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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6-05-07 17:29:576463 
은어술로 제선왕의 비가 된 천하의 추녀 종리춘 이야기
양승국
일반

제선왕(齊宣王)이 총신 왕환(王驩)등에 정사를 모두 맡겨 버리고는 사냥과 주색에만 몰입하자, 전기(田忌)가 여러 번에 걸쳐 간했다. 그러나 선왕이 말을 듣지 않자 그는 울화병 끝에 죽어 버렸다.

그러던 어느 날 제선왕(齊宣王)이 설궁(雪宮)에 잔치를 벌리고 여자 악사들을 불러 풍악을 즐기고 있던 중 궁문 밖에 어떤 여인이 찾아와 제선왕의 접견을 청했다. 그 여인의 생김새는 얼굴은 넓고, 눈은 옴폭 들어갔으며, 코는 높게 튀어 나오고, 목은 두터웠다. 또한 등은 굽어 낙타등과 같았고, 긴 손가락에 커다란 발을 갖고 있었다. 머리카락은 무성하게 자란 가을 풀과 같았고, 피부는 마치 칠을 바른 것 같이 꺼칠했다. 몸에는 다 헤어진 옷을 걸치고 있었다. 그 여인이 궁문 앞에 당도하여 소리 높여 제왕의 접견을 청하면서 말했다.

“ 원컨대 왕을 한번 뵙게 해 주시기 바랍니다.”

궁문을 지키던 무사들이 그 여인의 앞길을 막으며 말했다.

“ 추부(醜婦)가 어찌하여 감히 왕을 뵙고자 하는 것인가?”

못 생긴 여인이 무사를 향해 말했다.

“ 저는 곧 이 나라의 무염(無鹽)이라는 곳에 살고 있던 사람입니다. 성은 복성(覆姓)인 종리(鍾離)이고 이름은 춘(春)입니다. 지금 나이가 이미 40이 넘었지만 아직까지 출가를 못하고 있습니다. 제가 들으니 대왕께서 궁을 떠나서 놀러 나와 잔치를 벌리고 있다고 해서 이렇게 특별히 찾아온 것입니다. 제가 대왕의 얼굴을 한번 뵙고 그의 후궁으로나 들어가 마당이나마 쓸면서 같이 살아 볼까해서 이렇게 알현을 청하는 것입니다. ”

종리춘(鍾離春)의 좌우에 있던 사람들은 모두가 손으로 입을 막고 터져 나오는 웃음을 참으면서 말했다.

“ 이 여자는 천하에 얼굴이 두꺼운 사람이로구나!”

궁문을 지키던 무사가 궁 안에서 놀고 있던 제선왕에게 종리춘의 일을 고했다. 제선왕이 그녀를 궁 안으로 불러 들이게 했다. 선왕을 따라와 시종을 하고 있던 군신들이 연회장 안으로 들어오던 종리춘의 용모가 못 생기고 몸에 걸친 의복은 남루하여 그들 역시 웃음을 참지 못했다. 제선왕이 종리춘에게 물었다.

“ 내가 살고 있는 궁중에는 비빈(妃嬪)이나 시녀들은 이미 모두 자리가 찾을뿐 아니라, 내가 그대의 용모를 보니 그대의 마을에서도 그 짝을 구하기가 힘들다고 하겠다. 그러나 그대는 오히려 그렇게 남루한 옷을 걸쳐 입고 천승지국(千乘之國)의 왕인 나를 찾아와 그 짝을 구하고 있으니 그대는 남이 못하는 특이한 재주라도 갖고 있는가?”

종리춘 “ 첩은 그다지 자랑할 만한 재주를 가지고 있다고는 말

씀드릴 수는 없지만 구태여 말한다면 은어지술(隱語之術)에 대해서는 조금 알고 있습니다.”

선왕 “ 그대는 나를 위해 은어지술(隱語之術)을 한번 펼쳐보라.

과인이 한번 맞춰 보겠다. 만약에 너의 은어지술이 이치에 맞지 않는다면 내 당장에 너의 목을 자르리라!”

종리춘이 눈을 치켜 뜨고 이빨을 들어내며 웃더니 다시 손을 들어 네 번을 허공을 향해 휘젓고 무릎을 부딪치고 나서 소리내어 외쳤다.

“ 위태로운 지고! 위태로운지고! ”

선왕은 종리춘의 행동이 무엇을 뜻하는지 알 수가 없어 옆에 있던 군신들에게 물었으나 아무도 대답하지 못했다. 선왕이 종리춘을 향해 말했다.

“ 종리춘은 내 앞으로 가까이 와서 과인을 위해 네가 한 은어를 설명하여 그 뜻을 밝혀 보기 바란다.”

종리춘이 머리를 조아리며 말했다.

“ 대왕께서 첩을 죽이시지 않으시겠다고 약속해 주신다면 감히 말씀을 올리겠습니다.”

선왕 “ 네가 무슨 말을 하던 죄를 묻지 않겠다.”

