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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5-02-28 13:42:424857 
고금취상(鼓琴取相) - 거문고에 빗대 치국의 도를 설파한 추기
양승국
일반

고금취상(鼓琴取相)

- 거문고에 빗대 치국의 도를 설파한 추기 -


제위왕(齊威王)1)이 왕의 자리에 새로 올랐으나 매일 주색과 풍악소리에만 묻혀 살면서 국사는 전혀 돌보지 않았다. 제위왕이 즉위하고 9년 동안에 한(韓), 위(魏), 노(魯), 조(趙) 등의 네 나라는 제위왕이 주색에 빠져 있는 틈을 타서 군사를 동원하여 제나라의 변경을 쳐들어와 제나라의 변방을 지키는 군사들을 패주시키고 그 땅과 재물을 빼앗아 갔다. 그러던 어느 날 갑자기 선비 한 사람이 대궐문 앞에 찾아와 자기의 이름을 밝히며 위왕의 접견을 청했다.

“ 성은 추(騶)이고 이름은 기(忌)라 하며 제나라 본국사람입니다. 제가 제법 거문고 소리를 알고 있습니다. 제가 들으니 대왕께서 음악에 조예가 깊으시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저의 거문고 소리를 들려드리려고 제가 이렇게 특별히 찾아왔습니다. ”

위왕이 허락하고 추기를 불러들여 자리에 앉힌 다음 좌우에게 시켜 탁자를 준비하게 하여 그 위에 거문고를 가져다놓게 했다. 추기가 거문고의 줄을 어루만질 뿐 타지 않았다. 위왕이 물었다.

“ 선생께서 거문고를 잘 탄다고 해서 과인이 한번 아름다운 소리를 들어보려 했소. 그런데 지금 거문고만 어루만지고 있을 뿐 타지 않고 있으니 가져온 거문고가 좋지 않아서 입니까? 아니면 과인에게서 잘못된 점이 있어 그로 인하여 거문고를 타고 싶지 않은 마음이 들어서 입니까?”

추기가 거문고를 내려놓더니 얼굴에 정색을 하며 위왕을 향해 말했다.

“ 신이 알고 있는 것은 거문고 소리에 대한 이치입니다. 거문고를 타서 아름다운 소리를 낼 수 있는 것은 악공(樂工)의 일입니다. 신이 비록 거문고 소리의 이치를 알고 있다고는 하나 들으신다면 왕을 욕보이지나 않을까 걱정되어서 이렇게 머뭇거리고 있는 것입니다.”

위왕 “ 거문고의 이치가 어떠하단 말이오? 내가 한번 들어볼 수 있겠소?”

추기 “ 거문고를 뜻하는 금(琴)이라는 글자는 금(禁) 자와 통합니다. 이것은 즉 음탕하고 사악한 것들을 금하고 모든 것을 올바르게 돌려 논다는 뜻입니다. 옛날 상고시대에 복희씨(伏羲氏)가 거문고를 만들 때 길이를 세 자 여섯 치 일곱 푼으로 하여 일 년 366일을 본 땄으며 그 넓이는 여섯 치로 하여 육합(六合)2)을 상징했습니다. 앞은 넓고 뒤는 좁은 것은 귀한 것과 천한 것을 구분하기 위해서입니다. 또한 위는 둥글고 밑은 네모난 것은 하늘과 땅을 상징합니다. 줄이 다섯 개인 것은 금(金), 목(木), 수(水), 화(火), 토(土)의 오행을 말하고, 큰 줄은 군주를, 작은 줄은 신하를 말합니다. 소리에 완급이 있는 것은 청탁을 표현하고자 함이니 탁한 소리는 너그럽되 절제가 있으니 이것은 임금의 도를 말하고, 청한 소리는 깨끗하나 어지럽지 않으니 이것은 신하의 도리를 말합니다. 첫 번째 줄은 궁(宮)이고, 두 번째 줄은 상(商), 세 번째 줄은 각(角), 네 번째 줄은 치(徵), 그리고 다섯 번째 줄은 우(羽)라 합니다. 주나라의 문왕과 무왕께서 각기 한 줄씩을 더했는데, 문왕께서 더한 줄은 소궁(小宮)이고 무왕께서 더한 줄은 소상(小商)이라 하여 이로써 군주와 신하가 은혜로써 서로 그 뜻을 합쳤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때문에 군신 간에 서로 믿게 되면 정령은 화합하게 되니 치국의 도는 바로 거문고의 도에서 벗어나지 않게 됩니다. ”

위왕 “ 참으로 훌륭한 말씀이오! 선생께서 이미 거문고의 이치를 깨닫고 계시니 필시 그 음에도 정통하고 계실 것이라 생각하오. 원컨대 선생은 나를 위해 거문고를 한 번 타보시기 바랍니다.”

추기 “ 신의 업은 거문고의 도리를 깨닫는 것이라 거문고에 정통한 것은 당연한 일이오나 대왕의 업은 나라를 다스리는 것인데 어찌하여 치국의 도리에 정통하지 못하십니까? 오늘 대왕께서 나라를 어루만지기만 할뿐 다스리지 않으시니 어찌 신의 거문고를 어루만지며 타지 않는 것과 같지 않겠습니까? 신이 거문고를 어루만지며 타지 않으면 대왕의 마음을 즐겁게 해 드릴 수 없듯이 대왕께서도 나라를 어루만지기만 하고 다스리지 않으시면 백성들의 마음을 즐겁게 하실 수 없는 법입니다.”

위왕이 듣고 악연히 깨달으며 말했다.

“ 선생이 거문고로 과인에게 간하는 것을 알겠습니다. 과인은 선생의 말씀에 따르리라!”

