있게 요리해서 당신과 함께 즐겁게 술을 마시며 해로를 기약하겠습니다. 또한 옆에 놓여 있는 금슬을 우리 같이 연주하면서 행복하고 화목하게 살아요?’했으니 부부가 안정 된 마음으로 화합하여 즐기기는 하지만 음탕하지 않음을 볼 수 있다. 중궤(中饋)는 주역(周易) 풍화가인(風火家人) 62효(爻)의 ‘일을 이룩함이 없으나 안에서 밥을 먹이고 마음을 바르게 가진다면 길하리라.’라는 괘효사에 나오는 말이다.

三

知子之來之 雜佩以贈之(지자지래지 잡패이증지)

당신이 나를 진심으로 보살펴준다는 것을 알면

허리에 찬 패옥을 전부 풀어 드리리!

知子之順之 雜佩以問之(지자지순지 잡패이문지)

당신이 나에게 순종한다는 것을 알면

허리에 찬 패옥을 보내드리리!

知子之好之 雜佩以報之(지자지호지 잡패지보지)

당신이 나를 진정으로 사랑한다는 것을 알면

허리에 찬 패옥으로 보답하리라!

○부(賦)다. 來(래)는 노래(勞來) 혹은 무위(撫慰)와 통하니 자상하게 돌봐주는 행위다. 雜佩(잡패)는 허리의 좌우에 차는 옥으로 만든 장식이다. 위에 비껴서 다는 옥을 형(珩), 아래로 세 군데를 인끈으로 매어 진주로 꿰고 중간의 인끈 반쯤에 매달은 구슬은 우(瑀), 끝에 옥 하나를 매달아 두 끝이 다 뾰족한 것은 충아(衝牙), 양쪽으로 달린 인끈 반쯤의 길고 네모난 2개의 옥은 거(琚), 그 끝에 각각 옥 하나를 달아서 반쪽 모양의 벽(璧)을 안으로 향하도록 한 것을 황(璜)이라 했다. 두 인끈으로써 진주를 꿰고 위로는 양쪽 끝을 행(珩)에 매고, 아래로는 우(瑀)에 교차하여 꿰어 두 황(璜)에 매어, 걸어가면 충아가 황과 부딪혀서 쟁쟁한 소리를 낸다.

○ 남자가 패옥을 선물한다는 내용은 위풍(衛風) 목과(木瓜) 편에 “ 저에게 모과를 던져주신다면 보옥으로 보답하리라!”라는 싯귀가 있다. 남편이 패옥을 선물하여 자기의 열렬한 사랑을 표현하는 행동은 시인의 예술적 상상력으로 인해 묘사된 것이며 시가의 분위기상 자연스러운 상황전개다. 부인의 자기에 대한 보살핌(來之), 순종함(順之), 사랑함(好之)에 깊은 감명을 받은 남편이 자기가 허리에 차고 있던 패옥을 풀어 선물하고((贈之)、보내주고(問之), 보답한다.(報之). 한 번 부르는 것으로써는 부족하여 세 번이나 감탄을 계속하고, 명쾌한 노래말로 자기 뜻을 밝히고 있는 것이 이 시의 특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