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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6-09-02 18:22:124820 
화씨벽 이야기5-완벽귀조의 정신을 구현한 인상여
운영자
일반


5. 완벽귀조(完璧歸趙)의 정신을 구현한 인상여




한편 목현에게 화씨벽을 감정해 준 옥공(玉工)이 일이 있어 진나라에 들렸다가 진소왕(秦昭王)이 부름을 받아 옥을 다듬게 되었다. 옥공은 진소왕에게 화씨벽(華氏壁)의 아름다움에 대해 이야기하고 지금은 조나라 왕이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진왕이 옥공에게 물었다.




“ 화씨벽이 무엇 때문에 그렇게 유명하단 말인가?”




옥공(玉工)이 얼마 전에 조나라의 목현(繆賢)에게 말한 것처럼 화씨벽의 기이한 이적에 대해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을 하였다. 진왕이 듣고 화씨벽을 간절하게 보고 싶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때 진나라에서는 소양왕의 외삼촌인 위염(魏冉)이라는 사람이 승상(丞相)의 자리에 있었다. 위염은 소양왕이 화씨벽을 갖고 싶어 한다는 것을 알고 말했다.




“ 대왕께서 화씨벽을 얻고 싶다면 조나라에게 유양(酉陽)1)의 땅 15개 성과 바꾸자고 하시기 바랍니다.”




유양(酉陽)/ 진(秦)왕조를 대신한 한조(漢朝) 때 지금의 호남성 서부의 무릉(武陵) 지구를 흐르는 원수(沅水: 지금의 원강(沅江))의 지류에 유수(酉水)라는 강이 있는데 유양(酉陽)은 유수 강안의 고을이었음. 그러나 본문의 내용으로 봐서 진나라가 화씨벽과 바꾸자고 한 땅은 이 곳이 아니며 그 정확한 장소는 확인 할 수 없음.




소양왕이 의아해 하며 대답했다.




“ 유양의 15개의 성은 적지 않은 땅인데 내가 어찌 한낱 벽옥 하나와 교환할 수 있겠오?”




위염 “ 조나라는 오래 동안 우리 진나라를 두려워해 왔습니다. 대왕께서 만약 우리의 15개 성과 화씨벽을 교환하자고 한다면 조나라는 감히 그 명을 거역하지 못할 것입니다. 조나라 사신이 화씨벽을 들고 진나라에 들어오면 그들을 억류시켜 놓고 화씨벽을 빼앗아 버리면 될 것입니다. 성을 준다는 것을 구실로 화씨벽을 차지하시면 성을 잃을 걱정을 하시지 않아도 될 것입니다.”




진왕이 크게 기뻐하며 즉시 조나라 왕 앞으로 국서를 한 통 써서 객경 호상(胡傷)을 사자로 삼아 전하게 했다.




“ 과인이 화씨벽을 오래 전부터 한 번 보고 싶어해 왔으나 아직 그 기회를 갖지 못했습니다. 제가 들으니 조왕께서 화씨벽을 얻어 보관하고 있다하니 과인이 유양의 15개 성으로 그 대가를 치르고 바꾸기를 청합니다. 부디 조왕께서는 허락을 해 주시기 바랍니다.”




조왕이 국서를 받고 염파(廉頗) 등의 대신들을 불러 그 대책을 물었다. 조혜문왕은 진나라에 화씨벽을 넘겨주자니 속임을 당하여 화씨벽만 뺏기고 성을 얻지 못할까 걱정이 되고, 주지 않자니 진나라의 분노를 사게될 것을 걱정하였다. 어떤 대신들은 화씨벽을 보내야 한다고 하고, 또 어떤 대신들은 보내지 말아야한다고 하며 의견이 분분하여 결정을 쉽사리 내릴 수 없었다. 이극(李克)이 앞으로 나와 말했다.




“ 한 사람의 지혜와 용기를 겸비한 사람을 선발하여 그 사람에게 화씨벽을 가슴에 품고 진나라에 보내, 먼저 성을 받게되면 화씨벽을 내어주라고 하시고, 성을 먼저 얻지 못하면 화씨벽을 내어 주지 말고 다시 가져오게 하면 비로소 만전을 기하게 될 것입니다.”




