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薳啓疆諫恥晉之辭(원계강간치진지사)- 진나라 사신을 욕보이려는 초영왕에게 원계강이 간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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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나라 사신을 욕보이려는 초영왕에게 원계강이 간하다.

(薳啓疆諫恥晉之辭)


진나라 상경 한선자(韓宣子) 기(起)가 초영왕의 비로 시집가는 진나라 공녀를 호종하기 위해 초나라로 들어갈 때 숙향(叔向)은 부사가 되어 따랐다. 정나라의 대부 자피(子皮) 한호(罕虎)와 자태숙(子太叔) 유길(游吉)이 진나라의 사절 일행을 색지(索氏)란 곳에서 영접하여 향응을 베풀었다. 유길이 숙향에게 말했다.

"초왕은 교만함이 매우 심하니 대부들께서는 그를 조심해야 합니다."

숙향이 대답했다.

“교만함이 너무 지나치면 자신에게 재앙이 될 뿐 어찌 다른 사람에게까지 화를 미치게 할 수 있겠소? 우리는 폐백이나 드리고 신중한 자세로 위의를 잃지 않고 신용을 지키며 예에 따른 행동으로 처음부터 끝까지 공경하는 마음으로 정성을 다해 임무를 끝내도록 노력할 뿐입니다. 그리고 그런 일을 처음부터 반복하라고 해도 한 치도 틀림없이 행하겠습니다. 복종하면서도 예의를 잃지 않고 공경하면서도 위의를 잃음이 없으며, 올바른 말로 옛 법을 받들며, 선왕들의 일을 생각하면서 진초(晉楚) 양국의 실정(實情)으로써 헤아리면 비록 지나치게 교만하더라도 우리를 어떻게 할 수 있겠소?”

이윽고 진나라의 사절단이 초나라에 이르니 초왕이 대부들을 불러 말했다.

“진나라는 우리의 원수다. 진실로 내 뜻만 이룰 수만 있다면 다른 것은 생각지도 않겠다. 지금 우리 초나라에 당도한 자들은 진나라의 상경과 상대부다. 만약 내가 진나라의 상경 한기의 다리를 자른 후에 문지기를 만들고 상대부 양설힐을 거세한 후에 태감으로 삼아 진나라를 욕보일 수 있다면 내 뜻을 이룰 수 있음이다. 여러 대부들은 어떻게 생각하는가?”

초왕의 위세를 두려워한 대부들은 아무도 대답하지 못했다. 그러자 원계강이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

“진실로 우리에게 준비만 되어 있다면 안 될 일이 무엇이겠습니까? 필부에게 치욕을 주고자 해도 준비가 없어서는 안 되는데 하물며 나라에 치욕을 가하려는데 준비가 없어서 되겠습니까? 그래서 성왕들은 힘써 예를 행하고 남에게 치욕을 주려고 하지 않았습니다. 천자나 제후에게 조현을 올릴 때는 규(珪)를 손에 들어야 하며 제후들 끼리 상견례를 행할 때는 반쪽 자리 규인 장(璋)을 소지하여 신표로 삼습니다. 작게는 관리가 상급자에게 보고하는 술직(述職)이라는 규정이 있고 크게는 순행 중인 천자에게 제후가 정적(政績)을 보고하는 순공(巡功)이라는 제도가 있습니다. 또 의자를 준비해 놓았어도 처음에는 앉지 않고 술잔에 술을 가득 부어도 처음에는 마시지 않으며, 잔치를 할 때는 좋은 재화들을 준비해 놓았다가 식사를 할 때 솥 곁에 가져다 놓기도 하며 도성에 들어올 때에는 교외에서 잔치를 베풀고 나갈 때는 예물까지 들려 전송하는 것이 예의의 극치입니다 . 국가가 실패하는 경우는 이런 도를 잃음으로 인해 재앙이나 난리가 일어나기 때문입니다. 성복(城濮)의 싸움 이래로 초나라에 대한 대비를 하지 않은 진나라는 필(邲)이란 곳에서 싸워 패전하였고, 필에서의 싸움 이후에는 진나라에 대한 대비를 하지 않은 초나라가 언릉(鄢陵)이란 곳에서 패했습니다. 또한 언릉에서의 싸움에서 이긴 진나라는 잊지 않고 대비하여 예를 더욱 정중하게 행하여 친목을 더욱 중하게 하였으므로 우리 초나라는 보복을 못하고 화친을 요구하게 되어 정전협정을 맺었습니다.