종리춘 “ 첩이 두 눈을 치켜 뜬 것은 왕을 대신하여 변경에서

병화가 일어난 결과 그 위급함을 알리는 봉화(烽火)를 보았기 때문이고, 이를 들어내놓고 웃은 것은 왕을 위하여 충간(忠諫)을 받아들이지 않는 것을 징벌하는 것이며, 손을 들어 허공을 네 번 젓은 것은 왕을 위해서 망녕된 신하들을 물리쳐 준 것이고, 무릎을 맞대어 부딪친 것은 왕을 위해서 고대(高臺)에서 연회를 벌리는 것을 물리친 것입니다.”

선왕이 듣고 대노하며 말했다.

“ 과인이 어찌하여 잘못을 네 가지나 저질렀단 말이냐? 시골의 무지렁이 아녀자가 어찌 감히 요사스런 말을 늘어놓는 것인가? ”

선왕이 좌우의 무사들에게 명하여 종리춘을 끌고가 참수형에 처하도록 했다. 종리춘이 말했다.

“ 대왕이 저질은 네 가지 잘못을 말씀 올리겠습니다. 그런 다음에 제가 형을 받더라도 원망은 하지 않겠습니다. 첩이 듣기에 진(秦)나라가 상앙을 등용(登用)하여 나라의 국세가 날로 강성하게 되어 머지 않아 함곡관(函谷關)을 통하여 군사를 출병시켜 우리 제나라와 패권을 놓고 다투게 될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필시 그 병화를 받게 될 것인데, 대왕의 곁에는 믿을 만한 장수가 한 사람도 없고 변경의 군사들은 날이 갈수록 그 정신 상태가 해이해지니 이로써 제가 대왕을 위해 눈을 치켜 뜨고 봉화를 봤다는 말이옵니다. 또한 첩이 듣기에 ‘다투어 간언을 올리는 신하를 갖고 있는 군주의 나라는 망하지 않고, 간언을 올리는 자식을 갖고 있는 가장의 집은 망하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대왕께서는 안에서는 여색을 탐하시고 밖에서는 국정에 손을 놓고 계시며 충간을 드리는 신하들을 물리치시고 계시는 관계로 첩이 이를 들어내어 웃어 보여 대왕께서 충간을 들이는 신하들을 용납하라고 청한 것입니다. 또한 왕환(王驩)은 대왕께 아첨하여 총애를 득하여 상대부에 오른 사람이라 어진 사람들을 숨기고 그 지위를 도적질하였고, 추연(騶衍)등은 신하들은 우회하여 완곡하게 헛 담론만 할 뿐 실제적인 것은 아무 것도 하지 않는 자들이옵니다. 대왕께서 이런 자들만을 믿고 임용하시니 첩은 이로써 사직이 잘못될 까 걱정하여 손을 들어 이들을 물리치기 위해 허공에 휘저은 것입니다. 왕께서는 설궁(雪宮)과 유(囿)를 만들어 매일마다 주연(酒宴)이 아니면 사냥에 탐닉하셨으며 고대(高臺)와 누각(樓閣)을 짓고 연못을 파는데 백성들을 동원하여 백성들을 피폐시키고 재화를 엉뚱한 곳에 허비하여 국고를 바닥나게 하셨습니다. 그래서 제가 왕을 위해 무릎을 마주치며 부딪친 것입니다. 대왕께서 4가지의 실정을 하시니 나라는 누란의 위험에 처하게 되었고 오로지 목전의 안락 만을 탐하고 후일의 환란을 돌아보지 않으시어 첩이 죽음을 무릅쓰고 간언을 올리니 다행히 저의 말에 조금이라도 귀를 기우려 주신다면 비록 죽는다 할지라도 한이 없겠습니다. ”

선왕이 종리춘의 말을 듣자 탄식해 마지않으며 말했다.

“ 종리춘의 말이 없었다면 과인이 저지른 잘못을 깨닫지 못했을 것이다.”

제선왕이 즉시 주연을 파하게 하고 자기에 수레에 종리춘을 태워서 궁전으로 돌아가 정비(正妃)로 세웠다. 종리춘(鍾離春)이 사양하며 말했다.

“ 대왕께서 첩이 드린 말을 용납하시지 않으시면서, 하물며 어찌 첩의 몸을 쓰시려 하시는 것입니까?”

그래서 선왕은 어진 사람들과 인재들을 세상에서 널리 구하고 총신과 망신들을 멀리 내쳤다. 이어서 직하에 몰려 살던 유세를 목적으로 하던 헛된 도배들을 모두 해산시키고 전영(田嬰)을 상국으로 삼았으며 다시 추(騶)나라 사람인 맹가(孟軻)를 모셔와 상빈(上賓)으로 삼아 정사에 임하니 제나라는 이윽고 크게 다스려 졌다. 또한 종리춘(鍾離春)의 본가를 무염(無鹽)의 땅에 봉하고 종리춘을 무염군(無鹽君)이라고 호칭했다. 이것은 나중의 일이다. 사관(史官)이 종리춘의 일에 대해 다음과 같은 시를 지었다.


六宮粉黛足如花(육궁분대족여화)

육궁의 여인들은 모두가 꽃과 같은 아름다운 여인들인데


醜女無鹽取自夸(추녀무염취자과)

못생긴 무염이 찾아와 감히 스스로 뽐내며


指点安危言鑿鑿(지점안위언착착)

나라가 처한 위험을 하나하나 분명히 지적하니


滿朝文武不開牙(만조문무불개아)

조당에 가득한 문무 백관들은 입도 뻥긋 못했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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