조왕이 염파를 쳐다보며 무언 중에 그의 의사를 물었으나 그는 고개를 떨구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러자 환자령(宦者令) 목현(繆賢)이 앞으로 나와 조왕에게 말했다.




“ 신에게는 성은 인(藺)이고 이름은 상여(相如)라는 식객이 있는데, 이 사람이야말로 용기와 지모를 갖춘 사람입니다. 만약에 진나라에 보내는 사자를 찾으신다면 이 사람보다 낳은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조왕이 즉시 목현에게 인상여(藺相如)를 불러오라고 명했다. 인상여가 입궐하여 조왕을 배알하였다. 조왕이 물었다.




“ 진왕이 진나라의 15개 성을 바쳐 과인이 가지고 있는 화씨벽과 바꾸자는 청을 해왔오. 선생께서는 그들의 청을 어떻게 처리해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인상여 “ 진나라는 강하고 조나라는 약합니다. 진왕의 청을 물리치면 안될 것입니다.”




조왕 “ 그러나 만일 우리가 화씨벽만 빼앗기고 성을 얻지 못하게 되면 어떻게 해야 하오?”




인상여 “ 진나라가 15개의 성과 화씨벽을 바꾸자고 한 것은 화씨벽의 가치를 높게 평가한 것입니다. 그럼에도 우리 조나라가 진나라의 청을 허락하지 않는다면 그 잘못은 우리 조나라에 있게 될 것입니다. 조나라가 진나라의 성들을 접수하기도 전에 먼저 화씨벽을 보내준다면 그것은 바로 성의를 다하여 예를 취한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진나라가 조나라에게 그 성들을 주지 않는다면 그 잘못은 바로 진나라에 있게 될 것입니다. ”




조왕 “ 과인이 이 일로 해서 화씨벽을 온전히 간수할 만한 사자를 뽑아 진나라에 보내야 합니다. 선생은 과인을 위해 진나라에 갈 사자의 임무를 능히 행하실 수 있습니까?”




인상여 “ 대왕께서 사자의 임무를 수행할 마땅한 사람을 구하실 수 없다면 신이 화씨벽을 들고 진나라에 가서 만약이 진나라가 약속대로 15개의 성을 조나라에 할애한다면 신은 마땅히 그 화씨벽을 진나라에 넘겨줄 것이며, 그렇지 않고 진나라가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면 화씨벽을 그대로 건사하여 다시 가지고 오겠습니다.”




혜문왕(惠文王)이 크게 기뻐하며 즉시 인상여에게 대부의 작위를 내린 다음 화씨벽을 내 주었다.




인상여가 화씨벽을 가지고 서쪽으로 나아가 진나라의 함양성(咸陽城)에 들어갔다. 진소양왕(秦昭陽王)은 화씨벽을 가지고 조나라의 사신이 당도했다는 소식을 듣고 크게 기뻐하며 장대(章臺) 위에 군신들을 모두 부른 다음에 조나라의 사신이 조현(朝見)을 드릴 것이라고 선포하였다. 상여가 보물함은 관사에 남겨두고 단지 비단주머니에 들어있는 화씨벽을 두 손으로 바쳐 들고 들어와 진왕에게 정중히 바치고 절을 올렸다. 소양왕이 비단주머니를 풀어 살펴보니 순백색의, 티가 하나도 없는 광채가 현란하게 비치며, 그 조각한 솜씨가 훌륭하여 사람의 손이 닿지 않은 천연적으로 형성된 것처럼 보이는 실로 희세(稀世)의 진기한 보물인 화씨벽이 있었다. 진왕은 만족한 모습으로 화씨벽을 한참 바라보며 실로 찬탄해 마지않았다. 이에 소양왕은 좌우에 도열에 있던 군신들에게 화씨벽을 건네며 차례대로 돌려가며 구경하게 했다. 군신들이 보기를 마치자 소양왕을 둘러싸며 땅에 엎드려 큰 소리로 외쳤다.




“ 만세! ”




소양왕이 내시들에게 명하여 화씨벽을 다시 비단보자기에 쌓게 한 다음에 궁궐로 가져가 후궁(后宮)과 미인(美人)들에게 구경시키라고 하였다. 얼마간의 시간이 지나자 후궁으로 갔던 내시가 화씨벽을 다시 가져와 진왕의 곁에 있던 탁자 위에 놓았다. 인상여가 진왕의 옆에 서서 오래 동안 기다렸으나 주겠다던 성에 대해서는 일언반구도 언급하지 않자 마음속으로 한가지 계책을 생각해 내고는 진왕 앞으로 나가 말했다.