그 결과 두 나라가 이미 혼인을 맺는 마당에 다시 상대방에게 치욕을 주어원수를 삼고자 하신다면 그 대비를 어떻게 하시렵니까? 또 이런 일을 거듭할 수 있는 사람이 이 나라에 누가 있겠습니까? 그래서 만약 우리나라에 이런 사람이 있다면 진나라에 치욕을 주어도 무방합니다. 만약 그럴 만한 사람이 없다면 왕께서도 잘 생각해 보십시오. 진나라가 대왕을 섬기는 태도는 신은 그만하면 됐다고 봅니다. 왕께서 소집하면 제후들은 떼를 지어 물려오고 혼인을 청하면 여자를 보내주며 더욱이 그 나라 군주가 친히 전송하고 상경과 상대부를 시켜 몇 천리의 우리나라까지 모셔왔음에도 부족하여 이들에게 치욕을 주려고 한다면 왕께서는 반드시 사전에 준비가 되어 있어야만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앞으로의 일이 어떻게 되겠습니까?


한기(韓起)의 부하에는 조성(趙成), 중행오(中行吳), 위서(魏舒), 범앙(范鞅), 지영(知盈) 등이 있고 숙향(叔向) 양설힐(羊舌肹)의 밑에는 기오(祁午), 장적(張趯), 적담(籍談), 여제(女齊), 양병(梁丙), 장격(張骼), 보력(輔躒), 묘분황( (苗賁皇) 등이 있는데 이들은 모두 진나라의 신하 중에서 굴지의 인물들만 뽑은 자들입니다. 한기의 조카 힌양(韓襄)은 공족대부(公族大夫)이고, 아들 한수(韓須)는 군주의 명을 받들어 외국에 다니는 사신이 되었으며 기양(箕襄), 형대(邢帶), 숙금(叔禽), 숙초(叔椒), 자우(子羽) 등은 모두 대종족 출신들이고 한씨 집안 소유의 7개 읍은 모두 현이 되어 고을 당 100승의 전차를 소유하고 있습니다.


또한 양설씨의 네 집안도 당진의 세력이 강한 종족들입니다. 그래서 진나라 사람들이 한기와 숙향이 타국에서 죽었다는 소식을 듣게 된다면 오경(五卿) 8대부가 한수(韓須)와 양석(楊石)을 도와 그들 열 종족 소유의 9개 현을 움직여 모두 병거 900승을 출병시키고 나머지 40개 현에서도 각 100승 씩 모두 4천 승을 동원하여 분기탱천한 마음으로 무용을 드러내어 진나라의 치욕을 풀려고 할 때 백화(伯華)는 작전을 짜고 중행오(中行午)와 위서(魏舒)가 지휘하면 그들이 이룰 수 없는 일은 없을 것입니다. 따라서 왕께서는 화친을 원한으로 바꾸어 공연히 무례한 행위를 저질러 원수를 맺으려고 하십니다. 또한 이에 대한 준비도 하지 않고 있으니 저희들로 하여금 싸움터로 보내 진나라의 포로가 되어야만 대왕의 마음을 만족시킬 수 있다면 어찌 불가한 일이겠습니까?

원계강의 말을 들은 초왕이 말했다.

“내가 잘못 생각했소. 대부는 엎드려 있지 말고 몸을 일으켜 자세를 편히 하시오.”

초왕은 한선자에게 예를 갖추어 후하게 접대했으나 숙향에게는 교만한 자세를 견지하며 숙향이 모르는 일을 질문하여 골려주려고 했으나 이 또한 불가능했음으로 결국은 숙향에게도 예를 갖추어 대했다.

한기 등이 초나라에서 돌아올 때 정백이 어(圉)라는 곳에서 마중나와 접대하려고 했으나 사양하고 바로 진나라로 들어간 것은 예에 맞는 일이었다.



좌전(左傳) 노소공(魯昭公) 5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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