위왕은 추기를 자기 침소의 오른쪽 방에 머물도록 했다. 다음날 아침이 되자 위왕이 목욕을 하여 몸을 깨끗이 한 다음 추기를 불러 치국의 도리에 대해 물었다. 추기는 위왕에게 다음의 사항을 고려하여 나라를 다스려 패왕의 업을 이룰 것을 권했다.


- 술을 절제하고 여인을 멀리할 것

- 나라의 일은 실리와 명분을 위주로 운영할 것

- 신하들은 충신과 망신을 구분할 것

- 백성들을 편안하게 하면서 싸우는 기술을 가르칠 것.


위왕이 듣고 크게 기뻐하여 즉시 추기를 제나라의 상국으로 삼았다.


순우곤(淳于髡)과의 선문답(禪問答)


추기자가 제위왕을 접견한지 3개 월 만에 제나라 상국의 인끈을 받았다. 순우곤이 듣고 찾아가 말했다.

“ 그대는 참으로 말을 잘합니다! 이 곤(髡)이 비록 어리석기는 하지만 그대가 원한다면 몇 마디 드릴까 합니다.”

추기 “ 삼가 가르침을 받겠습니다.”

순우곤 “ 신하된 자가 국군을 모실 때에는 몸과 마음을 다해 주도면밀하게 모셔 절대 잘못됨이 없게 하면 그대의 몸과 명성은 흥성할 것이고 만약에 불초하여 만전을 기하지 못하여 일을 잘못되게 한다면 그대의 몸과 명성은 모두 잃게 될 것이오.”

추기 “ 삼가 가르침을 받들어 가슴속에 새겨 결코 잊지 않겠습니다.”

순우곤 “ 돼지기름을 수레의 굴대에 바르는 것은 수레바퀴를 잘 구르게 하려는 것

이나, 굴대의 구멍을 네모나게 뚫으면 수레가 굴러갈 수 없는 법이오.”

추기 “ 삼가 가르침을 받들어 군주의 측근들을 잘 받들도록 하겠습니다.”

순우곤 “ 오래되어 잘 마른나무를 골라 아교로 붙여 활을 만드는 것은 나무들이 잘 붙게 하려는 것이나, 속이 비고 서로 잘 맞지 않아 틈이 생기면 나무들을 잘 붙일 수가 없는 법이오.”

추기 “ 삼가 가르침을 받들어 만백성들의 뜻에 어긋나지 않도록 조심하겠습니다.”

순우곤 “ 여우가죽으로 만든 갖옷이 비록 헤졌다고 개가죽으로 깁지 말도록 해야 할 것이오.”

추기 “ 삼가 가르침을 받들어 군자들을 잘 선택하여 소인들이 끼지 못하도록 조심하겠습니다.”

순우곤 “ 비록 커다란 수레라 할지라도 균형을 잡지 못하면 평소에 실을 수 있는 짐을 싣지 못하는 법이며, 금(琴)과 슬(瑟)도 서로 화음을 맞추지 못한다면 오음(五音)을 이룰 수 없는 법이오.”

추기 “ 삼가 법률을 개선하고 간사한 관리들을 감독하는데 온힘을 쏟겠습니다.”

순우곤(淳于髡)이 말을 마치고 밖으로 나가기 위해 대문 앞에 이르렀을 때 자기를 따라오고 있던 종자를 향해 얼굴을 돌리더니 말했다.

“ 내가 은유적으로 다섯 가지를 말했는데3) 저 사람은 모두 그 말에 부합하는 대답을 했다. 그 사람은 참으로 큰 인물이라! 내가 따를 수 없음에서다! 저 사람은 필시 머지않아 후(侯)에 봉해 질 것이다. ”

그로부터 일 년 후에 추기(鄒忌)는 하비(下邳)4)에 봉해지고 성후(成侯)의 작위를 받았다.



1) 전국 때 제나라의 군주로 기원전 356년 즉위하여 기원전 320년에 죽었다. 전(田) 성에 이름은 인제(因齊)다. 재위 시 정치를 개혁하고 군대를 정비했으며 추기를 재상으로 기용하고, 손빈(孫臏)을 군사로 삼아 신장된 국세로 중원을 크게 진동시켰다. 계릉(桂陵)과 마릉(馬陵)의 싸움에서 당시의 패권국 위(魏)나라의 군대를 대파하고 위나라를 대신하여 패자를 칭하여 제후들을 호령했다. 그로 인해 제후들은 감히 20여 년 동안 제나라에 대해 군사행동을 할 수 없었다. 또한 임치성 동문 밖 직하(稷下)에 학자들을 초빙하여 백가쟁명(百家爭鳴)의 시대를 열었다.


2)육합(六合)/ 천지(天地)와 동서남북(東西南北)의 사방(四方)을 합하여 육합이라 함


3) 원문은 다음과 같다.

淳于髡 “ 得全全昌, 失全全亡 ”

騶忌子 “ 謹受令, 請謹毋離前 ”

淳于髡 “ 狶膏棘軸, 所以爲滑, 然而不能運方穿”

騶忌子 “ 謹受令, 請謹事左右 ”

淳于髡 “ 弓膠昔干, 所以爲合, 然而不能附合疎罅”

騶忌子 “ 謹受令, 請謹自附于萬民 ”

淳于髡 “ 狐裘雖敝, 不可褓以黃狗之皮”

騶忌子 “ 謹受令, 請謹擇君子, 毋雜小人其間”

淳于髡 “ 大車不較, 不能載其常任, 琴瑟不較, 不能成 其五音”

騶忌子 “ 謹受令, 請謹修法律而督奸吏


4)하비(下邳)/ 지금의 강소성(江蘇省) 비주시(邳州市) 경내 남. 서주(徐州)시 동 50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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