“ 그 화씨벽에는 아주 조그만 티가 하나 있습니다. 제가 대왕께 그것을 보여 드리겠습니다.”


진왕이 좌우에 시립한 측근에게 명하여 화씨벽을 인상여에게 내어 주라고 했다. 화씨벽을 건네 받은 인상여는 몇 발자국 뒷걸음치며 장대(章臺) 안의 기둥에 몸을 기대고는 두 눈을 부릅뜨며 노여움을 참지 못하고 진왕에게 말했다.




“ 화씨벽은 천하의 보물 중에 보물입니다. 대왕께서는 이 화씨벽을 얻기 위해 우리 조나라에 국서를 보내자, 조왕께서는 군신들을 모두 불러모아 그들의 의견을 물었습니다. 조나라의 군신들은 모두 대답했습니다.

‘진나라가 그들의 세력이 강한 것을 믿고 빈소리로 화씨벽을 얻으려 하고 있습니다. 만약 화씨벽만 빼앗기고 성을 얻을 수 없게 되지나 않을까 걱정되니 화씨벽을 진나라에 보내시면 안될 것입니다.’

그러나 소신만은 그들의 의견에 반대하여 말했습니다.

‘포의(布衣)를 입은 시정의 일반 사람들도 사귐에 있어서 서로 속이지 않는데, 하물며 만승지국(萬乘之國)의 군주들이 사귀는데 서로 속이면 되겠습니까? 대왕께서는 어찌하여 어리석은 마음으로 다른 사람의 성의를 무시하여 진왕에게 죄를 얻으시려 하시는 것입니까?’

그래서 우리 조왕께서는 즉시 5일 동안 목욕재계하여 몸을 깨끗이 한 다음 소신을 시켜 화씨벽을 받들고 대왕의 궁정으로 가져와 바치게 한 것입니다. 실로 우리 조왕께서는 지성을 다하여 대왕의 뜻을 받든 것입니다. 그러나 오늘 대왕께서 신을 대하시는 태도는 예절을 갖추지 않고 거만한 자세로 좌정하여 화씨벽을 받으시고, 좌우의 측근들에게 건네주어 차례로 구경시켰으며, 다시 후궁과 미인들에게까지 보내어 구경시켜 가지고 놀게 하시어 이 귀중한 화씨벽을 심히 모독하였습니다. 이로써 소신은 대왕께서는 약속하신 15개의 성을 주시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어, 다시 제가 이 화씨벽을 돌려 받게 된 것입니다. 대왕께서 만일 신을 강제하여 화씨벽을 빼앗아 가시려고 하신다면, 신의 머리와 이 화씨벽은 이 기둥에 받쳐 모두 부셔져 가루가 되고 말 것입니다.”




인상여가 말을 마치자 기둥을 노려보더니 손에 들고 있던 화씨벽을 기둥에 던지려고 하였다. 소양왕은 화씨벽을 아까워한 나머지 정말로 인상여가 깨뜨려버리지나 않을까 걱정하여 즉시 인상여에게 사죄의 말을 하였다.




“ 대부는 아무 걱정하지 말라! 과인이 어찌 감히 조나라에게 신의를 잃겠는가?”


진왕은 즉시 관리를 불러서 할양하겠다던 유양(酉陽) 땅의 지도를 가져오게 하여 자기가 직접 지도를 가리키며 15개의 성이 있는 곳을 조나라에 주겠다고 설명했다. 인상여는 마음속으로 다시 생각했다.




“ 이것은 진왕이 거짓으로 나를 속여 화씨벽만을 취하려고 하는 것이지 정말로 주려고 하는 것이 아니다! ”


인상여가 진왕에게 말했다.




“ 우리 조왕께서는 비록 희세의 보물을 사랑하고 계시기는 하나 그렇다고 그것 때문에 대왕께 죄를 얻을 수 없다고 생각하시어 신을 이곳으로 보내실 때 5일 동안 목욕재계를 하고 군신들을 두루 불러 의식을 행한 다음 신을 이곳으로 보내셨습니다. 오늘 대왕께서도 역시 마땅히 5일 동안 목욕재계하신 다음 구빈대전(九賓大典)1)의 의식을 성대하게 행하시어 위엄을 갖추신다면 신이 즉시 화씨벽을 대왕께 바치겠습니다.




구빈대전(九賓大典)/중국 고대에 있어서 외교상 상대국의 사신을 맞이하는데 행하는 가장 정중한 의식. 아홉 명의 의전관이 열을 지어 사신을 왕이 앉아 있는 전당 위로 인도하는 의식임.




소양왕 “ 그대의 말대로 하리라!”




인상여(藺相如)가 화씨벽을 품에 안고 관사에 돌아와 다시 마음속으로 생각했다.




“ 내가 조나라를 떠날 때 조왕에게 이미 진나라가 만약 성을 내주지 않는다면 이 화씨벽을 무사히 보전하여 돌아오겠다고 큰소리를 쳤는데, 오늘 내가 보니 진왕이 비록 목욕재계한 다음 성대한 의식을 차린 가운데에 화씨벽을 받겠다고 약속은 했지만, 그러나 만일 화씨벽만을 받고서 성을 내주지 않는다면 내가 무슨 면목으로 돌아가 조왕을 볼 수 있단 말인가?”




인상여가 즉시 자리에 일어나 자기의 수행원 한 사람을 불러 갈포로 만든 허름한 옷으로 바꾸어 입혀 거지로 변장하게 한 다음 화씨벽을 전대에 쌓아 허리에 두르게 하고 지름길을 이용하여 아무도 몰래 조나라로 달려가게 만들었다. 그 수행원은 돌아가 인상여의 말을 조왕에게 전했다.




“ 신은 진나라가 우리 조나라를 속여 화씨벽만을 받고 그 대가로 성을 내줄 생각을 갖고 있지 않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래서 소신은 삼가 수행원 편에 화씨벽을 대왕께 돌려보냅니다. 신은 진나라에서 죄를 얻어 비록 죽는다 할지라도 대왕의 명을 욕되게 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조왕 “ 상여가 과연 자기가 한 말을 어기지 않았구나!”




한편 진소양왕은 거짓으로 5일 동안 목욕재계하여 몸을 정결하게 한다고 말은 했지만 실은 행하지 않았다. 이윽고 5일의 시간이 지나자 소양왕은 수많은 예물로 장식한 전당에 성대한 의식을 준비하게 한 다음 진나라에 와 있는 제후국들의 사자들을 모두 의식에 참여하도록 영을 내려 화씨벽을 접수하는 의식을 구경하도록 했다. 그것은 진왕의 위세를 열국의 사자들에게 과시하고자 함이었다. 전당의 옥좌에 앉은 진왕은 의식의 진행을 맡아보는 찬례관(贊禮官)에게 명하여 조나라의 사신을 전당 위로 인도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인상여는 침착한 모습을 하고 느린 걸음으로 전당 안으로 들어왔다. 인상여가 소양왕에게 알현하는 의식을 마쳤으나, 상여의 손에는 화씨벽이 들려있지 않았다. 소양왕이 인상여에게 물었다.




“ 과인이 이미 5일 동안 목욕재계를 하고 경건한 마음으로 화씨벽을 받는 의식을 행하려고 했다. 그런데 그대는 어찌하여 화씨벽을 가져오지 않았는가?”




인상여 “ 진나라는 목공(穆公)이래로 지금까지 20여 임금이 있었는데 모두가 사술(詐術)로서 외국을 대했습니다. 멀게는 기자(杞子)라는 장수는 정나라를 속였으며 정나라 원정군의 대장이었던 맹명시(孟明視)는 사로잡혔다가 풀려날 때 당진의 군주를 속였습니다. 가깝게는 상앙(商鞅)은 위나라의 장수 공자앙(公子卬)을, 장의(張儀)는 초나라 회왕을 속여 농락하였습니다. 옛날을 돌아보면 진나라가 외국에 신의를 지키지 않은 일은 수도 없이 많습니다. 신이 오늘 오로지 대왕으로부터 속임을 당하게 되면 저희 조왕의 뜻을 저버리게 되는 것만을 걱정하여 저의 수행원 중의 한 사람에게 화씨벽을 주어 지름길을 취하여 조왕에게 돌아가게 했습니다. 신에게 마땅히 죽음을 내려 주시기 바랍니다.”




소양왕이 화를 내며 말했다.




“ 그대는 내가 불경스럽다고 말하여, 나는 5일 동안 목욕재계하여 몸을 정결하게 한 다음 성대한 의식을 벌려 화씨벽을 넘겨받으려고 했다. 그런데 그대는 오히려 화씨벽을 조나라에 돌려보냈으니 이것은 분명 과인을 심히 기만한 것이다.”




소양왕이 좌우의 시위 무사에게 호통을 쳐서 인상여를 포박하라고 명했다. 인상여는 얼굴색 하나 변하지 않고 태연한 목소리로 소양왕에게 말했다.




“ 대왕은 잠시 노여움을 걷으시고 소신에게 한 말씀 올리도록 허락해 주시기 바랍니다. 오늘 일어난 일의 경위를 따져보면 진나라는 강하고 조나라는 약하여 진나라가 조나라에게 잘못한 것이지 결코 조나라가 진나라에 잘못한 것은 아닙니다. 대왕께서 진심으로 화씨벽을 얻으시고자 하신다면 먼저 유양(酉陽)의 15개 성을 먼저 조나라에 때어주시고, 이어서 한 사람의 사자를 소신에게 딸려 보내시어 조나라에 들어가 화씨벽을 받아오라고 하면 될 것입니다. 조나라가 어찌 감히 성을 먼저 얻어놓고 화씨벽을 넘겨주지 않아 천하의 제후들에게 그 신의를 잃고 또한 대왕에게 죄를 얻을 수 있겠습니까? 신은 스스로 대왕을 속여 대죄를 지었으니 그 죄는 만 번 죽어 마땅할 것입니다. 신은 이미 저희 조왕께 살아 돌아갈 수 없을 것이라고 말씀 드렸습니다. 원컨대, 저를 가마솥의 끓는 물에 삶아 죽이시어 진나라가 화씨벽을 얻으려 하다가 조나라 사자를 죽여 그 잘못이 어디에 있었다는 것을 천하의 제후들에게 알리시기 바랍니다.”




진소양왕과 그 신하들은 모두가 서로 얼굴만을 쳐다보며 한 마디도 대꾸하지 못했다. 옆에서 구경하고 있던 제후국들에서 온 사자들은 인상여의 목숨이 위태롭게 되었다고 모두 두려워하였다. 좌우에 시위하던 무사들이 인상여를 끌고 밖으로 나가려고 하자 소양왕이 큰 소리로 외쳐 멈추게 하면서 여러 군신들을 향해 말했다.




“ 조나라 사신 인상여(藺相如)를 죽인다면 화씨벽을 못 얻어 일은 헛되고, 또한 우리 진나라는 의롭지 못하다는 허물만 뒤집어쓰게 될 것이다. 이어서 진과 조 두 나라의 우호관계도 끊어지게 될 것이다. ”




소양왕은 즉시 인상여를 후하게 대접하고 예를 갖춘 다음 조나라에 돌아가게 했다. 염옹(髥翁)이 사서를 읽다가 이 대목에 이르자 다음과 같이 논했다.




‘ 진나라가 성읍을 공격하여 빼앗아 간다해도 달리 어찌 할 수 없었는데 단지 벽옥(碧玉) 한 개가 어찌 그리 귀하다고 생각했겠는가? 인상여가 뜻한 바는 단지 조나라가 진왕에게 기만을 당하여 화씨벽을 빼앗김으로서 진나라가 조나라를 얕보아 장래에 나라를 유지하는 데 어려움이 있을 것을 걱정한 것 때문이었다. 만일 진나라가 계속해서 땅을 떼어 바치라든지, 아니면 인질을 보내라든지 한다면 조나라는 거역하지 못하게 될 것임을 알고 이와 같이 자기의 역량을 발휘하여 진왕으로 하여금 조나라에도 자기와 같은 인재가 있음을 알려 조나라를 함부로 대하지 못하게 하려고 한 것이였다.’




인상여가 조나라에 귀국하자 혜문왕은 그가 지혜로운 사람이라는 것을 알고 상대부(上大夫)의 작위를 내렸다. 그 후에 진나라는 결국은 조나라에 성을 내주지 않았으며 조나라도 역시 화씨벽을 진나라에 바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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